상가에서 나가려는데 임대인이 천장·바닥·간판·배관을 모두 철거하라고 하거나, 보증금에서 큰 공사비를 빼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가장 먼저 구분할 것은 임차인이 상가를 넘겨받았을 당시의 상태와 계약에서 따로 정한 반환 상태입니다. 현재 시설이 임차인이 설치한 것인지, 전 임차인 때부터 있던 것인지도 시설별로 나누어 봐야 합니다.
원상복구가 언제나 새것으로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차가 끝나면 임차인은 상가를 반환하면서 원상회복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원상’이 건물의 최초 준공 상태를 뜻하는지, 임차인이 입점한 날의 상태를 뜻하는지, 벽과 바닥을 모두 철거한 빈 점포 상태를 뜻하는지는 계약과 인도 경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통상적인 사용 과정에서 생긴 노후나 마모는 임차인이 훼손한 부분과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면 계약서에 바닥, 칸막이, 전기 증설, 급배수 시설 등을 철거한다고 구체적으로 정했다면 그 특약이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시설의 수명과 노후 정도, 임대인이 수선해야 할 건물 자체의 문제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 입점 당시부터 있던 시설
- 임대차계약서의 시설 목록, 인도 확인서, 입점일 사진과 영상으로 당시 상태를 확인합니다.
- 임차인이 새로 설치한 시설
- 공사계약서, 세금계산서, 도면, 임대인과 주고받은 승인 메시지에서 설치 범위와 퇴거 시 처리 약속을 확인합니다.
- 사용 중 파손되거나 변경된 부분
- 정상적인 노후인지, 관리상 잘못으로 생긴 손상인지, 건물 자체의 하자인지 원인과 시점을 구분합니다.
전 임차인의 시설은 인수 경위를 살펴야 합니다
이전 임차인이 설치한 주방 설비나 칸막이를 그대로 넘겨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현재 임차인이 반드시 모든 철거비를 부담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자신이 설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항상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전 임차인과 작성한 시설양도계약서나 권리금계약서에 시설을 인수한다는 내용이 있는지, 임대인이 현 상태를 알고 새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임차인끼리 시설을 양도한 약정이 임대인과의 원상복구 약정을 자동으로 바꾸는 것은 아닙니다. 새 임대차계약서에 ‘현 시설 상태로 인도’, ‘기존 시설을 포함해 철거’, ‘입점 전 상태로 복구’와 같은 문구가 있는지가 더 직접적인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공사 승인을 받았는지와 철거가 면제됐는지는 다릅니다
임대인이 인테리어 공사를 허락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퇴거 때 시설을 남겨도 된다는 뜻이 되지는 않습니다. “공사해도 된다”는 설치 승인과 “계약 종료 후 철거하지 않아도 된다”는 원상복구 면제는 서로 다른 의사표시이기 때문입니다.
메신저 한 문장만 떼어 보기보다 공사 도면, 이메일 첨부파일, 임대인의 수정 요구, 건물 관리사무소 승인서까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임대인이 특정 설비의 설치를 요청했거나 다음 임차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남겨 달라고 한 기록이 있다면 퇴거 시 처리 범위를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계약서 본문과 특약이 서로 다르게 읽히는 경우에는 어느 시설을 가리키는지, 작성 시점이 언제인지, 당사자가 이후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함께 봅니다. 단순히 ‘원상복구한다’고만 적혀 있다면 입점 당시 사진과 시설 인수 자료의 중요성이 더 커집니다.
퇴거 사진과 견적서는 범위와 금액을 나누어 봅니다
임대인이 제출한 견적서가 있다고 해서 그 금액이 그대로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견적서에는 철거할 위치와 수량, 자재 단가, 폐기물 처리비, 부가적인 보수 항목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오래된 바닥 전체를 새 자재로 바꾸거나 원상복구와 무관한 개선 공사를 함께 넣은 것은 아닌지도 살펴볼 부분입니다.
반대로 임대인이 실제 공사를 아직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공사비 청구가 언제나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필요한 공사의 범위와 합리적인 비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지가 문제입니다. 실제 공사가 이루어졌다면 공사 전후 사진, 계약서, 거래명세서, 이체 내역과 세금계산서를 견적서와 대조할 수 있습니다.
퇴거 점검 사진은 전체 공간과 세부 손상을 함께 촬영한 것이 좋습니다. 촬영일을 확인할 수 있는 원본 파일, 영상, 임대인과 공동 점검하며 작성한 확인서가 있으면 어느 상태에서 상가를 반환했는지 설명하기 쉽습니다. 공사 전에 현장이 바뀔 수 있으므로 철거 전 사진과 견적서 원본을 보존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료는 시설별·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원상복구 다툼은 상가 전체를 한꺼번에 판단하기보다 천장, 벽, 바닥, 간판, 냉난방기, 전기, 배관처럼 항목을 나누면 쟁점이 선명해집니다. 각 항목마다 설치한 사람, 설치 시점, 승인 내용, 현재 상태와 철거 특약을 연결해 봅니다.
- 임대차계약서 원본과 갱신계약서, 원상복구 특약
- 입점일 전후의 사진·영상 원본과 인도 확인서
- 전 임차인과 작성한 시설양도계약서 또는 시설 목록
- 공사 도면, 공사계약서와 임대인 승인 메시지 원문
- 퇴거 점검표와 임대인·관리인에게 보낸 보수 요청 기록
- 항목과 수량이 구분된 견적서, 실제 공사비 이체 내역
- 보증금 공제 항목과 계산 근거가 적힌 정산서
- 시간표를 만듭니다
계약 체결일, 상가를 넘겨받은 날, 시설 공사일, 승인받은 날, 계약 종료일과 퇴거 점검일을 순서대로 적습니다.
- 시설별 책임표를 만듭니다
누가 설치했는지, 계약에서 철거하기로 했는지, 임대인이 존치를 요청했는지, 손상 원인이 무엇인지 구분합니다.
- 공사 범위와 금액을 따로 검토합니다
철거가 필요한 시설이라고 해도 견적의 모든 항목이 적정한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중복 공사, 개선 공사, 수량과 단가를 나누어 확인합니다.
- 반환 상태와 정산 내용을 문서로 남깁니다
열쇠 인도와 시설 점검 결과, 남은 물건, 보증금 공제 내역을 확인서나 메시지로 남기면 이후 서로 다른 설명이 나오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상가 원상복구 범위는 ‘누가 설치했는가’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계약서의 철거 문구, 입점 당시 실제 상태, 공사 승인과 퇴거 시 처리 약속, 시설의 노후 정도, 견적의 구체성을 서로 맞춰 보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