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주었지만 차용증에 갚는 날짜를 적지 않았거나, 계좌로 돈만 보내고 반환 시기를 말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지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지와 상대방이 언제부터 연체 책임을 지는지를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반환을 요청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요청한 바로 그날부터 곧바로 지연손해금이 붙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돈이 오갔다는 사실만으로 대여금이 되지는 않습니다
반환 시점을 따지기 전에 먼저 돈의 성격을 확인해야 합니다. 입출금 내역은 돈이 이동했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 그 돈이 대여금인지 증여금인지 투자금인지까지 자동으로 증명하지는 않습니다.
차용증이나 계약서가 없다면 송금 전후의 메신저 원문, 통화 내용, 일부 상환 내역, 이자를 지급한 기록, 상대방이 “갚겠다”고 말한 자료가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송금 메모에 ‘빌려준 돈’이라고 적혀 있어도 작성자가 일방적으로 붙인 문구라면 다른 자료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형편이 되면 갚는다”, “집을 팔면 돌려준다”와 같은 문구도 주의해야 합니다. 단순히 날짜를 정하지 않은 것인지, 특정한 일이 생겨야 갚기로 한 것인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계약서 문구뿐 아니라 돈을 주고받을 당시의 대화와 이후 행동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반환 요구와 연체 시작은 서로 다른 시점입니다
갚는 날짜를 따로 정하지 않은 금전 대여에서는 빌려준 사람이 상당한 기간을 정해 반환을 요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빌린 사람에게 돈을 마련할 합리적인 준비시간을 주려는 취지입니다.
- 반환 요구 내용을 정리합니다
돈을 빌려준 날짜와 금액, 아직 갚지 않은 원금, 반환을 요구한다는 뜻과 지급기한을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 상대방에게 도달한 자료를 남깁니다
내용증명 문서뿐 아니라 등기우편 배송 조회, 수령 결과, 메신저 전송·확인 기록을 함께 보관합니다. 내용증명은 문서의 내용과 발송 사실을 남기는 수단이지, 상대방의 수령 사실까지 언제나 증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 준비기간이 지난 날을 확인합니다
통지가 도달한 날과 지급기한을 기준으로 이행지체 여부를 살펴봅니다. 소장 부본의 송달도 반환 요구의 자료가 될 수 있지만, 지연손해금의 시작일은 청구 내용과 상당한 기간의 경과를 별도로 따질 수 있습니다.
‘상당한 기간’은 며칠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법에서 모든 대여금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며칠이라는 숫자를 정해 둔 것은 아닙니다. 빌려준 금액, 당초 예상한 사용 기간, 돈을 마련하는 방법, 당사자 사이의 대화, 이미 여러 차례 반환을 요청했는지 등이 판단 자료가 됩니다.
따라서 통지서에는 “즉시 갚으라”는 말만 쓰기보다 상대방이 준비할 수 있는 여유를 두고 달력상 날짜를 명확히 적는 편이 좋습니다. 다만 발송일을 기준으로 너무 가까운 날짜를 정하면 우편이 늦게 도착했을 때 실제 준비기간이 거의 없어질 수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필요한 준비기간보다 지나치게 짧다면 연체 시작일이 통지서에 적힌 날짜와 다르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 기한을 적지 않은 독촉도 아무 효과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난 뒤 지체가 시작되는지를 두고 다툼이 생기기 쉽습니다.
약정이자와 지연손해금은 나누어 계산합니다
- 원금
- 실제로 빌려주고 아직 돌려받지 못한 금액입니다. 일부 상환이나 대신 지급한 금액이 있다면 반영해야 합니다.
- 약정이자
- 당사자가 이자를 지급하기로 합의한 경우 그 합의 내용에 따라 계산합니다. 이자 약정이 없는데 단순히 돈을 빌려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약정이자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 지연손해금
- 반환의무가 이행지체 상태에 들어간 뒤 발생하는 손해배상 성격의 금액입니다. 적용 이율은 지연이율 약정, 거래의 성격, 소송 진행 단계와 강행규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계약서에 이자율만 있고 연체이율은 없다면 두 이율을 같은 것으로 바로 볼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반대로 높은 연체이율을 적어 두었더라도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는 부분까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산표에는 원금, 약정이자 기간, 독촉 도달일, 준비기간 종료일과 지연손해금 시작일을 각각 나누어 적는 것이 안전합니다.
반환을 요구하기 전에 확인할 자료
독촉 문구를 먼저 정하기보다 대여 사실과 날짜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자료를 시간순으로 모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 차용증·대여계약서에 변제기나 이자 약정이 있는지
- 송금일과 금액이 표시된 계좌 입출금 내역이 있는지
- 메신저 원문에 빌린 사실이나 반환 약속이 나타나는지
- 일부 원금이나 이자를 받은 날짜와 금액이 얼마인지
- 반환 요구서에 원금, 지급기한과 지급 방법이 명확한지
- 등기우편 배송 조회나 메시지 확인 기록으로 도달 시점을 확인할 수 있는지
오래된 대여금이라면 소멸시효 문제도 별도로 살펴야 합니다. 변제기를 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시효도 계속 시작되지 않는다고 단정하면 위험합니다. 돈을 건넨 날, 대여 합의가 완성된 시점,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던 때, 일부 변제나 채무 인정이 있었던 날짜에 따라 검토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순한 독촉만으로 시효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도 아니므로 오래된 거래는 관련 날짜와 후속 절차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