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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혁 변호사법률노트

회사가 주주의 회계장부 열람 청구를 거부할 때 확인할 기준

회사가 영업비밀을 이유로 회계장부 공개를 거절해도 그 거부가 언제나 정당한 것은 아닙니다. 주주 지위와 지분 요건, 서면에 적은 목적, 문서 범위, 회사의 구체적인 거부 근거와 다음 절차를 나누어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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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매출원장이나 지출 증빙을 보여 달라고 했는데 “영업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면, 먼저 네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청구한 사람이 법에서 정한 주주인지, 청구 이유를 서면에 구체적으로 적었는지, 요구한 자료가 회계장부와 관련 서류에 해당하는지, 회사가 주장하는 거부 사유가 실제로 부당한 청구를 뒷받침하는지가 서로 다른 쟁점입니다.

주주라는 사실과 필요한 지분부터 확인합니다

주식회사의 회계장부 열람·등사권은 모든 주주가 아무 조건 없이 행사하는 권리는 아닙니다. 비상장회사의 일반 기준에서는 청구 당시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을 보유했는지가 출발점이 됩니다. 주주명부에 이름이 있는지뿐 아니라 주식 취득과 명의개서가 끝났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상장회사에는 더 낮은 지분 기준과 일정한 계속보유기간을 둔 특례가 있습니다. 한편 일반 규정에 따른 청구가 가능한지는 별도로 검토될 수 있으므로, 회사가 상장회사인지와 어느 기준을 이용한 청구인지를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적용되는 기준은 청구 당시의 법령과 보유 내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비상장회사
주주명부, 주식양수도계약서, 명의개서 자료 등을 통해 청구 당시의 주주 지위와 지분율을 확인합니다.
상장회사
증권계좌 잔고증명서와 거래내역으로 지분율 및 계속보유기간을 확인하고, 적용할 수 있는 일반 규정과 상장회사 특례를 구분합니다.

청구 목적과 문서 범위는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회계장부 열람·등사를 요구할 때에는 그 이유를 적은 서면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경영진이 의심스럽다”거나 “회사 자료를 전부 달라”고 적기보다, 어느 기간의 어떤 거래를 왜 확인하려는지 밝혀야 회사도 청구의 정당성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사업연도의 관계회사 거래, 일정 금액 이상의 자금 지출, 대표자와 관련된 대여금처럼 기간·계정·거래 유형을 좁힐 수 있습니다. 의혹을 미리 완전히 증명해야만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주주권 행사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드러나야 합니다.

  • 청구서에 작성일, 수신 회사, 청구인의 주주 지위를 적었는지
  • 확인하려는 거래와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는지
  • 총계정원장, 분개장, 전표, 세금계산서 등 문서 종류와 대상 기간을 정했는지
  • 열람뿐 아니라 필요한 범위의 복사 또는 촬영을 요구했는지
  • 내용증명 발송증명, 배달조회 결과, 이메일 원문 등 도달 자료를 보관했는지

열람 대상은 이름이 ‘장부’인 자료에만 한정되지 않고 회계 처리의 근거가 되는 서류까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사회 의사록, 인사자료, 모든 계약서가 당연히 포함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가 보유한 장부를 확인하는 권리이므로, 존재하지 않는 분석표나 설명서를 새로 작성해 달라는 요구와도 구별해야 합니다.

영업비밀이라는 말만으로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춘 청구에 대해 회사가 거부하려면, 그 청구가 부당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경쟁회사에 정보를 넘기려는 목적, 회사나 다른 주주에게 손해를 주려는 목적, 주주권 행사와 관계없는 개인적 목적,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광범위한 요구인지 등이 판단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장부에 거래처 정보나 원가 자료가 들어 있다는 사정도 함께 고려됩니다. 그러나 영업비밀이 포함되었다는 말만으로 모든 자료를 일괄 거절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문제되는 항목의 가림 처리, 열람 장소와 시간의 제한, 대상 기간의 축소처럼 주주의 확인 필요와 회사의 비밀 보호를 함께 고려할 방법이 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회사가 보낸 거부 통지서에는 어떤 자료를 왜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인지, 일부 열람은 가능한지, 청구 목적을 어떻게 부당하다고 보는지가 적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구두 답변만 받았다면 답변 날짜와 담당 부서, 설명 내용을 기록해 두면 이후 쟁점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주의허락 없이 자료를 가져오거나 계정에 접속하지 않아야 합니다

열람 요구가 거절되었다고 해서 회사 사무실에 들어가 장부를 반출하거나, 권한 없이 회계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료의 확보 방법 자체가 별도의 민사·형사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적법한 열람 절차와 구분해야 합니다.

거부 이후에는 자료와 시점을 함께 정리합니다

회계장부 열람 청구 자체에는 주주총회 결의 취소처럼 모든 사건에 공통되는 짧은 제소기간이 적용된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열람이 필요한 목적에는 시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주주총회 결의나 임원의 책임, 특정 거래를 별도로 다투려는 경우에는 각 절차의 기한이 결의일 등 법에서 정한 시점부터 따로 진행될 수 있고, 회사의 답변을 기다렸다고 당연히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1. 주주 지위 자료를 모읍니다

    등기사항증명서로 회사 형태와 상장 여부를 보고, 주주명부 사본이나 증권계좌 잔고증명서로 청구 당시의 보유 주식과 보유기간을 확인합니다.

  2. 청구와 답변을 시간순으로 놓습니다

    청구서 작성일, 회사에 도달한 날, 회사의 이메일 답변과 거부 통지서 날짜를 한 줄로 정리합니다. 서면의 청구 이유와 실제 요청 문서도 함께 대조합니다.

  3. 보완 가능한 부분을 구분합니다

    문서 범위가 지나치게 넓거나 목적이 모호했다면 기간과 계정을 좁힌 보완 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일부 열람이나 가림 처리를 제시했다면 확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조건인지 살펴봅니다.

  4. 법원 절차의 필요성과 긴급성을 따져 봅니다

    협의로 해결되지 않으면 열람·등사를 구하는 본안절차나 임시 지위를 정하는 절차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주주 지위, 서면 청구, 대상 장부의 존재, 회사의 거부 내용과 열람이 늦어질 때 생길 불이익을 각각 자료로 설명해야 합니다.

회계장부 분쟁은 ‘주주니까 모두 보여 달라’는 주장과 ‘영업비밀이니 하나도 보여 줄 수 없다’는 답만으로 정리되기 어렵습니다. 주식 보유 자료, 구체적인 청구서, 대상 장부의 성격, 회사가 제시한 거부 이유를 차례대로 맞춰 보는 것이 판단의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