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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혁 변호사법률노트

계약서 대리서명으로 사문서위조 신고를 받았다면 확인할 것

계약서에 다른 사람의 이름을 대신 적었다고 언제나 사문서위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서명 당시 작성 권한이 있었는지, 허락받은 계약 조건을 넘지 않았는지, 완성된 문서를 누구에게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나누어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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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나 회사 관계자의 부탁을 받고 계약서에 대신 서명했는데 사문서위조로 신고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가장 먼저 구분할 것은 글씨를 누가 썼는지만이 아닙니다. 계약서에 표시된 작성자가 누구인지, 그 사람에게서 작성 권한을 받았는지, 허락받은 범위 안에서 작성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명의자의 허락이 있었다는 주장만으로 바로 문제가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언제, 누구에게서, 어떤 계약 조건까지 허락받았는지가 중요합니다. 반대로 서명을 직접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위조가 성립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문서위조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할까

사문서위조는 행사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 명의의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문서를 권한 없이 작성하는 경우가 중심입니다. 매매계약서, 임대차계약서, 차용증처럼 법률관계를 정하는 문서는 일반적으로 여기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명의자의 이름과 서명만 적혀 있다면 문서상 작성자는 명의자로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명의자 대리인’이라는 표시와 실제 서명자의 이름이 함께 적혀 있다면 대리 형태로 작성된 문서인지 살펴보게 됩니다. 다만 대리인이라고 표시했더라도 실제 권한이 있었는지는 별도 문제입니다.

형사상 문서위조 판단
작성 당시 명의자의 권한 부여가 있었는지, 권한 범위를 넘었는지, 진정한 문서처럼 사용할 목적이 있었는지를 살핍니다.
민사상 계약 효력
계약이 본인에게 효력이 있는지, 무권대리인지, 본인이 나중에 추인했는지 등을 판단합니다. 민사상 계약이 유효하다는 사정과 형사상 위조가 아니라는 판단은 항상 같지는 않습니다.

허락을 받았다면 범위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작성 권한은 반드시 위임장이라는 제목의 문서로만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구두 지시나 메신저 대화로 권한이 주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는 막연한 관계보다 구체적인 허락의 내용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상대방과 정해진 금액으로 계약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금액, 계약기간, 위약금 조항을 임의로 바꿨다면 권한을 벗어났는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평소 도장을 보관했거나 다른 서류를 대신 처리해 왔다는 사정도 참고 자료는 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명의자가 보낸 메신저 원문과 이메일이 있는지
  • 계약 상대방, 금액, 기간, 특약을 구체적으로 승인받았는지
  • 위임장, 내부 결재 문서, 업무분장표 등 권한을 보여주는 자료가 있는지
  • 과거에도 같은 방식으로 계약했고 명의자가 이를 알고 처리했는지
  • 계약 후 명의자가 받은 보고와 당시 반응이 무엇이었는지

명의자가 계약 후 동의했다는 사실은 당시의 관계와 사전 허락을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성이 끝난 뒤의 추인이 작성 당시 없던 권한을 당연히 소급해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사전 동의와 사후 수습은 구분해야 합니다.

계약서를 만든 과정과 사용한 과정을 나누세요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는 서로 다른 행위입니다. 실제 제출까지 하지 않았더라도 행사할 목적으로 문서를 완성했다면 위조 여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완성된 계약서를 상대방, 금융기관, 회사 담당자 등에 진정한 문서처럼 제시했다면 사용 경위도 따로 조사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서 작성일만 볼 것이 아니라 전달 시각과 방법을 정리해야 합니다. 종이 원본을 직접 건넸는지, 서명한 PDF를 이메일로 보냈는지, 메신저에 사진만 올렸는지, 행정기관이나 금융기관에 제출했는지에 따라 확인할 자료가 달라집니다. 계약에 따라 돈이 지급됐다면 입출금 내역과 지급 목적도 함께 살펴야 하며, 경우에 따라 문서 범죄와 별개의 혐의가 조사될 수 있습니다.

원본과 서명 전후 기록을 보존하세요

사건 경위를 설명하려면 결론을 먼저 정하기보다 시간순 기록을 만드는 편이 안전합니다. 계약서 초안부터 최종본까지 내용이 어떻게 바뀌었고, 누가 수정했는지를 확인하면 권한의 범위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1. 문서의 모든 버전을 모읍니다

    종이 계약서 원본, 스캔본, 수정 전 파일과 최종 PDF를 구분합니다. 파일 생성·수정 시각과 이메일 첨부 내역도 그대로 보존합니다.

  2. 서명 전후 대화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메신저 원문, 이메일, 당시 작성한 일정표와 적법하게 보유한 통화 녹음에서 계약 상대방과 조건을 지시하거나 보고한 부분을 확인합니다.

  3. 문서가 이동한 경로를 확인합니다

    이메일 발송 기록, 우편 접수증, 계약 상대방의 수신 답변, 입출금 내역을 대조해 언제 누구에게 사용됐는지 정리합니다.

주의대화를 고치거나 사후 자료를 당시 자료처럼 만들면 안 됩니다

메신저를 삭제·편집하거나 날짜를 바꾼 확인서를 만드는 행동은 원래 쟁점과 별도의 불신을 낳을 수 있습니다. 사후 확인서를 받았다면 작성 날짜와 경위를 숨기지 말고, 기존 원문과 구분해 보관해야 합니다.

수사기관 연락을 받았다면 무엇을 정리할까

출석요구서나 수사기관 안내를 받았다면 출석 일시, 사건번호, 표시된 혐의명과 담당 기관부터 확인합니다. 고소인이 주장하는 내용이 단순히 서명을 대신했다는 것인지, 계약 조건을 임의로 바꿨다는 것인지, 문서를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는 것인지도 구별해야 합니다.

진술할 때는 ‘평소 허락받았다’는 표현에 머물기보다 누가, 언제, 어떤 말로, 어느 범위까지 허락했는지를 나누어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직접 들은 내용과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들은 내용, 기억나는 사실과 추측도 구분해야 합니다. 정확하지 않은 날짜를 단정하기보다 계약서 원본, 메신저 전송 시각, 계좌 거래일과 대조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핵심 정리

대리서명 사건에서는 필체보다 작성 권한과 그 범위가 핵심입니다. 계약서 원본과 위임 자료, 서명 전후 대화, 문서 전달 기록을 시간순으로 맞춘 뒤 민사상 계약 효력과 형사상 위조 여부를 따로 살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