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에서 정한 돈을 이미 송금했는데 통장이 압류되거나 부동산 경매가 시작됐다면, 먼저 두 문제를 나누어야 합니다. 실제로 판결상 의무가 모두 없어졌는지와 현재 진행 중인 집행을 당장 멈출 수 있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채무자가 변제했다고 말하거나 청구이의의 소를 냈다는 사실만으로 강제집행이 자동으로 정지되지는 않습니다.
판결의 잘못이 아니라 판결 뒤의 변화를 다투는 절차
청구이의의 소는 판결 등 집행권원에 적힌 청구권이 나중에 없어졌거나 줄었다는 이유로 그 집행을 허용하지 말아 달라고 구하는 절차입니다. 확정판결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재판의 기준이 된 변론이 끝난 뒤에 생긴 사유가 중심이 됩니다. 판결 뒤 돈을 갚았거나, 채권자가 빚을 면제했거나, 합의에 따라 채무 내용이 바뀐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반대로 판결 전에 이미 존재했고 당시 재판에서 주장할 수 있었던 사정은 보통 항소 등 판결에 대한 불복 절차에서 다룰 문제입니다. 이를 나중에 청구이의 사유로 다시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지급명령, 조정조서, 공정증서처럼 집행권원의 종류가 다르면 어느 시점까지의 사유를 주장할 수 있는지도 달라질 수 있으므로, 집행권원 원본과 성립 과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변제했다고 해도 ‘전부 이행’인지 계산해야 합니다
돈을 한 차례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판결 내용이 모두 이행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판결 원금 외에 지급일까지의 지연손해금, 일부 소송비용이나 집행비용이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송금액이 부족하다면 실제로 없어진 채무의 범위만큼만 집행이 제한되고, 남은 금액에 대해서는 집행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상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채무자 역시 채권자에게 받을 돈이 있어 서로 맞바꾸려는 경우에는 그 반대채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변제기가 왔는지, 상계가 제한되는 채권은 아닌지, 상계 의사표시가 언제 상대방에게 도달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물건 인도나 건물 명도처럼 돈이 아닌 의무라면 열쇠 전달, 점유 이전, 인도확인서 등 판결에서 정한 대상과 방식대로 이행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청구이의와 집행정지는 하는 일이 다릅니다
- 청구이의의 소
- 변제·상계·면제 등으로 청구권이 없어지거나 줄었다는 점을 심리하여, 해당 집행권원에 따른 강제집행을 허용할 것인지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소송입니다.
- 집행정지
- 청구이의 판결이 나오기 전에 압류, 추심, 매각 같은 집행 절차가 더 진행되지 않도록 임시로 멈추는 절차입니다. 별도의 신청과 법원 결정이 필요할 수 있고, 담보 제공 조건이 붙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청구이의 소장이 접수됐더라도 집행정지 결정이 없으면 매각이나 추심 절차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법원에서 정지 결정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결정문이 해당 집행기관에 제출되어 실제 사건에 반영됐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채권자가 작성한 변제수령증서나 집행 연기 동의서처럼 법에서 정한 서류가 있으면 집행기관 단계에서 일시 정지를 검토할 여지도 있습니다. 그러나 채무자 명의의 단순 이체내역이나 채권자의 구두 약속이 언제나 같은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서류 작성자, 문구, 대상 채권과 금액, 작성일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영수증 한 장보다 지급 경위를 함께 남겨야 합니다
판결 뒤 변제했다는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채무자 측에서 자료로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가족이나 회사 명의로 대신 송금했거나 여러 채무를 한꺼번에 정산했다면 그 돈이 어느 판결금에 충당된 것인지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 판결문·지급명령·조정조서 등 집행권원의 종류와 사건 표시
- 판결의 변론종결일과 송달일, 확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 송금일,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 금액, 적요가 표시된 입출금 내역 원본
- 채권자가 작성한 영수증, 완납확인서, 합의서의 원문
- 상계·면제·기한 연장을 알린 내용증명과 메신저 원문, 도달 자료
- 압류명령·경매개시결정 등 집행 서류를 받은 날짜와 현재 진행 단계
- 판결 원금, 지연손해금, 이미 지급한 금액을 날짜별로 정리한 계산표
메신저 화면 일부만 잘라 보관하면 앞뒤 대화나 상대방 계정을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원문과 전송 일시를 보존하고, 영수증에는 어떤 채권의 얼마를 받았는지가 적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집행 일정이 먼저인지 확인한 뒤 절차를 정합니다
- 집행권원과 기준시점을 확인합니다
판결문과 확정 관련 서류를 확인해 다투려는 변제·상계 사유가 재판의 기준시점 뒤에 생겼는지 정리합니다.
- 남은 채무액을 다시 계산합니다
원금만이 아니라 지급일까지의 지연손해금과 비용을 나누어 계산하고, 각 송금이 어느 채무에 사용됐는지 확인합니다.
- 현재 집행 단계를 파악합니다
압류명령 송달일, 은행의 추심 처리 여부, 부동산 매각기일 등을 사건기록과 통지서에서 확인합니다. 이미 추심이나 배당이 끝난 부분은 집행정지만으로 되돌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 본안 판단과 임시 정지를 따로 준비합니다
청구이의가 필요한지와 함께 집행정지 신청의 필요성, 제출할 증거, 담보 조건 가능성을 검토합니다. 결정이 내려지면 해당 집행사건에 제출·반영됐는지도 확인합니다.
청구이의의 소에는 항소처럼 판결문을 받은 날부터 며칠이라는 하나의 공통 기간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추심금이 지급되거나 매각·배당이 끝나 집행이 완료되면 청구이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워지고, 이미 지급된 돈을 돌려받는 별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집행권원의 종류와 진행 단계에 따라 예외가 있으므로 통지서를 받은 날짜와 예정된 절차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