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갑자기 부동산을 팔거나 거액을 투자하고, 대출·보증 계약까지 했다면 먼저 계약한 날짜와 그 순간의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현재 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보다 계약 당시 계약의 내용과 결과를 이해할 수 있었는지가 핵심입니다. 성년후견이 시작되었는지, 상대방이 충분히 설명했는지, 속임수나 압박이 있었는지도 별개의 쟁점으로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진단명만으로 계약이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의사능력이란 자신의 행동이 어떤 법적 결과를 가져오는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부동산을 얼마에 파는지, 받은 돈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보증을 서면 누구의 빚을 부담할 수 있는지처럼 해당 계약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의사능력은 사람에게 항상 있거나 항상 없는 것으로만 판단하지 않습니다. 인지 기능이 나빠졌더라도 상태가 비교적 또렷한 때가 있을 수 있고, 평소 대화가 가능하더라도 복잡한 투자 구조나 거액 보증의 위험은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계약의 종류와 금액, 설명의 난이도, 계약 당시 건강 상태를 함께 살핍니다.
- 의사능력이 없었던 경우
- 계약 당시 내용을 판단할 능력이 없었다면 법률행위가 처음부터 효력이 없는지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를 주장하는 쪽은 당시 상태를 보여 주는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해야 합니다.
- 후견에 따른 제한이 있었던 경우
-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 결정의 종류와 범위에 따라 취소 가능성을 검토합니다. 후견이 시작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계약의 효력이 똑같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 속임수나 부당한 압박이 있었던 경우
- 의사능력이 있었다고 보더라도 사기·강박이나 현저히 불공정한 거래에 해당하는지는 별도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각각 필요한 사실과 법적 요건이 다릅니다.
자료는 계약 전후의 시간순으로 모아야 합니다
법원이나 거래 상대방은 계약한 날의 상태를 직접 알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계약 직전부터 직후까지 남아 있는 자료가 중요합니다. 몇 달 뒤의 진단 결과도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과거 계약 순간의 능력이 바로 증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 계약서 원본과 수정본, 계약 날짜·시간·장소, 서명 또는 날인 과정
- 계약 전후의 진료기록, 인지기능 검사 결과, 처방전, 입원·퇴원 기록
- 계약금과 잔금의 입출금 내역, 대출 실행 내역, 돈이 최종적으로 이동한 계좌
- 상대방이나 중개인과 주고받은 메신저 원문, 문자, 이메일, 기존 녹음 파일
- 상품설명서, 확인서, 위임장, 인감증명서 발급 자료와 설명을 들은 사람
- 계약 직후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계약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 정황을 적은 기록
진료기록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자유롭게 발급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 본인의 동의 여부, 의사표현 가능성, 신청인의 지위와 의료 관련 절차를 확인해야 합니다. 원본 휴대전화나 메신저 내용을 임의로 삭제하거나 편집하지 말고, 파일의 생성 시각과 전체 대화 흐름이 남도록 보존하는 편이 좋습니다.
후견이 시작된 시점과 결정 범위를 확인합니다
후견이 문제 된다면 가정법원의 심판문과 후견등기사항증명서를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후견 개시 결정이 확정된 날짜가 계약 전인지 후인지가 중요합니다. 계약 뒤에 성년후견이 시작되었다고 해서 그 전 계약이 자동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전 계약은 당시 실제 의사능력을 중심으로 다시 판단합니다.
성년후견을 받는 사람의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대가가 지나치지 않은 행위 등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법원이 취소할 수 없는 행위의 범위를 따로 정했을 수도 있습니다. 한정후견은 법원이 동의가 필요하다고 정한 행위의 범위를 확인해야 하며, 특정후견은 원칙적으로 본인의 행위능력을 제한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가족이라는 사정만으로 누구나 계약을 취소하거나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본인, 법정대리인, 후견인 중 누가 어떤 권한을 갖는지는 후견 결정과 계약 시점에 따라 확인해야 합니다.
거래 조건과 상대방의 설명 과정도 따로 살핍니다
시가보다 낮은 가격,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 본인에게 필요하지 않은 상품은 의심할 만한 사정입니다. 다만 거래가 불리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의사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계약서에 서명했고 질문에 답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이해 능력이 있었다고 확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상대방이 계약의 핵심 위험을 쉬운 말로 설명했는지, 가족과 상의하려는 요청을 막았는지, 서명을 재촉했는지, 계약금이 본인이 아닌 제3자에게 흘러갔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나 금융회사 직원의 설명 기록, 신분 확인 자료, 상담 녹취, 당시 작성된 확인서도 판단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계약 효력을 다투기 전에 확인할 순서
- 계약의 현재 상태 확인
계약금만 지급되었는지, 잔금과 소유권 이전까지 끝났는지, 대출이나 보증 채무가 이미 실행되었는지 살핍니다. 부동산이라면 최신 등기사항증명서도 확인합니다.
- 계약 당시 상태 정리
계약 전후의 진료 날짜, 복용 약, 입원 여부, 인지기능 검사, 일상생활 상태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현재 상태와 계약 당시 상태를 섞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 법적 근거 구분
의사능력 부족에 따른 무효인지, 후견에 따른 취소인지, 사기·강박이나 불공정한 거래가 문제인지 구분합니다. 여러 근거가 함께 검토될 수도 있지만 필요한 증거는 서로 다릅니다.
- 권한과 기간 확인
누가 취소 의사표시나 소송을 할 수 있는지, 상대방과 제3자에게 어떤 영향이 생기는지 확인합니다. 이미 재산이 다시 처분되었다면 보전절차의 필요성과 위험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민법상 취소권에는 일반적으로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라는 기간 제한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추인할 수 있는 날’이 언제인지는 제한의 원인이 사라진 시점, 행위를 알게 된 시점, 법정대리인의 지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의사능력 부족에 따른 무효 주장에는 이 취소권 기간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돈이나 재산을 돌려받는 청구에는 별도의 소멸시효와 제3자의 권리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계약 당시의 이해 능력과 구체적인 거래 과정입니다. 계약서, 진료기록, 입출금 내역, 후견 심판문처럼 날짜가 확인되는 자료를 먼저 대조하고, 계약 이행 단계와 기간 제한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