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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혁 변호사법률노트

업무상 횡령·배임 차이, 회사 돈 사용이 문제 됐다면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회사 돈을 개인적으로 썼다는 의심만으로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이 바로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금을 보관한 지위, 맡은 임무, 사용 목적과 권한, 승인 과정, 회사의 손해를 자료별로 나누어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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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계좌에서 돈을 인출했거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면, 먼저 회사 재물을 보관하던 사람이 임의로 처분한 것인지, 아니면 회사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를 어겨 회사에 손해를 준 것인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앞의 구조는 횡령, 뒤의 구조는 배임과 주로 연결됩니다. 같은 자금 사용을 두고 두 혐의가 함께 거론되기도 하지만, 명칭보다 실제 권한과 돈의 흐름을 확인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횡령과 배임은 출발점이 다릅니다

횡령은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자기 것처럼 사용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경우가 기본입니다. 회사 계좌의 인출 권한을 맡은 임직원이 회사 돈을 개인 채무 변제나 사적 소비에 썼다면, 회사 자금을 어떤 지위에서 관리했는지와 회사로 돌려줄 의사 없이 처분했는지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배임은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여 자신이나 제3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주고,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가 기본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의 계약이나 대출, 담보 제공, 거래 조건 결정을 맡은 사람이 권한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사안에서는 맡은 임무의 내용과 회사 손해를 따지게 됩니다.

여기서 ‘업무상’이라는 말은 단순히 회사에서 일하다 생긴 일이라는 뜻만은 아닙니다. 직무나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따라 재물을 계속 보관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해 온 관계인지가 중요합니다. 법인 대표나 임원도 법인과는 별개의 주체이므로, 자신이 지분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법인 자금을 언제든 개인 돈처럼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 돈을 썼다는 사실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회삿돈이 개인 계좌로 이동했다는 사실은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그것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다음 사실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 보관 권한: 누가 통장, 인감, OTP, 법인카드와 인터넷뱅킹 권한을 관리했는지
  • 사용 목적: 거래처 대금, 출장비, 임직원 가불금, 대여금, 개인 생활비 중 무엇이었는지
  • 승인 범위: 대표이사 결재, 이사회 의결, 비용 규정이나 사전 합의가 있었는지
  • 회계 처리: 급여·상여·대여금·가지급금·업무비용 가운데 어떤 항목으로 기록됐는지
  • 회사 손해: 돈이 실제로 회수되지 않았는지, 회수 가능성이 있었는지, 상대방이나 제3자가 어떤 이익을 얻었는지

내부 규정을 어겼거나 세무상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곧바로 형사상 횡령·배임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장부에 가지급금이나 대여금으로 적었다는 이유만으로 적법한 사용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작성 당시 실제로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 상환 조건이 정해졌는지, 회사가 정상적인 절차로 승인했는지를 함께 봅니다.

승인과 사후 반환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회사의 승인 자료는 자금 사용 권한과 고의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합니다. 다만 형식적인 결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승인한 사람에게 그 권한이 있었는지,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았는지, 승인받을 때 사용 목적과 금액을 사실대로 알렸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반대로 정산을 전제로 먼저 지출했고 실제 업무에 사용했다면 개인 소비와는 다르게 볼 여지가 있습니다. 자금을 나중에 회사에 돌려준 사정도 피해 회복이나 당시 의도를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제기된 뒤 변제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성립한 범죄가 자동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반환 날짜, 반환 경위, 수사나 감사가 시작된 시점의 앞뒤를 나누어야 합니다.

자료는 돈의 흐름과 승인 과정을 따로 모읍니다

자료가 많더라도 날짜와 금액을 연결하지 않으면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문제 된 지출마다 인출일, 금액, 수취인, 사용처, 승인자, 정산일을 한 줄씩 적어 시간순 표를 만드는 방법이 유용합니다. 그다음 아래 원문 자료와 맞춰볼 수 있습니다.

  • 회사 계좌와 개인 계좌의 입출금 내역, 법인카드 이용명세서
  • 지출결의서, 전표, 세금계산서, 영수증, 대여금 약정서와 상환 내역
  • 정관, 직무규정, 위임장, 이사회·주주총회 의사록 등 권한을 보여 주는 문서
  • 전자결재 기록과 이메일, 메신저 원문 등 승인 내용과 사용 목적을 보여 주는 자료
  • 외부감사 자료, 내부 감사보고서, 회계장부 수정 이력과 세무신고 자료

메신저는 유리해 보이는 한 문장만 떼기보다 날짜와 참여자가 보이는 전후 대화를 함께 보관하는 편이 좋습니다. 파일의 작성일이나 수정 이력도 쟁점이 될 수 있으므로 원본을 임의로 고치거나 삭제하지 말고, 별도 사본에서 정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수사나 내부 감사가 시작됐다면 확인할 순서

경찰 출석요구서나 회사 감사 통지서를 받았다면 자신이 참고인인지 피의자인지, 문제 삼는 거래의 날짜와 금액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수사기관 안내에 적힌 출석일과 요구 자료도 원문 그대로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기억이 불확실한 부분을 추측으로 채우기보다 당시 결재 문서와 계좌 내역을 기준으로 사실을 구분해야 합니다.

  1. 문제 된 각 거래의 날짜·금액·수취인을 특정합니다.
  2. 당시 맡았던 직무와 계좌 관리 권한을 확인합니다.
  3. 자금의 실제 사용처와 회사 업무의 관련성을 자료로 연결합니다.
  4. 사전 승인, 사후 보고, 회계 처리와 반환 경위를 각각 구분합니다.
  5. 회사에 발생했다는 손해의 내용과 계산 근거를 확인합니다.

공소시효도 단순히 첫 인출일부터 일률적으로 계산하기 어렵습니다. 적용되는 죄와 법정형, 각 행위가 끝난 시점, 여러 차례 지출의 관계, 시효 정지 사유와 당시 법률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래된 거래라면 막연히 기간이 지났다고 단정하기보다 거래별 완료 시점과 수사·재판 기록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업무상 횡령과 배임은 자금이 빠져나갔다는 한 가지 사실보다 보관관계, 임무의 범위, 권한과 승인, 사용 목적, 회사 손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핵심입니다. 내부 징계나 손해배상 책임은 형사책임과 판단 기준이 다를 수 있으므로, 각 절차에서 요구하는 사실과 자료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