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빌린 상가에 다른 사업자를 입점시키거나 매장 일부를 사용하게 하려면, 먼저 거래의 이름보다 실제 구조를 살펴야 합니다. 원래 임차인이 계속 계약 당사자로 남는 전대인지, 임차인 지위 자체를 넘기는 임차권 양도인지, 단순히 공간과 설비를 함께 쓰는 것인지에 따라 필요한 동의와 책임이 달라집니다. 새 사업자가 독립적으로 공간을 지배하고 일정한 돈을 낸다면 ‘공동 운영’이라고 불러도 전대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대와 임차권 양도는 무엇이 다른가
- 전대
- 원래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유지하면서 상가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다시 빌려주는 구조입니다. 임대인과의 관계에서는 원래 임차인이 계속 임차료 지급 등 계약상 책임을 집니다.
- 임차권 양도
- 기존 임차인의 계약상 지위를 새 임차인에게 넘기는 구조입니다. 임대인이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과 기존 임차인의 책임이 끝나는 시점을 문서로 분명히 해야 합니다.
- 공동사용·위탁운영
- 상호, 계산대, 직원, 출입 열쇠, 영업수익과 비용을 누가 관리하는지에 따라 전대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계약서 제목만으로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민법상 임차인은 원칙적으로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임차물을 전대할 수 없고, 이를 어기면 임대인이 계약 종료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상가 임대차에서는 무단 전대가 계약갱신요구권 행사에도 불리한 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 단순히 월세만 잘 내면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건물의 아주 작은 부분을 다른 사람에게 사용하게 한 경우에는 민법상 별도 검토가 가능한 예외가 있습니다. 그러나 면적이 작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상가 임대차 관련 규정, 원래 계약의 사용 목적, 독립 영업 여부가 함께 문제되므로 ‘일부 공간’이라는 말만 믿고 동의를 생략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전대 금지 조항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원래 임대차계약서와 특약을 먼저 펼쳐 보아야 합니다. ‘전대 및 임차권 양도 금지’, ‘제3자 공동사용 금지’, ‘임대인의 사전 서면 동의 필요’ 같은 문구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계약서에 전대 조항이 없더라도 법의 일반 원칙에 따라 임대인 동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금지 조항이 있더라도 임대인이 특정 사업자와 특정 범위의 전대를 새로 승인할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기존 특약의 예외임을 명확히 적는 편이 좋습니다. 임대인이 알고도 가만히 있었다거나 전차인 명의의 송금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묵시적 동의가 인정되는지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메신저 원문, 입금 날짜와 계좌 명의, 당시 대화 내용을 함께 보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동의는 누구에게, 어떤 내용으로 받아야 하나
동의를 할 사람은 원칙적으로 원래 임대차계약의 임대인입니다. 다만 상가 소유자가 바뀌었거나 대리인이 관리하는 경우에는 최근 발급한 등기사항증명서, 임대차계약서의 임대인 표시, 위임장 등으로 권한을 확인해야 합니다. 공동소유 건물이라면 기존 계약을 누가 어떤 권한으로 체결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법이 모든 전대 동의에 하나의 정해진 서식을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분쟁을 줄이려면 말로만 허락받기보다 임대인·임차인·전차인의 관계가 드러나는 서면을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동의서 또는 3자 합의서에는 다음 사항을 구체적으로 적을 수 있습니다.
- 전대할 층, 호수, 면적과 도면상 위치
- 전차인의 표시와 허용하는 업종 및 사용 목적
- 전대 기간과 원래 임대차 종료 시 처리 방법
- 전대 보증금, 월 차임, 관리비의 금액과 지급 계좌
- 간판, 내부 공사, 영업허가와 원상회복 책임
- 보증금을 누가 받아서 누구에게 반환하는지
특히 전대 기간을 원래 임대차 기간보다 길게 정할 때에는 주의해야 합니다. 전대차는 원래 임대차를 바탕으로 하는 구조이므로 주계약의 종료 사유와 방식에 따라 전차인의 사용 관계도 영향을 받습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합의 종료, 해지 통지, 차임 연체로 인한 종료는 법적 효과가 모두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원래 계약의 종료 통지서를 받은 날짜와 종료 사유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사업자등록이 되었다고 전대 동의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전차인이 세무서에서 사업자등록을 마쳤다고 해서 임대인이 민사상 전대에 동의한 것으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사업자등록은 세무 행정상의 절차이고, 임대차계약상 동의 여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세무서에서는 전대차계약서, 원래 임대차계약서, 임대인의 동의 자료 등을 요구할 수 있으므로 신청 전에 관할 기관의 안내를 확인해야 합니다.
업종에 따라 영업신고나 허가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건축물의 용도, 소방시설, 위생시설 때문에 등록이나 허가가 제한될 수 있으므로 사업자등록 가능 여부만 확인해서는 부족합니다. 전대 동의서에 업종이 적혀 있어도 행정기관의 허가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대 보증금은 지급 경로와 반환 주체가 중요합니다
보통 전차인은 전대인인 원래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하고, 반환도 원래 임차인에게 청구하는 구조입니다. 임대인이 전대에 동의했다는 사실만으로 전대 보증금을 당연히 반환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인 계좌로 돈을 보냈더라도 단순 수령 대행인지, 임대인이 직접 반환 책임을 맡은 것인지 문구에 따라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계좌번호만 전달받지 말고 보증금 수령자, 보관 목적, 반환 의무자와 반환 조건을 계약서에 적어야 합니다. 계좌이체 내역의 예금주, 영수증, 3자 합의서의 표현이 서로 일치하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핵심 정리전대를 준비할 때에는 원래 계약서의 금지 조항, 실제 사용할 공간, 임대인의 권한과 서면 동의, 사업자등록·영업허가 서류, 보증금 지급 구조를 순서대로 맞춰 보아야 합니다. 특히 ‘동의’가 어느 사업자와 어느 공간까지 허용하는지 문서에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