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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혁 변호사법률노트

계약 조건을 잘못 이해하고 서명했다면, 착오 취소 판단 기준

계약 조건을 잘못 이해한 채 서명했다고 해서 언제나 취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을 잘못 알았는지, 그 조건이 계약의 중요 부분인지, 본인의 확인 과정과 상대방의 인식 여부를 교섭 자료로 살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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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를 읽고 서명했지만 나중에 수수료 계산 방식, 계약 기간, 물건의 규격이나 당사자를 잘못 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먼저 계약 문구 자체를 잘못 이해한 것인지, 상대방이 거짓말을 한 것인지, 문서가 실제 합의와 다르게 작성된 것인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각각 착오 취소, 사기에 의한 취소, 계약 내용 해석이나 채무불이행 문제로 판단 기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서명한 날짜의 계약서와 첨부 문서, 계약 전 제안서, 메신저 원문, 이메일, 녹음 파일, 대금 입출금 내역을 시간순으로 맞춰 보아야 착오가 생긴 지점과 계약 결정에 미친 영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착오 취소가 인정되려면 무엇이 중요할까

민법상 의사표시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을 때 취소할 수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여기서 착오는 계약할 때 가진 인식과 실제 사실 또는 표시하려던 내용이 서로 어긋난 상태를 말합니다.

중요 부분인지는 두 방향에서 살펴봅니다. 먼저 그 사실을 제대로 알았다면 당사자 본인이 계약하지 않았을 것인지가 문제됩니다. 여기에 보통 사람도 같은 상황에서 계약 여부나 조건을 달리 정했을 정도로 중요한 사항인지도 함께 고려됩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사정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핵심 정리

잘못 안 내용이 계약의 핵심 조건이고, 이를 바로 알았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교섭 과정과 계약 구조에서 드러나야 합니다.

어떤 종류의 오해였는지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계약 금액을 잘못 적거나 수량을 착각한 경우처럼 표시 자체에 잘못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정 물건이나 사람을 다른 대상으로 오인하거나, 거래 대상의 성질·규격·권리관계를 잘못 안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작은 계산 차이나 계약 목적에 영향을 주지 않는 부수적 사정은 중요 부분으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계약을 하게 된 개인적인 이유나 기대를 잘못 판단한 경우는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앞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거나 사업 수익이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다는 사정은 보통 마음속 동기에 가깝습니다. 이런 사정이 상대방에게 표시되어 계약의 전제가 되었는지, 계약서나 제안서에 조건으로 반영되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설명이 사실과 달랐다면 착오와 별도로 기망 여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의견이나 전망인지, 현재 사실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인지, 상대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알았는지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서를 확인하지 않은 잘못이 크다면

착오가 계약의 중요 부분에 관한 것이어도 당사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취소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중대한 과실은 조금 부주의했다는 정도가 아니라, 계약의 종류와 당사자의 경험에 비추어 당연히 해야 할 확인을 현저하게 하지 않은 경우를 뜻합니다.

계약서에 조건이 분명하게 적혀 있었는지, 충분한 검토 시간이 있었는지, 전문가나 사업자로서 반복적으로 다루던 거래인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질문했는지 등이 고려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문구가 여러 의미로 읽히거나, 최종 계약서가 직전 제안과 다르게 바뀌었거나, 상대방의 설명 때문에 확인하기 어려웠다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착오를 알고도 바로잡지 않았거나 착오를 유발·이용한 정황도 중요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상대방이 중대한 과실을 이유로 취소를 막을 수 있는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단순히 알아볼 수도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취소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질문과 답변이 오간 구체적인 기록이 필요합니다.

교섭 자료에서는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계약서 한 장만 보면 당사자가 당시 무엇을 잘못 알고 있었는지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계약 체결 전후 자료를 날짜순으로 정리하면 착오의 내용, 중요성, 상대방의 인식과 본인의 확인 과정을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 서명한 계약서 원본과 약관, 견적서, 별지·첨부 문서가 모두 있는지
  • 초안과 최종본 사이에 금액, 기간, 해지 조건 등이 언제 변경되었는지
  • 메신저 원문과 이메일에서 잘못 이해한 조건을 상대방에게 질문하거나 확인했는지
  • 계약 당일 설명 자료, 통화 녹음, 전자계약 발송 시각에 서로 모순되는 내용이 있는지
  • 계약금·잔금 입출금 내역과 실제 이행 방식이 어느 해석에 가까운지
  • 착오를 알게 된 날짜와 그 뒤 항의, 지급, 물품 수령 등 어떤 행동을 했는지

대화 화면 일부만 잘라 보관하면 앞뒤 문맥이나 전송 시각이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가능한 범위에서 원문과 전체 대화, 파일 정보가 남은 자료를 보존하는 편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취소 통지 전후에 함께 살필 문제

착오 취소는 마음속으로 계약을 없던 일로 생각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취소 의사가 상대방에게 도달해야 하므로, 어떤 계약의 어떤 착오를 이유로 취소한다는 것인지 특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용증명은 발송 내용과 시점을 남기는 방법일 뿐, 그 자체로 취소의 법적 요건이 충족되었다는 결론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1. 계약과 착오의 대상을 특정합니다

    계약 체결일, 계약명, 문제가 된 조항과 실제로 알고 있던 내용을 나누어 적습니다.

  2. 알게 된 시점과 이후 행동을 정리합니다

    착오를 발견한 날짜, 상대방에게 문의한 날짜, 추가 지급이나 물품 사용 여부를 입출금 내역과 메시지로 확인합니다.

  3. 취소 뒤 정산 범위를 계산합니다

    이미 받은 돈이나 물건, 제공된 서비스, 사용 이익과 손해 주장을 구분합니다. 취소가 인정되면 원상회복 문제가 뒤따를 수 있습니다.

  4. 제3자의 권리관계를 확인합니다

    계약 목적물이 다시 양도되거나 담보로 제공되었다면 선의의 제3자에게 취소를 주장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주의착오를 안 뒤에도 계약을 계속 이행한 경우

사정을 알고도 잔금을 지급하거나 물건을 사용하고 계약을 계속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면, 취소권을 포기했거나 계약을 추인한 것인지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일부 이행만으로 언제나 추인이 되는 것은 아니며, 당시 착오를 알았는지와 행동의 의미를 함께 봅니다.

취소권에는 행사 기간도 있습니다. 민법상 일반적으로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하며, 어느 한 기간이라도 지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착오에서는 보통 착오를 알고 취소할 수 있는 상태가 된 때가 첫 기간의 출발점으로 검토되지만, 정확히 언제 알았는지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계약 종류에 적용되는 특별 규정이나 별도의 청구 원인이 있다면 기간과 출발점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통지서, 이메일 수신일과 사실을 확인한 자료의 날짜를 함께 정리해야 합니다.

따라서 착오 계약은 ‘서명했으니 끝’ 또는 ‘잘못 알았으니 당연히 취소’ 중 어느 한쪽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무엇을 잘못 알았는지, 그것이 계약 결정에 얼마나 중요했는지, 누구의 설명과 확인 부족으로 착오가 생겼는지, 발견 뒤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순서대로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