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을 주고받은 뒤 상대방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먼저 누구를 새 피고로 적을지부터 정할 문제는 아닙니다. 사망일이 소장 제출일·송달일보다 앞인지, 사망 당시 법원 기록에 소송대리인이 있었는지, 상속인이 확정됐는지를 먼저 나누어야 합니다. 이 차이에 따라 기존 소송을 이어받는 ‘수계’가 필요한지, 처음부터 당사자 표시를 다시 검토해야 하는지가 달라집니다.
사망 시점에 따라 출발점이 달라집니다
기본증명서나 사망진단서에 적힌 사망일을 소장 제출일, 소장 부본 송달일과 비교해야 합니다. 단순히 사건번호가 만들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소송 도중 사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 소를 제기하기 전에 이미 사망한 경우
- 사망한 사람은 원칙적으로 처음부터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없습니다. 누구를 상대로 한 청구였는지, 소장 내용상 상속인을 가리킨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등에 따라 보정 가능성이 달라지므로 일반적인 수계 문제와 구분해야 합니다.
- 소장 제출 뒤 송달 전에 사망한 경우
- 소송이 계속된 시점과 청구 상대방의 특정 문제가 함께 생길 수 있습니다. 상속인 이름으로 단순 교체하기보다 법원의 보정명령과 사건 진행 기록을 확인해야 합니다.
- 소송이 진행되던 중 사망한 경우
- 사망한 당사자의 소송상 지위를 이어받을 사람이 수계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다만 소송대리인이 있었는지가 중요한 예외가 됩니다.
소송대리인이 있으면 바로 중단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당사자가 소송 도중 사망하면 원칙적으로 소송절차는 중단되고, 상속인이나 상속재산관리인 등 법률상 소송을 이어갈 사람이 수계합니다. 중단된 동안에는 당사자나 법원이 통상적인 소송행위를 계속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사망 당시 적법한 소송대리인이 선임돼 있었다면 절차가 곧바로 중단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대리인은 가족이나 회사 직원이 아니라, 법원에 제출된 소송위임장으로 권한이 확인되는 소송대리인을 뜻합니다. 이 경우 판결정본이나 기일통지서가 대리인에게 송달되고 불복기간도 진행할 수 있으므로, 사망 사실만으로 모든 기한이 멈췄다고 생각하면 위험합니다.
당사자가 생전에 변호사와 상담했거나 다른 업무를 맡겼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해당 사건의 소송위임장, 대리권 범위, 판결정본 송달내역을 확인해야 합니다.
가족관계증명서에 나온 사람을 한 명만 고르면 안 됩니다
수계할 사람은 보통 상속인이지만, 가족관계증명서에 표시된 가족이 모두 최종 상속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선순위 상속인의 존재, 공동상속 관계,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심판, 유언집행자 또는 상속재산관리인의 선임 여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상속인이 여러 명이라면 청구의 성질에 따라 모두가 절차에 참여해야 하는지, 각자의 상속분 범위에서 지위를 이어받는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금전채무인지, 나눌 수 없는 의무인지, 특정 물건의 소유권에 관한 분쟁인지도 확인 대상입니다. 당사자에게만 전속되는 권리처럼 상속되지 않는 청구라면 수계 자체가 허용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기본증명서 또는 사망진단서에 적힌 정확한 사망일
- 소장 제출일과 소장 부본 송달일
- 가족관계증명서·제적등본 등으로 확인되는 상속 관계
- 가정법원의 상속포기·한정승인 심판문과 확정 여부
- 상속재산관리인 또는 유언집행자 선임 결정문
- 소송위임장, 최근 기일통지서, 판결정본 송달내역
수계신청은 단순한 이름 변경과 다릅니다
수계는 사망한 사람의 이름을 전자소송 화면에서 지우고 가족 이름을 넣는 절차가 아닙니다. 누가 어떤 근거로 소송상 지위를 승계하는지를 밝히고, 이를 뒷받침하는 서류를 법원에 제출해야 합니다. 상속인뿐 아니라 상대방도 수계를 신청할 수 있으며, 법원이 승계 관계를 조사해 자료 보완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 사망 사실과 사건 단계를 확인합니다
사망일, 마지막 변론기일, 판결 선고 여부, 최근 송달일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법원의 사건 진행내역과 실제 받은 통지서를 함께 비교하는 것이 좋습니다.
- 승계할 사람과 근거를 정리합니다
공동상속인, 상속포기자, 한정승인자, 상속재산관리인 등을 구분합니다. 법원이 요구하지 않은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나 상세 주소는 불필요하게 노출하지 않도록 제출 범위도 확인합니다.
- 수계신청서와 증명서류를 제출합니다
사망한 당사자와 수계신청인의 관계, 승계 근거, 신청 취지를 적고 가족관계 서류나 심판문 등을 붙입니다. 상대방에게도 관련 서류가 송달될 수 있으므로 내용과 개인정보 표시를 점검해야 합니다.
상속포기 기간과 불복기간은 따로 살펴야 합니다
상속인은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때를 기준으로 승인이나 포기를 검토하는 기간을 갖습니다. 법원의 기간 연장, 뒤늦게 채무를 알게 된 사정, 특별한 상속 절차 등 예외가 있을 수 있으므로 사망일만으로 상속포기 가능 기간이 끝났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포기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 수계 시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수계신청 자체에는 모든 사건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단순한 ‘며칠 이내’ 기준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소송대리인이 있어 절차가 중단되지 않았다면 판결정본 송달일을 기준으로 항소 등 불복기간이 계속 진행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제로 절차가 중단된 사건은 수계 통지 시점이 기간 계산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확인할 순서는 사망일과 소송 단계, 대리인 유무, 최종 상속인, 최근 송달내역입니다. 이 네 가지가 정리되어야 누구를 상대로 어떤 방식으로 소송을 계속할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