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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민사·계약 하자·제조물책임(PL)
민사·계약 · 하자·제조물책임(PL) 2026.04.05 조회 1

의료기기 결함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은?

이윤희 변호사

건강을 위해 사용한 의료기기가 오히려 몸에 해를 끼친다면, 그 당혹감과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으실 겁니다. 수술 중 사용된 임플란트가 파손되거나, 혈당 측정기가 엉뚱한 수치를 보여주어 잘못된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처럼, 의료기기 결함으로 인한 피해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실제 상담 현장에서 접할 법한 가상 사례를 통해, 의료기기 결함 피해가 발생했을 때 어떤 법적 쟁점이 있고 어떻게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배경 - A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인천에 거주하는 57세 자영업자 A씨는 2년 전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에는 국내 B사가 제조한 인공관절 부품이 사용되었고, 수술 자체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수술 후 약 14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A씨는 극심한 무릎 통증과 보행 장애를 겪기 시작했습니다. 정밀 검사 결과, 인공관절 부품의 연결 부위에서 미세 균열이 발견되었고, 부품 파편이 관절 주변 조직에 염증을 유발하고 있었습니다. A씨는 재수술이 불가피하게 되었고, 총 치료비 약 3,200만 원과 6개월간의 영업 손실 약 2,400만 원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피해자
A씨 (57세, 자영업)
의료기기
인공관절 부품 (B사 제조)
예상 피해액
약 5,600만 원

A씨는 제조사인 B사에 보상을 요구했지만, B사는 "제품 자체에는 하자가 없으며 수술 과정에서의 문제일 수 있다"고 답변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어떤 법적 쟁점이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쟁점 1 - 제조물 책임법에 따른 결함 인정 여부

의료기기 결함 피해를 주장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셔야 할 법률이 바로 제조물 책임법(PL법)입니다. 이 법은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해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제조업자가 피해자에게 배상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조물 책임법 제3조 -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여기서 '결함'은 세 가지로 나뉘는데, 많은 분들이 이 부분을 헷갈려 하십니다.

  • 제조상 결함 : 제조 과정에서 원래 설계와 다르게 만들어져 안전하지 못한 경우. A씨 사례처럼 부품의 미세 균열이 제조 단계에서 발생했다면 이에 해당합니다.
  • 설계상 결함 : 설계 자체가 합리적인 대체 설계를 채택하지 않아 위험한 경우. 연결 부위의 구조적 취약성이 설계 단계의 문제라면 이 유형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표시상 결함 : 사용 설명이나 경고 표시가 부족하여 피해가 발생한 경우.

A씨의 경우, 수술을 집도한 의료진이 매뉴얼에 따라 정확하게 시술했고, 다른 환자에게서도 동일 부품의 유사한 파손 사례가 보고된 정황이 있다면, 이는 제조상 결함 또는 설계상 결함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2018년 4월부터 시행된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에서는, 피해자가 해당 제조물을 정상적으로 사용하였음에도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증명하면 결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결함 추정 규정이 도입되었습니다. 이 규정은 피해자의 입증 부담을 상당히 덜어주는 중요한 변화이므로, 꼭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쟁점 2 - 의료기관과 제조사,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의료기기 결함 사건에서 피해자분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하시는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병원이 잘못한 건지, 제조사가 잘못한 건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상담 현장에서 정말 많이 듣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두 곳 모두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제조사(B사)의 책임 :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제조물에 결함이 있었다면 무과실 책임(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지는 책임)을 부담합니다. A씨 사례에서 부품의 미세 균열이 제조 단계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B사는 과실이 없다고 항변하더라도 배상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 의료기관의 책임 : 수술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이 있었는지가 별도의 쟁점이 됩니다. 만약 부품 삽입 시 과도한 힘을 가했거나, 수술 전 부품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면 의료기관도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다만 A씨 사례에서 수술 자체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의료기관의 과실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제조사와 의료기관을 공동피고로 하여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소송 과정에서 각자의 책임 범위가 정해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한쪽만 상대로 하기보다는 양쪽 모두를 상대로 청구하는 것이 피해자에게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쟁점 3 - 손해배상의 범위와 소멸시효

A씨가 실제로 받을 수 있는 배상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이 부분도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내용입니다.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에 따라, 피해자가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 항목은 크게 다음과 같습니다.

  • 적극적 손해(치료비) : 재수술 비용, 입원비, 약제비, 통원 치료비, 향후 치료비 등. A씨의 경우 약 3,200만 원이 이에 해당합니다.
  • 소극적 손해(일실이익) : 피해로 인해 일하지 못한 기간의 수입 손실. A씨의 6개월 영업 손실 약 2,400만 원이 이에 해당합니다.
  • 위자료(정신적 손해) :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 금액은 법원이 사안의 경위, 피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며,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 향후 치료비 및 개호비 : 후유장애가 남은 경우, 장래의 치료비와 간병비도 청구 가능합니다.

한 가지 꼭 주의하셔야 할 부분은 소멸시효입니다.

제조물 책임법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 및 결함의 존재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해야 합니다. 또한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습니다. 다만 신체에 축적된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한 뒤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그 손해가 발생한 날부터 기산합니다.

A씨의 경우, 수술 후 14개월이 지나 문제가 발견되었으므로, 이때부터 3년 이내에 소를 제기하면 시효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워지고 증거가 소실될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빨리 움직이시는 것이 좋습니다.


피해를 입었을 때 실무적으로 해야 할 일

의료기기 결함 피해가 의심되시는 분들께, 실무적으로 도움이 될 조언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첫째, 증거를 확보하세요. 진료기록, 수술기록, 영상자료(CT, MRI, X-ray 등)를 병원에 요청하여 사본을 받아두셔야 합니다. 결함이 의심되는 의료기기 또는 부품이 있다면, 폐기되지 않도록 반드시 보관을 요청하세요. 이 부분이 나중에 소송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둘째,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에 부작용을 신고하세요. 의료기기 부작용 보고 시스템(medisafe.go.kr)을 통해 온라인으로 신고할 수 있으며, 해당 기관의 조사 결과는 소송에서 유리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소송 전 단계로 소비자원의 조정 절차를 활용하면, 합의에 이를 경우 소송보다 빠르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조정이 결렬되더라도 조정 과정에서 확보된 감정 결과는 이후 소송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넷째,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세요. 제조물 책임 소송은 의학적 인과관계 입증, 공학적 결함 분석 등 전문적인 영역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초기 단계부터 체계적인 전략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실무에서 보면, 초기 대응 방식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료기기 결함 피해는 건강이라는 가장 소중한 가치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피해를 입으신 분들의 고통이 남다르실 것입니다. 제조물 책임법의 결함 추정 규정 등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마시고 적절한 법적 절차를 밟아 나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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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희 변호사의 코멘트
의료기기 결함 사건을 다루면서 느끼는 점은, 초기에 증거를 얼마나 잘 확보하느냐가 사건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결함 부품의 보관과 진료기록 확보는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지므로,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이 글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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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2026 알법(albu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