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A씨(34세)는 한 교육 스타트업으로부터 캐릭터 디자인 의뢰를 받았습니다. 작업을 마치고 대금 450만 원을 수령한 뒤 저작권 양도 계약서에 서명했는데, 이후 그 캐릭터가 문구류, 앱 스티커, 심지어 해외 라이선스까지 확장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계약서에는 "일체의 저작재산권을 양도한다"는 한 줄만 적혀 있었고, A씨는 2차적저작물 작성권까지 넘어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저작권 양도 계약서에서 양도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창작자와 이용자 양측 모두의 권리가 크게 달라집니다. 많은 분들이 이 절차를 어려워하시는 만큼, 오늘은 저작권 양도 계약서에서 범위를 설정하는 구체적인 절차를 단계별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저작권법 제45조 제1항에 따르면, 저작재산권은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일부 양도"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저작재산권은 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2차적저작물 작성권 등 여러 개의 지분권(개별 권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쪼개어 양도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같은 법 제45조 제2항은 "저작재산권의 전부를 양도하는 경우에 특약이 없는 때에는 2차적저작물을 작성할 권리는 포함되지 아니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합니다. 즉,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으면 2차적저작물 작성권은 양도되지 않은 것으로 봅니다.
저작재산권의 주요 구성
복제권 / 공연권 / 공중송신권(전송권 포함) / 전시권 / 배포권 / 대여권 / 2차적저작물 작성권
각 권리를 개별적으로 양도하거나, 이용 매체 또는 지역을 한정하여 양도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 첫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양도하는가"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일입니다. "본 작업물 일체"처럼 모호한 표현 대신, 아래 사항을 명시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보면, 원본 파일 양도 여부를 누락하여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특정이 부정확하면 나중에 "이 파일도 양도 대상이었나?"라는 다툼으로 이어집니다.
1~3일 (대상 저작물 목록 정리)
작업 산출물 목록, 기존 작업 의뢰서
자체 작성 시 없음, 변호사 검토 시 20~50만 원
이 단계가 저작권 양도 계약서의 핵심입니다. "저작재산권 일체를 양도한다"는 포괄적 표현은 편리하지만, 창작자 입장에서는 과도한 권리 이전이 될 수 있고, 이용자 입장에서도 2차적저작물 작성권이 추정 배제되어 의도한 사업 범위를 확보하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권리별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검토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실무 포인트
복제권만 양도하고 공중송신권은 양도하지 않으면, 양수인은 책자 인쇄는 가능하지만 웹 게시는 할 수 없습니다. 사업 목적에 맞추어 필요한 권리만 선별적으로 양도하는 것이 양측 모두에게 유리합니다.
특히 아래 세 가지 권리는 반드시 별도로 명시해야 합니다.
2~5일 (사업 모델 검토 및 권리 선별)
사업계획서(이용 범위 파악용), 저작물 활용 시나리오
자체 작성 시 없음, 전문가 자문 시 30~80만 원
저작재산권은 개별 권리뿐 아니라, 이용 조건을 한정하여 양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를 통해 창작자는 불필요한 권리 유출을 막고, 이용자는 필요한 범위에 한정된 합리적 대가를 지급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양도 계약과 이용허락(라이선스) 계약은 법적 효과가 전혀 다릅니다. 양도는 권리 자체가 이전되는 것이고, 이용허락은 권리는 원저작자에게 남아 있되 사용 권한만 부여하는 것입니다. 기간이나 범위에 강한 제한을 두고 싶다면, 양도보다는 독점적 이용허락이 더 적합한 경우도 있으므로 계약 구조 자체를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1~3일 (조건 협의)
양측 사업 범위 확인서, 기존 유사 계약 참고본
변호사 계약서 작성 시 50~150만 원 (복잡도에 따라 변동)
저작인격권(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은 저작권법 제14조에 따라 양도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계약서에 "저작인격권을 양도한다"고 적어도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대신 실무에서는 저작인격권 불행사 특약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작인격권 불행사 특약이란
창작자가 저작인격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약정하는 것입니다. 유효성에 대해 학설이 나뉘지만, 실무에서는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포괄적인 불행사 특약은 다툼의 여지가 있으므로, 성명표시 방법이나 동일성유지의 허용 범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 외에도 아래 조항들을 반드시 포함해야 완성도 높은 계약서가 됩니다.
2~5일 (조항 협상 및 최종 검토)
양도인 신분증 사본, 저작물 권리 증빙(등록증 등), 사업자등록증
저작권 등록 수수료 약 2만 원(한국저작권위원회 기준), 공증 시 5~10만 원 추가
저작권법 제54조에 따르면, 저작재산권의 양도는 등록하지 않으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제3자 대항력(이중 양도 등에 대한 보호)을 확보하려면 한국저작권위원회에 권리 변동 등록을 해야 합니다.
등록을 하지 않더라도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의 계약 자체는 유효합니다. 다만, 양도인이 동일한 저작권을 제3자에게 이중으로 양도하는 경우, 먼저 등록한 쪽이 법적 보호를 받게 되므로 반드시 등록을 완료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2~4주 (위원회 심사 포함)
등록 신청서, 양도 계약서 사본, 저작물 사본, 신분증
등록 수수료 약 2만 원
마지막으로, 저작권 양도 계약서를 작성할 때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실수를 정리합니다.
첫째, "저작권 일체"라는 포괄적 표현만 사용하는 경우. 앞서 설명드린 대로 2차적저작물 작성권은 특약 없이 양도되지 않으므로, 이 표현만으로는 양수인이 원하는 범위를 모두 확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둘째, 양도와 이용허락을 혼동하는 경우. "5년간 양도"라고 적으면, 법적 성질이 양도인지 이용허락인지 해석이 갈릴 수 있습니다. 기간 제한이 필요하다면 독점적 이용허락 계약으로 구성하는 것이 명확합니다.
셋째, 미래 저작물까지 포괄하여 양도하는 경우. 아직 창작되지 않은 저작물에 대한 양도 약정은 그 효력이 불확실하며, 분쟁 시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특정된 저작물만 양도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