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80대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세 남매는 어머니가 공증사무소에서 작성한 유언공정증서를 확인했습니다. 유언 내용은 장남에게 아파트를, 차남과 막내딸에게 금융자산을 각각 배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차남이 유언서를 자세히 살펴보던 중 증인 2명 가운데 한 명이 장남의 배우자, 즉 며느리였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차남과 막내딸은 곧바로 유언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결과적으로 법원은 유언 전체를 무효로 판단했습니다.
이처럼 유언의 내용이 아무리 합리적이더라도, 증인 자격 요건 하나가 어긋나면 유언 자체가 효력을 잃게 됩니다. 오늘은 유언공증 절차에서 공증인과 증인이 각각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실무에서 자주 발생하는 증인 결격 문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민법 제1068조는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방식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유언자가 증인 2인이 참여한 가운데 공증인 앞에서 유언 취지를 구술(말로 전달)하면, 공증인이 이를 필기하고 낭독한 뒤 유언자와 증인이 정확함을 승인하고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공증인은 단순히 서류를 작성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공증인은 유언자의 의사능력(자신의 행위의 의미와 결과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확인하고, 유언 내용이 유언자의 진의에 부합하는지를 검증하는 역할을 합니다.
공증인의 핵심 역할 3가지
1. 유언자의 의사능력 확인 - 치매, 정신질환 여부 등을 현장에서 판단
2. 유언 취지의 정확한 필기 및 낭독 - 구술 내용과 문서 내용의 일치 확인
3. 절차 준수 검증 - 증인 자격, 서명 날인 등 법정 요건 충족 여부 확인
공증인법에 따라 공증인 자격은 법무부장관이 인가한 공증인(변호사 또는 법무법인 소속) 또는 공증인가 법무법인에 한정됩니다. 간혹 법무사나 행정사가 유언공증을 대행할 수 있다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으나, 법무사와 행정사는 공증인이 아니므로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할 수 없습니다.
공정증서 유언에서 증인의 존재는 형식적 요건이 아닙니다. 증인은 유언자가 자유로운 의사로 유언 내용을 구술했는지, 공증인이 이를 정확히 기재했는지를 제3자의 눈으로 확인하는 역할을 합니다. 나중에 유언 효력이 다투어질 때, 증인의 증언은 유언의 진정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대법원 판례는 증인이 유언 작성의 전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습니다. 구술 단계에서만 있다가 서명 시점에 자리를 비웠거나, 반대로 서명 시점에만 나타난 경우에는 증인 참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봅니다.
실무에서 증인은 보통 공증사무소가 섭외하거나, 유언자 측에서 지인을 데려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민법 제1072조는 유언에 참여하지 못하는 증인의 결격 사유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을 위반하면 유언 전체가 무효가 되므로, 실무상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앞서 소개한 사례에서 장남의 배우자(며느리)가 증인이 된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장남은 유언에 의하여 아파트를 받는 수유자이고, 그 배우자는 민법 제1072조 제3호의 "이익을 받을 자의 배우자"에 해당하므로 결격 사유가 있는 것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결격 사례
공증사무소 직원이 증인으로 참여하는 경우, 해당 직원이 공증인의 직계혈족이나 배우자에 해당하면 결격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유언자의 재산관리를 돕고 있는 간병인이 유언으로 일부 재산을 받도록 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증인으로 서명한 사례도 실무에서 종종 발견됩니다.
유언이 무효로 판단되면 해당 유언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취급됩니다. 이 경우 피상속인(돌아가신 분)의 재산은 민법이 정한 법정상속분에 따라 나누게 됩니다. 배우자 1.5, 자녀 각 1의 비율이 기본입니다.
문제는 유언에 기해 이미 부동산 소유권 이전이 이루어졌거나, 금융자산이 인출된 경우입니다. 유언이 무효가 되면 원상회복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청구 등 추가적인 소송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소송 비용과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입니다.
실무에서 유언공정증서를 둘러싼 분쟁의 약 40% 이상이 증인 결격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유언 내용 자체가 부당하다고 다투는 것보다, 절차적 하자를 공격하는 것이 소송 전략상 훨씬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유언공증이 나중에 분쟁의 빌미가 되지 않으려면, 작성 단계에서 다음 사항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약 20%에 달하며, 초고령사회 진입이 목전에 와 있습니다. 상속 대상 자산 규모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여서, 유언공증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유언공증 절차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형식만 갖추려다가, 오히려 상속 분쟁의 불씨를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유언은 생전의 마지막 의사표시입니다. 그 의사가 정확히 실현되려면, 유언의 내용 못지않게 절차의 완결성이 중요합니다. 특히 증인 자격 요건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유언공증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공증 절차를 진행하기 전에 상속 전문 변호사와 함께 증인 선정, 유류분 검토, 유언 내용의 법적 유효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시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