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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민사·계약 하자·제조물책임(PL)
민사·계약 · 하자·제조물책임(PL) 2026.04.10 조회 2

전자제품 폭발 사고, 제조사에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을까?

강승구 변호사
옳은법률사무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집에서 사용하던 전자제품이 갑자기 폭발하거나 발화하는 사고를 겪으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충전 중이던 보조배터리가 불이 붙거나, 공기청정기에서 연기가 치솟거나, 전기장판이 과열되어 화상을 입는 경우까지 다양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신체적 피해는 물론이고, 집 안의 가재도구가 소실되는 재산 피해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당사자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오늘은 가상의 사례를 통해 전자제품 폭발 사고에서 제조물책임법(PL법)에 따른 제조사의 법적 책임이 어떻게 성립하는지, 그리고 피해자가 어떤 점을 준비해야 하는지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시나리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A씨(34세, 여성)는 올해 3월 온라인 쇼핑몰에서 D사 제조의 무선 가습기를 약 89,000원에 구매했습니다. 구매 후 약 5주간 정상적으로 사용하던 어느 날 밤, 잠든 사이 가습기 내부 배터리에서 발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불길이 침대 옆 탁자로 번져 A씨는 왼쪽 팔에 2도 화상을 입었고, 침실 가구와 노트북 등 약 1,200만 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입었습니다. A씨는 D사에 손해배상을 요구했으나, D사는 "사용자가 비정품 충전기를 사용한 것이 원인"이라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쟁점 1: 제조물책임법상 '결함'은 어떻게 판단되나

전자제품 폭발 사고에서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제조물책임법(이하 'PL법')의 적용 여부입니다. PL법 제3조 제1항은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결함'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1
제조상 결함 - 제조 과정에서 원래 설계와 다르게 만들어져 안전하지 못한 경우입니다. 배터리 셀 내부에 이물질이 혼입되어 합선이 발생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2
설계상 결함 - 설계 자체가 불합리하여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입니다. 예컨대 과충전 방지 회로를 아예 넣지 않았거나, 배터리 보호 장치의 작동 온도 기준이 지나치게 높게 설정된 경우가 해당합니다.
3
표시상 결함 - 합리적인 사용 방법이나 주의사항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경우입니다. 만약 D사 가습기가 특정 충전기 외에는 사용 금지라는 경고를 제품 본체나 매뉴얼에 명확히 표시하지 않았다면 표시상 결함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실무 포인트

PL법 제3조의2에 따라, 피해자는 제품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과 '그 결함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합니다. 다만 2018년 개정 이후 "제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한 경우 결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규정(제3조의2 제2항)이 신설되어, 피해자의 입증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A씨의 사례에서, 구매 후 5주밖에 되지 않았고 제조사 매뉴얼대로 사용했다면, 정상 사용 중 발화가 발생한 것이므로 결함 추정 규정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쟁점 2: 제조사의 면책 주장, 받아들여질까

D사는 "A씨가 비정품 충전기를 사용한 것이 원인"이라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PL법 제4조는 제조업자의 면책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중 실무에서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것이 피해자의 과실(기여과실)오용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 면책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D사가 다음 사항을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1
A씨가 실제로 비정품 충전기를 사용했다는 객관적 증거
2
비정품 충전기 사용이 발화의 직접적이고 유일한 원인이라는 인과관계
3
비정품 충전기 사용 금지에 대해 제품에 충분한 경고 표시를 했다는 사실

실무에서 보면, 제조사가 이 세 가지를 모두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전자제품은 비정품 충전기를 사용하더라도 과충전 방지 회로 등 안전장치가 작동해야 하므로, 설령 비정품 충전기를 썼더라도 폭발까지 이어졌다면 제품 자체의 안전 설계에 문제가 있다는 반론이 가능합니다.

알아두시면 좋은 점

제조사의 면책 사유가 일부 인정되더라도 피해자의 과실 비율만큼 손해배상액이 줄어드는 과실상계가 적용될 뿐, 제조사 책임 자체가 완전히 면제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 과실이 30%로 인정되면, 총 손해액 중 70%를 제조사가 배상하게 됩니다.

쟁점 3: 배상받을 수 있는 손해의 범위

A씨처럼 전자제품 폭발 사고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부분이 바로 "얼마나 받을 수 있는가"입니다. 제조물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적극적 손해(실제 발생한 비용)

치료비, 약제비, 통원교통비 등 사고로 인해 실제로 지출한 비용입니다. A씨의 경우 2도 화상 치료에 소요된 병원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화상 치료는 초기 치료뿐 아니라 흉터 제거 시술, 재활치료까지 장기간 이어질 수 있으므로 향후 치료비도 포함됩니다.

소극적 손해(일실수입)

사고로 일을 하지 못한 기간의 수입 손실입니다. A씨가 화상 치료를 위해 2개월간 휴직했다면, 그 기간의 급여 상당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재산 피해 및 위자료

소실된 가구, 노트북 등 재산 피해(A씨의 경우 약 1,200만 원)와 함께,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도 별도로 청구 가능합니다. 화상 부위, 후유장해 정도, 사고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원이 결정하며, 실무상 2도 화상 수준의 사고에서 위자료는 수백만 원에서 1천만 원 이상까지 인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 시 유의사항

PL법상 손해배상 청구의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 및 배상의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제조업자가 제품을 공급한 날로부터 10년입니다. 특히 신체 피해의 경우 증상이 나중에 나타날 수 있으므로, 사고 직후부터 증거를 확보하고 청구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해를 입으셨다면 이렇게 대응하세요

전자제품 폭발 사고를 겪으신 분들께 실무적으로 꼭 당부드리고 싶은 사항을 정리했습니다.

1
현장을 보존하세요 - 사고 제품을 임의로 폐기하면 결함 입증이 어려워집니다. 사고 현장과 제품 상태를 사진 및 동영상으로 기록하고, 제품은 그대로 보관해 두셔야 합니다.
2
한국소비자원 또는 소방서에 신고하세요 - 한국소비자원(1372)이나 관할 소방서에 사고를 신고하면 공식 조사 기록이 남습니다. 이 기록은 이후 소송에서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3
구매 영수증과 사용 기록을 확보하세요 - 구매일자, 구매처, 결제 내역은 물론, 사용 중 이상 징후(발열, 이상 소음 등)가 있었다면 해당 시점의 메모나 지인에게 보낸 메시지도 증거가 됩니다.
4
진단서와 치료 기록을 빠짐없이 보관하세요 - 사고 직후 진단서, 치료 경과 기록, 치료비 영수증은 손해액 산정의 기초 자료입니다. 향후 추가 치료가 예상되면 의사의 소견서도 받아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5
제조사와의 합의에 서두르지 마세요 - 제조사가 합의를 제안하는 경우, 제시 금액이 실제 손해를 충분히 반영하는지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한번 합의하면 추가 청구가 어려우므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전자제품 사고는 일상생활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사고를 당하셨다면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마시고, 증거 확보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시는 것이 피해를 온전히 구제받는 첫걸음입니다.

강승구
강승구 변호사의 코멘트
옳은법률사무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제조물 사고 사건을 다루면서 느끼는 점은, 피해자분들이 사고 직후 충격으로 인해 현장 보존과 증거 확보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제품을 버리거나 수리 기사에게 넘기기 전에 반드시 사진과 영상을 남기셔야 하고, 제조사의 초기 합의 제안에는 신중하게 대응하시길 권합니다. 피해 규모가 크다면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는 것이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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