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소송을 직접 상담하고 수행하는 강승구변호사입니다
집에서 사용하던 전자제품이 갑자기 폭발하거나 발화하는 사고를 겪으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충전 중이던 보조배터리가 불이 붙거나, 공기청정기에서 연기가 치솟거나, 전기장판이 과열되어 화상을 입는 경우까지 다양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신체적 피해는 물론이고, 집 안의 가재도구가 소실되는 재산 피해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당사자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오늘은 가상의 사례를 통해 전자제품 폭발 사고에서 제조물책임법(PL법)에 따른 제조사의 법적 책임이 어떻게 성립하는지, 그리고 피해자가 어떤 점을 준비해야 하는지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시나리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A씨(34세, 여성)는 올해 3월 온라인 쇼핑몰에서 D사 제조의 무선 가습기를 약 89,000원에 구매했습니다. 구매 후 약 5주간 정상적으로 사용하던 어느 날 밤, 잠든 사이 가습기 내부 배터리에서 발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불길이 침대 옆 탁자로 번져 A씨는 왼쪽 팔에 2도 화상을 입었고, 침실 가구와 노트북 등 약 1,200만 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입었습니다. A씨는 D사에 손해배상을 요구했으나, D사는 "사용자가 비정품 충전기를 사용한 것이 원인"이라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전자제품 폭발 사고에서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제조물책임법(이하 'PL법')의 적용 여부입니다. PL법 제3조 제1항은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결함'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실무 포인트
PL법 제3조의2에 따라, 피해자는 제품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과 '그 결함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합니다. 다만 2018년 개정 이후 "제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한 경우 결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규정(제3조의2 제2항)이 신설되어, 피해자의 입증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A씨의 사례에서, 구매 후 5주밖에 되지 않았고 제조사 매뉴얼대로 사용했다면, 정상 사용 중 발화가 발생한 것이므로 결함 추정 규정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D사는 "A씨가 비정품 충전기를 사용한 것이 원인"이라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PL법 제4조는 제조업자의 면책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중 실무에서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것이 피해자의 과실(기여과실)과 오용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 면책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D사가 다음 사항을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보면, 제조사가 이 세 가지를 모두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전자제품은 비정품 충전기를 사용하더라도 과충전 방지 회로 등 안전장치가 작동해야 하므로, 설령 비정품 충전기를 썼더라도 폭발까지 이어졌다면 제품 자체의 안전 설계에 문제가 있다는 반론이 가능합니다.
알아두시면 좋은 점
제조사의 면책 사유가 일부 인정되더라도 피해자의 과실 비율만큼 손해배상액이 줄어드는 과실상계가 적용될 뿐, 제조사 책임 자체가 완전히 면제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 과실이 30%로 인정되면, 총 손해액 중 70%를 제조사가 배상하게 됩니다.
A씨처럼 전자제품 폭발 사고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부분이 바로 "얼마나 받을 수 있는가"입니다. 제조물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적극적 손해(실제 발생한 비용)
치료비, 약제비, 통원교통비 등 사고로 인해 실제로 지출한 비용입니다. A씨의 경우 2도 화상 치료에 소요된 병원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화상 치료는 초기 치료뿐 아니라 흉터 제거 시술, 재활치료까지 장기간 이어질 수 있으므로 향후 치료비도 포함됩니다.
소극적 손해(일실수입)
사고로 일을 하지 못한 기간의 수입 손실입니다. A씨가 화상 치료를 위해 2개월간 휴직했다면, 그 기간의 급여 상당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재산 피해 및 위자료
소실된 가구, 노트북 등 재산 피해(A씨의 경우 약 1,200만 원)와 함께,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도 별도로 청구 가능합니다. 화상 부위, 후유장해 정도, 사고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원이 결정하며, 실무상 2도 화상 수준의 사고에서 위자료는 수백만 원에서 1천만 원 이상까지 인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 시 유의사항
PL법상 손해배상 청구의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 및 배상의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제조업자가 제품을 공급한 날로부터 10년입니다. 특히 신체 피해의 경우 증상이 나중에 나타날 수 있으므로, 사고 직후부터 증거를 확보하고 청구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자제품 폭발 사고를 겪으신 분들께 실무적으로 꼭 당부드리고 싶은 사항을 정리했습니다.
전자제품 사고는 일상생활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사고를 당하셨다면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마시고, 증거 확보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시는 것이 피해를 온전히 구제받는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