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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민사·계약 계약해지·위약금·계약불이행
민사·계약 · 계약해지·위약금·계약불이행 2026.04.11 조회 0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법적 요건과 실무상 한계를 정리합니다

임호균 변호사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계약 관련 상담 중 "계약 내용을 잘못 알고 체결했다"는 유형이 해마다 상위권을 차지합니다. 부동산 매매, 보험 가입, 중고차 거래 등 분야를 막론하고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문제는 실무에서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그런데 막상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주장하면, 상대방이 순순히 응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민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법적으로 유효한 취소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의 법적 요건, 인정되는 착오와 인정되지 않는 착오의 구분, 그리고 실무상 유의점을 정리합니다.

착오 취소의 법적 근거와 기본 구조

민법 제109조 제1항은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핵심 키워드는 세 가지입니다.

1. 의사표시

착오 취소의 대상은 법률행위를 구성하는 의사표시입니다. 단순한 내심의 후회나 기대와 다른 결과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이 정도 가격이면 나중에 오를 줄 알았는데 떨어졌다"는 것은 동기의 문제일 뿐 의사표시 자체의 착오가 아닙니다.

2.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

착오가 계약의 핵심 내용에 관한 것이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표의자뿐 아니라 일반인도 그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인정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표의자 개인의 주관적 판단만으로는 부족하고, 사회통념상 객관적으로도 중요한 부분이어야 합니다.

3.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이 없을 것

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는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보면 알 수 있었던 내용을 간과한 경우, 착오 취소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정되는 착오와 인정되지 않는 착오

실무에서 가장 혼란이 큰 부분이 바로 "어떤 착오가 취소 사유로 인정되는가"입니다. 크게 세 유형으로 나누어 살펴봅니다.

취소 가능성이 높은 유형 계약 목적물의 동일성에 관한 착오, 계약 내용(면적, 수량, 가격 등)에 관한 착오, 상대방의 인적 속성에 관한 착오(신원이 중요한 계약의 경우)
취소가 어려운 유형 단순한 동기의 착오, 시세 판단 오류, 장래 수익에 대한 기대 불일치, 계약서를 읽지 않아 발생한 착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동기의 착오입니다. 원칙적으로 동기의 착오는 취소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동기가 상대방에게 표시되어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편입된 경우에는 취소가 가능합니다. 예컨대 "이 토지가 제2종일반주거지역이라서 매수한다"는 점을 계약서에 명시했는데 실제로는 자연녹지지역이었다면, 동기의 착오라 하더라도 취소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착오 취소의 효과와 실무상 쟁점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면 그 효과는 소급적으로 발생합니다. 즉, 계약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되고 양 당사자는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합니다(민법 제141조). 받은 대금은 반환하고, 인도받은 물건도 돌려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쟁점이 자주 등장합니다.

첫째, 취소권 행사의 기간 제한입니다. 착오에 의한 취소는 추인(追認)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행사해야 합니다(민법 제146조). "나중에 알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무한정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둘째, 상대방의 신뢰 보호 문제입니다. 민법 제109조 제2항은 착오에 의한 취소로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합니다. 계약 체결 후 목적물이 제3자에게 전매된 경우, 취소의 실효성이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셋째, 손해배상 문제입니다. 착오 취소가 인정되더라도 상대방에게 발생한 신뢰이익 손해에 대해 배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취소를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착오 취소와 사기 취소의 구별

상담 현장에서 보면, 착오 취소와 사기에 의한 취소(민법 제110조)를 혼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두 제도의 핵심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착오 취소는 상대방의 기망 행위 없이 표의자 스스로 잘못 인식한 경우이고, 사기 취소는 상대방의 고의적 기망에 의해 착오에 빠진 경우입니다. 사기에 의한 취소의 경우에는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더라도 취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착오 취소보다 표의자에게 유리합니다. 따라서 동일한 사안이라도 어떤 법적 근거를 주장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무적 시사점 - 착오 취소를 주장하기 전에 확인할 사항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는 법문만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 소송에서는 요건 충족 여부를 둘러싼 치열한 다툼이 벌어집니다. 실무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착오의 내용이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해당하는지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주관적으로 "이건 정말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느끼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거래 관행, 계약서 문언, 협상 경위 등을 종합하여 판단됩니다.

둘째, 본인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명확히 기재된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어 취소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계약 체결 과정에서 주고받은 이메일, 카카오톡 메시지, 녹취 등 증거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동기의 착오인 경우 해당 동기가 상대방에게 표시되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구두로만 언급한 경우보다 계약서, 특약사항, 문자 메시지 등 서면으로 남겨진 경우에 입증이 수월합니다.

넷째, 사기에 의한 취소가 병행 주장 가능한 사안인지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중요한 사실을 고의로 숨겼다면 착오 취소보다 사기 취소가 더 유리한 법적 구성이 될 수 있습니다.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는 민법이 인정하는 정당한 권리이지만, 그 요건은 엄격하게 해석됩니다. 단순히 "몰랐다" 또는 "잘못 생각했다"는 사정만으로 계약을 번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구체적 사실관계에 기반한 법적 검토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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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호균 변호사의 코멘트
착오 취소 사건을 다루면서 느끼는 점은, 대부분의 의뢰인이 '동기의 착오'와 '내용의 착오' 구분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분쟁에 임한다는 것입니다. 계약 체결 과정에서 본인의 판단 근거가 된 사항을 서면으로 남겨두었는지가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으므로, 문제를 인지한 시점에서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이 글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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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2026 알법(albu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