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런 사연을 접했습니다. 디자인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C씨(34세)가 스타트업 D사와 6개월간 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계약서 한 장 없이 카카오톡 대화만으로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결과물을 납품한 뒤 D사는 "퀄리티가 기대에 못 미친다"며 용역비 1,800만 원 중 절반만 지급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C씨는 추가 수정 요청 범위가 당초 합의와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서면으로 남겨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처럼 프리랜서 용역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아 분쟁에 휘말리는 사례는 실무에서 매우 빈번합니다. 그렇다면 프리랜서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또 발주자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계약서에 반드시 담아야 할 내용은 무엇일까요?
"프리랜서 용역 계약서, 꼭 작성해야 하나요? 구두 합의로는 안 되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구두 합의도 법적으로 계약 성립 자체는 인정됩니다. 민법 제527조 이하에 따르면 청약과 승낙의 합치만으로 계약이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분쟁 발생 시 합의 내용을 증명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카카오톡 대화 캡처나 이메일 등이 간접 증거가 될 수는 있지만, 업무 범위, 수정 횟수, 납기, 대금 조건 등 핵심 사항이 명시되어 있지 않으면 해석을 둘러싼 다툼이 불가피합니다.
프리랜서 용역 계약 분쟁의 약 70% 이상이 "이 정도까지 해주기로 한 것 아니었나"라는 업무 범위 다툼에서 비롯됩니다. 계약서에는 다음 항목을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합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업무 내용"을 한 줄로 끝내는 계약서가 대부분입니다. 이 부분만 상세하게 작성해도 분쟁의 상당 부분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프리랜서에게 가장 현실적인 위험은 역시 미지급과 지연 지급입니다. 계약서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프리랜서 용역에서 흔히 간과되지만 매우 중요한 부분이 저작권 귀속입니다. 저작권법 제2조 및 제10조에 따르면, 창작물의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창작자, 즉 프리랜서에게 귀속됩니다. 다만 "업무상저작물"(저작권법 제9조)에 해당하려면 법인의 기획 하에, 법인 명의로 공표되는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므로, 일반적인 프리랜서 용역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계약서에 저작권 관련 조항이 없으면 발주자가 대금을 모두 지급했더라도 결과물의 저작재산권은 여전히 프리랜서에게 남아 있게 됩니다.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합니다.
방법 A. 저작재산권 양도 - 대금 완제 시 모든 저작재산권이 발주자에게 이전되는 것으로 약정합니다. 이 경우 양도 범위(2차적저작물작성권 포함 여부)를 명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저작권법 제45조 제2항에 따라, 특약이 없으면 2차적저작물작성권은 양도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방법 B. 이용허락(라이선스) - 저작권 자체는 프리랜서가 보유하되, 발주자에게 특정 범위 내 독점적 또는 비독점적 이용권만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포트폴리오 활용이 필요한 프리랜서에게 유리합니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대금 완제 전까지는 저작권이 이전되지 않는다"는 조건부 양도 조항을 넣어두면 미지급 위험에 대한 강력한 안전장치가 됩니다.
프로젝트 중간에 발주자가 일방적으로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민법 제673조는 도급인(발주자)이 완성 전까지 언제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이 경우 수급인(프리랜서)의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다만 손해액 산정을 둘러싼 다툼을 피하려면, 계약서에 미리 다음을 정해두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중도 해지 시 정산 기준 - "착수 후 30일 이내 해지 시 총 용역비의 30%, 30일 초과 시 실투입 공수 비례 정산 + 위약금 10%"와 같이 단계별 기준을 설정합니다.
프리랜서 귀책 해지 - 프리랜서가 납기를 2주 이상 지체하거나 연락 두절 시 발주자가 해지할 수 있고, 기수령 대금 반환 및 위약금 부담 등을 규정합니다.
마지막으로, 계약서 문언 이외에 실무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업자 확인 - 발주자가 법인인지, 개인사업자인지, 비사업자 개인인지에 따라 분쟁 시 대응 방법과 세금 처리(원천징수 3.3% 등)가 달라집니다.
전자계약 활용 - 전자서명법에 따라 공인전자서명이 있는 전자문서는 서면과 동일한 효력을 가집니다. 모두싸인, 도큐사인 등 전자계약 서비스를 활용하면 체결 일시와 내용이 자동으로 보존됩니다.
업무 소통 기록 보존 - 계약서가 있더라도 이후 변경 합의는 이메일이나 문서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카카오톡 구두 합의만으로는 변경 내용 입증이 어렵습니다.
프리랜서 용역 계약은 근로계약과 달리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영역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서 자체가 유일한 방어 수단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위에서 살펴본 업무 범위, 대금 조건, 저작권, 해지 조항 네 가지를 빠짐없이 담아두면 대부분의 실무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유리한 위치에서 대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