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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족·이혼·상속 상속 분쟁(유언·유류분·상속재산분할)
가족·이혼·상속 · 상속 분쟁(유언·유류분·상속재산분할) 2026.04.15 조회 0

유언장에 적힌 한 줄이 가족을 갈라놓을 때, 유언 해석 분쟁의 현실

김기용 변호사

얼마 전 이런 사연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70대 아버지가 자필유언장 한 장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언장에는 단 한 줄, "강남 아파트는 큰아이에게"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문제는 돌아가신 분의 자녀가 세 명이었고, 그중 큰아이가 누구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는 점입니다. 장남은 당연히 자신이라 주장했고, 첫째 딸은 태어난 순서로 보면 자신이 큰아이라고 맞섰습니다. 유언자가 평소 "큰아이"라는 표현을 누구에게 썼는지가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유언자의 의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수억 원의 재산 귀속이 달라지는 일은 상속 실무에서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유언장 자체는 존재하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이 불분명하거나 다의적일 때 가족 간 분쟁은 더욱 격렬해집니다.

유언 해석이 분쟁으로 번지는 전형적 패턴

유언 해석 분쟁이 발생하는 원인은 대부분 몇 가지 유형으로 수렴됩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패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수증자(재산을 받을 사람)의 특정이 모호한 경우
"막내에게", "효도한 자녀에게" 등 구체적 이름 대신 수식어만 사용하여, 해당 인물이 누구인지 다툼이 생깁니다.
2
대상 재산의 범위가 불명확한 경우
"집"이라고만 적었을 때 건물만 의미하는지, 토지 지분까지 포함하는지, 또는 "통장에 있는 돈"이 어느 계좌를 뜻하는지 해석이 갈립니다.
3
조건부 유증의 조건 충족 여부
"결혼하면 물려준다", "사업을 이어가면"처럼 조건이 붙었으나, 그 조건의 구체적 의미와 성취 여부를 두고 다투게 됩니다.
4
유언 작성 시점과 재산 변동 사이의 괴리
유언 작성 후 해당 부동산을 매각했거나 새 재산을 취득한 경우, 유언의 효력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가 문제됩니다.

법원은 유언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민법 제1073조는 유언의 해석에 관한 별도 조문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일반적인 의사표시 해석 원칙(민법 제106조 유추)을 적용하면서도, 유언의 특수성을 고려한 독자적 기준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유언의 해석은 유언자의 진의(진정한 의사)를 탐구하여야 하며, 유언서에 표시된 문언에만 구애받을 것이 아니라 유언자의 생전 언행, 유언 경위, 가족관계, 재산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이 원칙이 실제 재판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문언의 객관적 의미가 출발점입니다. 유언장에 적힌 단어와 문장의 통상적 의미를 먼저 확인합니다. 다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문언만으로 의미가 명확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나아갑니다.

둘째, 유언자의 생전 의사를 추론할 수 있는 외부 사정을 종합합니다. 여기에는 유언자가 평소 가족에게 한 발언, 유언 작성 당시의 건강 상태와 판단 능력, 유언 전후의 재산 관리 행태, 유언자와 상속인들 사이의 관계 등이 포함됩니다. 앞서 소개한 "큰아이" 사례에서도 법원은 유언자가 평소 장남을 "큰아이"로 칭했는지, 첫째 딸을 그렇게 불렀는지를 주변 증인 진술과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셋째, 유언이 최대한 유효하게 해석되는 방향을 선호합니다. 이를 '유효해석의 원칙'이라 부르는데, 유언자가 굳이 유언장을 작성한 이상 무효로 돌리기보다는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 유언자의 의사에 부합한다는 논리입니다.

자주 간과되는 실무적 함의 세 가지

유언 해석 분쟁은 단순히 문언 다툼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실무 현장에서 보면, 아래 세 가지 포인트가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1. 증거 확보의 시간적 한계
유언자가 사망한 이후에는 본인에게 직접 확인할 수 없으므로, 생전 의사를 입증할 간접 증거가 결정적입니다. 유언자와 주고받은 문자, 녹음, 이메일, 가족 회의 메모, 심지어 카카오톡 대화까지 증거로 제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디지털 데이터가 삭제되거나 증인의 기억이 흐려지므로, 분쟁 징후가 보이면 조기에 증거를 보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유언 해석과 유류분의 충돌
유언의 의미가 확정되더라도, 그 결과가 법정상속분의 일정 비율을 침해하면 유류분반환청구(민법 제1112조 이하)가 별도로 제기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유언 해석 결과 전 재산이 한 자녀에게 귀속된다 하더라도, 나머지 자녀들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직계비속의 경우)에 해당하는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언 해석 소송과 유류분 소송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3. 자필증서 유언의 형식 하자 문제
해석 이전에, 유언 자체가 형식 요건(자필 작성, 날짜, 주소, 성명, 날인 - 민법 제1066조)을 충족하지 못하면 무효가 됩니다. 실무에서는 유언 해석을 다투면서 동시에 유언 무효도 주장하는 전략이 흔합니다. 해석 분쟁의 출발선에서 유언의 유효성 자체를 먼저 점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유언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

유언 해석 분쟁의 근본적 원인은 유언자의 의사가 충분히 명확하게 기록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사후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유언 작성 단계에서부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 수증자를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특정하고, "큰아이", "친한 친구" 같은 모호한 표현을 피해야 합니다.
  • 재산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합니다. 부동산이라면 등기부등본상 소재지와 지번, 예금이라면 은행명과 계좌번호를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공정증서 유언(민법 제1068조)을 활용하면 형식 하자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공증인과 증인 2인이 참여하므로, 유언자의 의사가 비교적 명확하게 기록됩니다. 비용은 유증 재산가액에 따라 다르나 통상 30만~100만 원 수준입니다.
  • 유언 내용을 변경할 경우, 이전 유언을 명시적으로 철회하는 문구를 넣어야 합니다. 복수의 유언장이 존재하면 그 자체가 새로운 분쟁 원인이 됩니다.

유언장 한 줄의 해석을 두고 몇 년간 법정 다툼을 벌이는 가족의 모습은, 상속 실무를 오래 지켜본 입장에서도 안타까운 장면입니다. 유언은 고인의 마지막 의사라는 점에서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 의사가 분명하게 전달되지 못했을 때 남은 가족에게 돌아오는 부담은 상당합니다. 생전에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유언을 정비하는 것이, 사후 해석 분쟁이라는 긴 터널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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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용 변호사의 코멘트
유언 해석 분쟁을 다루면서 느낀 점은, 유언장의 문구보다 유언자의 생전 행적과 가족 관계가 재판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분쟁이 시작된 후에는 증거 확보가 어려워지므로, 유언의 의미가 불분명하다고 느끼시면 가능한 빨리 전문가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이 글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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