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얼마 전 이런 사연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70대 아버지가 자필유언장 한 장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언장에는 단 한 줄, "강남 아파트는 큰아이에게"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문제는 돌아가신 분의 자녀가 세 명이었고, 그중 큰아이가 누구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는 점입니다. 장남은 당연히 자신이라 주장했고, 첫째 딸은 태어난 순서로 보면 자신이 큰아이라고 맞섰습니다. 유언자가 평소 "큰아이"라는 표현을 누구에게 썼는지가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유언자의 의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수억 원의 재산 귀속이 달라지는 일은 상속 실무에서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유언장 자체는 존재하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이 불분명하거나 다의적일 때 가족 간 분쟁은 더욱 격렬해집니다.
유언 해석 분쟁이 발생하는 원인은 대부분 몇 가지 유형으로 수렴됩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패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1073조는 유언의 해석에 관한 별도 조문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일반적인 의사표시 해석 원칙(민법 제106조 유추)을 적용하면서도, 유언의 특수성을 고려한 독자적 기준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 원칙이 실제 재판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문언의 객관적 의미가 출발점입니다. 유언장에 적힌 단어와 문장의 통상적 의미를 먼저 확인합니다. 다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문언만으로 의미가 명확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나아갑니다.
둘째, 유언자의 생전 의사를 추론할 수 있는 외부 사정을 종합합니다. 여기에는 유언자가 평소 가족에게 한 발언, 유언 작성 당시의 건강 상태와 판단 능력, 유언 전후의 재산 관리 행태, 유언자와 상속인들 사이의 관계 등이 포함됩니다. 앞서 소개한 "큰아이" 사례에서도 법원은 유언자가 평소 장남을 "큰아이"로 칭했는지, 첫째 딸을 그렇게 불렀는지를 주변 증인 진술과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셋째, 유언이 최대한 유효하게 해석되는 방향을 선호합니다. 이를 '유효해석의 원칙'이라 부르는데, 유언자가 굳이 유언장을 작성한 이상 무효로 돌리기보다는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 유언자의 의사에 부합한다는 논리입니다.
유언 해석 분쟁은 단순히 문언 다툼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실무 현장에서 보면, 아래 세 가지 포인트가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유언 해석 분쟁의 근본적 원인은 유언자의 의사가 충분히 명확하게 기록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사후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유언 작성 단계에서부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유언장 한 줄의 해석을 두고 몇 년간 법정 다툼을 벌이는 가족의 모습은, 상속 실무를 오래 지켜본 입장에서도 안타까운 장면입니다. 유언은 고인의 마지막 의사라는 점에서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 의사가 분명하게 전달되지 못했을 때 남은 가족에게 돌아오는 부담은 상당합니다. 생전에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유언을 정비하는 것이, 사후 해석 분쟁이라는 긴 터널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