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이혼이나 자녀의 사망 이후, 사랑하는 손주를 만나지 못하게 되는 조부모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손주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싶다"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상대방 부모가 면접을 거부하면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오늘은 가상의 사례를 통해 조부모 면접교섭 신청의 법적 쟁점과 실무적 절차를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상황
서울에 사는 김영숙 씨(68세, 퇴직 교사)의 아들은 3년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들에게는 현재 9살인 손녀 하은이가 있고, 며느리 박소영 씨(39세, 회사원)가 단독으로 양육하고 있습니다. 사별 초기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손녀를 만날 수 있었지만, 박소영 씨가 재혼을 준비하면서 약 1년 전부터 면접을 완전히 거부하고 있습니다. 김영숙 씨는 손녀에게 매달 30만 원씩 용돈을 보내왔으나 최근에는 계좌이체도 반송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많은 분들이 면접교섭권은 부모에게만 인정되는 것으로 알고 계십니다. 실제로 민법 제837조의2는 "자(子)를 직접 양육하지 아니하는 부모의 일방"에게 면접교섭권을 규정하고 있어, 조부모는 문언상 권리 주체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2016년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이 조부모 등 제3자의 면접교섭권을 전혀 규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헌법불합치, 입법개선 촉구). 이후 2021년 1월 민법이 개정되어 제837조의2 제2항이 신설되었고, 이에 따라 "부모의 사망, 질병, 그 밖의 사유로 부모가 면접교섭을 할 수 없는 경우" 조부모가 가정법원에 면접교섭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부모 면접교섭 청구의 핵심 요건
부모 일방이 사망하였거나, 장기 질병, 행방불명 등으로 면접교섭을 직접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그 부모의 직계존속(조부모)이 청구 가능합니다. 단순히 이혼 후 부모가 면접교섭을 게을리하는 경우에는 조부모의 독자적 청구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김영숙 씨의 경우, 아들이 사망하여 부(父)로서의 면접교섭권 행사가 불가능한 상태이므로 민법 제837조의2 제2항의 "부모의 사망"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김영숙 씨는 가정법원에 손녀 하은이에 대한 면접교섭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자격이 있습니다.
조부모 면접교섭이 법률상 가능하다고 해서 법원이 무조건 허가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모든 면접교섭 사건에서 "미성년 자녀의 복리(최선의 이익)"를 최우선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실무에서 법원이 주로 고려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최근 가정법원 실무에서는 조부모 면접교섭을 월 1회, 4~6시간 정도로 허가하는 사례가 많으며, 초기에는 양육자 동석 하에 진행하다가 점차 단독 면접으로 확대하는 단계적 방식을 채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김영숙 씨가 실제로 면접교섭을 신청하려면, 아래와 같은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실무적 조언
면접교섭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위한 만남"이라는 관점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법원에 제출하는 서면이나 가사조사관 면담에서 "내 권리"를 주장하기보다, 손자녀와의 관계가 아이의 정서 발달과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기존에 함께한 사진, 아이가 보낸 편지나 그림, 생일 선물 교환 내역 등이 좋은 증거 자료가 됩니다.
또한 상대방(양육자)과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태에서 소송을 제기하면, 아이가 심리적 갈등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소송 전에 내용증명이나 가족 중재를 통해 합의를 시도하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러한 선행 노력은 법원에서도 조부모의 성실한 태도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김영숙 씨 사례처럼 양육자의 재혼이 예정된 경우, "새 가정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양육자 측 주장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재혼 사실만으로 조부모 면접교섭을 배척하지는 않으며, 아이의 복리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면접의 방법과 빈도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는 것이 최근의 실무적 경향입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