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줄이고 결과로 입증합니다.
대마 재배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마약류관리법)에 의해 엄격하게 규율됩니다. 그런데 "고의가 아니라 과실로 대마가 자란 경우에도 처벌받는가"라는 질문은 실무에서 드물지 않게 접하는 쟁점입니다. 이하에서는 가상의 사례를 통해 대마 재배에 있어 과실의 법적 의미와 처벌 가능성을 분석합니다.
사례 개요
경기도 양평에서 텃밭을 운영하는 A씨(58세, 자영업)는 2024년 봄 지인 C씨로부터 받은 씨앗 여러 종을 밭에 뿌렸습니다. A씨는 해당 씨앗이 들깨 종자라고 알고 있었으나, 그중 일부가 대마 씨앗이었습니다. 약 4개월 뒤 대마 15주가 밭에서 자라고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하였고, A씨는 마약류관리법 위반(대마) 혐의로 입건되었습니다. A씨는 "대마인 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마약류관리법 제61조 제1항 제4호는 대마를 재배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재배"라는 행위에 고의가 필요한지 여부입니다.
형법 제13조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합니다. 즉, 형사범죄는 원칙적으로 고의범을 처벌하며, 과실범의 처벌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합니다(형법 제14조).
핵심 포인트: 마약류관리법에는 대마 재배에 관한 과실범 처벌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대마를 재배할 고의, 즉 "대마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이를 키운다"는 인식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재배죄의 구성요건이 충족되지 않습니다.
다만 이 원칙이 곧바로 "몰랐다고 하면 무조건 무죄"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피의자의 주장만으로 고의 부재를 인정하지 않으며, 객관적 정황을 종합하여 고의 유무를 판단합니다.
A씨 사례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질 부분은 미필적 고의(未必的 故意)의 인정 여부입니다. 미필적 고의란 결과 발생을 확실히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혹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인식을 가지면서 이를 용인(감수)한 경우를 말합니다.
법원이 미필적 고의 유무를 판단할 때 고려하는 주요 정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A씨의 경우, 텃밭이 외부에 공개된 장소이고 다른 채소와 함께 재배한 점, 지인으로부터 들깨 씨앗이라고 전달받은 정황이 있는 점은 고의 부재를 뒷받침하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A씨가 58세로 농사 경험이 풍부하다면 "4개월간 대마와 들깨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주장의 신빙성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실무상 판단 기준: 대마는 성장하면서 들깨와 형태적 차이가 뚜렷해집니다. 특히 잎의 갈라짐 수(대마는 보통 5~9갈래), 줄기 구조, 특유의 냄새 등이 구별 요소입니다. 법원은 "합리적 일반인의 시각에서 인식 가능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만약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A씨에게 고의가 없었음이 인정된다면, 마약류관리법상 대마 재배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과실범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무에서 이 결론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절차적 부담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소변검사(간이시약검사 및 정밀검사) 결과입니다. 대마 성분(THC)이 체내에서 검출될 경우, 재배뿐 아니라 흡연(투약) 혐의까지 추가되며, 이때는 과실 주장의 설득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A씨 사례에서 소변검사 결과가 음성이라면, 과실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간접 증거가 됩니다.
또한 C씨의 진술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C씨가 "들깨 씨앗이라고 알고 전달했다"고 진술하거나, 씨앗 입수 경위를 명확히 소명할 수 있다면 A씨의 방어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반대로 C씨가 대마 씨앗임을 알면서 전달한 경우, C씨에게는 대마 재배의 공범 또는 교사범 성립 여부가 별도로 검토됩니다.
실무적 조언: 대마 재배 과실 사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 대응입니다. 첫째, 씨앗의 입수 경위를 명확히 소명할 수 있는 자료(대화 기록, 구매 영수증 등)를 확보해야 합니다. 둘째, 소변검사에 적극 응하여 투약 혐의를 조기에 배제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셋째, 재배 장소의 공개성, 다른 작물과의 혼재 상황 등을 사진 등으로 기록해 두는 것이 권장됩니다. 마약류 사건은 구속 수사 비율이 높고 사회적 낙인도 큰 만큼, 혐의 초기 단계에서 체계적인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이 결과에 큰 차이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