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 민사전문 변호사입니다
계약서에 "위약 시 1억 원을 지급한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이 돈을 전부 달라고 합니다. 금액이 너무 과한데, 깎을 수는 없는 건가요?
오늘은 계약 실무에서 가장 혼동되는 개념 중 하나인 위약벌과 위약금의 구별, 그리고 감액 청구가 가능한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두 개념의 차이를 몰라 불필요하게 큰 금액을 부담하거나 반대로 받을 수 있는 돈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계약서에 적힌 위약 관련 조항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위약금)으로 해석되는지, 아니면 '위약벌'로 해석되는지에 따라 법원의 감액 가능 여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두 개념은 모두 계약 위반 시 지급하는 금전이라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법적 성질과 효과가 전혀 다릅니다.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배상해야 할 손해액을 미리 정해둔 것입니다. 실제 손해가 이보다 크든 작든 정해진 금액만 받습니다. 별도로 손해를 입증할 필요가 없습니다.
계약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제재(벌)'의 성격입니다. 위약벌과 별개로 실제 발생한 손해배상도 추가로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즉 위약금은 '이걸로 손해 정산 끝'이라는 성격이고, 위약벌은 '벌은 벌대로, 손해는 손해대로'라는 성격입니다. 당연히 위약벌이 상대방에게 훨씬 무겁게 작용합니다.
민법 제398조 제4항은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계약서에 단순히 "위약 시 얼마를 지급한다"라고만 적혀 있으면, 원칙적으로 위약금(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됩니다.
핵심: 위약벌로 인정받으려면 그 조항이 위약벌이라는 점이 계약서 문언이나 당사자의 의사에서 명확히 드러나야 합니다. 이를 주장하는 쪽이 입증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위약금과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제재금으로 한다"와 같은 문구가 있으면 위약벌로 해석될 여지가 커집니다. 반대로 명확한 표현 없이 금액만 정해두었다면 위약금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여기서 두 개념의 차이가 결정적으로 드러납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습니다. 당사자가 따로 감액을 청구하지 않아도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부당히 과다한지'는 계약 당사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예정액의 크기, 실제 손해의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합니다.
위약벌에는 민법 제398조 제2항의 감액 규정이 직접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 금액이 지나치게 과도해 공서양속(사회질서)에 반할 정도라면, 민법 제103조에 근거해 그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로 될 수 있습니다. 감액이 아니라 '무효'의 법리로 접근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정리하면, 위약금은 '과다하면 깎아준다', 위약벌은 '지나치게 과도하면 그 부분을 무효로 본다'는 구조입니다. 위약벌의 무효 판단 기준은 감액보다 엄격한 편이어서, 상대방 입장에서는 전액 부담할 위험이 더 큽니다.
첫째, 계약을 체결하는 단계라면 위약 조항의 성격을 명확히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금액을 받을 입장이라면 위약벌로, 지급할 가능성이 있는 입장이라면 손해배상액 예정으로 정리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둘째, 이미 분쟁이 발생했다면 조항의 문언을 꼼꼼히 분석해 어느 성질로 해석되는지부터 검토해야 합니다. 같은 금액이라도 어느 쪽으로 보느냐에 따라 감액 가능성과 추가 손해배상 청구 가능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셋째, 금액이 과도하다고 느껴진다면 감액 청구(위약금의 경우)나 무효 주장(위약벌의 경우)을 적극적으로 다퉈볼 수 있습니다. 특히 실제 손해 규모를 입증할 자료가 있다면 감액 판단에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