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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친족상도례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가족 간 재산범죄가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024년 6월 헌법재판소는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도록 한 형법 제328조 제1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로 인해 부모·자녀·배우자 사이에서 벌어진 횡령이나 사기 사건의 처리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어떤 점이 바뀌었는지 차례대로 살펴보겠습니다.
[가상 사례]
인천에 거주하는 회사원 B씨(52세)는 치매를 앓는 아버지 A씨(79세)의 은행 계좌를 관리하던 중, 아버지 명의 예금 1억 4천만 원을 무단으로 인출해 본인의 주식 투자와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했습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B씨의 여동생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친족상도례(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에 대해 처벌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는 '가정 내 문제는 가정에서 해결한다'는 전통적 관념에서 비롯된 제도입니다.
형법 제328조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 등 가까운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는 형을 면제하도록 했습니다(제1항). 둘째, 그 밖의 친족 사이에서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제2항, 친고죄).
문제는 제1항이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체적 사정을 전혀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해 버린 점이 피해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본 것입니다. 위 사례처럼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부모의 재산을 자녀가 가로챈 경우에도, 종전에는 직계혈족 사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벌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제328조 제1항을 단순 위헌으로 선언하지 않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는 당장 조항을 폐지하면 법적 공백이 생기므로, 국회가 개정할 때까지 시한을 두되 그 적용은 즉시 중지시키는 방식입니다.
해당 조항의 적용이 2024년 6월 27일부로 중지되었습니다. 즉, 직계혈족·배우자 등 가까운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라 하더라도 더 이상 '형 면제'가 자동으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위 사례의 B씨는 과거였다면 아버지의 직계혈족이라는 이유로 횡령죄(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가로채는 범죄)로 처벌받지 않았겠지만, 현재는 일반 횡령 사건과 동일하게 수사와 기소,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이미 형이 확정된 과거 사건까지 소급해 다시 처벌하는 것은 아닙니다. 적용 중지는 결정 이후 진행되는 사건과 재심 대상 등에 영향을 미칩니다.
헌법불합치 이후 가족 간 재산범죄 고소가 접수되면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진행됩니다.
정리하면, 친족이라는 사실이 과거에는 '처벌 자체를 막는 방패'였다면, 이제는 '형을 감경받을 수 있는 참작 요소'로 성격이 바뀌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B씨 입장에서는 몇 가지 쟁점을 정리해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인출한 금원의 성격입니다. 아버지의 생활비·병원비로 정당하게 사용한 부분과 개인 용도로 소비한 부분을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가족 계좌를 관리하다 보면 두 성격의 지출이 섞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둘째, 피해 회복 여부입니다. 소비한 금액을 변제하고 다른 상속인들과 원만히 합의하는 것은 양형에서 매우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셋째, 고의성에 대한 다툼입니다. 아버지의 묵시적 동의가 있었거나, 가족 공동의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다면 횡령의 고의 자체가 부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피해자나 다른 가족의 입장에서는, 과거와 달리 이제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포기할 필요 없이 형사 절차를 통해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알아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사실관계와 증거가 복잡하게 얽히는 분야인 만큼, 단순한 감정 대응보다 금융 거래 내역과 경위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사건 해결의 출발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