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20대 직장인 C씨는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SNS에 네 얼굴이 합성된 영상이 돌아다닌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확인해 보니, 누군가 C씨의 얼굴 사진을 인공지능(AI) 기술로 성적인 영상에 합성한 이른바 딥페이크 합성물이 메신저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었습니다. 극심한 충격과 수치심 속에서 C씨는 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했습니다.
이처럼 딥페이크 영상 유포 피해를 당하면 심리적 고통은 물론,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신고는 어디에 하는지",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인지", "삭제는 어떻게 시키는지" 등 절차 전반을 어려워합니다. 오늘은 딥페이크 합성물 유포에 대한 처벌 기준부터 피해자가 밟아야 할 구제 절차까지, 실무에서 안내드리는 순서 그대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2020년 개정된 성폭력처벌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는 딥페이크 합성물에 대해 명확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핵심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작만으로도 처벌 대상 -- 반포, 판매, 임대, 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 상영할 목적으로 사람의 얼굴, 신체, 음성을 대상으로 한 허위 영상물 등을 제작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유포 시 가중처벌 -- 실제로 유포(반포, 판매, 공연 전시 등)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며, 영리 목적이 가담되면 7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량이 올라갑니다.
2024년 개정 강화 --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성적 목적의 딥페이크 합성물 유포에 대한 양형 기준이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소지, 구입, 저장만으로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의 처벌 대상이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피해자가 성인이든 미성년자이든 관계없이 처벌 대상이라는 것이며, 피해자가 아동이나 청소년인 경우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이 적용되어 형량이 대폭 가중됩니다.
C씨처럼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당황하지 않고 증거부터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실무에서 "증거가 있어야 사건이 움직인다"는 말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유포된 영상, 이미지가 게시된 URL, 게시자의 닉네임과 계정 정보, 게시 날짜와 시간을 빠짐없이 캡처합니다. 메신저 대화 내용도 포함하세요. 동영상 자체를 저장해 두는 것도 필요합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운영하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전화 02-735-8994)에 연락하면, 유포된 영상물의 삭제 지원을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해외 사이트에 올라간 영상도 삭제 요청 대행이 가능합니다.
방심위(전화 1377)에 불법 영상물 유통 심의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심의 결과 불법으로 판정되면 해당 사이트에 삭제, 접속 차단 등 시정 명령이 내려집니다.
증거 확보와 삭제 요청을 병행하면서 형사 고소를 진행해야 합니다. C씨의 사례처럼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더라도 고소는 가능합니다.
관할 경찰서 사이버수사팀 또는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에 고소장을 제출합니다. 온라인(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 ECRM)으로도 접수 가능합니다. 고소장에는 피해 사실, 증거자료(캡처 파일, URL 목록), 피의자 정보(알고 있는 경우)를 기재합니다.
필요서류: 고소장, 증거자료(USB 또는 클라우드 링크), 신분증
경찰이 IP 추적, 통신사실확인자료 조회, 플랫폼 측 자료 제출 요청 등을 통해 피의자를 특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진술 조서 작성을 위해 출석 요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건의 복잡도에 따라 수사 기간이 달라지지만, 통상 2~6개월 정도가 소요됩니다.
경찰 수사가 완료되면 사건이 검찰로 송치됩니다. 검찰은 증거를 검토한 후 기소(공판 또는 약식) 여부를 결정합니다. 영리 목적이 확인되거나 피해가 대규모인 경우 구속 기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형사 절차와 별도로, 가해자에게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보면 형사 처벌만으로는 피해 회복이 충분하지 않아 민사 소송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가 핵심입니다. 딥페이크 영상 유포로 인한 위자료는 사안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인정되고 있으며, 피해 확산 범위, 유포 기간, 가해자의 고의성 등이 배상액 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필요서류: 소장, 증거자료, 진단서(심리 치료 내역), 인지대 및 송달료
소송과 별도로 법원에 게시물 삭제 가처분을 신청하면, 판결 확정 전이라도 빠르게 삭제 명령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가해자 특정이 어렵더라도 플랫폼 운영자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이 실무적으로 유용합니다.
C씨는 수사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크게 지쳐 있었습니다. 다행히 피해자를 위한 여러 지원 제도가 마련되어 있었고, 실제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료 법률 지원: 대한법률구조공단(전화 132) 또는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무료 법률 상담과 소송 대리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는 소득 기준 없이 지원 대상에 해당합니다.
심리상담 및 치료비 지원: 여성긴급전화 1366, 해바라기센터를 통해 전문 심리 상담과 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진술조력인 제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진술을 도와주는 진술조력인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성년 피해자에게 적극 권장됩니다.
신변보호 조치: 가해자의 보복이 우려되는 경우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할 수 있으며, 피해자 신원 비공개 결정도 가능합니다.
딥페이크 합성물 유포 피해에 대응할 때 실무 현장에서 자주 안내드리는 사항을 마지막으로 정리합니다.
첫째, 시간 싸움이라는 점을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영상이 퍼지기 전에 삭제 요청과 고소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피해 확산을 최소화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유포 사실을 인지한 후 24시간 이내에 움직이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둘째, 증거를 삭제하지 마세요. 충격적인 영상을 보면 즉시 없애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법적 절차에서 증거가 없으면 처벌도, 배상도 어려워집니다. 원본 URL, 캡처 화면, 전송 기록 등을 안전하게 보관하되 제3자에게 공유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셋째, 가해자와 직접 접촉하거나 합의를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가해자가 오히려 추가 유포를 협박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법적 절차를 통해 대응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