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동일해 보이는 상황이라도 사실관계나 시점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변호사와 상담을 권장합니다.
[대법원 2024. 10. 25. 선고 2021도8948 판결]
[1] 횡령죄에서 말하는 ‘보관’의 의미(=위탁관계에 따라 재물을 점유하는 것) / 횡령죄의 성립에 필요한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되는지 여부(적극) 및 위탁관계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2]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횡령의 대상이 된 재물이 타인의 소유이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 목적과 용도를 정하여 위탁한 금전을 수탁자가 임의로 소비하는 행위가 횡령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피해자가 목적과 용도를 정하여 금전을 위탁한 사실 및 그 목적과 용도가 무엇인지는 엄격한 증명의 대상인지 여부(적극)
[1] 형법 제355조 제1항
[2] 형법 제355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08조
[1]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공2016상, 817),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공2018하, 1801),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17도21286 판결(공2022하, 1536) / [2]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도3627 판결(공2005하, 1999),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도8121 판결
피고인 1 외 1인
피고인들
법무법인 이우스 담당변호사 장은백
광주지법 2021. 6. 22. 선고 2015노2263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쟁점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2는 피해자 주식회사 ○○○(이하 ‘피해자 회사’라 한다)의 이사로서 1998년경부터 전남 강진군이 피해자 회사에 발주한 전남 강진군 △△면 소재 □□□ 복원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의 시공을 총괄하는 업무에 종사한 사람이고, 피고인 1은 2007년경부터 이 사건 공사의 현장소장으로서 피고인 2를 보좌하여 공사현장 및 자금을 관리하는 업무에 종사한 사람이다.
피고인들은 2009. 6. 30.경 강진군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 중 ◇◇ 복원공사에 소요될 공사선급금 913,000,000원을 시공사인 피해자 회사 명의의 국민은행 계좌를 통하여 피고인 2의 농협 계좌로 송금받아 업무상 보관하던 중 공사선급금을 보관하고 있음을 기화로 허위의 노무자를 이용하여 임금 명목으로 지불하는 것처럼 이를 인출하여 개인적인 용도로 소비하기로 공모하였다.
이에 피고인 1은 2010. 4. 1.경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있는 사무실에서, 사실은 피고인 1의 처인 공소외 1이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노무를 제공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녀가 이 사건 공사에 노무를 제공한 것처럼 노무자로 등록하여 그녀에 대한 임금 명목으로 피고인 1이 관리하는 공소외 1 명의의 계좌로 240만 원을 임의로 송금한 후 이를 인출하여 피고인 2에게 전달하였고, 피고인 2는 위와 같이 전달받은 240만 원을 생활비 등 개인적인 용도로 임의로 소비하여 횡령한 것을 비롯하여 2009. 6. 30.경부터 2012. 11. 30.경까지 원심 판시 범죄일람표 1 기재와 같이 총 42회에 걸쳐 합계 108,140,000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임의로 소비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해자 회사의 재물을 횡령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쟁점 공소사실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유죄로 판단하였다.
가. 피고인 2는 허위 노무자명세서, 실제보다 과다한 금액의 허위 세금계산서 등을 피해자 회사에 제출하여 공사선급금을 받아 지출 처리한 후 위 허위로 계산된 금액과 실제 지출한 금액과의 차액을 되돌려받았고, 이를 자신의 생활비나 가족들의 병원비 및 생활비 지급을 위해 사용한 사실이 인정된다.
나. 이는 피해자 회사의 공사선급금을 보관하는 피고인 2가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한 없이 그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사실상 처분한 것이므로, 업무상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인정되고, 그중 일부가 실제 공사대금 지급 등에 사용되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
3. 대법원의 판단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따라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그 밖의 본권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위탁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의 관계, 재물을 보관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보관자에게 재물의 보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여 그 보관 상태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또한,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는 것을 처벌하는 범죄이므로, 횡령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횡령의 대상이 된 재물이 타인의 소유일 것을 요하고(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도3627 판결 등 참조), 목적과 용도를 정하여 위탁한 금전은 정해진 목적, 용도에 사용할 때까지는 이에 대한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으로서 수탁자가 임의로 소비하면 횡령죄를 구성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목적과 용도를 정하여 금전을 위탁한 사실 및 그 목적과 용도가 무엇인지는 엄격한 증명의 대상으로(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도8121 판결 참조), 이를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공사 중 ◇◇ 복원공사 계약은 2009. 6. 25., ☆☆ 복원공사 계약은 2012. 4. 16. 각각 피고인 2의 관여하에 피해자 회사의 이름으로 강진군과 사이에 체결되었다.
2) 강진군은 피해자 회사의 계좌로, 이 사건 공사 중 ◇◇ 복원공사 부분 선급금으로 2009. 6. 말경 913,000,000원을, ☆☆ 복원공사 부분 선급금으로 2012. 5.경 457,000,000원(이하 위 각 돈을 합하여 ‘이 사건 선급금’이라 한다)을 각 지급하면서 그 조건으로 이 사건 선급금을 당해 공사의 노임지급 및 자재확보 등 당해 계약 목적달성을 위한 용도로 사용하여야 하고, 이를 위배한 경우에는 그 선급금을 강진군에 반환하여야 한다고 정하였다.
3) 피해자 회사의 법인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는 피고인 2가 1999. 8. 30.부터 이 사건 공사 계약이 체결되기 이전인 2009. 2. 17.까지 피해자 회사의 이사로 등재되었다가 이 사건 공사가 완성된 무렵인 2014. 3. 31. 다시 피해자 회사의 사내이사로 취임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에 관하여 피고인들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2가 문화재수리업을 하기 위해서는 종합건설면허가 필요했을 뿐만 아니라 공사입찰을 위해서는 기존의 공사실적이 필요했기 때문에 1998년경부터 종합건설면허를 보유하고 있는 피해자 회사의 부금이사로 활동하면서 피해자 회사의 이름으로 이 사건 공사를 수주하여 공사도급인으로부터 피해자 회사의 계좌로 공사대금이 지급되면, 피해자 회사가 그 공사대금에서 우선 부가가치세 비용 등을 빼고 남은 돈의 6~7%를 피해자 회사에 대한 부금으로 다시 뺀 나머지를 피고인 2가 관리하는 계좌로 송금하였고, 다만 이 사건 선급금의 경우 위와 같이 공제한 돈을 여러 차례 나누어 송금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4) 피고인들 아래에서 경리업무를 담당한 공소외 2는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입사 후 경리업무를 하던 중 세금계산서나 직원들의 월 급여 등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공사와 같은 문화재 관련 공사에 대해서는 피고인 2가 피해자 회사(본사)와 별도로 수주하여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인 공소외 3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 회사의 실질적 운영자인 공소외 4와 친구 사이인 피고인 2가 피해자 회사의 이름으로 문화재 관련 공사를 도급받아 피해자 회사와는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공사를 진행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5) 강진군청 공무원 공소외 5는 수사기관에서 "자신이나 이 사건 공사 현장 주위의 사람들도 피고인 2를 사장으로 불렀고, 실질적으로 이 사건 공사의 책임자 역할을 한 사람은 피고인 2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피고인 2에게 이 사건 공사에 필요한 목재를 판매한 공소외 6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2에게 2,000만 원 상당의 목재를 판매하면서 ‘공급받는 자’를 피해자 회사로 하여 공급가액 및 세액 합계 5,500만 원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주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6)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2가 피고인 1과 공모하여 쟁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방법으로 발주자인 강진군이 지급한 이 사건 선급금 중 일부를 이 사건 공사의 계약 목적달성 외의 용도로 사용하였다는 점만을 알 수 있을 뿐, 이 사건 공사에 대한 피고인 2와 피해자 회사 사이의 구체적 관계, 피고인 2가 피해자 회사로부터 이 사건 선급금을 지급받아서 보관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 이 사건 공사나 선급금에 관한 위탁관계의 존부와 구체적 내용, 이 사건 선급금의 의미와 성격 등을 알 수 없고, 원심에서 이 사건 횡령의 피해자가 강진군에서 피해자 회사로 공소장 변경된 이후에도 이 부분에 관하여 제대로 심리되지도 않았다.
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피고인 2가 이 사건 공사 당시에 피해자 회사로부터 그 공사에 관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았다고 볼 근거는 부족하다. 오히려 피고인 2는 자신의 문화재수리업과 관련하여 1998년경 무렵부터 피해자 회사의 이른바 ‘부금이사’(건설업 면허를 가진 회사에 명의대여료를 지급하고 자기의 계산과 책임으로 공사를 수주하여 시공하는 자를 가리킨다)로 활동해오다가 피해자 회사의 명의를 빌려 강진군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도급받은 실질적 주체라고 볼 여지가 있고, 피해자 회사가 이 사건 선급금 중 부가가치세나 부금 등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피고인 2가 관리하는 계좌로 송금한 경우 피고인 2가 그 돈에 대하여 처분권한을 갖게 될 뿐, 피해자 회사를 위하여 보관한 것은 아니라고 볼 여지도 있다.
2)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①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피고인 2와 피해자 회사 사이에 피해자 회사의 종합건설면허 대여에 대한 대가의 약속 및 수수가 있었는지 여부와 그 대가의 구체적 내용 및 수수 방법, ② 강진군으로부터 도급받은 이 사건 공사를 자기의 계산과 책임으로 시공한 실질적인 주체가 누구인지, ③ 이 사건 공사 과정에서 피해자 회사가 자기의 비용과 근로자를 투입하는 등으로 관여하였는지 여부 및 관여하였다면 그 정도와 범위, ④ 이 사건 공사 자금의 조달·관리, 이 사건 선급금의 수령 방법, 원심 판시 범죄일람표 1에 기재된 공사선급금 보관 계좌의 직접적인 관리주체와 관리 방법, 이 사건 선급금의 사용에 대한 피고인들의 보고나 피해자 회사의 관리·감독, 정산 내용 등에 관하여 보다 면밀하게 살펴보아 피고인 2와 피해자 회사 사이에 이 사건 선급금에 대한 위탁관계가 존재하는지, 그러한 위탁관계가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위탁관계인지, 원심 판시 범죄일람표 1의 공사선급금 보관 계좌로 입금된 이 사건 선급금이 그 입금 후에도 여전히 피해자 회사 소유의 금전인지 여부 등을 심리·판단한 다음 이를 토대로 피고인 2 및 그 공범인 피고인 1에 대한 업무상횡령죄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에 나아갔어야 한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상횡령죄의 위탁관계, 재물의 타인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마. 따라서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쟁점 공소사실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피고인 2에 대한 나머지 유죄 부분은 위 파기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경필(재판장) 노태악 서경환(주심) 신숙희
*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동일해 보이는 상황이라도 사실관계나 시점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변호사와 상담을 권장합니다.
[대법원 2024. 10. 25. 선고 2021도8948 판결]
[1] 횡령죄에서 말하는 ‘보관’의 의미(=위탁관계에 따라 재물을 점유하는 것) / 횡령죄의 성립에 필요한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되는지 여부(적극) 및 위탁관계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2]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횡령의 대상이 된 재물이 타인의 소유이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 목적과 용도를 정하여 위탁한 금전을 수탁자가 임의로 소비하는 행위가 횡령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피해자가 목적과 용도를 정하여 금전을 위탁한 사실 및 그 목적과 용도가 무엇인지는 엄격한 증명의 대상인지 여부(적극)
[1] 형법 제355조 제1항
[2] 형법 제355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08조
[1]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공2016상, 817),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공2018하, 1801),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17도21286 판결(공2022하, 1536) / [2]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도3627 판결(공2005하, 1999),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도8121 판결
피고인 1 외 1인
피고인들
법무법인 이우스 담당변호사 장은백
광주지법 2021. 6. 22. 선고 2015노2263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쟁점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2는 피해자 주식회사 ○○○(이하 ‘피해자 회사’라 한다)의 이사로서 1998년경부터 전남 강진군이 피해자 회사에 발주한 전남 강진군 △△면 소재 □□□ 복원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의 시공을 총괄하는 업무에 종사한 사람이고, 피고인 1은 2007년경부터 이 사건 공사의 현장소장으로서 피고인 2를 보좌하여 공사현장 및 자금을 관리하는 업무에 종사한 사람이다.
피고인들은 2009. 6. 30.경 강진군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 중 ◇◇ 복원공사에 소요될 공사선급금 913,000,000원을 시공사인 피해자 회사 명의의 국민은행 계좌를 통하여 피고인 2의 농협 계좌로 송금받아 업무상 보관하던 중 공사선급금을 보관하고 있음을 기화로 허위의 노무자를 이용하여 임금 명목으로 지불하는 것처럼 이를 인출하여 개인적인 용도로 소비하기로 공모하였다.
이에 피고인 1은 2010. 4. 1.경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있는 사무실에서, 사실은 피고인 1의 처인 공소외 1이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노무를 제공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녀가 이 사건 공사에 노무를 제공한 것처럼 노무자로 등록하여 그녀에 대한 임금 명목으로 피고인 1이 관리하는 공소외 1 명의의 계좌로 240만 원을 임의로 송금한 후 이를 인출하여 피고인 2에게 전달하였고, 피고인 2는 위와 같이 전달받은 240만 원을 생활비 등 개인적인 용도로 임의로 소비하여 횡령한 것을 비롯하여 2009. 6. 30.경부터 2012. 11. 30.경까지 원심 판시 범죄일람표 1 기재와 같이 총 42회에 걸쳐 합계 108,140,000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임의로 소비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해자 회사의 재물을 횡령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쟁점 공소사실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유죄로 판단하였다.
가. 피고인 2는 허위 노무자명세서, 실제보다 과다한 금액의 허위 세금계산서 등을 피해자 회사에 제출하여 공사선급금을 받아 지출 처리한 후 위 허위로 계산된 금액과 실제 지출한 금액과의 차액을 되돌려받았고, 이를 자신의 생활비나 가족들의 병원비 및 생활비 지급을 위해 사용한 사실이 인정된다.
나. 이는 피해자 회사의 공사선급금을 보관하는 피고인 2가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한 없이 그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사실상 처분한 것이므로, 업무상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인정되고, 그중 일부가 실제 공사대금 지급 등에 사용되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
3. 대법원의 판단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따라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그 밖의 본권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위탁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의 관계, 재물을 보관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보관자에게 재물의 보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여 그 보관 상태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또한,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는 것을 처벌하는 범죄이므로, 횡령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횡령의 대상이 된 재물이 타인의 소유일 것을 요하고(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도3627 판결 등 참조), 목적과 용도를 정하여 위탁한 금전은 정해진 목적, 용도에 사용할 때까지는 이에 대한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으로서 수탁자가 임의로 소비하면 횡령죄를 구성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목적과 용도를 정하여 금전을 위탁한 사실 및 그 목적과 용도가 무엇인지는 엄격한 증명의 대상으로(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도8121 판결 참조), 이를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공사 중 ◇◇ 복원공사 계약은 2009. 6. 25., ☆☆ 복원공사 계약은 2012. 4. 16. 각각 피고인 2의 관여하에 피해자 회사의 이름으로 강진군과 사이에 체결되었다.
2) 강진군은 피해자 회사의 계좌로, 이 사건 공사 중 ◇◇ 복원공사 부분 선급금으로 2009. 6. 말경 913,000,000원을, ☆☆ 복원공사 부분 선급금으로 2012. 5.경 457,000,000원(이하 위 각 돈을 합하여 ‘이 사건 선급금’이라 한다)을 각 지급하면서 그 조건으로 이 사건 선급금을 당해 공사의 노임지급 및 자재확보 등 당해 계약 목적달성을 위한 용도로 사용하여야 하고, 이를 위배한 경우에는 그 선급금을 강진군에 반환하여야 한다고 정하였다.
3) 피해자 회사의 법인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는 피고인 2가 1999. 8. 30.부터 이 사건 공사 계약이 체결되기 이전인 2009. 2. 17.까지 피해자 회사의 이사로 등재되었다가 이 사건 공사가 완성된 무렵인 2014. 3. 31. 다시 피해자 회사의 사내이사로 취임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에 관하여 피고인들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2가 문화재수리업을 하기 위해서는 종합건설면허가 필요했을 뿐만 아니라 공사입찰을 위해서는 기존의 공사실적이 필요했기 때문에 1998년경부터 종합건설면허를 보유하고 있는 피해자 회사의 부금이사로 활동하면서 피해자 회사의 이름으로 이 사건 공사를 수주하여 공사도급인으로부터 피해자 회사의 계좌로 공사대금이 지급되면, 피해자 회사가 그 공사대금에서 우선 부가가치세 비용 등을 빼고 남은 돈의 6~7%를 피해자 회사에 대한 부금으로 다시 뺀 나머지를 피고인 2가 관리하는 계좌로 송금하였고, 다만 이 사건 선급금의 경우 위와 같이 공제한 돈을 여러 차례 나누어 송금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4) 피고인들 아래에서 경리업무를 담당한 공소외 2는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입사 후 경리업무를 하던 중 세금계산서나 직원들의 월 급여 등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공사와 같은 문화재 관련 공사에 대해서는 피고인 2가 피해자 회사(본사)와 별도로 수주하여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인 공소외 3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 회사의 실질적 운영자인 공소외 4와 친구 사이인 피고인 2가 피해자 회사의 이름으로 문화재 관련 공사를 도급받아 피해자 회사와는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공사를 진행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5) 강진군청 공무원 공소외 5는 수사기관에서 "자신이나 이 사건 공사 현장 주위의 사람들도 피고인 2를 사장으로 불렀고, 실질적으로 이 사건 공사의 책임자 역할을 한 사람은 피고인 2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피고인 2에게 이 사건 공사에 필요한 목재를 판매한 공소외 6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2에게 2,000만 원 상당의 목재를 판매하면서 ‘공급받는 자’를 피해자 회사로 하여 공급가액 및 세액 합계 5,500만 원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주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6)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2가 피고인 1과 공모하여 쟁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방법으로 발주자인 강진군이 지급한 이 사건 선급금 중 일부를 이 사건 공사의 계약 목적달성 외의 용도로 사용하였다는 점만을 알 수 있을 뿐, 이 사건 공사에 대한 피고인 2와 피해자 회사 사이의 구체적 관계, 피고인 2가 피해자 회사로부터 이 사건 선급금을 지급받아서 보관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 이 사건 공사나 선급금에 관한 위탁관계의 존부와 구체적 내용, 이 사건 선급금의 의미와 성격 등을 알 수 없고, 원심에서 이 사건 횡령의 피해자가 강진군에서 피해자 회사로 공소장 변경된 이후에도 이 부분에 관하여 제대로 심리되지도 않았다.
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피고인 2가 이 사건 공사 당시에 피해자 회사로부터 그 공사에 관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았다고 볼 근거는 부족하다. 오히려 피고인 2는 자신의 문화재수리업과 관련하여 1998년경 무렵부터 피해자 회사의 이른바 ‘부금이사’(건설업 면허를 가진 회사에 명의대여료를 지급하고 자기의 계산과 책임으로 공사를 수주하여 시공하는 자를 가리킨다)로 활동해오다가 피해자 회사의 명의를 빌려 강진군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도급받은 실질적 주체라고 볼 여지가 있고, 피해자 회사가 이 사건 선급금 중 부가가치세나 부금 등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피고인 2가 관리하는 계좌로 송금한 경우 피고인 2가 그 돈에 대하여 처분권한을 갖게 될 뿐, 피해자 회사를 위하여 보관한 것은 아니라고 볼 여지도 있다.
2)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①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피고인 2와 피해자 회사 사이에 피해자 회사의 종합건설면허 대여에 대한 대가의 약속 및 수수가 있었는지 여부와 그 대가의 구체적 내용 및 수수 방법, ② 강진군으로부터 도급받은 이 사건 공사를 자기의 계산과 책임으로 시공한 실질적인 주체가 누구인지, ③ 이 사건 공사 과정에서 피해자 회사가 자기의 비용과 근로자를 투입하는 등으로 관여하였는지 여부 및 관여하였다면 그 정도와 범위, ④ 이 사건 공사 자금의 조달·관리, 이 사건 선급금의 수령 방법, 원심 판시 범죄일람표 1에 기재된 공사선급금 보관 계좌의 직접적인 관리주체와 관리 방법, 이 사건 선급금의 사용에 대한 피고인들의 보고나 피해자 회사의 관리·감독, 정산 내용 등에 관하여 보다 면밀하게 살펴보아 피고인 2와 피해자 회사 사이에 이 사건 선급금에 대한 위탁관계가 존재하는지, 그러한 위탁관계가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위탁관계인지, 원심 판시 범죄일람표 1의 공사선급금 보관 계좌로 입금된 이 사건 선급금이 그 입금 후에도 여전히 피해자 회사 소유의 금전인지 여부 등을 심리·판단한 다음 이를 토대로 피고인 2 및 그 공범인 피고인 1에 대한 업무상횡령죄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에 나아갔어야 한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상횡령죄의 위탁관계, 재물의 타인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마. 따라서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쟁점 공소사실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피고인 2에 대한 나머지 유죄 부분은 위 파기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경필(재판장) 노태악 서경환(주심) 신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