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함과 책임감, 결과로 증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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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로스쿨] 법의 날개로 내일의 정의를
[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3두23805 판결]
국가가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신분으로서 자발적으로 군의 지휘체계에 편입되어 군인들과 함께 군사작전을 수행하다가 전사한 사람의 유족에게 구 군인사망급여금규정에 따른 사망급여금의 지급 여부나 그 가능성 등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안내하거나 설명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소극) 및 그러한 안내 또는 설명이 누락된 사망급여금 청구권에 관하여는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할 수 없는지 여부(소극)
구 군인사망급여금규정(1955. 9. 2. 대통령령 제10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부칙(1953. 11. 10.), 구 군인사망급여금규정(1974. 6. 19. 대통령령 제7181호 군인재해보상규정 부칙 제2항으로 폐지) 제2조
원고
서울지방보훈청장
서울고법 2013. 10. 24. 선고 2013누16144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1. 원심은, 원고가 1989. 12. 19. 해군참모총장으로부터 원고의 아버지인 망인이 해군과 함께 공비정찰작전에 참여하였다가 전사하였으니 국가유공자에 해당한다는 취지가 기재된 이 사건 확인서를 발급받고, 1990. 2. 27. 피고로부터 국가유공자의 유족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받은 사실, 원고가 2011. 12. 14. 피고에게 망인의 전사를 이유로 사망급여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하는 이 사건 처분을 받은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구 군인사망급여금규정(1974. 6. 19. 대통령령 제7181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은 제2조에서 사망급여금은 사망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5년 이내에 청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고의 사망급여금 청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가 해군참모총장으로부터 이 사건 확인서를 발급받은 날로부터 5년이 지난 1994. 12. 20. 시효완성으로 소멸하게 된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원고와 같은 일반인으로서는 이 사건 확인서를 발급받아 망인을 국가유공자로 등록한 후에도 정식으로 병적에 편입된 군인이 아니었던 망인이 사망급여금의 지급대상에 포함된다고 판단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는 이 사건 확인서를 발급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망급여금 청구권을 행사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할 것이어서 국가유공자의 유족인 원고를 적극적으로 보호·지원하고 관련 법령을 정비하여 보상절차를 명확히 할 의무를 지고 있는 피고가 이제 와서 소멸시효를 들어 사망급여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의 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그러나 국가에게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또한 위와 같은 일반적 원칙을 적용하여 법이 두고 있는 구체적인 제도의 운용을 배제하는 것은 법 해석에 있어 또 하나의 대원칙인 법적 안정성을 해할 위험이 있으므로 그 적용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71881 판결 등 참조).
나. 1953. 11. 10. 대통령령 제831호로 개정된 구 군인사망급여금규정(1955. 9. 2. 대통령령 제10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조는 군인사관후보생 및 군속이 전사한 때에는 그 유족에게 사망급여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그 부칙은 “본 영은 단기 4283년 6월 25일(서기 1950년 6월 25일)부터 적용한다. 본 영은 군에 복무한 징용자 및 노무자에 준용하되 그 급여는 사병대우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위 각 규정의 문언에 의하면,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신분으로서 자발적으로 군의 지휘체계에 편입되어 군인들과 함께 군사작전을 수행하다가 전사한 사람이 군속 등에 준하여 사망급여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쉽사리 단정할 수는 없고, 국가가 그와 같은 경위로 전사한 사람의 유족에게 위 각 규정에 따른 사망급여금의 지급 여부나 그 가능성 등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안내하거나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편 국가가 한국전쟁 중 전사한 사람의 유족에게 각종 법령에 따라 인정될 수 있는 급여청구권을 모두 안내하거나 설명하지 아니할 경우 그러한 안내 또는 설명이 누락된 급여청구권에 관하여는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할 수 없는 부담을 지게 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아니하다.
앞서 본 법리에 이러한 사정 등을 더하여 보면, 설령 한국전쟁 당시 대한청년단원으로서 자발적으로 해군의 지휘를 받아 공비정찰작전에 참여하였다가 전사한 망인의 유족인 원고가 구 군인사망급여금규정에 따라 사망급여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가 원고에게 망인이 위와 같이 전사하여 국가유공자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이 사건 확인서를 발급하면서 사망급여금의 청구에 관하여 안내하거나 설명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원고의 사망급여금 청구권 행사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그런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할 만한 언동을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원고와 같은 일반인으로서는 자발적 전투요원으로서 군의 지휘체계에 편입되어 군무를 수행하다가 전사한 사람이 구 군인사망급여금규정에 따른 사망급여금의 지급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등의 사정만으로 객관적으로 원고가 사망급여금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거나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상당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아가 다른 국가유공자의 유족과 달리 원고에게 특별한 보호의 필요성이 있다거나 같은 처지의 다른 채권자들이 사망급여금을 지급받았다는 사정도 보이지 아니하여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사망급여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들어 사망급여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멸시효 완성 주장의 권리남용 해당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신영철(주심) 이상훈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