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동일해 보이는 상황이라도 사실관계나 시점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변호사와 상담을 권장합니다.
피고는 임대차계약서를 근거로 부동산 임대수입 과소신고하였다고 보아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나, 제반사항을 고려해 보면 거래당사자간에 부동산을 무상임대 내지 사용대차한 것으로 보이므로 임대차계약서를 근거로 임대수입 과소신고하였다고 판단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판결 내용은 붙임과 같습니다.
사 건 |
2023누44292 부가가치세등부과처분취소 |
원 고 |
홍** |
피 고 |
○○세무서장 외 |
변 론 종 결 |
2023. 11. 30. |
판 결 선 고 |
2024. 2. 15. |
주 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들이 원고에게 한 별지 1 목록 기재 각 부과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 총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이 법원이 이에 관해 적을 이유는, 아래와 같이 덧붙이는 것 말고는 제1심판결 이유 제1항 기재와 같다. 그러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그대로 인용한다(여기서 설정된 약칭도 이 판결에서 그대로 사용한다).
❍ 제1심판결 2쪽 5행 “설치운영 등을 목적으로”와 “설립된” 사이에 “□□시 □□면 □□로 2536번길 112-12를 주사무소로 하여”를 덧붙인다.
2.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가 이 사건 재단과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을 목적물로 삼아 체결한 임대차계약은, 계약서 문언과 달리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던 무상계약이거나, 통정(通情)한 허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당시 이 사건 재단의 관리 등을 관할하는 □□시의 의료정책상, 원고가 이 사건 재단에 부동산을 유상으로 임대하는 방법으로는 병원 설립이 불가능하였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재단과 실질이 무상 임대인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결과 원고는 이 사건 재단을 상대로 60개월의 기간 동안 차임을 한 번도 요구하거나 수령한 적이 없다. 임대차보증금을 받은 적도 없다. 임대차계약기간의 종료 시에도, 미지급 차임에 대하여 채권포기 승낙서를 작성하였다.
결국 원고는 이 사건 재단으로부터 대가를 지급받지 않고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임대 용역을 제공하였다. 이는 구 부가가치세법(2015. 8. 11. 법률 제134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 제1항 제20호에서 정하는 ‘공익단체에 무상으로 공급하는 용역’으로서 부가가치세 면제의 대상이 된다. 원고가 이 사건 재단에게 유상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임대했음을 전제로 발령된 이 사건 부가가치세 처분은 위법하다.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임대수입을 얻은 적이 없는데, 원고가 이를 유상으로 임대했다는 전제에서 발령된 이 사건 종합소득세 처분 역시 실질과세 원칙에 위배되어 위법하다.
3. 관계 법령
별지 2 기재와 같다.
4. 총괄적 판단 기준(논의의 전제)
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임대차계약서를 살펴보면, (임대차)보증금 7억 원, 월 차임 2,500만 원이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이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목적물을 사용, 수익하게 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차임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 즉 민법 제618조가 정하는 유상(有償) 임대차계약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피고들이 이와 같은 계약서 내지 처분문서를 증거로 제출한 이상, 유상용역의 공급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과세처분의 적법성은 일응 추정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무상(無償) 사용․수익의 계약 즉 민법 제609조가 정하는 사용대차계약 내지 이에 가까운 무상계약만 성립된 데에 불과하다는 사정은, 납세의무자인 원고 측에 증명의 책임이 있다(과세요건이 성립하였는데도 비과세 혹은 면세대상이라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납세의무자에게 증명책임이 있기도 하다).
나. 처분문서의 진정 성립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반증이 없는 한 그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합리적인 이유 설시도 없이 이를 배척하여서는 안 된다. 하지만 처분문서라 할지라도 그 기재 내용과 다른 명시적․묵시적 약정이 있는 사실이 인정될 경우에는, 그 기재 내용과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작성자의 법률행위를 해석할 때에도 경험과 논리의 법칙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로운 심증으로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6다242440 판결 등 참조).
5. 인정되는 기초적 사실관계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우선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이 사건 부동산 취득과 임대차계약서 작성 등
1)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에서 의료법인 □□의료재단 ○○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을 개설․운영하기 위해 2011. 10. 31.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의료법인에서 타 시에 분 사무소를 개설하여 병원을 수탁 받아 운영할 수 있는지’ 여부를 질의하였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인이 타 지역에 분사무소를 개설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고 타 병원 수탁 운영사업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나, 분사무소(의료기관) 설치를 위하여 출연하는 재산의 종류에 대하여는 의료법상 제한 규정이 없으므로, 분사무소를 설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하고자 할 경우 의료법인 목적사업 및 설립취지에 부합하고 의료시설을 안정적으로 확보․유지하여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임차에 의한 설치운영은 가능하다고 판단된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2) 원고는 2011. 11. 15. 이 사건 부동산의 임의경매로 인한 매각을 원인으로 하여 같은 날 원고 앞으로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3) 원고는 2011. 12. 9. ‘□□개발’이라는 상호로 이 사건 부동산을 사업장소재지로 하는 부동산임대업의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2011. 12. 14.에는, 원고가 이 사건 재단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임대차보증금 *억 원, 차임 월 *만 원, 임대차기간 2012. 6. 14. ~ 2015. 6. 13.(3년)로 정하여 임대하기로 하는 내용이 적힌 임대차계약서가 작성되었다(이하 ‘이 사건 계약’ 및 ‘이 사건 계약서’라 한다).
4) 그런데 2012년경에 □□시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의료법인 및 기타법인등 설립(운영)안내’에는, 의료법인의 허가조건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법인은 그 법인이 개설하는 의료기관에 필요한 토지와 건물을 보유하고, 병원시설이나 시설을 갖추는 데에 필요한 초기 운영자금을 보유하여야 함. 토지나 건물을 임차하여 법인 설립허가 신청은 인정하지 않음. 법인에 출연하는 부동산은 담보물권의 설정이나 가등기, 가압류, 가처분 등이 되어 있지 아니한 물건만 인정함』
나. 이 사건 재단의 정관 변경 및 이 사건 병원의 개설 ․ 운영
1) 이 사건 재단은 이 사건 부동산에 분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병원을 개설․운영하기 위해 2012. 3. 15. 주무관청인 □□시장에게 재단의 기본재산 편입에 관한 정관변경 허가를 신청하였다. □□시장은 2012. 5. 8. ‘분사무소 설치 예산 현금 *억 및 분사무소 설치 건물 기부에 대한 재산기부 승낙서, 인감증명’을 보완할 것을 요구하였다.
2) 이에 원고는 2012. 5. 12. ‘보통재산 기부 승낙서’와 ‘기본재산 기부 승낙서’를 각 작성하였다. 전자는 원고가 현금 12억 원을 이 사건 재단의 설립 취지와 목적에 찬성하여 이 사건 병원을 개원할 때까지 필요한 비용으로 기부한다는 내용, 후자는 이 사건 병원 개원일로부터 3년 이내에 이 사건 부동산을 기본재산으로 기부한다는 내용이다. □□시장은 2012. 5. 29. 그와 같은 기부 등을 조건으로 하여 원고에게 정관 변경허가 신청에 관한 민원 처리를 통보하였다. 분사무소 설치 운영을 위한 현금 *억 원을 이 사건 병원 개원 전까지 기부하고, 이 사건 부동산을 이 사건 병원 개원일부터 3년 이내에 기부하라는 등의 조건이다.
3) 이 사건 재단은 2012. 7. 17. ○○○시장으로부터 의료기관의 개설 허가를 받았다. 이 사건 재단은 2012. 7. 18. 피고 ○○○세무서장에게 법인설립을 신고하고 사업자등록을 신청하였는데, 위 각 신청을 하면서 이 사건 계약서를 제출하였다. 이 사건 재단은 2012. 7.경부터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였다.
다. 원고와 이 사건 재단 사이의 거래 내역 등
1) 원고는 2011. 2. 9.에 *억 *만 원, 2011. 2. 10. *억 원(합계 *억 *만 원)을 이 사건 재단에 송금하였다. 이 사건 재단은 그 돈을 ‘가수금’으로 계상하였고, 2011. 2. 9. 윤○○에게 *원을, 2011. 2. 10. 조○○에게 *원을 각 지급하였다.
2) 이 사건 재단은 이 사건 계약서 작성 전날인 2011. 12. 13. ○○은행으로부터 7억 원을 대출받았다. 이 사건 재단은 2011. 12. 14. 이 사건 계약서 작성 당일에 원고에게 위 돈을 송금하였다. 이 사건 재단은 2011년 가수금 원장에 위 7억 원을 기재하였다.
3) 원고는 그 7억 원과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돈을 합쳐 이 사건 부동산의 매각 대금 *억원을 지급하였다.
4) 원고는 2016. 12. 13. 이 사건 재단에 7,000만 원과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았던 6억 3,000만 원을 송금했다. 이 사건 재단은 2016. 12. 13. 그 7억 원으로 ○○은행에 대한 대출금을 상환하였다.
라. 이 사건 병원의 폐업 및 채권포기 승낙서 작성 등
1) □□시장은 2017. 5. 26.경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이 사건 병원의 개원일로부터 3년 내에 기본재산으로 기부한다’는 정관변경 허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재단의 정관변경 허가를 취소하였다. 이 사건 병원은 2017. 6.경 폐업하였다.
2) 원고는 2017. 10. 30. 이 사건 병원에 대한 미수 임대료 8억 원의 채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이 담긴 채권포기 승낙서를 작성하였다(갑 제11호증). 같은 날 개최된 이 사건 재단의 이사회에서는, 분사무소를 폐원하면서 생긴 결손과 임대료 미지급금 15억 원 중 7억 원의 임대보증금을 뺀 나머지 8억 원을 원고가 포기하는 방식으로 임대료를 정산하기로 결의했다.
6. 이 법원의 판단
가. 판단의 요지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추론할 수 있는 아래 나 ~ 바.항 기재 사실․사정들을 종합하여 위 4항 기재 법리에 비추어 보면, 2011. 12. 14.경 이 사건 계약서의 기재와 달리 차임의 지급 또는 현실적인 임대차보증금의 지급이라는 반대급부 없이 이 사건 재단이 이 사건 부동산을 무상으로 사용․수익하기로 하는 데에, 원고와 이 사건 재단 사이에 적어도 묵시적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차임 거래 사실의 부재
원고와 이 사건 재단은 임대차보증금을 7억 원, 월 차임을 *만 원으로 하는 이 사건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재단으로부터 이 사건 계약서에서 정한 계약 기간인 3년(2012. 6. 14.부터 2015. 6. 13.까지) 내에, 그리고 그 직후인 2015. 6. 14.부터 이 사건 병원의 폐업일인 2017. 5.경까지 약정 차임을 단 한 번도 지급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 기록을 모두 살펴보아도, 이와 같은 차임에 해당하는 돈이 거래된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조세심판원 역시 금융거래내역의 검토결과, 월세 형식의 일정액 입금 내역은 찾을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 사건 재단이 그와 같은 약정 차임을 지급하려 했다거나, 약정 차임 지급의 연체에 원고가 이의를 제기했다는 사정도 찾기 어렵다. 이처럼 이 사건 계약서 작성 이후 약정 차임에 관해 전혀 거래 사실이 없다는 사정은, 이 사건 계약의 실질이 이 사건 계약서와 달리 사용대차 약정 또는 무상 사용․수익 약정이라는 점을 추단케 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계약 개시일인 2012. 6. 14.로 부터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에만 차임의 거래 사실이 없다면, 이 사건 재단 내지 이 사건 병원의 재정적 사정 때문에 약정 차임 지급이 연체․유예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처럼 이 사건 계약서에 적힌 3년의 계약기간 내내, 이를 넘어 이 사건 병원이 폐업할 때까지 총 5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전혀 차임이 지급되지않았다면, 이 사건 계약이 그 계약서 기재와 같이 월 차임 지급을 내용으로 하는 유상계약이라는 점 자체에 대해 중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원고가 이 사건 재단의 대표권 있는 이사이기는 하지만, 부동산임대업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 업체인 ‘□□개발’의 사업자등록을 마쳤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그러하다. 이 사건 계약서의 기재처럼 계약 당시에는 차임의 실제 지급을 약정했지만 그 이후에 이러한 유상의 법률관계를 변경하였다고 볼 만한 이유나 계기를 기록에서 찾을 수도 없다. 이와 반대로 원고와 이 사건 재단 사이에 차임 지급이라는 반대급부 없이 이 사건 재단이 이 사건 병원 운영을 위해 무상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사용․수익한다는 데에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본다면, 이러한 사정이 훨씬 자연스럽게 설명된다(이는 이른바 ‘권리확정주의’와 논의의 평면을 달리 한다. 실제로 약정 차임을 지급받기로 하는 유상계약을 체결했다면 그 이 후 실제로 차임을 지급받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과세요건이 충족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그와 같은 조세법적 법리가 아니라 사실의 인정 문제, 즉 원고와 이 사건 재단이 과연 이 사건 계약서 기재와 같이 유상계약을 체결했는지 여부이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는 애초에 이 사건 재단으로부터 차임을 지급받을 의사가 없었다고 봄이 합리적이다.
다.‘임대차보증금’ 명목의 금전 거래 관련
1) 이 사건 계약서에서는 임대차보증금인 7억 원 전액을 계약 당일(2011. 12. 14.) 지급하는 것으로 정하였다. 실제로 이 사건 재단은 계약서 작성 전날인 2011. 12. 13.에 7억 원을 대출받아 이 사건 계약서 작성 당일인 2011. 12. 14.에 그 돈을 원고에게 송금하였다. 그와 같은 사실만 떼어 놓고 보면, 일응 처분문서인 이 사건 계약서의 기재에 부합하는 듯한 사정으로 볼 수 있기는 하다.
2) 다만 그 당시로서는, 이 사건 부동산의 매각대금 지급기한이 2011. 12. 20.로 통지된 상태였다(갑 제4호증). 실제로 원고는 이 사건 재단으로부터 받은 7억 원에 다른 자금을 합쳐 이 사건 부동산의 매각대금을 납부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원고로서는, 이 사건 계약서를 토대로 하여 이 사건 재단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 명목의 돈을 받아 이 사건 부동산의 매각대금을 지급하려 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3) 물론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 취득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함과 아울러, 이 사건 계약서에 적힌 대로 임차인인 이 사건 재단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지급받은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본다면, 임대인인 원고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7억 원의 임대차보증금을 이 사건 계약서 기재처럼 계약종료시인 2015. 6. 13.에 반환하거나,(만약 이 사건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된 것이라면 적어도) 이 사건 병원이 폐업하여 사실상 계약 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하게 된 2017. 6.경에는 이를 반환했어야 한다. 약정 차임의 지급이 연체되었다는 사정 내지는 이 경우 임대차보증금에서 그 채무액이 당연 공제된다는 법리를 고려한다면, 통상적인 임대인으로서는 이 사건 계약서에 적힌 것처럼 3회 이상 차임의 지급 연체를 이유로 계약기간의 종료 이전에 이미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고 그때까지 연체된 차임 상당액을 공제한 임대차보증금 잔액과 상환으로 목적 부동산의 인도를 요구하거나, 늦어도 이 사건 계약의 종료 시에는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 전액 소진을 이유로) 임대차보증금의 반환 없는 무조건적인 목적 부동산의 인도를 요구했을 것으로 봄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원고가 약정 차임의 지급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은 앞서 본 대로이다. 원고가 2015. 6.경까지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기간 종료를 이유로 이 사건 부동산의 인도를 요구했다는 사정은 전혀 찾을 수 없다. 그렇다고 원고가 계약기간 종료 무렵에, 또는 이 사건 병원의 폐업 시에 임대차보증금 7억 원을 이 사건 재단에 반환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 사건 재단은 그 계약기간을 넘어서도 아무런 차임의 지급 없이 2017. 6.경 이 사건 병원이 폐업할 때까지 이 사건 부동산을 평온하게 사용․수익해 온 것으로 보인다.
4) 원고가 임대차보증금 명목의 7억 원과 동일한 금액을 이 사건 재단에 지급한 시점은 2016.
12. 13.이다. 갑 제20, 22, 23, 24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무렵 이 사건 재단이 ○○은행으로부터 빌렸던 대출금의 상환 기한이 임박하였고, 이에 원고가 이 사건 재단에 7억 원을 송금하여 이 사건 재단이 그 돈으로 7억 원의 대출금 채무를 상환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처럼 2016. 12. 13. 있었던 7억 원의 지급은, 이 사건 계약서에 적힌 임대차기간 내지 그 기간의 종료일과는 아무런 시적(時的) 관련성이 없다.
5) 피고들의 주장처럼 2011. 12. 14. 자 7억 원의 지급이 이 사건 계약서의 기재와 같이 명실상부한 임대차보증금의 지급이었다고 본다면, 아래 라.항에서 보는 것처럼 원고가 2012년에 ‘임대보증금’ 명목의 7억 원을 포함해 12억 원의 현금을 이 사건 재단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여 그 이행 등을 조건으로 □□시장이 이 사건 재단의 정관변경을 허가했던 사실과의 정합성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 이 사건 계약에 따른다면 7억 원의 임대차보증금을 이 사건 재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원고로서는 이후 계약기간이 종료될 때 (원칙적으로) 임대차보증금 7억 원을 이 사건 재단에 반환할 의무만 남게 되는데, 계약 체결 이후에 이 돈을 ‘기부’한다는 것과는 모순되기 때문이다. 유상․쌍무계약인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대인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과, 반대급부 없이 편면적으로 금전적 급부를 이행한다는 것은 서로 양립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그러하다. 이 사건 계약서가 당사자의 권리․의무관계를 직접 규율하는 형태의 처분문서이지만, 현금 12억 원을 기부하겠다는 원고의 확정적 의사표시가 담긴 ‘보통재산 기부 승낙서’ 역시 처분문서의 일종인 이상, 이러한 상황에서 이 사건 계약서의 기재만 내세워 이 사건 계약이 임대차보증금 내지 차임의 지급을 내용으로 하는 유상계약이라고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 나아가 원고가 거래 상대방인 이 사건 재단의 대표권 있는 이사이기는 하지만, ‘임대보증금’ 명목의 7억 원이 명시적으로 포함된 현금 12억 원을 기부한다는 내용이 2012. 4. 25.(아직 이 사건 계약서에 따른 계약기간이 개시되기 전이었다) 이 사건 재단의 공식적 이사회를 통해 상정․의결되고 □□시의 요구에 따라 원고가 그 기부를 승낙하는 내용의 처분문서까지 작성․제출되었다는 사정 등을 감안하면, 그와 같은 용어의 선택이 착오라거나 원고의 자의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이 사건 계약서 작성 당시에 합의되었던 유상의 법률관계를 2012. 4. 25.경에 이르러 비로소 무상 약정으로 변경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계기나 이유 역시 기록상 찾기 어렵다.
6) 이러한 일련의 과정과 여러 사정들을 살펴보면,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의 매각대금 마련을 위해 임대차보증금 명목의 7억 원을 이 사건 재단으로부터 받은 뒤, 그 돈에 관한 금융기관 대출금 상환 기한이 임박하자 임대차기간과 무관하게 이를 다시 이 사건 재단에 돌려주었다고만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원고가 2011. 12. 14. 이 사건 재단으로부터 7억 원을 받은 것이 그에 앞서 원고가 이 사건 재단에 지급한 총 9억 2,000만 원의 상환 차원이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위 7억 원은 명목상 임대차보증금에 불과할 뿐 실질은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하는 데에 사용했던 돈에 불과했다고 봄이 합당하다.
라. 이 사건 병원 설립 ․ 운영을 위한 행정절차 및 채권포기승낙서의 작성 경위 등
1) 이 사건 재단이 정관변경 허가를 신청할 당시 □□시는 앞서 본 대로, 기본적으로 토지나 건물을 임차해 의료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었다. □□시는 나아가 ‘법인이 개설하는 의료기관에 필요한 토지와 건물을 보유하고, 그 부동산은 담보물권의 설정이나 가등기, 가압류, 가처분 등이 되어 있지 않아야 하며 법인의 부채가 기본재산의 50% 이하여야 한다’는 요건도 설정해 두었다. 이는 의료법인이 막대한 임대료 등을 지급하거나, 의료시설로 제공되는 부동산이 부채 등으로 인하여 불안정하게 되는 상황 등을 방지하여, 해당 의료법인이 지역 사회에 계속적․안정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자 하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역시 기본적으로 같은 입장이되, 분사무소를 설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 안정적 운영 자금이 확보될 수 있다면 임차에 의한 운영도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2) □□시 등의 입장이 이러했기 때문에, 원고 내지 이 사건 재단으로서는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하되 이 사건 병원이 임대료 지출과 같은 재정적 부담을 지지않도록 법률관계를 설정하고자 의욕했을 여지가 충분하다. 이와 달리 원고가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한 뒤 이를 이 사건 재단에 증여(출연)하는 방식, 또는 이 사건 재단이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그 명의로 직접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하는 방식에 의할 경우, 어느 방식이든 (이 사건 계약서처럼 이 사건 재단이 원고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임차하는 형식을 취할 필요는 없지만) 그 대출에서 이 사건 부동산에 담보물권을 설정하는 절차가 수반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시 설정 요건에 배치되어 이 사건 재단의 정관변경에 관한 허가를 받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원고로서는 그와 별도의 법인격을 가지는 이 사건 재단이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그 대출금을 원고에게 송금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매각대금을 납부함으로써 원고 명의로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뒤, 원고가 이 사건 재단에 형식적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임대하는 방식의 법률관계를 선택․설정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3) 이러한 상황에서 개최된 2012. 4.경 이 사건 재단의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원고가 ‘임대보증금’ 7억 원, 의료장비 집기 등 5억 원 합계 12억 원을 이 사건 재단에 기부하는 안건이 상정․의결되었다. 이사 김○○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12억 원을 법인에 선뜻 기부하기로 한 대표이사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후인 2012. 5. 8. □□시장은 이 사건 재단의 정관변경 인가 신청에 대해, 보완 사항으로 ‘분사무소 설치 예산 현금 12억 원 및 분사무소 설치 건물 기부’를 요구하였다. 원고는 2012. 5. 12. 이를 승낙하는 취지의 문서들을 작성․제출했다. □□시장은 2012. 5. 29. ‘Ⓐ 분사무소 설치 운영을 위한 현금 12억 원을 이 사건 병원 개원 전까지 기부하고 Ⓑ 이 사건 부동산을 이 사건 병원 개원일부터 3년 이내에 기부할 것’을 이행하라는 조건을 붙여 이 사건 재단의 정관변경 신청을 허가하였다. 한편 원고가 이 사건 재단으로부터 이 사건 계약서에 적힌 차임을 지급받은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병원 내지 이와 관련된 이 사건 재단의 경영은 갈수록 악화되어 결국 이 사건 병원은 2017. 6.경 폐업에 이르렀다.
4)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7억 원’의 명목이 ‘임대보증금’이기는 하지만 이는 이 사건 재단에 대한 ‘기부’의 대상으로 설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즉 이 돈은 이 사건 재단 내지 이 사건 병원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원고가 기부하는 대상으로 책정된 것이다. □□시장 역시 원고가 이 사건 재단에 현금 12억 원을 기부하고 3년 이내에 이 사건 부동산 자체를 기부할 것을 조건으로 붙임으로써, 이 사건 재단이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할 때까지 이를 무상으로 사용․수익하는 것과 같은 경제적 효과가 발생하도록 하여 이 사건 재단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취지였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5) 그런데 원고는 이후 이 사건 재단에 현금 7억 원을 현실적으로 ‘기부’하지 않았다. ○○은행에 대한 대출금 상환기한이 임박한 2016. 12. 13.이 되어서야 이 사건 재단에 7억 원을 주어 그 대출금을 상환하게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시장은 2017. 5. 26. 이 사건 재단의 정관변경 인가를 취소하면서 위 Ⓑ항 기재 조건의 불이행 등을 그 이유로 들었을 뿐, 위 Ⓐ항 즉 ‘임대보증금’ 7억 원이 포함된 12억 원 기부 조건의 불이행을 사유로 삼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8)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위 ‘기부’의 의미는, 실제로 원고가 7억 원을 이 사건 재단에 현금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계약서상 임대차보증금 명목으로 설정되어 이 사건 재단이 원고에게 부담하는 7억 원의 임대차보증금 지급 채무가 이행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뜻, 이로써 이 사건 재단이 이 사건 부동산의 사용․수익에 관련된 재정적 지출이나 부담 없이 이 사건 병원을 안정적으로 설치․운영하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함이 합당하다.
6)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원고가 2017. 10. 30. 이 사건 병원에 대한 미수 임대료 채권(8억 원)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채권포기 승낙서를 작성한 사정도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 그 문서의 문언만 놓고 보면 당초의 약정에 따라 발생한 임대차 관련 채권을 사후적으로 포기한다는 취지이지만, 이미 이 사건 계약서가 작성되어 그 채권이 존재하는 듯한 외관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없애기 위해 채권포기 승낙서를 작성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점은 □□시장이 앞서 본 대로 조건 불이행을 이유로 종전의 정관변경 허가를 취소함에 따라, 이 사건 병원의 폐업에 따른 이 사건 재단의 정관변경을 다시 신청하던 때였다(갑 제10호증). 당시 □□시장 입장에서는, 이 사건 병원이 이 사건 재단(의료법인)의 분사무소 형태였고, 이에 따라 ○○○시에 소재한 이 사건 병원이 폐업한 이후에도 여전히 존속하는 이 사건 재단을 상대로 이 사건 계약서에 터 잡아 차임 등 채권의 청구 가능성이 여전히 있으며, 이는 공익법인으로서 □□시 내에서 공공성 있는 지역 의료 사업을 수행하던 이 사건 재단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염두에 둘 수 있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정 등을 고려 하면, 당시 이 사건 재단의 정관변경 내지 재산처분에 관한 허가권자인 □□시장이 원고에게 채권포기 승낙서를 요구하여 이를 작성․제출했다는 원고의 주장을 가볍게 배척할 수 없다.
마. 월 차임에 관한 세무신고 관련 사정들
1) 원고(□□개발)의 세무대리인 진○○이 2012. 7. 1. ~ 2017. 6. 30. 사이에 원고에게 월 300만 원의 임대소득이 발생했음을 전제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함과 아울러 이에 관한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를 신고․납부해 왔던 사실, 이에 관한 세무조사가 진행되던 2019. 4. 2. 진○○은 ’이 사건 병원의 적자 운영으로 임대료를 정상적으로 받지 못하자,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하면서 대출받은 돈에 대한 은행이자 상당액인 월 300만 원을 임대료로 신고하였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진술서를 작성․제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2) 그런데 원고가 실제로 이 사건 재단으로부터 월 *만 원의 이자를 수령했거나 이 사건 재단에 그 지급을 요구했다는 점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이 사건 기록에서 찾을 수 없다. 더구나 위 대출금은 총 *억 원 정도의 규모였고, 그 대출금의 이율은 월 2.98% ~ 3.64%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이에 대한 이자액은 적어도 월 *만 원 이상으로 계산된다. 그런데 신고된 월 *만 원은 그 액수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최초 대출금인 *억 원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그 이자액은 월 & ~ &만 원 정도로서 간과할 수 없을 정도의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최초 진술서의 내용은 선뜻 믿을 수 없다.
3) 진○○은 이 법원 계속 중이던 2023. 11.경 다시 진술서를 작성하였다. 수정 진술서에는 ’□□개발의 전(前) 세무대리인은 본인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임대료를 실제로 받지 않기 때문에 세무상 이슈는 없는 것이되, 사업체가 아무런 수익이 없을 경우 과세관청이 의심할 수 있어 형식적으로 월 *만 원의 임대료 수입이 있다는 전제에서 서류 작업을 해 왔다는 취지로 업무를 인계하였다. 그와 같은 종전 관행을 보고 본인 역시, 별다른 확인 없이 과거 신고 내역을 답습했다. 세무조사 당시 원고에게 상세한 사실을 확인했어야 하나, 이 경우 본인의 과실이 드러날 수밖에 없어 이를 숨기기 위해, 이 사건 병원이 적자 상태였기 때문에 은행 이자 상당액만 받았다는 취지의 거짓 진술서를 제출하게 되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사건 소가 제기되기 이전인 2020. 10.경 진○○이 작성한 ’조사의견서에 대한 해명서‘도 이 사건 서증으로 제출되었는데, 그 내용 역시 수정 진술서와 유사하다. 수정 진술서 내용의 구체성, 명확성 및 진술 번복 경위의 자연스러움, ’조사의견서에 대한 해명서‘와의 정합성, 반면 앞서 본 최초 진술서 내용이 객관적 증거․사정에 배치․모순되거나 그 경위 설명이 부실하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수정 진술서 내용은 믿을 수 있다. 피고들의 주장처럼 진범식이 원고 내지 □□개발의 세무대리인 지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정 진술서의 신빙성을 가볍게 부인할 수는 없다.
바. 그 밖의 사정들 이 사건 계약서의 작성 및 그 계약기간의 개시 무렵인 2011. 12. 및 2012년경에 이 사건 재단은 이미 그 재정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제로 이 사건 계약서와 같이 임대차보증금 7억 원과 차임 총 *억 원(= 월 *만 원 × 36개월)을 이 사건 재단이 부담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 계약서와 그 내용이 동일하되 차임(임대료)이 ’무상‘으로 표시되거나 임대기간이 2020년까지로 적혀 있는 또 다른 임대차계약서도 기록상 나타난다. 이처럼 동일한 법률관계에 관해 서로 다른 복수의 처분문서를 작성한다는 것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정은 결국 이 사건 계약서 작성 당시 앞서 본 □□시의 입장, 이 사건 부동산 취득을 위한 자금 마련의 필요성과 그 절차적 복잡성, 이에 따른 권리․의무관계 설정의 어려움 등을 시사하기도 한다.
법률가의 관점에서, 그리고 사후적 관점에서 볼 때에는 유상계약인 이 사건 계약서 대신 실질에 맞게 사용대차계약서 내지 무상 수익․사용약정서를 작성하지 않은 점을 탓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고가 그 당시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는 기록에서 찾기 어렵다. 원고나 이 사건 재단 입장에서 사업 진행의 지침이 될 수 있었던 보건복지부 회신이나 □□시의 안내 공문에서는, 부동산 ’임차‘에 의한 병원 설립․운영만을 언급하였다. 사용대차나 무상 사용․수익이라는 형태의 법률행위나 법적 개념은, 일반인 입장에서 임대차에 비해 오히려 낯선 개념일 수 있다. 앞서 본 수정 진술서에도 나타나듯, 부동산임대업을 목적으로 사업자등록을 마친 영리 업체인 □□개발이 아무런 임대수익이 없다거나 임대차 등 유상계약이 아닌 무상 계약을 체결했다는 취지로 신고할 경우, 오히려 세무관서의 의심을 산다고 우려했을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사건의 쟁점은 앞서 4의 나.항에서 본 대로 어디까지나 사실인정의 문제로서(처분문서에 나타난 문언의 의미가 분명하지 않아 그 의미를 탐구․확정하는 것으로서 일정한 경우 규범적 해석이 허용될 수 있는 ’법률행위의 해석‘ 문제와는 일응 구별된다고 할 수 있다), 법률행위의 당사자가 실제에 부합하는 형태의 처분 문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을 탓하는 규범적 견지에서 판단할 일은 아니다.
7. 무상 사용․수익 약정에 따른 법적 효과
가.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원고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을 이 사건 재단이 차임의 지급 없이, 임대차보증금의 현실적인 지급 없이 무상으로 사용․수익하기로 하는 내용의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계약서에 임대차를 사용대차로 기재한 경우와 같이 계약의 유형을 틀리게 기재한 경우 의사표시는 당사자가 일치하여 의욕한 대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그 반대의 경우인 이 사건에서도 원고와 이 사건 재단 사이에 맺어진 이 사건 계약이 민법 제108조가 정하는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이 사건 계약은 위와 같은 실질 그대로, 이 사건 부동산의 무상 사용․수익 약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와 달리 이 사건 계약이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보는 경우에도, 피고들이 위 조항에서 말하는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민법 제108조 제2항이 정하는 선의의 ’제3자‘는 허위표시에 의해 외형상 형성된 법률관계를 토대로 실질적으로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은 선의의 제3자를 말하는데, 조세법률관계는 조세법령에 규정된 과세요건이 충족될 때 성립되는 공법상의 채권채무관계이기 때문이다. 즉 민법 제108조 제2항은 허위표시에 따른 법률행위에 기초한 사법적(私法的)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함으로서, 공법적 채권자인 피고들이 여기서 말하는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사건은 위 조항이 정하는 허위표시의 전형적 사례 예컨대 증여세의 포탈을 목적으로 실질이 증여인데 매매계약서의 외관을 꾸며낸 경우와 정반대로, 실질은 사용대차(무상 사용․수익)인데 조세 부과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유상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경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에 관한 피고들의 ’신뢰‘가 보호가치 있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나. 그러므로 원고가 이 사건 재단에 공급한 용역은 구 부가가치세법(2015. 8. 11. 법률 제134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 제1항 제20호가 정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익단체에 무상으로 공급하는 재화 또는 용역‘으로서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들은, 원고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이는 원고가 특수관계자(이 사건 재단)에게 사업용 부동산의 임대용역 대가를 받지 않거나 부당하게 낮은 대가를 받은 경우(부가가치세법 제29조 제4항 제3호)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원고가 자신의 재산․용역을 법령상 공익단체인 이 사건 재단에 무상으로 공급한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세법령이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피고들 주장처럼 그 계산이 부인되어야 할 부당행위라고 할 수 없다.
다. 이와 달리 원고가 공급한 용역이 차임의 지급을 대가로 하는 유상 용역이라는 전제에서 발령된 피고 ○○○세무서장의 이 사건 부가가치세 처분은 적법하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차임의 지급으로 인한 임대소득이 있다(유상계약인 임대차계약 체결에 따라 그러한 임대소득의 실현이 성숙․확정되었다)는 전제에서 발령된 피고 □□세무서장의 이 사건 종합소득세 처분 역시 적법하다고 할 수 없다.
8. 결론
결국 이 사건 과세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 피고들을 상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청구는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그러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과세처분을 취소하기로 한다.
출처 : 서울고등법원 2024. 02. 15. 선고 서울고등법원 2023누44292 판결 | 국세법령정보시스템
*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동일해 보이는 상황이라도 사실관계나 시점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변호사와 상담을 권장합니다.
피고는 임대차계약서를 근거로 부동산 임대수입 과소신고하였다고 보아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나, 제반사항을 고려해 보면 거래당사자간에 부동산을 무상임대 내지 사용대차한 것으로 보이므로 임대차계약서를 근거로 임대수입 과소신고하였다고 판단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판결 내용은 붙임과 같습니다.
사 건 |
2023누44292 부가가치세등부과처분취소 |
원 고 |
홍** |
피 고 |
○○세무서장 외 |
변 론 종 결 |
2023. 11. 30. |
판 결 선 고 |
2024. 2. 15. |
주 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들이 원고에게 한 별지 1 목록 기재 각 부과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 총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이 법원이 이에 관해 적을 이유는, 아래와 같이 덧붙이는 것 말고는 제1심판결 이유 제1항 기재와 같다. 그러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그대로 인용한다(여기서 설정된 약칭도 이 판결에서 그대로 사용한다).
❍ 제1심판결 2쪽 5행 “설치운영 등을 목적으로”와 “설립된” 사이에 “□□시 □□면 □□로 2536번길 112-12를 주사무소로 하여”를 덧붙인다.
2.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가 이 사건 재단과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을 목적물로 삼아 체결한 임대차계약은, 계약서 문언과 달리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던 무상계약이거나, 통정(通情)한 허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당시 이 사건 재단의 관리 등을 관할하는 □□시의 의료정책상, 원고가 이 사건 재단에 부동산을 유상으로 임대하는 방법으로는 병원 설립이 불가능하였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재단과 실질이 무상 임대인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결과 원고는 이 사건 재단을 상대로 60개월의 기간 동안 차임을 한 번도 요구하거나 수령한 적이 없다. 임대차보증금을 받은 적도 없다. 임대차계약기간의 종료 시에도, 미지급 차임에 대하여 채권포기 승낙서를 작성하였다.
결국 원고는 이 사건 재단으로부터 대가를 지급받지 않고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임대 용역을 제공하였다. 이는 구 부가가치세법(2015. 8. 11. 법률 제134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 제1항 제20호에서 정하는 ‘공익단체에 무상으로 공급하는 용역’으로서 부가가치세 면제의 대상이 된다. 원고가 이 사건 재단에게 유상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임대했음을 전제로 발령된 이 사건 부가가치세 처분은 위법하다.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임대수입을 얻은 적이 없는데, 원고가 이를 유상으로 임대했다는 전제에서 발령된 이 사건 종합소득세 처분 역시 실질과세 원칙에 위배되어 위법하다.
3. 관계 법령
별지 2 기재와 같다.
4. 총괄적 판단 기준(논의의 전제)
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임대차계약서를 살펴보면, (임대차)보증금 7억 원, 월 차임 2,500만 원이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이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목적물을 사용, 수익하게 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차임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 즉 민법 제618조가 정하는 유상(有償) 임대차계약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피고들이 이와 같은 계약서 내지 처분문서를 증거로 제출한 이상, 유상용역의 공급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과세처분의 적법성은 일응 추정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무상(無償) 사용․수익의 계약 즉 민법 제609조가 정하는 사용대차계약 내지 이에 가까운 무상계약만 성립된 데에 불과하다는 사정은, 납세의무자인 원고 측에 증명의 책임이 있다(과세요건이 성립하였는데도 비과세 혹은 면세대상이라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납세의무자에게 증명책임이 있기도 하다).
나. 처분문서의 진정 성립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반증이 없는 한 그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합리적인 이유 설시도 없이 이를 배척하여서는 안 된다. 하지만 처분문서라 할지라도 그 기재 내용과 다른 명시적․묵시적 약정이 있는 사실이 인정될 경우에는, 그 기재 내용과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작성자의 법률행위를 해석할 때에도 경험과 논리의 법칙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로운 심증으로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6다242440 판결 등 참조).
5. 인정되는 기초적 사실관계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우선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이 사건 부동산 취득과 임대차계약서 작성 등
1)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에서 의료법인 □□의료재단 ○○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을 개설․운영하기 위해 2011. 10. 31.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의료법인에서 타 시에 분 사무소를 개설하여 병원을 수탁 받아 운영할 수 있는지’ 여부를 질의하였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인이 타 지역에 분사무소를 개설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고 타 병원 수탁 운영사업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나, 분사무소(의료기관) 설치를 위하여 출연하는 재산의 종류에 대하여는 의료법상 제한 규정이 없으므로, 분사무소를 설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하고자 할 경우 의료법인 목적사업 및 설립취지에 부합하고 의료시설을 안정적으로 확보․유지하여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임차에 의한 설치운영은 가능하다고 판단된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2) 원고는 2011. 11. 15. 이 사건 부동산의 임의경매로 인한 매각을 원인으로 하여 같은 날 원고 앞으로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3) 원고는 2011. 12. 9. ‘□□개발’이라는 상호로 이 사건 부동산을 사업장소재지로 하는 부동산임대업의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2011. 12. 14.에는, 원고가 이 사건 재단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임대차보증금 *억 원, 차임 월 *만 원, 임대차기간 2012. 6. 14. ~ 2015. 6. 13.(3년)로 정하여 임대하기로 하는 내용이 적힌 임대차계약서가 작성되었다(이하 ‘이 사건 계약’ 및 ‘이 사건 계약서’라 한다).
4) 그런데 2012년경에 □□시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의료법인 및 기타법인등 설립(운영)안내’에는, 의료법인의 허가조건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법인은 그 법인이 개설하는 의료기관에 필요한 토지와 건물을 보유하고, 병원시설이나 시설을 갖추는 데에 필요한 초기 운영자금을 보유하여야 함. 토지나 건물을 임차하여 법인 설립허가 신청은 인정하지 않음. 법인에 출연하는 부동산은 담보물권의 설정이나 가등기, 가압류, 가처분 등이 되어 있지 아니한 물건만 인정함』
나. 이 사건 재단의 정관 변경 및 이 사건 병원의 개설 ․ 운영
1) 이 사건 재단은 이 사건 부동산에 분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병원을 개설․운영하기 위해 2012. 3. 15. 주무관청인 □□시장에게 재단의 기본재산 편입에 관한 정관변경 허가를 신청하였다. □□시장은 2012. 5. 8. ‘분사무소 설치 예산 현금 *억 및 분사무소 설치 건물 기부에 대한 재산기부 승낙서, 인감증명’을 보완할 것을 요구하였다.
2) 이에 원고는 2012. 5. 12. ‘보통재산 기부 승낙서’와 ‘기본재산 기부 승낙서’를 각 작성하였다. 전자는 원고가 현금 12억 원을 이 사건 재단의 설립 취지와 목적에 찬성하여 이 사건 병원을 개원할 때까지 필요한 비용으로 기부한다는 내용, 후자는 이 사건 병원 개원일로부터 3년 이내에 이 사건 부동산을 기본재산으로 기부한다는 내용이다. □□시장은 2012. 5. 29. 그와 같은 기부 등을 조건으로 하여 원고에게 정관 변경허가 신청에 관한 민원 처리를 통보하였다. 분사무소 설치 운영을 위한 현금 *억 원을 이 사건 병원 개원 전까지 기부하고, 이 사건 부동산을 이 사건 병원 개원일부터 3년 이내에 기부하라는 등의 조건이다.
3) 이 사건 재단은 2012. 7. 17. ○○○시장으로부터 의료기관의 개설 허가를 받았다. 이 사건 재단은 2012. 7. 18. 피고 ○○○세무서장에게 법인설립을 신고하고 사업자등록을 신청하였는데, 위 각 신청을 하면서 이 사건 계약서를 제출하였다. 이 사건 재단은 2012. 7.경부터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였다.
다. 원고와 이 사건 재단 사이의 거래 내역 등
1) 원고는 2011. 2. 9.에 *억 *만 원, 2011. 2. 10. *억 원(합계 *억 *만 원)을 이 사건 재단에 송금하였다. 이 사건 재단은 그 돈을 ‘가수금’으로 계상하였고, 2011. 2. 9. 윤○○에게 *원을, 2011. 2. 10. 조○○에게 *원을 각 지급하였다.
2) 이 사건 재단은 이 사건 계약서 작성 전날인 2011. 12. 13. ○○은행으로부터 7억 원을 대출받았다. 이 사건 재단은 2011. 12. 14. 이 사건 계약서 작성 당일에 원고에게 위 돈을 송금하였다. 이 사건 재단은 2011년 가수금 원장에 위 7억 원을 기재하였다.
3) 원고는 그 7억 원과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돈을 합쳐 이 사건 부동산의 매각 대금 *억원을 지급하였다.
4) 원고는 2016. 12. 13. 이 사건 재단에 7,000만 원과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았던 6억 3,000만 원을 송금했다. 이 사건 재단은 2016. 12. 13. 그 7억 원으로 ○○은행에 대한 대출금을 상환하였다.
라. 이 사건 병원의 폐업 및 채권포기 승낙서 작성 등
1) □□시장은 2017. 5. 26.경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이 사건 병원의 개원일로부터 3년 내에 기본재산으로 기부한다’는 정관변경 허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재단의 정관변경 허가를 취소하였다. 이 사건 병원은 2017. 6.경 폐업하였다.
2) 원고는 2017. 10. 30. 이 사건 병원에 대한 미수 임대료 8억 원의 채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이 담긴 채권포기 승낙서를 작성하였다(갑 제11호증). 같은 날 개최된 이 사건 재단의 이사회에서는, 분사무소를 폐원하면서 생긴 결손과 임대료 미지급금 15억 원 중 7억 원의 임대보증금을 뺀 나머지 8억 원을 원고가 포기하는 방식으로 임대료를 정산하기로 결의했다.
6. 이 법원의 판단
가. 판단의 요지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추론할 수 있는 아래 나 ~ 바.항 기재 사실․사정들을 종합하여 위 4항 기재 법리에 비추어 보면, 2011. 12. 14.경 이 사건 계약서의 기재와 달리 차임의 지급 또는 현실적인 임대차보증금의 지급이라는 반대급부 없이 이 사건 재단이 이 사건 부동산을 무상으로 사용․수익하기로 하는 데에, 원고와 이 사건 재단 사이에 적어도 묵시적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차임 거래 사실의 부재
원고와 이 사건 재단은 임대차보증금을 7억 원, 월 차임을 *만 원으로 하는 이 사건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재단으로부터 이 사건 계약서에서 정한 계약 기간인 3년(2012. 6. 14.부터 2015. 6. 13.까지) 내에, 그리고 그 직후인 2015. 6. 14.부터 이 사건 병원의 폐업일인 2017. 5.경까지 약정 차임을 단 한 번도 지급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 기록을 모두 살펴보아도, 이와 같은 차임에 해당하는 돈이 거래된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조세심판원 역시 금융거래내역의 검토결과, 월세 형식의 일정액 입금 내역은 찾을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 사건 재단이 그와 같은 약정 차임을 지급하려 했다거나, 약정 차임 지급의 연체에 원고가 이의를 제기했다는 사정도 찾기 어렵다. 이처럼 이 사건 계약서 작성 이후 약정 차임에 관해 전혀 거래 사실이 없다는 사정은, 이 사건 계약의 실질이 이 사건 계약서와 달리 사용대차 약정 또는 무상 사용․수익 약정이라는 점을 추단케 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계약 개시일인 2012. 6. 14.로 부터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에만 차임의 거래 사실이 없다면, 이 사건 재단 내지 이 사건 병원의 재정적 사정 때문에 약정 차임 지급이 연체․유예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처럼 이 사건 계약서에 적힌 3년의 계약기간 내내, 이를 넘어 이 사건 병원이 폐업할 때까지 총 5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전혀 차임이 지급되지않았다면, 이 사건 계약이 그 계약서 기재와 같이 월 차임 지급을 내용으로 하는 유상계약이라는 점 자체에 대해 중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원고가 이 사건 재단의 대표권 있는 이사이기는 하지만, 부동산임대업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 업체인 ‘□□개발’의 사업자등록을 마쳤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그러하다. 이 사건 계약서의 기재처럼 계약 당시에는 차임의 실제 지급을 약정했지만 그 이후에 이러한 유상의 법률관계를 변경하였다고 볼 만한 이유나 계기를 기록에서 찾을 수도 없다. 이와 반대로 원고와 이 사건 재단 사이에 차임 지급이라는 반대급부 없이 이 사건 재단이 이 사건 병원 운영을 위해 무상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사용․수익한다는 데에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본다면, 이러한 사정이 훨씬 자연스럽게 설명된다(이는 이른바 ‘권리확정주의’와 논의의 평면을 달리 한다. 실제로 약정 차임을 지급받기로 하는 유상계약을 체결했다면 그 이 후 실제로 차임을 지급받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과세요건이 충족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그와 같은 조세법적 법리가 아니라 사실의 인정 문제, 즉 원고와 이 사건 재단이 과연 이 사건 계약서 기재와 같이 유상계약을 체결했는지 여부이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는 애초에 이 사건 재단으로부터 차임을 지급받을 의사가 없었다고 봄이 합리적이다.
다.‘임대차보증금’ 명목의 금전 거래 관련
1) 이 사건 계약서에서는 임대차보증금인 7억 원 전액을 계약 당일(2011. 12. 14.) 지급하는 것으로 정하였다. 실제로 이 사건 재단은 계약서 작성 전날인 2011. 12. 13.에 7억 원을 대출받아 이 사건 계약서 작성 당일인 2011. 12. 14.에 그 돈을 원고에게 송금하였다. 그와 같은 사실만 떼어 놓고 보면, 일응 처분문서인 이 사건 계약서의 기재에 부합하는 듯한 사정으로 볼 수 있기는 하다.
2) 다만 그 당시로서는, 이 사건 부동산의 매각대금 지급기한이 2011. 12. 20.로 통지된 상태였다(갑 제4호증). 실제로 원고는 이 사건 재단으로부터 받은 7억 원에 다른 자금을 합쳐 이 사건 부동산의 매각대금을 납부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원고로서는, 이 사건 계약서를 토대로 하여 이 사건 재단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 명목의 돈을 받아 이 사건 부동산의 매각대금을 지급하려 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3) 물론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 취득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함과 아울러, 이 사건 계약서에 적힌 대로 임차인인 이 사건 재단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지급받은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본다면, 임대인인 원고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7억 원의 임대차보증금을 이 사건 계약서 기재처럼 계약종료시인 2015. 6. 13.에 반환하거나,(만약 이 사건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된 것이라면 적어도) 이 사건 병원이 폐업하여 사실상 계약 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하게 된 2017. 6.경에는 이를 반환했어야 한다. 약정 차임의 지급이 연체되었다는 사정 내지는 이 경우 임대차보증금에서 그 채무액이 당연 공제된다는 법리를 고려한다면, 통상적인 임대인으로서는 이 사건 계약서에 적힌 것처럼 3회 이상 차임의 지급 연체를 이유로 계약기간의 종료 이전에 이미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고 그때까지 연체된 차임 상당액을 공제한 임대차보증금 잔액과 상환으로 목적 부동산의 인도를 요구하거나, 늦어도 이 사건 계약의 종료 시에는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 전액 소진을 이유로) 임대차보증금의 반환 없는 무조건적인 목적 부동산의 인도를 요구했을 것으로 봄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원고가 약정 차임의 지급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은 앞서 본 대로이다. 원고가 2015. 6.경까지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기간 종료를 이유로 이 사건 부동산의 인도를 요구했다는 사정은 전혀 찾을 수 없다. 그렇다고 원고가 계약기간 종료 무렵에, 또는 이 사건 병원의 폐업 시에 임대차보증금 7억 원을 이 사건 재단에 반환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 사건 재단은 그 계약기간을 넘어서도 아무런 차임의 지급 없이 2017. 6.경 이 사건 병원이 폐업할 때까지 이 사건 부동산을 평온하게 사용․수익해 온 것으로 보인다.
4) 원고가 임대차보증금 명목의 7억 원과 동일한 금액을 이 사건 재단에 지급한 시점은 2016.
12. 13.이다. 갑 제20, 22, 23, 24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무렵 이 사건 재단이 ○○은행으로부터 빌렸던 대출금의 상환 기한이 임박하였고, 이에 원고가 이 사건 재단에 7억 원을 송금하여 이 사건 재단이 그 돈으로 7억 원의 대출금 채무를 상환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처럼 2016. 12. 13. 있었던 7억 원의 지급은, 이 사건 계약서에 적힌 임대차기간 내지 그 기간의 종료일과는 아무런 시적(時的) 관련성이 없다.
5) 피고들의 주장처럼 2011. 12. 14. 자 7억 원의 지급이 이 사건 계약서의 기재와 같이 명실상부한 임대차보증금의 지급이었다고 본다면, 아래 라.항에서 보는 것처럼 원고가 2012년에 ‘임대보증금’ 명목의 7억 원을 포함해 12억 원의 현금을 이 사건 재단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여 그 이행 등을 조건으로 □□시장이 이 사건 재단의 정관변경을 허가했던 사실과의 정합성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 이 사건 계약에 따른다면 7억 원의 임대차보증금을 이 사건 재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원고로서는 이후 계약기간이 종료될 때 (원칙적으로) 임대차보증금 7억 원을 이 사건 재단에 반환할 의무만 남게 되는데, 계약 체결 이후에 이 돈을 ‘기부’한다는 것과는 모순되기 때문이다. 유상․쌍무계약인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대인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과, 반대급부 없이 편면적으로 금전적 급부를 이행한다는 것은 서로 양립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그러하다. 이 사건 계약서가 당사자의 권리․의무관계를 직접 규율하는 형태의 처분문서이지만, 현금 12억 원을 기부하겠다는 원고의 확정적 의사표시가 담긴 ‘보통재산 기부 승낙서’ 역시 처분문서의 일종인 이상, 이러한 상황에서 이 사건 계약서의 기재만 내세워 이 사건 계약이 임대차보증금 내지 차임의 지급을 내용으로 하는 유상계약이라고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 나아가 원고가 거래 상대방인 이 사건 재단의 대표권 있는 이사이기는 하지만, ‘임대보증금’ 명목의 7억 원이 명시적으로 포함된 현금 12억 원을 기부한다는 내용이 2012. 4. 25.(아직 이 사건 계약서에 따른 계약기간이 개시되기 전이었다) 이 사건 재단의 공식적 이사회를 통해 상정․의결되고 □□시의 요구에 따라 원고가 그 기부를 승낙하는 내용의 처분문서까지 작성․제출되었다는 사정 등을 감안하면, 그와 같은 용어의 선택이 착오라거나 원고의 자의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이 사건 계약서 작성 당시에 합의되었던 유상의 법률관계를 2012. 4. 25.경에 이르러 비로소 무상 약정으로 변경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계기나 이유 역시 기록상 찾기 어렵다.
6) 이러한 일련의 과정과 여러 사정들을 살펴보면,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의 매각대금 마련을 위해 임대차보증금 명목의 7억 원을 이 사건 재단으로부터 받은 뒤, 그 돈에 관한 금융기관 대출금 상환 기한이 임박하자 임대차기간과 무관하게 이를 다시 이 사건 재단에 돌려주었다고만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원고가 2011. 12. 14. 이 사건 재단으로부터 7억 원을 받은 것이 그에 앞서 원고가 이 사건 재단에 지급한 총 9억 2,000만 원의 상환 차원이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위 7억 원은 명목상 임대차보증금에 불과할 뿐 실질은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하는 데에 사용했던 돈에 불과했다고 봄이 합당하다.
라. 이 사건 병원 설립 ․ 운영을 위한 행정절차 및 채권포기승낙서의 작성 경위 등
1) 이 사건 재단이 정관변경 허가를 신청할 당시 □□시는 앞서 본 대로, 기본적으로 토지나 건물을 임차해 의료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었다. □□시는 나아가 ‘법인이 개설하는 의료기관에 필요한 토지와 건물을 보유하고, 그 부동산은 담보물권의 설정이나 가등기, 가압류, 가처분 등이 되어 있지 않아야 하며 법인의 부채가 기본재산의 50% 이하여야 한다’는 요건도 설정해 두었다. 이는 의료법인이 막대한 임대료 등을 지급하거나, 의료시설로 제공되는 부동산이 부채 등으로 인하여 불안정하게 되는 상황 등을 방지하여, 해당 의료법인이 지역 사회에 계속적․안정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자 하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역시 기본적으로 같은 입장이되, 분사무소를 설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 안정적 운영 자금이 확보될 수 있다면 임차에 의한 운영도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2) □□시 등의 입장이 이러했기 때문에, 원고 내지 이 사건 재단으로서는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하되 이 사건 병원이 임대료 지출과 같은 재정적 부담을 지지않도록 법률관계를 설정하고자 의욕했을 여지가 충분하다. 이와 달리 원고가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한 뒤 이를 이 사건 재단에 증여(출연)하는 방식, 또는 이 사건 재단이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그 명의로 직접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하는 방식에 의할 경우, 어느 방식이든 (이 사건 계약서처럼 이 사건 재단이 원고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임차하는 형식을 취할 필요는 없지만) 그 대출에서 이 사건 부동산에 담보물권을 설정하는 절차가 수반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시 설정 요건에 배치되어 이 사건 재단의 정관변경에 관한 허가를 받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원고로서는 그와 별도의 법인격을 가지는 이 사건 재단이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그 대출금을 원고에게 송금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매각대금을 납부함으로써 원고 명의로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뒤, 원고가 이 사건 재단에 형식적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임대하는 방식의 법률관계를 선택․설정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3) 이러한 상황에서 개최된 2012. 4.경 이 사건 재단의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원고가 ‘임대보증금’ 7억 원, 의료장비 집기 등 5억 원 합계 12억 원을 이 사건 재단에 기부하는 안건이 상정․의결되었다. 이사 김○○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12억 원을 법인에 선뜻 기부하기로 한 대표이사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후인 2012. 5. 8. □□시장은 이 사건 재단의 정관변경 인가 신청에 대해, 보완 사항으로 ‘분사무소 설치 예산 현금 12억 원 및 분사무소 설치 건물 기부’를 요구하였다. 원고는 2012. 5. 12. 이를 승낙하는 취지의 문서들을 작성․제출했다. □□시장은 2012. 5. 29. ‘Ⓐ 분사무소 설치 운영을 위한 현금 12억 원을 이 사건 병원 개원 전까지 기부하고 Ⓑ 이 사건 부동산을 이 사건 병원 개원일부터 3년 이내에 기부할 것’을 이행하라는 조건을 붙여 이 사건 재단의 정관변경 신청을 허가하였다. 한편 원고가 이 사건 재단으로부터 이 사건 계약서에 적힌 차임을 지급받은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병원 내지 이와 관련된 이 사건 재단의 경영은 갈수록 악화되어 결국 이 사건 병원은 2017. 6.경 폐업에 이르렀다.
4)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7억 원’의 명목이 ‘임대보증금’이기는 하지만 이는 이 사건 재단에 대한 ‘기부’의 대상으로 설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즉 이 돈은 이 사건 재단 내지 이 사건 병원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원고가 기부하는 대상으로 책정된 것이다. □□시장 역시 원고가 이 사건 재단에 현금 12억 원을 기부하고 3년 이내에 이 사건 부동산 자체를 기부할 것을 조건으로 붙임으로써, 이 사건 재단이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할 때까지 이를 무상으로 사용․수익하는 것과 같은 경제적 효과가 발생하도록 하여 이 사건 재단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취지였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5) 그런데 원고는 이후 이 사건 재단에 현금 7억 원을 현실적으로 ‘기부’하지 않았다. ○○은행에 대한 대출금 상환기한이 임박한 2016. 12. 13.이 되어서야 이 사건 재단에 7억 원을 주어 그 대출금을 상환하게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시장은 2017. 5. 26. 이 사건 재단의 정관변경 인가를 취소하면서 위 Ⓑ항 기재 조건의 불이행 등을 그 이유로 들었을 뿐, 위 Ⓐ항 즉 ‘임대보증금’ 7억 원이 포함된 12억 원 기부 조건의 불이행을 사유로 삼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8)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위 ‘기부’의 의미는, 실제로 원고가 7억 원을 이 사건 재단에 현금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계약서상 임대차보증금 명목으로 설정되어 이 사건 재단이 원고에게 부담하는 7억 원의 임대차보증금 지급 채무가 이행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뜻, 이로써 이 사건 재단이 이 사건 부동산의 사용․수익에 관련된 재정적 지출이나 부담 없이 이 사건 병원을 안정적으로 설치․운영하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함이 합당하다.
6)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원고가 2017. 10. 30. 이 사건 병원에 대한 미수 임대료 채권(8억 원)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채권포기 승낙서를 작성한 사정도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 그 문서의 문언만 놓고 보면 당초의 약정에 따라 발생한 임대차 관련 채권을 사후적으로 포기한다는 취지이지만, 이미 이 사건 계약서가 작성되어 그 채권이 존재하는 듯한 외관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없애기 위해 채권포기 승낙서를 작성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점은 □□시장이 앞서 본 대로 조건 불이행을 이유로 종전의 정관변경 허가를 취소함에 따라, 이 사건 병원의 폐업에 따른 이 사건 재단의 정관변경을 다시 신청하던 때였다(갑 제10호증). 당시 □□시장 입장에서는, 이 사건 병원이 이 사건 재단(의료법인)의 분사무소 형태였고, 이에 따라 ○○○시에 소재한 이 사건 병원이 폐업한 이후에도 여전히 존속하는 이 사건 재단을 상대로 이 사건 계약서에 터 잡아 차임 등 채권의 청구 가능성이 여전히 있으며, 이는 공익법인으로서 □□시 내에서 공공성 있는 지역 의료 사업을 수행하던 이 사건 재단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염두에 둘 수 있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정 등을 고려 하면, 당시 이 사건 재단의 정관변경 내지 재산처분에 관한 허가권자인 □□시장이 원고에게 채권포기 승낙서를 요구하여 이를 작성․제출했다는 원고의 주장을 가볍게 배척할 수 없다.
마. 월 차임에 관한 세무신고 관련 사정들
1) 원고(□□개발)의 세무대리인 진○○이 2012. 7. 1. ~ 2017. 6. 30. 사이에 원고에게 월 300만 원의 임대소득이 발생했음을 전제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함과 아울러 이에 관한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를 신고․납부해 왔던 사실, 이에 관한 세무조사가 진행되던 2019. 4. 2. 진○○은 ’이 사건 병원의 적자 운영으로 임대료를 정상적으로 받지 못하자,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하면서 대출받은 돈에 대한 은행이자 상당액인 월 300만 원을 임대료로 신고하였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진술서를 작성․제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2) 그런데 원고가 실제로 이 사건 재단으로부터 월 *만 원의 이자를 수령했거나 이 사건 재단에 그 지급을 요구했다는 점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이 사건 기록에서 찾을 수 없다. 더구나 위 대출금은 총 *억 원 정도의 규모였고, 그 대출금의 이율은 월 2.98% ~ 3.64%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이에 대한 이자액은 적어도 월 *만 원 이상으로 계산된다. 그런데 신고된 월 *만 원은 그 액수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최초 대출금인 *억 원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그 이자액은 월 & ~ &만 원 정도로서 간과할 수 없을 정도의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최초 진술서의 내용은 선뜻 믿을 수 없다.
3) 진○○은 이 법원 계속 중이던 2023. 11.경 다시 진술서를 작성하였다. 수정 진술서에는 ’□□개발의 전(前) 세무대리인은 본인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임대료를 실제로 받지 않기 때문에 세무상 이슈는 없는 것이되, 사업체가 아무런 수익이 없을 경우 과세관청이 의심할 수 있어 형식적으로 월 *만 원의 임대료 수입이 있다는 전제에서 서류 작업을 해 왔다는 취지로 업무를 인계하였다. 그와 같은 종전 관행을 보고 본인 역시, 별다른 확인 없이 과거 신고 내역을 답습했다. 세무조사 당시 원고에게 상세한 사실을 확인했어야 하나, 이 경우 본인의 과실이 드러날 수밖에 없어 이를 숨기기 위해, 이 사건 병원이 적자 상태였기 때문에 은행 이자 상당액만 받았다는 취지의 거짓 진술서를 제출하게 되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사건 소가 제기되기 이전인 2020. 10.경 진○○이 작성한 ’조사의견서에 대한 해명서‘도 이 사건 서증으로 제출되었는데, 그 내용 역시 수정 진술서와 유사하다. 수정 진술서 내용의 구체성, 명확성 및 진술 번복 경위의 자연스러움, ’조사의견서에 대한 해명서‘와의 정합성, 반면 앞서 본 최초 진술서 내용이 객관적 증거․사정에 배치․모순되거나 그 경위 설명이 부실하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수정 진술서 내용은 믿을 수 있다. 피고들의 주장처럼 진범식이 원고 내지 □□개발의 세무대리인 지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정 진술서의 신빙성을 가볍게 부인할 수는 없다.
바. 그 밖의 사정들 이 사건 계약서의 작성 및 그 계약기간의 개시 무렵인 2011. 12. 및 2012년경에 이 사건 재단은 이미 그 재정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제로 이 사건 계약서와 같이 임대차보증금 7억 원과 차임 총 *억 원(= 월 *만 원 × 36개월)을 이 사건 재단이 부담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 계약서와 그 내용이 동일하되 차임(임대료)이 ’무상‘으로 표시되거나 임대기간이 2020년까지로 적혀 있는 또 다른 임대차계약서도 기록상 나타난다. 이처럼 동일한 법률관계에 관해 서로 다른 복수의 처분문서를 작성한다는 것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정은 결국 이 사건 계약서 작성 당시 앞서 본 □□시의 입장, 이 사건 부동산 취득을 위한 자금 마련의 필요성과 그 절차적 복잡성, 이에 따른 권리․의무관계 설정의 어려움 등을 시사하기도 한다.
법률가의 관점에서, 그리고 사후적 관점에서 볼 때에는 유상계약인 이 사건 계약서 대신 실질에 맞게 사용대차계약서 내지 무상 수익․사용약정서를 작성하지 않은 점을 탓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고가 그 당시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는 기록에서 찾기 어렵다. 원고나 이 사건 재단 입장에서 사업 진행의 지침이 될 수 있었던 보건복지부 회신이나 □□시의 안내 공문에서는, 부동산 ’임차‘에 의한 병원 설립․운영만을 언급하였다. 사용대차나 무상 사용․수익이라는 형태의 법률행위나 법적 개념은, 일반인 입장에서 임대차에 비해 오히려 낯선 개념일 수 있다. 앞서 본 수정 진술서에도 나타나듯, 부동산임대업을 목적으로 사업자등록을 마친 영리 업체인 □□개발이 아무런 임대수익이 없다거나 임대차 등 유상계약이 아닌 무상 계약을 체결했다는 취지로 신고할 경우, 오히려 세무관서의 의심을 산다고 우려했을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사건의 쟁점은 앞서 4의 나.항에서 본 대로 어디까지나 사실인정의 문제로서(처분문서에 나타난 문언의 의미가 분명하지 않아 그 의미를 탐구․확정하는 것으로서 일정한 경우 규범적 해석이 허용될 수 있는 ’법률행위의 해석‘ 문제와는 일응 구별된다고 할 수 있다), 법률행위의 당사자가 실제에 부합하는 형태의 처분 문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을 탓하는 규범적 견지에서 판단할 일은 아니다.
7. 무상 사용․수익 약정에 따른 법적 효과
가.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원고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을 이 사건 재단이 차임의 지급 없이, 임대차보증금의 현실적인 지급 없이 무상으로 사용․수익하기로 하는 내용의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계약서에 임대차를 사용대차로 기재한 경우와 같이 계약의 유형을 틀리게 기재한 경우 의사표시는 당사자가 일치하여 의욕한 대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그 반대의 경우인 이 사건에서도 원고와 이 사건 재단 사이에 맺어진 이 사건 계약이 민법 제108조가 정하는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이 사건 계약은 위와 같은 실질 그대로, 이 사건 부동산의 무상 사용․수익 약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와 달리 이 사건 계약이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보는 경우에도, 피고들이 위 조항에서 말하는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민법 제108조 제2항이 정하는 선의의 ’제3자‘는 허위표시에 의해 외형상 형성된 법률관계를 토대로 실질적으로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은 선의의 제3자를 말하는데, 조세법률관계는 조세법령에 규정된 과세요건이 충족될 때 성립되는 공법상의 채권채무관계이기 때문이다. 즉 민법 제108조 제2항은 허위표시에 따른 법률행위에 기초한 사법적(私法的)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함으로서, 공법적 채권자인 피고들이 여기서 말하는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사건은 위 조항이 정하는 허위표시의 전형적 사례 예컨대 증여세의 포탈을 목적으로 실질이 증여인데 매매계약서의 외관을 꾸며낸 경우와 정반대로, 실질은 사용대차(무상 사용․수익)인데 조세 부과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유상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경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에 관한 피고들의 ’신뢰‘가 보호가치 있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나. 그러므로 원고가 이 사건 재단에 공급한 용역은 구 부가가치세법(2015. 8. 11. 법률 제134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 제1항 제20호가 정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익단체에 무상으로 공급하는 재화 또는 용역‘으로서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들은, 원고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이는 원고가 특수관계자(이 사건 재단)에게 사업용 부동산의 임대용역 대가를 받지 않거나 부당하게 낮은 대가를 받은 경우(부가가치세법 제29조 제4항 제3호)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원고가 자신의 재산․용역을 법령상 공익단체인 이 사건 재단에 무상으로 공급한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세법령이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피고들 주장처럼 그 계산이 부인되어야 할 부당행위라고 할 수 없다.
다. 이와 달리 원고가 공급한 용역이 차임의 지급을 대가로 하는 유상 용역이라는 전제에서 발령된 피고 ○○○세무서장의 이 사건 부가가치세 처분은 적법하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차임의 지급으로 인한 임대소득이 있다(유상계약인 임대차계약 체결에 따라 그러한 임대소득의 실현이 성숙․확정되었다)는 전제에서 발령된 피고 □□세무서장의 이 사건 종합소득세 처분 역시 적법하다고 할 수 없다.
8. 결론
결국 이 사건 과세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 피고들을 상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청구는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그러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과세처분을 취소하기로 한다.
출처 : 서울고등법원 2024. 02. 15. 선고 서울고등법원 2023누44292 판결 | 국세법령정보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