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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사유로 입학 면접일정 조정 요구 가능성과 대학의 조치 위법성

2021누12649
판결 요약
재림교인 원고가 안식일인 토요일 면접 일정 변경을 조정해 달라는 신청을 거부받아 최종 불합격된 사안.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권이 충돌할 때, 종교적 양심을 포기하지 않으면 중대한 불이익이 발생하는 경우 대학의 획일적 절차운영은 위법.면접 일정 조정 요구는 조리상 신청권에 해당하며, 거부행위는 행정처분으로써 위법하다고 판시.
#입학전형 #종교적 사유 #안식일 #재림교 #대학 면접
질의 응답
1. 종교적 이유로 대학교 입학 면접일정 변경을 요구할 수 있나요?
답변
양심·종교의 자유가 절박하고 구체적인 사정으로 인정되면, 면접일정 변경을 요구할 조리상 신청권이 있다고 봅니다.
근거
광주고등법원 2021누12649 판결은 재림교인의 종교적 양심 실현을 위해 면접일정 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이에 대한 거부가 행정처분에 해당함을 판시했습니다.
2. 대학이 종교를 이유로 한 면접일정 조정요구를 거부하면 위법인가요?
답변
면접일정 조정 거부로 심대한 불이익이 발생하고, 대체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 위법할 수 있습니다.
근거
광주고등법원 2021누12649 판결은 대학이 면접시간 조정 등 대체조치를 제공하지 않고 거부한 것은 비례·평등 원칙에 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임을 인정하였습니다.
3. 입학전형 면접 미응시로 불합격된 경우 이의신청 거부에 법적 효력이 있나요?
답변
추후 동일 사유의 반복 가능성과 심대한 기본권 침해가 인정되면 거부행위가 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임이 인정됩니다.
근거
광주고등법원 2021누12649 판결은 거부행위가 직접적 불이익을 초래함을 들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판시했습니다.

*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동일해 보이는 상황이라도 사실관계나 시점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변호사와 상담을 권장합니다.

판결 전문

입학전형이의신청거부처분및불합격처분취소의소

 ⁠[광주고등법원 2022. 8. 25. 선고 2021누12649 판결]

【전문】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외 1인)

【피고, 피항소인】

○○대학교총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이우스 담당변호사 문유리 외 1인)

【제1심판결】

광주지방법원 2021. 9. 16. 선고 2021구합10347 판결

【변론종결】

2022. 6. 9.

【주 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20. 11. 20.자 입학전형이의신청거부처분, 2020. 12. 10.자 불합격처분을 각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기초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아래와 같이 일부를 추가하는 것 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 제1항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인용한다.
○ 8쪽 하단 표 다음에 아래 기재를 추가한다.
 ⁠『아. 원고의 아버지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이하 ⁠‘재림교’라 한다) 목사이고, 원고는 어릴 때부터 재림교회를 다니다가 2001. 1. 20. 침례를 받아 재림교회에 정식으로 입적하였으며, 재림교단이 운영하는 호남삼육중학교와 호남삼육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원고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통번역학과를 졸업하였고, 2019. 7. 14. 2020학년도 법학적성시험에 응시한 다음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이하 ⁠‘한국외대 법전원’이라 한다)과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대학교를 ⁠‘○○대’라 하고, ○○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이하 ⁠‘○○대 법전원’이라 한다)에 지원하여 1단계 평가에 각 합격하였다. 위 각 법전원은 원고에게 면접일정을 토요일 오전으로 통보하였고, 원고는 위 각 법전원에 자신에 대한 면접일정을 토요일 일몰 후로 변경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거부되었으며, 원고는 면접에 응시하지 아니하여 최종 불합격되었다.
자. 한편, 재림교는 성경의 출애굽기 20장에 기재된 십계명 중 네 번째 계명인 "제칠일 안식일(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라는 성경절을 그대로 따라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를 종교적 안식일로 성수하고, 안식일에는 직장·사업·학교 활동, 공공 업무 및 시험 응시 등의 세속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기독교 종교교단이다. 재림교단의 자료에 의하면 2016. 12. 31. 기준으로 전 세계 입적교인은 20,008,779명이고, 2018. 1. 1. 기준 우리나라(북한 포함) 교인수는 253,368명이다. 재림교단은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10곳), 중학교(8곳), 고등학교(7곳), 대학교(2곳) 등을 운영하는 교육사업과 종합병원(2곳), 치과병원(1곳) 등을 운영하는 의료사업, 그 외 외국어교육, 식품 제조·판매 등의 수익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차. 안식일을 지키라는 교리를 굳게 믿고 실천하는 재림교인들은 사회생활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예를 들면 토요일에 시행되는 대학(원)입학 면접고사에 응시할 수 없어 진학을 희망하는 대학(원)에의 지원을 포기하거나, 토요일에 시행되는 국가 또는 다른 기관이 주관하는 자격시험 등에 응시할 수 없어 해당 직업을 선택하지 못하거나, 군대나 직장에서 토요일 근무를 거부하여 불이익을 받아왔다.
카. 재림교인들이 제기한 진정과 관련하여 국가인권위원회는 ⁠‘연 2회 토요일에 실시되는 간호조무사 국가시험은 소위 간접차별에 해당하여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정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볼 수 있으므로 그 시험 요일을 다양화할 것을 권고’하였고(국가인권위원회 2019. 11. 25.자 19진정0456100 결정), 마찬가지의 이유에서 연 10회 실시되는 귀화시험의 요일을 다양화할 것을 권고하기도 하였다(국가인권위원회 2019. 12. 26.자 19진정0733500 결정). 국민권익위원회도 비슷한 이유에서 연 5회 실시되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의 요일을 다양화하도록 하는 내용의 제도개선 의견을 표명하였다(국민권익위원회 2020. 8. 3.자 제2020-1소위28-행01호 의결).』
○ 8쪽 아래에서 1~2줄을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3, 15 내지 20, 23 내지 25, 39 내지 4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로 고쳐 쓴다.
2. 이 사건의 경위, 당사자의 주장 및 쟁점
가. 이 사건의 경위
원고는 2020. 10.경 2021학년도 ○○대 법전원 입학원서를 제출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면접일정과 관련된 구제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피고는 2020. 10. 27.경 국가인원위원회로부터 심의요청을 받았으나, 2020. 11. 6.경 원고에게 1단계 평가에 합격하였다는 통보를 하면서 원고에 대한 면접일정을 ⁠‘2020. 11. 21.(토) 오전반’으로 지정하였다. 원고는 2020. 11. 11. 피고에게 ⁠‘재림교인으로서 종교적 양심에 따라 안식일인 토요일 주간에는 면접에 응시할 수 없으니, 원고의 면접일정을 2020. 11. 21.(토) 오후반 마지막 순번에 배치하여 일몰 후에 면접시험을 치를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의 ⁠‘○○대 법전원 입학전형 이의신청서’를 제출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20. 11. 20. 이 사건 이의신청을 거부하는 취지의 답변을 하였고(이하 위 답변을 ⁠‘이 사건 거부행위’라 한다), 이어 2020. 12. 10. 이 사건 불합격처분을 하였다.
나.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요지
헌법 등 관련 법령, ○○대 법전원 입학전형관리위원회 규정 등에 의하면 원고에게는 면접일정 변경을 요청할 법규상·조리상 신청권이 있으므로 이 사건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 또한 피고는 격리 후 면접을 실시하는 방법으로 원고의 종교적 양심을 제한하지 아니하는 대안이 있음에도 이를 선택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거부행위에 이르렀는바, 이는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나아가 원고가 1단계 평가에 합격하였음에도 최종 불합격한 것은 피고가 위법하게 면접일정을 변경하지 않아 면접에 응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므로, 이 사건 불합격처분도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에 위반하여 위법하다.
2) 피고의 주장 요지
가) 본안 전 항변
원고에게 면접일정 변경을 요구할 법규상·조리상 신청권이 없으므로 이 사건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2021학년도 ○○대 법전원 학생선발절차가 이미 종료하였고, 설령 원고가 면접에 응시하였더라도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소는 소의 이익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원고로서는 이 사건 기본계획이 공고된 2020. 4.경 또는 이 사건 모집요강이 공고된 2020. 6.경 또는 늦어도 ○○대 법전원에 원서를 접수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2020. 10. 8.경부터는 면접일정 지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었음에도 그로부터 90일이 경과한 후에야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는 제소기간을 도과하여 위법하다.
나) 본안에 대한 주장
피고는 이 사건 기본계획에서부터 면접이 2020. 11. 21.(토)에 시행된다는 점을 공고하였고, 면접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면접일정은 면접대상자별로 가(假)번호를 부여하여 무작위로 결정하고 있다. 원고의 면접일정을 마지막 순번으로 변경하거나 일몰 후에 면접을 실시할 경우 면접의 공정성이 저해될 수 있는바, 이 사건 거부행위에는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없다. 나아가 원고가 면접에 응시하지 아니한 이상, 이 사건 불합격처분은 이 사건 모집요강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
다. 이 사건의 쟁점
1) 이 사건의 기본적인 쟁점은 원고가 자신의 종교적 양심을 지키기 위하여 피고에 대하여 토요일 일몰 후에 면접에 응시할 수 있도록 면접일정을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고 피고가 이에 응하지 아니한 것을 두고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지이다. 구체적으로 ① 법령 등의 해석상 원고에게 면접일정을 조정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조리상 신청권이 있는지, 신청권이 있다고 볼 경우 원고에게 이 사건 거부행위와 불합격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 ② 이 사건 소가 적법하다면 이 사건 거부행위 및 불합격처분이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처분에 해당하는지 등이다.
2) 이 사건에서 원고가 가지는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 등 헌법상 권리와 국립대학인 ○○대의 총장인 피고가 가지는 대학의 자율권, 학생선발의 재량이라는 헌법상·법률상 권리가 충돌한다.
원고의 종교적 양심의 자유는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고도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여 단기간에 진행되는 법학전문대학원 학생선발절차의 형평성과 공정성 또한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 되는 가치이다.
결국 이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 아래에서 원고의 종교적 양심의 자유와 위와 같은 특성을 갖는 학생선발절차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지가 이 사건 판단의 핵심이다.
3. 관련 법령 및 법리
가. 대한민국 헌법
1) 평등의 원칙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평등 및 차별금지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여기서의 평등의 원칙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 법의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뜻하고, 따라서 합리적 근거 있는 차별 내지 불평등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헌법재판소 2012. 12. 27. 선고 2011헌바217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13. 7. 25. 선고 2011헌바267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16. 2. 25. 선고 2013헌바113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2) 양심의 자유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정하여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다. 양심의 자유는 우리 헌법이 최고의 가치로 상정하고 있는 도덕적·정신적·지적 존재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조건이고 민주주의 체제가 존립하기 위한 불가결의 전제로서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고도로 보장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3828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양심의 자유에는 양심을 형성할 자유와 양심에 따라 결정할 자유 등 내심의 자유뿐만 아니라 위와 같이 형성된 양심에 따른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자유도 포함된다. 양심의 자유를 내면적 자유와 외부적 자유로 구분할 수 있지만(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8헌가22 등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1헌바379 등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내면적 자유는 절대적 권리이므로 제한하여서는 안 되고 외부적 자유는 상대적 권리이므로 언제나 제한하여도 된다는 단순한 형식논리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양심실현의 자유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한 대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고, 제한하는 경우에도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양심이 외부적으로 표출되더라도 이를 제한할 때에는 위와 같은 헌법상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지 엄격하게 평가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양심의 자유에서 보호하는 양심의 의미와 작용, 문제 되는 실현행위가 이루어지는 모습, 다른 헌법적 가치와 부딪치는 국면 등에 대하여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헌법 제19조에서 보호하는 양심은 이른바 ⁠‘착한 마음’ 또는 ⁠‘올바른 생각’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판단을 추구하는 가치적·도덕적 마음가짐을 뜻한다. 이것은 개인의 소신에 따른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그 형성과 변경에 외부적 개입과 억압에 의한 강요가 있어서는 안 되는 윤리적 내심영역이다(헌법재판소 2002. 1. 31. 선고 2001헌바43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이러한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1헌바379 등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양심의 자유는 내심에서 우러나오는 윤리적 확신과 이에 반하는 외부적 법질서의 요구가 서로 회피할 수 없는 상태로 충돌할 때 침해될 수 있다(헌법재판소 2002. 4. 25. 선고 98헌마425 등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와 같이 상반되는 2개의 명령, 즉 양심의 명령과 법의 명령이 충돌하는 경우 개인에게 그의 양심을 따를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양심의 자유가 보장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영역이다(헌법재판소 2004. 8. 26. 선고 2002헌가1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양심은 개인마다 형성되어 유지되고 실현되는 과정과 모습이 서로 다르고, 그 동기와 내용 역시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헌법적 가치가 양심의 자유보다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없고 마찬가지로 양심의 자유가 다른 헌법적 가치보다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해서도 안 된다.
보통 양심이 내면에 머무르는 상태에서는 다른 헌법적 가치와 충돌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국가가 개입할 이유가 없다. 사람이 내면에서 단순히 양심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으로서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양심이 외부적으로 실현될 경우에는 더 이상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때 다른 헌법적 가치질서와 충돌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제한의 필요성이 생긴다.
양심실현의 모습이 다양한 만큼 다른 헌법적 가치질서와 충돌을 일으키는 양상과 정도 역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개인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양심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국가 법질서와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양심실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 양심의 자유가 양심의 명령에 반한다는 이유로 법의 명령을 위반할 수 있는 일반적 자유를 뜻하지는 않는다. 어떠한 기본권적 자유도 국가와 법질서를 해체하는 근거가 될 수 없고, 그러한 의미로 해석될 수 없다(헌법재판소 2004. 8. 26. 선고 2002헌가1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그러나 국가가 개인에게 양심에 반하는 작위의무를 부과하고 그 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함으로써 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는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이러한 강제는 결국 내면적 양심을 포기하고 국가가 부과하는 의무를 이행하거나, 아니면 내면적 양심을 유지한 채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키는 선택을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단순히 양심실현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다. 형사처벌 등 제재를 감수하지 않는 이상 내면적 양심을 포기하거나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파멸시켜야 한다. 스스로 내면에 머무르려는 양심을 국가가 불러내어 위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도록 하는 것은 위에서 본 적극적 양심실현의 국면과 동일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경우는 단순히 외부적 자유 또는 상대적 권리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제한해도 된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 내면적 양심을 포기하거나 스스로 인격적 존재가치를 파멸시키게 하고, 내면적 양심과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지키고자 하면 형사처벌 등 제재를 감수하도록 하는 것은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는 내면적 양심의 자유와 밀접하게 관련되므로 그에 대한 제한에는 더욱 세심한 배려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이상 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3) 종교의 자유
헌법 제20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종교의 자유에는 신앙에 대한 침묵을 뜻하는 소극적인 신앙고백의 자유와 자신의 종교적인 확신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당하지 아니하는 소극적인 종교행위의 자유 및 종교교육의 자유 등이 포함된다. 종교의 자유는 양심의 자유 등과 더불어 우리 헌법이 최고의 가치로 상정하고 있는 도덕적·정신적·지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조건이고 민주주의체제가 존립하기 위한 불가결의 전제로서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보다 고도로 보장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3828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4) 교육받을 권리
헌법은 제31조 제1항에서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라고 하여 교육영역에서 평등원칙을 구체화하고 있다. 헌법 제31조 제1항헌법 제11조의 일반적 평등조항에 대한 특별규정으로서 교육의 영역에서 평등원칙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평등권으로서 교육을 받을 권리는 ⁠‘취학의 기회균등’, 즉 각자의 능력에 상응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 입학에 있어서 자의적 차별이 금지되어야 한다는 차별금지원칙을 의미한다. 헌법 제31조 제1항은 취학의 기회에 있어서 고려될 수 있는 차별기준으로 ⁠‘능력’을 제시함으로써, 능력 이외의 다른 요소에 의한 차별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여기서 ⁠‘능력’이란 ⁠‘수학능력’을 의미하고 교육제도에서 ⁠‘수학능력’은 개인의 인격발현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인격적 요소이며, 학교 입학에 있어서 고려될 수 있는 합리적인 차별기준을 의미한다.
헌법 제22조 제1항이 보장하고 있는 학문의 자유와 헌법 제31조 제4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대학의 자율성에 따라 대학이 학생의 선발 및 전형 등 대학입시제도를 자율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대학의 자율적 학생 선발권을 내세워 국민의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없으며, 이를 위해 대학의 자율권은 일정부분 제약을 받을 수 있다(헌법재판소 2017. 12. 28. 선고 2016헌마649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5) 대학의 자율권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학은 응시자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학 스스로가 정한 합격·불합격 처리기준에 따른 합격·불합격 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학이 입학지원자를 선발할 때에 입학 자격, 선발 방법 등에 관한 기준을 정하거나 그 기준에 따라 합격·불합격 판정을 하는 것은 관계 법령이나 학칙 등의 범위 내에서 교육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인격, 자질, 학력, 지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자유로이 정할 수 있는 재량행위라고 보아야 하고 그것이 현저하게 재량권을 일탈 내지 남용한 것이 아니라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6. 7. 13. 선고 2006다23817 판결, 대법원 2019. 9. 25. 선고 2017다223521 판결 등 참조).
나. 기타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4. 본안 전 항변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
1) 관련 법리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이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을 말한다. 행정청의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에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 사이의 실질적 견련성, 법치행정의 원리와 그 행위에 관련된 행정청이나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1. 18. 선고 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행정청의 행위가 ⁠‘처분’에 해당하는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그에 대한 불복방법 선택에 중대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상대방의 인식가능성과 예측가능성을 중요하게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두33537 판결,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20두50324 판결 등 참조).
국민의 적극적 행위 신청에 대하여 행정청이 그 신청에 따른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거부한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하려면, 그 신청한 행위가 공권력의 행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어야 하고, 그 거부행위가 신청인의 법률관계에 어떤 변동을 일으키는 것이어야 하며, 그 국민에게 그 행위발동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한다고 할 것인바, 여기에서 ⁠‘신청인의 법률관계에 어떤 변동을 일으키는 것’이라는 의미는 신청인의 실체상의 권리관계에 직접적인 변동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신청인이 실체상의 권리자로서 권리를 행사함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도 포함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0두9229 판결,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두1316 판결 등 참조).
한편 조리라 함은 사물의 본성을 말하며 흔히 사물·자연의 이치, 사물의 본질적 법칙, 사람의 이성에 기하여 생각되는 규범 등으로 표현된다(대법원 2007. 5. 17. 선고 2006다19054 전원합의체 판결 중 대법관 김황식, 대법관 박일환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참조). 즉 조리는 법의 일반원칙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므로 조리는 법률의 해석 또는 유추의 경우에도 그 지도원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조리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신뢰보호의 원칙, 평등의 원칙 또는 비례의 원칙, 헌법상 기본권 등을 들 수 있다.
2) 판단
아래의 사실 및 사정은 앞서 보았거나, 갑 제11, 15, 28, 36, 42, 43, 45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이 사건 거부행위의 내용과 절차, 이 사건 거부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원고의 불복방법의 존부나 그에 대한 예측가능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기본권 보장 및 권리구제 확대라는 측면에서 이 사건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의 이 부분 본안 전 항변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가) 원고의 종교적 양심
재림교인으로서 안식일을 지켜야한다는 원고의 마음가짐, 즉 원고의 종교적 양심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임이 인정된다.
재림교는 신도수 약 25만 명의 소수 종교이나 그동안 재림교인들이 그 종교적 양심을 실현하고자 진학, 취업 등에 있어서 현실적인 불이익을 감내해 온 점, 원고의 아버지가 재림교회 목사일 뿐만 아니라 원고 스스로도 오랫동안 재림교인으로 활동한 점, 특히 원고는 2020학년도 한국외대 법전원, ○○대 법전원, 2021학년도 ○○대 법전원 학생선발절차의 1단계 평가에 합격하였음에도 면접일정이 안식일에 지정되었다는 이유로 면접에 응시하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러하다.
이러한 원고의 종교적 양심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특정 소수 종교인 재림교인 사이에서만 공유되는 것이나, 양심은 개인마다 형성되어 유지되고 실현되는 과정과 모습이 서로 다르고 그 동기와 내용 역시 다양한 것이므로, 비록 다수에 의하여 지지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국가나 사회, 타인에 대하여 해악을 끼치지 않는 한 존중받아 마땅하다.
나) 관련 법령 등의 내용과 취지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은 평등 및 차별금지의 원칙,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중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조건이고 민주주의 체제가 존립하기 위한 불가결의 전제로서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고도로 보장되어야 한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므로(헌법 제10조 후문), 국립대학인 ○○대의 총장인 피고도 자신에게 부여된 대학의 자율권과 재량을 행사함에 있어서 위와 같은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존중하고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
고등교육법 제29조 제1항, 제29조의2 제1항, 제3항, 제34조 제1항, 제2항은 대학에 둘 수 있는 대학원의 종류와 전문대학원으로서 법학전문대학원의 설치·운영의 근거, 학생의 선발방법 등을 규정하고, 그 위임에 따른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 제1항, 제34조 제1항은 입학자를 선발함에 있어서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는 점과 입학전형이 공정한 경쟁에 의하여 공개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구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2021. 3. 23. 법률 제179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법학전문대학원법’이라 한다) 제2조, 제22조, 제23조 제1항, 제3항, 제26조는 법학전문대학의 교육이념, 입학자격, 학생선발절차 및 학생구성의 다양성 등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학생선발절차의 공정성, 학생구성의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 학칙 제4조 제2항, 제63조 제4항은 법학전문대학원의 설치와 입학자격에 관하여 규정하고, ○○대 법전원 교학규정 제5조 제1항, 제11조 내지 14조는 입학전형관리위원회의 설치, 입학자격, 입학지원절차, 입학전형방법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학칙, 교학규정에 따라 공고된 이 사건 기본계획 및 이 사건 모집요강은 전형일정[원서접수 2020. 10. 8.까지, 나군 면접고사는 2020. 11. 21.(토) 오전반 9:00부터, 오후반 13:00부터], 모집인원(나군 일반전형 60명) 및 선발유형, 지원자격, 전형요소 반영비율 및 평가방법(면접과 관련하여 1단계 합격자를 대상으로 사고력, 의사소통능력, 인성 및 가치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평가하되, 무자료 면접의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면접 결시자는 불합격 처리됨), 이의신청(입학전형 결과에 이의가 있는 자는 합격자 공고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서면으로 신청해야 함. 이후 절차는 관련 법령 및 우리 대학교의 학칙과 입학전형 관련 규정, 사정원칙에 따라 진행함)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 사건 모집요강은 그 전문에서 ⁠‘지원자의 성별, 종교, 출신지역, 출신학교, 신체조건, 연령, 경제적 여건, 기타 사회문화적 배경 등을 이유로 지원자에게 불리한 차별을 가하지 아니한다. 다양한 학생들이 법학에 대한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통합에 기여한다’는 등의 입학전형 기본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제반규정에 비추어 보면, ○○대 법전원의 학생선발절차는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기회를 보장함과 동시에 공정하고 공개적인 경쟁을 통하여 다양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이루어져야 한다.
다) 이 사건 이의신청 및 이 사건 거부행위의 경위
① 원고는 2020학년도 ○○대 법전원 입학절차에서 1단계 평가에 합격하였다. 원고는 면접일정이 토요일 오전반으로 지정되자 피고에게 그 변경을 요청하였다. 피고는 그 요청을 거부하였고, 원고는 면접에 응시하지 아니하였다.
② 원고는 2020. 10.경 2021학년도 ○○대 법전원 입학원서를 제출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피고가 원고에 대한 면접순서를 마지막에 배치하는 등으로 원고의 종교적 양심을 제한하지 않을 수 있는 대체조치를 거부하고 있다’는 취지로 구제를 요청하는 진정을 제출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상담조정센터)는 2020. 10. 27.경 피고에게 이에 관한 심의를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이를 거부하는 취지로 회신하였다.
③ 피고는 2020. 11. 6.경 원고가 1단계 평가에 합격하였다고 통보하면서 원고의 면접일정을 토요일 오전반으로 지정하였다.
④ 원고는 2020. 11. 11. 이 사건 모집요강에 ⁠[서식8]로 첨부된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전형 이의신청서’ 양식을 이용하여 이 사건 이의신청을 하였다. 위 양식에는 ⁠‘이의신청 대상민원’란, ⁠‘이의신청 취지 및 이유’란이 있고 여기에 이의신청인이 필요한 내용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⑤ 피고는 2020. 11. 20. 이 사건 거부행위를 하면서 ⁠‘입학 전형 결과에 이의가 있는 자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나 원고는 합격으로 통보하였으므로 이의신청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를 밝혔다.
라) 이 사건 거부행위의 성격과 그에 대한 불복방법
(1) 원고는 이 사건 모집요강에 첨부된 서식을 이용하여 이 사건 모집요강에 따라 이 사건 이의신청을 하였고, 국립대학인 ○○대의 총장인 피고는 이를 거부하는 취지의 이 사건 거부행위를 하였다.
(2) ○○대 법전원의 학생선발절차는 구 법학전문대학원법 제23조, 법학전문대학원법 시행령 제14조, 제15조, ○○대 학칙 제26조, ○○대 법전원 교학규정 제11 내지 15조 등에 의하여 이 사건 모집요강을 기초로 이루어지고, 이 사건 모집요강에 의하면 면접에 응시하지 않을 경우 최종 불합격된다. 원고는 이 사건 거부행위로 인하여 자신의 종교적 양심을 포기하고 기존의 면접일정에 따라 면접에 응시하여야 할지, 아니면 면접에 응시하지 않음으로써 최종 불합격의 불이익을 감내할지를 선택하여야 하는 매우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3) 이 사건 모집요강에 정해진 이의신청의 대상에 ⁠‘1단계 평가에 합격한 원고가 그 면접일정의 변경을 요구하는 것’이 포함되는지가 불명확하고, 면접일정이 변경되지 아니할 경우 1단계 평가에서 합격하였음에도 면접에 응시하지 못하여 최종 불합격의 불이익을 감내하여야 하는 원고의 입장에서 면접일정 지정에 대한 이의신청조차도 할 수 없다고 인식하기는 어렵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입학전형’이란 대학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하여 지원자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평가해 선발 여부를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 즉 선발절차 전체를 의미하는바, ⁠‘입학전형 결과’는 일련의 선발절차에서 이루어지는 피고의 판단결과, 예를 들면 지원자의 지원자격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제출서류의 적합성에 대한 판단, 이 사건 모집요강이 구체적으로 정하지 아니한 신체적 배려대상자에 대한 편의제공 요구에 대한 판단, 각 단계별 합격 여부에 대한 판단 등을 포함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 사건 모집요강에 따른 이의신청의 대상을 피고의 주장과 같이 해석한다면 지원자들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것은 1단계 평가 합격 여부와 최종 합격 여부에 한정된다. 그런데 피고가 이 사건 모집요강에 첨부한 이의신청서 양식에는 ⁠‘이의신청 대상민원’란에 ⁠‘1단계 합격 여부’와 ⁠‘최종 합격 여부’만을 한정하지 아니하고, 이의신청 대상민원을 자유롭게 기재하도록 하였다.
② 이 사건 모집요강과 동일하게 이의신청의 대상을 ⁠‘입학전형 결과’로 정하고 있는 한국외대 법전원의 경우, 면접일정을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변경하여 달라는 원고의 요청에 대하여, 입학전형관리위원회를 열어 관련 판결이나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 등을 고려하여 원고의 요청을 수용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한국외대 법전원은 이의신청의 대상인 ⁠‘입학전형 결과’에 ⁠‘입학전형 절차 또는 전형 공지에 따른 전형방법’이 포함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 법전원의 학생선발절차와 유사하게 1단계 평가, 2단계 면접을 거쳐 최종합격자를 결정하는 ○○대 치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 그 신입생 모집요강에 이의신청의 대상을 ⁠‘지원자격 적부, 전형 공지에 따른 전형방법 및 선발원칙 불이행 등’으로 이 사건 모집요강과는 달리 규정하고 있다. ○○대 학칙을 적용받는 ○○대 법전원과 치의학전문대학원의 학생선발절차에서 이의신청의 대상을 달리 규정할만한 특별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③ 원고는 2020학년도 ○○대 법전원 입학절차에서 피고에게 면접일정의 조정을 요청하였으나 피고가 이를 거부하여 면접에 응시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그 때문에 원고는 2021학년도 ○○대 법전원 입학원서를 제출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출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심의요청을 거부하면서 원고의 면접일정을 토요일 오전으로 지정하였다. 그 상황에서 원고가 취할 수 있는 공식적인 절차는 이 사건 모집요강에 따른 이의신청 외에는 존재하지 아니한다.
④ 만약 이 사건 이의신청이 1단계 평가 또는 최종 불합격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이었고, 피고가 이를 거부하였다면 그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는 점에 별다른 의문이 없다. 그런데 원고의 입장에서 이 사건 거부행위는 결국 최종 불합격처분의 전 단계에 해당할 뿐이다. 만약 이 사건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본다면, 원고로서는 최종 불합격처분에 대하여 항고소송을 제기하여야 하지만 원고가 면접에 미응시한 사실은 분명하므로 그 항고소송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다고 할 것이다. 결국 이 사건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면 원고로서는 피고에게 한국외대 법전원과 같은 선의를 기대하는 것 외에 자신의 종교적 양심을 지키면서도 면접을 시행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 그러한 대안을 선택하지 아니한 피고의 행위가 적법한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기회조차도 가지지 못하게 된다.
마) 이 사건 거부행위로 인한 원고의 불이익
① 원고의 학사성적 백분율, 공인영어 환산점수, 법학적성시험 성적은 2021학년도 ○○대 법전원 최종 합격자의 정량평가 요소별 성적 현황에 비추어 볼 때 적어도 상위 50% 이상에 해당한다. 2단계 평가에는 논술과 면접이 포함되어 있고 논술의 경우 6.82%, 면접의 경우 5.68%의 실질반영비율을 가지므로 위와 같은 1단계 성적만으로는 원고가 최종 합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원고로서는 면접에 응시할 경우 최종 합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 정도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있고 그러한 기대는 합리적이다.
그런데 피고가 원고의 면접일정을 토요일 오전반으로 지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원고에게 자신의 종교적 양심에 반하는 작위의무를 부과하고 그 불이행에 대하여 최종 불합격이라는 불이익을 부여하게 되었다. 원고로서는 자신의 종교적 양심을 포기하고 면접에 응시하거나 아니면 면접 미응시로 인한 최종 불합격의 불이익을 받는 것을 감수하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실제로 원고는 면접에 응시하지 아니하여 최종 불합격의 불이익을 감수하였다.
② 원고는 1단계 평가 합격을 통하여 ○○대 법전원에 입학할 수 있는 기본적인 수학능력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피고의 이 사건 거부행위로 인하여 원고는 면접에 응시함으로써 ○○대 법전원에 입학할 수 있는 수학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최종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원고로서는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실체상의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 중대한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할 것이다.
③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법학전문대학원의 학생선발절차의 면접은 모두 토요일에 시행되었고, 앞으로도 토요일에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자신의 성적이나 연고지 등을 고려하여 ○○대 법전원에 진학함으로써 변호사의 자격을 취득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는 한, 원고는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자신의 종교적 양심을 포기함으로써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파멸시켜야 할지, 아니면 면접에 응시하지 않음으로써 최종 불합격의 불이익을 감내할지를 선택하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3) 소결
원고는 자신의 종교적 양심을 포기하지 못하여 면접에 응시하지 아니하였고 그 결과 최종 불합격이라는 심대한 불이익을 받았다. 이는 이 사건 거부행위로 인하여 직접 발생한 결과이다.
그럼에도 이 사건 기본계획과 이 사건 모집요강이 정한 이의신청 대상이 ⁠‘입학전형 결과’에 한정되고, 원고의 종교적 양심이 우리 사회 구성원 대다수에 의하여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하여, 그 불이익을 원고의 종교적 양심 때문에 발생한 당연한 결과로 여기며 이 사건 거부행위가 적법한 것인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기회조차 차단하는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반하는 조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자신의 종교적 양심을 실현하기 위하여 면접에 응시하지 아니함으로써 최종 불합격의 불이익을 받은 원고로서는 면접일정의 변경을 요구할 조리상 신청권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의 이 사건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나. 소의 이익이 인정되는지
1) 관련 법리
행정처분의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하는 소에서, 비록 행정처분의 위법을 이유로 무효확인 또는 취소 판결을 받더라도 그 처분으로 발생한 위법상태를 원상으로 회복시킬 수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 다만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더라도 그 무효확인 또는 취소로써 회복할 수 있는 다른 권리나 이익이 남아 있거나, 동일한 소송 당사자 사이에서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또는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는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 확대 등의 측면에서 예외적으로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7. 7. 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6. 6. 10. 선고 2013두1638 판결 등 참조).
2) 판단
앞서 든 증거,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 즉 이 사건 거부행위가 취소될 경우 원고에게 회복할 수 있는 다른 이익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원고와 피고 사이에 동일한 사유로 이 사건 거부행위와 같은 행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고, 이 사건 거부행위가 적법한 것인지가 불분명하여 그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 확대 등의 측면에서 소의 이익을 인정함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본안 전 항변도 이유 없다.
① 우리나라 25개 법학전문대학원의 2021학년도 학생선발절차에서의 면접은 모두 토요일에 시행되었다(한국외대 법전원,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경우 토요일, 일요일 양일간 진행, 요일은 무작위 배정). 법학전문대학원들이 토요일에 면접을 실시하는 이유는 면접실, 면접위원, 면접 관련 보조인력 확보, 지원자의 편의성 확보 등에 유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향후에도 면접일정은 토요일에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즉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동일한 사유로 이 사건 거부행위와 같은 행위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② 우리나라에는 원고와 같이 종교적 양심에 따라 안식일을 엄수하는 사람들이 소수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그들에 대하여 안식일에 업무를 하게 하거나, 시험을 치르게 하는 등의 행위에 대하여, 국가로서는 그들의 양심을 지킬 수 있는 합리적인 수단이 있다면 이를 강구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지, 그러한 행위가 안식일을 엄수하는 사람들에 대한 간접적인 차별에 해당하지는 않는지 등의 문제에 관하여,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거나, 입법이 이루어지거나, 대법원의 판례가 형성되어 있지는 아니하다.
③ 만약 이 사건 거부행위가 위법하여 취소되고 그 판결이 확정된다면, 피고로서는 2022학년도 또는 그 이후 학생선발절차에서 원고를 1단계 평가 합격자로 간주하여 2단계 면접에 응시할 기회를 부여할 수 있고(다만 그 경우에도 원고의 2021학년도 1단계 합격점수 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관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이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6두14360 판결 참조), 그 경우 원고로서는 1단계 평가 합격을 위한 법학적성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등의 사실상 이익이 남아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
다. 제소기간이 도과되었는지
살피건대, 피고가 2020. 4.경 이 사건 기본계획을, 2020. 6.경 이 사건 모집요강을 공고한 사실, 여기에는 1단계 평가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한 면접이 2020. 11. 21.(토) 오전반 9:00부터, 오후반 13:00부터 실시예정인 점이 명시되어 있는 사실, 이 사건 모집요강에 따른 원서접수 마감일이 2020. 10. 8.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원고가 2021. 2. 3.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은 이 법원에 현저하다.
살피건대, 원고로서는 이 사건 기본계획과 이 사건 모집요강을 통하여 면접이 2020. 11. 21.(토) 오전 또는 오후에 실시된다는 사정을 알 수 있었으나, 그 무렵에는 원고가 1단계 평가에 합격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였으므로 원고에 대한 면접일 지정처분이 존재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피고가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드는 헌법재판소 2010. 4. 29. 선고 2009헌마399 결정, 헌법재판소 2010. 11. 25. 선고 2010헌마199 결정 등은 검정고시 또는 교원임용시험(1차)이 일요일에 이루어지는 사안에 관한 것으로 1단계 합격을 전제로 실시되는 면접일정에 관한 이 사건과는 사안이 달라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원고로서는 면접일정이 토요일 오후반 마지막 순번으로 지정된다면 면접에 응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바, 피고가 2020. 11. 6.경 원고에 대하여 1단계 합격을 통보하면서 원고의 면접일정을 2020. 11. 21.(토) 오전반으로 지정함에 따라 비로소 원고가 면접에 응시할 수 없다는 점이 확정된 점, 이 사건 거부행위의 취소를 구하는 소의 제소기간 도과여부는 이 사건 거부행위가 있은 날부터 기산함이 타당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소의 제소기간은 이 사건 거부행위가 있은 때인 2020. 11. 20.부터 기산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원고는 그로부터 90일이 경과하기 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제소기간은 도과되지 아니하였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5. 이 사건 거부행위의 적법 여부
가. 비례의 원칙 위반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대 법전원의 2021학년도 학생선발절차의 면접은 소위 ⁠‘블라인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면접위원들은 면접대상자에 대한 자료 없이 면접과정에서 드러나는 면접대상자의 사고력, 의사소통능력, 인성 및 가치관을 바탕으로 점수를 부여하므로, 면접대상자들은 면접 중 부모, 친인척의 성명이나 직업, 직장 또는 이를 추정할 수 있는 내용과 면접대상자를 특정하는 내용의 발언이 금지된다. 또한 공정성을 기하기 위하여 모든 면접대상자에게 가번호를 부여한 후 무작위로 면접분반과 면접순번을 배정하게 된다. 이러한 면접절차의 특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거부행위는 학생선발절차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그 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이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이 사건에서 원고의 종교적 양심의 자유,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라는 헌법상의 가치와 피고가 가지는 대학의 자율권, 특히 형평성과 공정성이 유지되는 학생선발절차 형성의 재량이라는 헌법상의 가치가 충돌한다. 이러한 경우 원고에게 그 양심을 따를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하는 것이 양심의 자유가 보장하고자하는 대표적인 영역이나, 그렇다고 하여 입학절차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에게 면접일정의 변경을 요구할 조리상 신청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원고의 면접일정을 변경하는 것이 면접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을 해할 가능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급박하게 이루어지는 법학전문대학원 학생선발절차의 특성에 비추어 피고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의 과도한 비용, 시간, 노력을 소요하게 하여서도 아니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보았거나, 갑 제9, 10, 36, 37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거부행위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
① 위와 같이 헌법적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국립대학인 ○○대의 총장인 피고로서는 원고가 그 양심에 따르면서 면접에 응시할 수 있고, 학생선발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방법이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여야 한다. 원고가 토요일 일몰 전에 세속적인 일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자신의 종교적 양심을 실현하고자 하는 자유, 즉 소극적 양심실현의 자유는 내면적 양심의 자유와 밀접하게 관련되므로 그에 대한 제한에는 더욱 세심한 배려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 법전원이 공익·인권법 특성화 법학전문대학원이라는 점을 더하여 보면 더욱 그러하다.
② 원고가 주장하는 격리 후 면접 방식을 채택하더라도 학생선발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 원고가 주장하는 격리 후 면접 방식은 원고의 면접일정을 오후반 마지막 순번으로 지정하고, 원고도 오후반의 다른 지원자들과 마찬가지로 12:30까지 대기실에 입실하여 기도하며 대기하다가, 일몰시각(17:23) 이후 원고에 대한 면접을 실시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격리 후 면접 방식은, 면접대상자들에게 가번호를 부여하여 무작위로 면접분반과 면접순서를 결정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원고를 오후반 마지막 순서로 지정하여야 한다는 점, 일몰 전에 면접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는 경우에도 원고를 위하여 마지막 순번의 면접이 일몰 후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획하여야 한다는 점, 특히 그 과정에서 경우에 따라 원고의 면접위원들이 원고의 종교나 종교적 양심의 내용을 알게 될 우려가 있다는 점 등 외형적으로 면접의 형평성, 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경우에 따라 실질적으로 면접의 형평성,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다. 다만 격리 후 면접을 시행하더라도 원고 또한 다른 오후반 면접대상자들과 마찬가지로 입실시각을 준수하여야 하고 면접을 마칠 때까지 외부와 격리되어야 하므로, 그 실질에 있어서 면접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크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형평성, 공정성의 가치는 실제 그것을 갖추었는지도 중요하지만, 외부적으로 특히 같은 면접대상자들이 느끼는 관점에서 면접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이 유지되는 지도 매우 중요하다.
한편 ○○대 법전원의 2021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 신입생 입학전형 면접 세부시행계획(이하 ⁠‘세부시행계획’이라 한다)에 따르면 2020. 11. 21.에 시행되는 나군의 면접일정은 대략 다음과 같다. ⓐ 오전 면접은 09:00부터 12:00까지, 오후 면접은 13:00부터 17:00까지 실시된다(피고는 당일 오후 면접이 15:40경 종료되었다고 주장하나, 세부시행계획상의 종료시각보다 1시간 이상 일찍 종료되었다는 것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 면접대상자는 총 180명(오전 84명, 오후 96명)이고 오전 면접대상자는 08:30까지 입실하여 면접을 실시한 후 대기하다가 오후 면접대상자가 12:30까지 입실 완료하면 귀가하며, 오후 면접대상자는 면접 후 바로 소지품을 챙겨 귀가하게 된다. ⓒ 면접은 12개 분반으로 나눠서 이루어진다. 오후 면접대상자는 8명씩 12개조로 나뉘고, 각조의 1번 면접대상자들이 면접 실시 전 10분간 면접 문제를 확인하고, 이후 동시에 각 배정된 면접실에서 15분간의 면접을 실시한 뒤 각 분반의 면접이 모두 마무리되면 각조의 2번 면접대상자들이 같은 방식으로 면접을 실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 각 분반의 면접위원은 내부위원 2명, 외부위원 1명 총 3명으로 구성된다.
앞서 본 사항을 바탕으로 이하에서는 격리 후 면접 방식이 면접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핀다.
㉡ 먼저 원고의 면접일정을 오전반에서 오후반 마지막 순번으로 변경하더라도 실질적, 외부적으로 면접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노력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피고가 가번호를 부여하여 무작위로 면접조와 면접순서를 결정한 다음에도 일부 면접대상자에 대한 면접분반이나 면접순서를 조정하는 절차는 필수적이다. 즉 면접대상자를 무작위로 배치한 다음, 각 면접분반에 배치된 면접대상자의 1단계 평가 성적이 각 면접분반별로 유사하도록 조정하는 절차, 각 면접분반에 배치된 면접대상자들의 남녀비율이 유사하도록 조정하는 절차, 특히 특정 면접분반의 면접위원과 그 면접분반에 배치된 면접대상자 사이의 특수관계(친인척 관계, 학부 등에서의 지도 관계, 기타 친분 관계)를 확인하여 조정하는 절차 등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조정절차는 ○○대 법전원 내부의 행정절차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학생선발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이다. 피고가 위와 같은 조정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원고를 오후반 마지막 순번으로 배치하는 것이 실질적, 외부적으로 학생선발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고, 이러한 조정절차가 피고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의 비용, 시간, 노력을 소요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원고의 순번을 오전반에서 오후반으로 변경할 경우 오전반의 면접대상자 수가 1명 줄어들고 오후반의 면접대상자 수가 1명 증가하나, 오전반에서 줄어드는 면접대상자(즉 원고에 대한 기존의 가번호)에 대하여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와 같이 결시로 처리하면 될 것이다].
㉢ 원고가 배치된 마지막 순번의 면접이 일몰시각 후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면접일인 2020. 11. 21.의 일몰시각은 17:23이고 피고의 세부시행계획상 면접 종료 예정시각은 17:00이다. 피고가 예정한 면접일정을 30분 정도만 늦추더라도 마지막 순번의 면접을 일몰시각 이후 실시할 수 있고, 공무원의 일반적인 근무시간인 18:00 무렵 면접절차를 종료할 수 있다(시행세부계획에 의하면, 면접위원과 관리위원에게는 하루, 진행위원에게는 11시간의 인건비를 지급하기로 되어 있다).
세부시행계획에 따르면 오전반의 면접이 12:00에 종료되고 오후반의 면접이 13:00에 시작하도록 되어 있는바, 면접위원, 관리위원, 진행위원들의 점심시간을 1시간에서 1시간 30분으로 30분 연장하여 오후반 면접을 13:30에 시작하도록 변경하거나 적절한 간격으로 휴식시간을 두는 등 별다른 노력이 소요되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전체적인 면접일정을 순연하여 마지막 순번의 면접을 일몰 후에 시행하도록 할 수 있다(이 경우 면접대상자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지기는 하지만, 오후반의 면접대상자들은 자신에 대한 면접이 종료한 후 귀가할 수 있는 점, 면접대상자들에게는 면접순서나 면접시각이 통지되지 아니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를 두고 면접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을 해하는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렵다).
㉣ 위와 같이 원고의 면접일정을 오전반에서 오후반 마지막 순번으로 조정하는 것 자체는 학생선발을 위한 내부의 행정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면접위원으로 위촉된 내·외부위원들은 위와 같은 행정절차에 관여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자신들의 면접분반에 배정된 면접대상자에 대하여 면접을 실시하게 되므로, 마지막 순번에 배치된 원고에 대하여도 다른 면접대상자와 마찬가지로 ⁠‘블라인드’ 방식의 면접이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격리 후 면접 방식을 채택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면접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없다.
다만, 세부시행계획에 따르면 오후반 면접은 12개 분반에 각 8명의 면접대상자가 배치되어 있는데, 원고가 오후반 마지막 순번으로 조정될 경우 1개 분반에는 9명의 면접대상자가 배치되게 된다. 각 면접분반의 8번째 면접대상자의 면접이 종료된 후 원고에 대한 면접이 이루어지게 되므로 다른 면접대상자들이 혼자서 대기 중인 원고를 목격하게 되어 외부적으로 면접의 형평성,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1단계 합격자 및 면접대상자의 수, 면접분반의 수 등에 따라 일부 면접분반에 배치된 면접대상자의 수가 차이날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원고가 혼자 대기 중이라는 이유로 다른 면접대상자들이 면접의 형평성, 공정성에 의문을 품을 것이고, 그로 인하여 외부적으로 면접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이 저해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피고는, 대면으로 진행되고 면접위원과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면접의 특성상 면접순번에 따라 유·불 리가 있을 수 있는 점, 원고로 하여금 일몰 후에 면접을 보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번호를 부여하지 못한 채 면접조를 지정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면접위원을 임의로 지정하는 결과가 되는 점, 5명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입학전형관리위원회의 위원인 동시에 면접위원이므로 원고가 위 교수들이 면접위원인 면접조에 배정되는 경우 원고를 특정할 수 있는 점, 격리 후 면접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면접 당일 일몰시각 및 면접 상황을 고려하여 원고가 다른 마지막 순번 면접대상자들과 함께 면접을 진행할 것인지, 원고만을 별도로 진행할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하는데, 이는 원고에게 지나친 특혜라고 보일 여지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격리 후 면접 방식은 면접의 형평성, 공정성을 저해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면접순서가 면접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다(마지막 순번의 면접대상자에게 ⁠‘좋은’ 점수가 부여된다고 볼 근거는 더더욱 없다). 피고는 원고를 마지막 순번의 면접대상자로 배정하되 면접분반은 무작위로 배치한 후 면접위원들 중 이 사건 이의신청에 대한 입학전형관리위원회 심의에 관여한 교수가 포함된 면접분반은 제외하고 그 다음 분반에 배치하는 방법으로 ⁠‘블라인드’ 방식의 면접을 시행할 수 있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점심시간을 조정하거나 휴식시간을 두는 등의 방법으로 마지막 순번에 대한 면접이 일몰시각 이후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피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우려를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다.
③ 결국 격리 후 면접 방식은 원고가 자신의 종교적 양심을 지키면서 면접에 응시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는 물론 외부적으로도 면접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없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나아가 그 시행에 있어서 과도한 비용, 시간, 노력이 소요된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의 이 사건 이의신청을 거부한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
3) 법익의 균형성
① 이 사건 거부행위는 피고의 자율권, 학생선발절차의 재량 등에 기초한 것으로 ○○대 법전원 학생선발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피고가 이 사건 거부행위를 통하여 추구하고자 하는 위와 같은 공익은, 특히 우리나라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입학 및 졸업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과정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다수의 젊은 학생들이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고자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매우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원고에 대하여 격리 후 면접을 실시하더라도 위와 같은 공익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② 반면 이 사건 거부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감수하여야 하는 불이익은 심대하다.
원고는 1단계 평가에 합격하여 기본적인 수학능력이 있음을 증명하였음에도 2단계 평가인 면접에 응시조차 할 수 없어 최종 불합격이라는 불이익을 감수하여야 한다. 원고로서는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당함과 동시에 변호사시험을 통과하여 변호사로서의 꿈을 펼칠 기회마저도 박탈당하게 된다. 그것이 토요일 일몰 전에 실시된 면접이기 때문에 응시하지 못한 결과로 당연하다고 치부하기에는 그 불이익이 너무나 크다.
원고의 종교적 양심은 사회공동체의 법질서나 ○○대 법전원의 학생선발절차에 대한 적극적인 공격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양심을 지키려는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행위일 뿐이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이의신청이 피고가 유지하고자 하는 학생선발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을 저해할 일말의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로 하여금 면접에 응시할 기회조차 박탈할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는 기본적인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변호사법 제1조 제1항)를 양성하는 법학전문대학원의 대표이다. 양심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우리 헌법질서 아래에서 피고와 같은 지위에 있는 자라면 더욱 적극적으로 원고의 종교적 양심을 존중하면서도 학생선발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양심의 자유에서 보호하는 양심은 그 어느 것으로 대체되지 아니하며, 그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자기를 표현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확인하는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강요에 의하여 그러한 신념을 의심하고 그 포기 여부를 선택하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만으로도 개인의 인격에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전인격을 걸고 옳은 것이라고 믿는 신념을 변경하지 않을 경우 1단계 평가에 합격하고서도 최종 불합격이라는 불이익을 입을 것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 처하면, 개인은 선택의 기로에서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에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고, 이는 결국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손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③ 위와 같이 이 사건 거부행위를 통하여 피고가 추구하는 공익이 중요한 것이기는 하나, 원고가 주장하는 격리 후 면접 방식을 취하더라도 위와 같은 공익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반면, 이 사건 거부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감수하여야 하는 불이익은 심대하다는 점에서 이 사건 거부행위는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4)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거부행위는 비례의 원칙에 위배함으로써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다. 덧붙이건대, 다수결을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 의사결정구조에서 다수와 달리 생각하는 이른바 소수자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존재한다. 민주주의 사회는 다수와 다른 신념을 가진 소수자들을 관용하고 포용함으로써 그들 역시 사회구성원으로 함께 공존하는 것을 지향한다. 민주주의가 다수결을 기본으로 한다고 하여 다수가 허용하지 않으면 소수자의 양심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서는 아니 된다. 소수자의 문제는 다수결을 통하여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다수결을 통하여 해결되지 못하고 남은 것이 바로 소수자의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국력과 국제적인 위상, 국민들의 수준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이 사건의 사실관계 아래에서는 소수자인 원고를 포용하고 관용하기에 충분한 여건이 형성되었다.
나.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
1) ⁠‘간접차별’에 대하여
헌법 제11조 제1항은 평등 및 차별금지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여기서의 평등의 원칙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 법의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뜻한다.
종래에는 일정한 속성 또는 표지를 가진 사람에 대하여 그러한 속성 또는 표지를 근거로 하여 어떠한 제한, 배제, 분리, 거부 등 불리한 대우를 하는 것, 즉 직접차별이 주로 논의되었다. 그러나 직접차별이 금지된 이후에도 과거 차별의 영향이 계속 남아 특정한 집단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사회구조적 차별이 발생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소위 ⁠‘간접차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간접차별은 직접차별에 비하여 그 개념이 불분명하지만, 일반적으로 ① 다수의 집단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지만, ② 사회적 고정관념·관행·제도·사실상의 차이 때문에, ③ 결과적으로 불평등한 경우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 한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등의 개별법률에서 일정한 영역에서의 일정한 사유를 기준으로 하는 간접차별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즉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제1호에서는 ⁠‘사업주가 채용조건이나 근로조건은 동일하게 적용하더라도 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남성 또는 여성이 다른 한 성(性)에 비하여 현저히 적고 그에 따라 특정 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며 그 조건이 정당한 것임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를 차별에 포함시키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2호는 ⁠‘장애인에 대하여 형식상으로는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지 아니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금지하는 차별로 규정하고 있다.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2항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는 간접차별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아니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해석을 통하여 간접차별을 위 제2조 제3호가 정하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포함된다고 본다. 한편 위와 같은 개별법률에서의 규율 외에 일반적인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는 않았다.
2) 일반적인 간접차별금지의 인정 여부
헌법 제11조 제1항은 간접차별금지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은 개별법률 외에 일반적인 간접차별금지를 규정한 법률이 제정되지 아니한 상황임에도, 헌법상 평등 및 차별금지원칙으로부터 일반적인 간접차별금지를 도출할 수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차별금지와 간접차별금지가 개념적으로 구분되기는 하지만 차별을 금지한다는 본질은 동일한 점, 근대입헌주의 헌법에서는 평등의 원리를 헌법상 최고의 원리로 선언하고 있고, 현대 사회복지국가 헌법에서는 국민의 실질적 평등을 구현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헌법의 틀 속으로 포섭하여 왔는바, 우리나라 헌법의 역사적 발전과정도 이와 다르지 아니한 점, 사회권(생존권)이 헌법적 가치를 가진 기본권으로 정립된 현재 상황에서 헌법상 보장되는 평등의 내용에 직접차별금지만이 포함되고 간접차별금지는 개별적인 법률이나 일반적인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만 인정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현재의 헌법현실은 과거와 같이 차별적 의도가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경우보다 우회적 차별 내지는 관행이나 사회구조적인 요소로 인한 차별이 더욱 문제되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헌법이 선언한 평등 및 차별금지의 내용에 간접차별금지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헌법의 의의와 기능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 거부행위가 금지되는 간접차별에 해당하는지
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능력 이외의 다른 요소에 의한 차별은 원칙적으로 제한된다는 점, 여기에서의 능력은 수학능력을 의미한다는 점, 종교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는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고도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 헌법이 선언한 평등 및 차별금지의 내용에는 간접차별금지가 포함된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나) 이 사건에서 원고는 1단계 평가에 합격함으로써 ○○대 법전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수학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였으나, 이 사건 거부행위로 인하여 면접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었다. 피고는 ① 모든 면접대상자에 대하여 토요일에 면접을 실시하고 가번호를 부여하여 면접분반과 면접순서를 무작위로 결정하는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였으나, ② 원고는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를 종교적 안식일로 엄수하는 관계로 토요일 일몰 전에 시행되는 면접에 응시할 수 없어, ③ 결과적으로 수학능력과 무관한 종교적 양심으로 인하여 ○○대 법전원에 입학하여 교육을 받기 위한 최종 관문에 들어서 보지도 못하는 불평등이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결국 이 사건 거부행위는 원고에 대한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하는 간접차별로서 헌법에 의하여 금지되는 차별행위에 해당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므로 차별취급의 정당성도 인정하기 어렵다.
4) 소결
이 사건 거부행위는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한 간접차별에 해당하고 그러한 차별취급이 정당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위배함으로써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다.
다. 소결론
이처럼 피고의 이 사건 거부행위는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을 위배함으로써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6. 이 사건 불합격처분의 적법 여부
이 사건 불합격처분은 원고가 면접에 응시하지 아니하였음을 그 처분사유로 한다. 그러나 피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이 사건 이의신청을 거부함으로써 원고에게 면접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것이므로 이 사건 불합격처분의 처분사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불합격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7.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였으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거부행위 및 이 사건 불합격처분을 각 취소한다.
[별지 생략]

판사 김성주(재판장) 박혜선 김영훈

출처 : 광주고등법원 2022. 08. 25. 선고 2021누12649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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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사유로 입학 면접일정 조정 요구 가능성과 대학의 조치 위법성

2021누12649
판결 요약
재림교인 원고가 안식일인 토요일 면접 일정 변경을 조정해 달라는 신청을 거부받아 최종 불합격된 사안.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권이 충돌할 때, 종교적 양심을 포기하지 않으면 중대한 불이익이 발생하는 경우 대학의 획일적 절차운영은 위법.면접 일정 조정 요구는 조리상 신청권에 해당하며, 거부행위는 행정처분으로써 위법하다고 판시.
#입학전형 #종교적 사유 #안식일 #재림교 #대학 면접
질의 응답
1. 종교적 이유로 대학교 입학 면접일정 변경을 요구할 수 있나요?
답변
양심·종교의 자유가 절박하고 구체적인 사정으로 인정되면, 면접일정 변경을 요구할 조리상 신청권이 있다고 봅니다.
근거
광주고등법원 2021누12649 판결은 재림교인의 종교적 양심 실현을 위해 면접일정 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이에 대한 거부가 행정처분에 해당함을 판시했습니다.
2. 대학이 종교를 이유로 한 면접일정 조정요구를 거부하면 위법인가요?
답변
면접일정 조정 거부로 심대한 불이익이 발생하고, 대체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 위법할 수 있습니다.
근거
광주고등법원 2021누12649 판결은 대학이 면접시간 조정 등 대체조치를 제공하지 않고 거부한 것은 비례·평등 원칙에 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임을 인정하였습니다.
3. 입학전형 면접 미응시로 불합격된 경우 이의신청 거부에 법적 효력이 있나요?
답변
추후 동일 사유의 반복 가능성과 심대한 기본권 침해가 인정되면 거부행위가 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임이 인정됩니다.
근거
광주고등법원 2021누12649 판결은 거부행위가 직접적 불이익을 초래함을 들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판시했습니다.

* 본 법률정보는 대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조언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동일해 보이는 상황이라도 사실관계나 시점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변호사와 상담을 권장합니다.

판결 전문

입학전형이의신청거부처분및불합격처분취소의소

 ⁠[광주고등법원 2022. 8. 25. 선고 2021누12649 판결]

【전문】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외 1인)

【피고, 피항소인】

○○대학교총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이우스 담당변호사 문유리 외 1인)

【제1심판결】

광주지방법원 2021. 9. 16. 선고 2021구합10347 판결

【변론종결】

2022. 6. 9.

【주 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20. 11. 20.자 입학전형이의신청거부처분, 2020. 12. 10.자 불합격처분을 각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기초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아래와 같이 일부를 추가하는 것 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 제1항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인용한다.
○ 8쪽 하단 표 다음에 아래 기재를 추가한다.
 ⁠『아. 원고의 아버지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이하 ⁠‘재림교’라 한다) 목사이고, 원고는 어릴 때부터 재림교회를 다니다가 2001. 1. 20. 침례를 받아 재림교회에 정식으로 입적하였으며, 재림교단이 운영하는 호남삼육중학교와 호남삼육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원고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통번역학과를 졸업하였고, 2019. 7. 14. 2020학년도 법학적성시험에 응시한 다음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이하 ⁠‘한국외대 법전원’이라 한다)과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대학교를 ⁠‘○○대’라 하고, ○○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이하 ⁠‘○○대 법전원’이라 한다)에 지원하여 1단계 평가에 각 합격하였다. 위 각 법전원은 원고에게 면접일정을 토요일 오전으로 통보하였고, 원고는 위 각 법전원에 자신에 대한 면접일정을 토요일 일몰 후로 변경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거부되었으며, 원고는 면접에 응시하지 아니하여 최종 불합격되었다.
자. 한편, 재림교는 성경의 출애굽기 20장에 기재된 십계명 중 네 번째 계명인 "제칠일 안식일(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라는 성경절을 그대로 따라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를 종교적 안식일로 성수하고, 안식일에는 직장·사업·학교 활동, 공공 업무 및 시험 응시 등의 세속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기독교 종교교단이다. 재림교단의 자료에 의하면 2016. 12. 31. 기준으로 전 세계 입적교인은 20,008,779명이고, 2018. 1. 1. 기준 우리나라(북한 포함) 교인수는 253,368명이다. 재림교단은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10곳), 중학교(8곳), 고등학교(7곳), 대학교(2곳) 등을 운영하는 교육사업과 종합병원(2곳), 치과병원(1곳) 등을 운영하는 의료사업, 그 외 외국어교육, 식품 제조·판매 등의 수익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차. 안식일을 지키라는 교리를 굳게 믿고 실천하는 재림교인들은 사회생활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예를 들면 토요일에 시행되는 대학(원)입학 면접고사에 응시할 수 없어 진학을 희망하는 대학(원)에의 지원을 포기하거나, 토요일에 시행되는 국가 또는 다른 기관이 주관하는 자격시험 등에 응시할 수 없어 해당 직업을 선택하지 못하거나, 군대나 직장에서 토요일 근무를 거부하여 불이익을 받아왔다.
카. 재림교인들이 제기한 진정과 관련하여 국가인권위원회는 ⁠‘연 2회 토요일에 실시되는 간호조무사 국가시험은 소위 간접차별에 해당하여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정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볼 수 있으므로 그 시험 요일을 다양화할 것을 권고’하였고(국가인권위원회 2019. 11. 25.자 19진정0456100 결정), 마찬가지의 이유에서 연 10회 실시되는 귀화시험의 요일을 다양화할 것을 권고하기도 하였다(국가인권위원회 2019. 12. 26.자 19진정0733500 결정). 국민권익위원회도 비슷한 이유에서 연 5회 실시되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의 요일을 다양화하도록 하는 내용의 제도개선 의견을 표명하였다(국민권익위원회 2020. 8. 3.자 제2020-1소위28-행01호 의결).』
○ 8쪽 아래에서 1~2줄을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3, 15 내지 20, 23 내지 25, 39 내지 4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로 고쳐 쓴다.
2. 이 사건의 경위, 당사자의 주장 및 쟁점
가. 이 사건의 경위
원고는 2020. 10.경 2021학년도 ○○대 법전원 입학원서를 제출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면접일정과 관련된 구제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피고는 2020. 10. 27.경 국가인원위원회로부터 심의요청을 받았으나, 2020. 11. 6.경 원고에게 1단계 평가에 합격하였다는 통보를 하면서 원고에 대한 면접일정을 ⁠‘2020. 11. 21.(토) 오전반’으로 지정하였다. 원고는 2020. 11. 11. 피고에게 ⁠‘재림교인으로서 종교적 양심에 따라 안식일인 토요일 주간에는 면접에 응시할 수 없으니, 원고의 면접일정을 2020. 11. 21.(토) 오후반 마지막 순번에 배치하여 일몰 후에 면접시험을 치를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의 ⁠‘○○대 법전원 입학전형 이의신청서’를 제출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20. 11. 20. 이 사건 이의신청을 거부하는 취지의 답변을 하였고(이하 위 답변을 ⁠‘이 사건 거부행위’라 한다), 이어 2020. 12. 10. 이 사건 불합격처분을 하였다.
나.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요지
헌법 등 관련 법령, ○○대 법전원 입학전형관리위원회 규정 등에 의하면 원고에게는 면접일정 변경을 요청할 법규상·조리상 신청권이 있으므로 이 사건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 또한 피고는 격리 후 면접을 실시하는 방법으로 원고의 종교적 양심을 제한하지 아니하는 대안이 있음에도 이를 선택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거부행위에 이르렀는바, 이는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나아가 원고가 1단계 평가에 합격하였음에도 최종 불합격한 것은 피고가 위법하게 면접일정을 변경하지 않아 면접에 응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므로, 이 사건 불합격처분도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에 위반하여 위법하다.
2) 피고의 주장 요지
가) 본안 전 항변
원고에게 면접일정 변경을 요구할 법규상·조리상 신청권이 없으므로 이 사건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2021학년도 ○○대 법전원 학생선발절차가 이미 종료하였고, 설령 원고가 면접에 응시하였더라도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소는 소의 이익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원고로서는 이 사건 기본계획이 공고된 2020. 4.경 또는 이 사건 모집요강이 공고된 2020. 6.경 또는 늦어도 ○○대 법전원에 원서를 접수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2020. 10. 8.경부터는 면접일정 지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었음에도 그로부터 90일이 경과한 후에야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는 제소기간을 도과하여 위법하다.
나) 본안에 대한 주장
피고는 이 사건 기본계획에서부터 면접이 2020. 11. 21.(토)에 시행된다는 점을 공고하였고, 면접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면접일정은 면접대상자별로 가(假)번호를 부여하여 무작위로 결정하고 있다. 원고의 면접일정을 마지막 순번으로 변경하거나 일몰 후에 면접을 실시할 경우 면접의 공정성이 저해될 수 있는바, 이 사건 거부행위에는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없다. 나아가 원고가 면접에 응시하지 아니한 이상, 이 사건 불합격처분은 이 사건 모집요강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
다. 이 사건의 쟁점
1) 이 사건의 기본적인 쟁점은 원고가 자신의 종교적 양심을 지키기 위하여 피고에 대하여 토요일 일몰 후에 면접에 응시할 수 있도록 면접일정을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고 피고가 이에 응하지 아니한 것을 두고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지이다. 구체적으로 ① 법령 등의 해석상 원고에게 면접일정을 조정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조리상 신청권이 있는지, 신청권이 있다고 볼 경우 원고에게 이 사건 거부행위와 불합격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 ② 이 사건 소가 적법하다면 이 사건 거부행위 및 불합격처분이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처분에 해당하는지 등이다.
2) 이 사건에서 원고가 가지는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 등 헌법상 권리와 국립대학인 ○○대의 총장인 피고가 가지는 대학의 자율권, 학생선발의 재량이라는 헌법상·법률상 권리가 충돌한다.
원고의 종교적 양심의 자유는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고도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여 단기간에 진행되는 법학전문대학원 학생선발절차의 형평성과 공정성 또한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 되는 가치이다.
결국 이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 아래에서 원고의 종교적 양심의 자유와 위와 같은 특성을 갖는 학생선발절차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지가 이 사건 판단의 핵심이다.
3. 관련 법령 및 법리
가. 대한민국 헌법
1) 평등의 원칙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평등 및 차별금지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여기서의 평등의 원칙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 법의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뜻하고, 따라서 합리적 근거 있는 차별 내지 불평등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헌법재판소 2012. 12. 27. 선고 2011헌바217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13. 7. 25. 선고 2011헌바267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16. 2. 25. 선고 2013헌바113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2) 양심의 자유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정하여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다. 양심의 자유는 우리 헌법이 최고의 가치로 상정하고 있는 도덕적·정신적·지적 존재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조건이고 민주주의 체제가 존립하기 위한 불가결의 전제로서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고도로 보장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3828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양심의 자유에는 양심을 형성할 자유와 양심에 따라 결정할 자유 등 내심의 자유뿐만 아니라 위와 같이 형성된 양심에 따른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자유도 포함된다. 양심의 자유를 내면적 자유와 외부적 자유로 구분할 수 있지만(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8헌가22 등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1헌바379 등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내면적 자유는 절대적 권리이므로 제한하여서는 안 되고 외부적 자유는 상대적 권리이므로 언제나 제한하여도 된다는 단순한 형식논리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양심실현의 자유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한 대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고, 제한하는 경우에도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양심이 외부적으로 표출되더라도 이를 제한할 때에는 위와 같은 헌법상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지 엄격하게 평가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양심의 자유에서 보호하는 양심의 의미와 작용, 문제 되는 실현행위가 이루어지는 모습, 다른 헌법적 가치와 부딪치는 국면 등에 대하여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헌법 제19조에서 보호하는 양심은 이른바 ⁠‘착한 마음’ 또는 ⁠‘올바른 생각’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판단을 추구하는 가치적·도덕적 마음가짐을 뜻한다. 이것은 개인의 소신에 따른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그 형성과 변경에 외부적 개입과 억압에 의한 강요가 있어서는 안 되는 윤리적 내심영역이다(헌법재판소 2002. 1. 31. 선고 2001헌바43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이러한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1헌바379 등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양심의 자유는 내심에서 우러나오는 윤리적 확신과 이에 반하는 외부적 법질서의 요구가 서로 회피할 수 없는 상태로 충돌할 때 침해될 수 있다(헌법재판소 2002. 4. 25. 선고 98헌마425 등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와 같이 상반되는 2개의 명령, 즉 양심의 명령과 법의 명령이 충돌하는 경우 개인에게 그의 양심을 따를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양심의 자유가 보장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영역이다(헌법재판소 2004. 8. 26. 선고 2002헌가1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양심은 개인마다 형성되어 유지되고 실현되는 과정과 모습이 서로 다르고, 그 동기와 내용 역시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헌법적 가치가 양심의 자유보다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없고 마찬가지로 양심의 자유가 다른 헌법적 가치보다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해서도 안 된다.
보통 양심이 내면에 머무르는 상태에서는 다른 헌법적 가치와 충돌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국가가 개입할 이유가 없다. 사람이 내면에서 단순히 양심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으로서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양심이 외부적으로 실현될 경우에는 더 이상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때 다른 헌법적 가치질서와 충돌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제한의 필요성이 생긴다.
양심실현의 모습이 다양한 만큼 다른 헌법적 가치질서와 충돌을 일으키는 양상과 정도 역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개인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양심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국가 법질서와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양심실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 양심의 자유가 양심의 명령에 반한다는 이유로 법의 명령을 위반할 수 있는 일반적 자유를 뜻하지는 않는다. 어떠한 기본권적 자유도 국가와 법질서를 해체하는 근거가 될 수 없고, 그러한 의미로 해석될 수 없다(헌법재판소 2004. 8. 26. 선고 2002헌가1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그러나 국가가 개인에게 양심에 반하는 작위의무를 부과하고 그 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함으로써 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는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이러한 강제는 결국 내면적 양심을 포기하고 국가가 부과하는 의무를 이행하거나, 아니면 내면적 양심을 유지한 채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키는 선택을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단순히 양심실현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다. 형사처벌 등 제재를 감수하지 않는 이상 내면적 양심을 포기하거나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파멸시켜야 한다. 스스로 내면에 머무르려는 양심을 국가가 불러내어 위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도록 하는 것은 위에서 본 적극적 양심실현의 국면과 동일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경우는 단순히 외부적 자유 또는 상대적 권리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제한해도 된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 내면적 양심을 포기하거나 스스로 인격적 존재가치를 파멸시키게 하고, 내면적 양심과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지키고자 하면 형사처벌 등 제재를 감수하도록 하는 것은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는 내면적 양심의 자유와 밀접하게 관련되므로 그에 대한 제한에는 더욱 세심한 배려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이상 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3) 종교의 자유
헌법 제20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종교의 자유에는 신앙에 대한 침묵을 뜻하는 소극적인 신앙고백의 자유와 자신의 종교적인 확신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당하지 아니하는 소극적인 종교행위의 자유 및 종교교육의 자유 등이 포함된다. 종교의 자유는 양심의 자유 등과 더불어 우리 헌법이 최고의 가치로 상정하고 있는 도덕적·정신적·지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조건이고 민주주의체제가 존립하기 위한 불가결의 전제로서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보다 고도로 보장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3828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4) 교육받을 권리
헌법은 제31조 제1항에서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라고 하여 교육영역에서 평등원칙을 구체화하고 있다. 헌법 제31조 제1항헌법 제11조의 일반적 평등조항에 대한 특별규정으로서 교육의 영역에서 평등원칙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평등권으로서 교육을 받을 권리는 ⁠‘취학의 기회균등’, 즉 각자의 능력에 상응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 입학에 있어서 자의적 차별이 금지되어야 한다는 차별금지원칙을 의미한다. 헌법 제31조 제1항은 취학의 기회에 있어서 고려될 수 있는 차별기준으로 ⁠‘능력’을 제시함으로써, 능력 이외의 다른 요소에 의한 차별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여기서 ⁠‘능력’이란 ⁠‘수학능력’을 의미하고 교육제도에서 ⁠‘수학능력’은 개인의 인격발현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인격적 요소이며, 학교 입학에 있어서 고려될 수 있는 합리적인 차별기준을 의미한다.
헌법 제22조 제1항이 보장하고 있는 학문의 자유와 헌법 제31조 제4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대학의 자율성에 따라 대학이 학생의 선발 및 전형 등 대학입시제도를 자율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대학의 자율적 학생 선발권을 내세워 국민의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없으며, 이를 위해 대학의 자율권은 일정부분 제약을 받을 수 있다(헌법재판소 2017. 12. 28. 선고 2016헌마649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5) 대학의 자율권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학은 응시자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학 스스로가 정한 합격·불합격 처리기준에 따른 합격·불합격 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학이 입학지원자를 선발할 때에 입학 자격, 선발 방법 등에 관한 기준을 정하거나 그 기준에 따라 합격·불합격 판정을 하는 것은 관계 법령이나 학칙 등의 범위 내에서 교육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인격, 자질, 학력, 지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자유로이 정할 수 있는 재량행위라고 보아야 하고 그것이 현저하게 재량권을 일탈 내지 남용한 것이 아니라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6. 7. 13. 선고 2006다23817 판결, 대법원 2019. 9. 25. 선고 2017다223521 판결 등 참조).
나. 기타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4. 본안 전 항변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
1) 관련 법리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이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을 말한다. 행정청의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에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 사이의 실질적 견련성, 법치행정의 원리와 그 행위에 관련된 행정청이나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1. 18. 선고 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행정청의 행위가 ⁠‘처분’에 해당하는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그에 대한 불복방법 선택에 중대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상대방의 인식가능성과 예측가능성을 중요하게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두33537 판결,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20두50324 판결 등 참조).
국민의 적극적 행위 신청에 대하여 행정청이 그 신청에 따른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거부한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하려면, 그 신청한 행위가 공권력의 행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어야 하고, 그 거부행위가 신청인의 법률관계에 어떤 변동을 일으키는 것이어야 하며, 그 국민에게 그 행위발동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한다고 할 것인바, 여기에서 ⁠‘신청인의 법률관계에 어떤 변동을 일으키는 것’이라는 의미는 신청인의 실체상의 권리관계에 직접적인 변동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신청인이 실체상의 권리자로서 권리를 행사함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도 포함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0두9229 판결,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두1316 판결 등 참조).
한편 조리라 함은 사물의 본성을 말하며 흔히 사물·자연의 이치, 사물의 본질적 법칙, 사람의 이성에 기하여 생각되는 규범 등으로 표현된다(대법원 2007. 5. 17. 선고 2006다19054 전원합의체 판결 중 대법관 김황식, 대법관 박일환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참조). 즉 조리는 법의 일반원칙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므로 조리는 법률의 해석 또는 유추의 경우에도 그 지도원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조리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신뢰보호의 원칙, 평등의 원칙 또는 비례의 원칙, 헌법상 기본권 등을 들 수 있다.
2) 판단
아래의 사실 및 사정은 앞서 보았거나, 갑 제11, 15, 28, 36, 42, 43, 45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이 사건 거부행위의 내용과 절차, 이 사건 거부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원고의 불복방법의 존부나 그에 대한 예측가능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기본권 보장 및 권리구제 확대라는 측면에서 이 사건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의 이 부분 본안 전 항변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가) 원고의 종교적 양심
재림교인으로서 안식일을 지켜야한다는 원고의 마음가짐, 즉 원고의 종교적 양심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임이 인정된다.
재림교는 신도수 약 25만 명의 소수 종교이나 그동안 재림교인들이 그 종교적 양심을 실현하고자 진학, 취업 등에 있어서 현실적인 불이익을 감내해 온 점, 원고의 아버지가 재림교회 목사일 뿐만 아니라 원고 스스로도 오랫동안 재림교인으로 활동한 점, 특히 원고는 2020학년도 한국외대 법전원, ○○대 법전원, 2021학년도 ○○대 법전원 학생선발절차의 1단계 평가에 합격하였음에도 면접일정이 안식일에 지정되었다는 이유로 면접에 응시하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러하다.
이러한 원고의 종교적 양심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특정 소수 종교인 재림교인 사이에서만 공유되는 것이나, 양심은 개인마다 형성되어 유지되고 실현되는 과정과 모습이 서로 다르고 그 동기와 내용 역시 다양한 것이므로, 비록 다수에 의하여 지지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국가나 사회, 타인에 대하여 해악을 끼치지 않는 한 존중받아 마땅하다.
나) 관련 법령 등의 내용과 취지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은 평등 및 차별금지의 원칙,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중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조건이고 민주주의 체제가 존립하기 위한 불가결의 전제로서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고도로 보장되어야 한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므로(헌법 제10조 후문), 국립대학인 ○○대의 총장인 피고도 자신에게 부여된 대학의 자율권과 재량을 행사함에 있어서 위와 같은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존중하고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
고등교육법 제29조 제1항, 제29조의2 제1항, 제3항, 제34조 제1항, 제2항은 대학에 둘 수 있는 대학원의 종류와 전문대학원으로서 법학전문대학원의 설치·운영의 근거, 학생의 선발방법 등을 규정하고, 그 위임에 따른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 제1항, 제34조 제1항은 입학자를 선발함에 있어서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는 점과 입학전형이 공정한 경쟁에 의하여 공개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구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2021. 3. 23. 법률 제179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법학전문대학원법’이라 한다) 제2조, 제22조, 제23조 제1항, 제3항, 제26조는 법학전문대학의 교육이념, 입학자격, 학생선발절차 및 학생구성의 다양성 등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학생선발절차의 공정성, 학생구성의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 학칙 제4조 제2항, 제63조 제4항은 법학전문대학원의 설치와 입학자격에 관하여 규정하고, ○○대 법전원 교학규정 제5조 제1항, 제11조 내지 14조는 입학전형관리위원회의 설치, 입학자격, 입학지원절차, 입학전형방법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학칙, 교학규정에 따라 공고된 이 사건 기본계획 및 이 사건 모집요강은 전형일정[원서접수 2020. 10. 8.까지, 나군 면접고사는 2020. 11. 21.(토) 오전반 9:00부터, 오후반 13:00부터], 모집인원(나군 일반전형 60명) 및 선발유형, 지원자격, 전형요소 반영비율 및 평가방법(면접과 관련하여 1단계 합격자를 대상으로 사고력, 의사소통능력, 인성 및 가치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평가하되, 무자료 면접의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면접 결시자는 불합격 처리됨), 이의신청(입학전형 결과에 이의가 있는 자는 합격자 공고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서면으로 신청해야 함. 이후 절차는 관련 법령 및 우리 대학교의 학칙과 입학전형 관련 규정, 사정원칙에 따라 진행함)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 사건 모집요강은 그 전문에서 ⁠‘지원자의 성별, 종교, 출신지역, 출신학교, 신체조건, 연령, 경제적 여건, 기타 사회문화적 배경 등을 이유로 지원자에게 불리한 차별을 가하지 아니한다. 다양한 학생들이 법학에 대한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통합에 기여한다’는 등의 입학전형 기본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제반규정에 비추어 보면, ○○대 법전원의 학생선발절차는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기회를 보장함과 동시에 공정하고 공개적인 경쟁을 통하여 다양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이루어져야 한다.
다) 이 사건 이의신청 및 이 사건 거부행위의 경위
① 원고는 2020학년도 ○○대 법전원 입학절차에서 1단계 평가에 합격하였다. 원고는 면접일정이 토요일 오전반으로 지정되자 피고에게 그 변경을 요청하였다. 피고는 그 요청을 거부하였고, 원고는 면접에 응시하지 아니하였다.
② 원고는 2020. 10.경 2021학년도 ○○대 법전원 입학원서를 제출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피고가 원고에 대한 면접순서를 마지막에 배치하는 등으로 원고의 종교적 양심을 제한하지 않을 수 있는 대체조치를 거부하고 있다’는 취지로 구제를 요청하는 진정을 제출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상담조정센터)는 2020. 10. 27.경 피고에게 이에 관한 심의를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이를 거부하는 취지로 회신하였다.
③ 피고는 2020. 11. 6.경 원고가 1단계 평가에 합격하였다고 통보하면서 원고의 면접일정을 토요일 오전반으로 지정하였다.
④ 원고는 2020. 11. 11. 이 사건 모집요강에 ⁠[서식8]로 첨부된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전형 이의신청서’ 양식을 이용하여 이 사건 이의신청을 하였다. 위 양식에는 ⁠‘이의신청 대상민원’란, ⁠‘이의신청 취지 및 이유’란이 있고 여기에 이의신청인이 필요한 내용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⑤ 피고는 2020. 11. 20. 이 사건 거부행위를 하면서 ⁠‘입학 전형 결과에 이의가 있는 자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나 원고는 합격으로 통보하였으므로 이의신청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를 밝혔다.
라) 이 사건 거부행위의 성격과 그에 대한 불복방법
(1) 원고는 이 사건 모집요강에 첨부된 서식을 이용하여 이 사건 모집요강에 따라 이 사건 이의신청을 하였고, 국립대학인 ○○대의 총장인 피고는 이를 거부하는 취지의 이 사건 거부행위를 하였다.
(2) ○○대 법전원의 학생선발절차는 구 법학전문대학원법 제23조, 법학전문대학원법 시행령 제14조, 제15조, ○○대 학칙 제26조, ○○대 법전원 교학규정 제11 내지 15조 등에 의하여 이 사건 모집요강을 기초로 이루어지고, 이 사건 모집요강에 의하면 면접에 응시하지 않을 경우 최종 불합격된다. 원고는 이 사건 거부행위로 인하여 자신의 종교적 양심을 포기하고 기존의 면접일정에 따라 면접에 응시하여야 할지, 아니면 면접에 응시하지 않음으로써 최종 불합격의 불이익을 감내할지를 선택하여야 하는 매우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3) 이 사건 모집요강에 정해진 이의신청의 대상에 ⁠‘1단계 평가에 합격한 원고가 그 면접일정의 변경을 요구하는 것’이 포함되는지가 불명확하고, 면접일정이 변경되지 아니할 경우 1단계 평가에서 합격하였음에도 면접에 응시하지 못하여 최종 불합격의 불이익을 감내하여야 하는 원고의 입장에서 면접일정 지정에 대한 이의신청조차도 할 수 없다고 인식하기는 어렵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입학전형’이란 대학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하여 지원자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평가해 선발 여부를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 즉 선발절차 전체를 의미하는바, ⁠‘입학전형 결과’는 일련의 선발절차에서 이루어지는 피고의 판단결과, 예를 들면 지원자의 지원자격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제출서류의 적합성에 대한 판단, 이 사건 모집요강이 구체적으로 정하지 아니한 신체적 배려대상자에 대한 편의제공 요구에 대한 판단, 각 단계별 합격 여부에 대한 판단 등을 포함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 사건 모집요강에 따른 이의신청의 대상을 피고의 주장과 같이 해석한다면 지원자들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것은 1단계 평가 합격 여부와 최종 합격 여부에 한정된다. 그런데 피고가 이 사건 모집요강에 첨부한 이의신청서 양식에는 ⁠‘이의신청 대상민원’란에 ⁠‘1단계 합격 여부’와 ⁠‘최종 합격 여부’만을 한정하지 아니하고, 이의신청 대상민원을 자유롭게 기재하도록 하였다.
② 이 사건 모집요강과 동일하게 이의신청의 대상을 ⁠‘입학전형 결과’로 정하고 있는 한국외대 법전원의 경우, 면접일정을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변경하여 달라는 원고의 요청에 대하여, 입학전형관리위원회를 열어 관련 판결이나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 등을 고려하여 원고의 요청을 수용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한국외대 법전원은 이의신청의 대상인 ⁠‘입학전형 결과’에 ⁠‘입학전형 절차 또는 전형 공지에 따른 전형방법’이 포함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 법전원의 학생선발절차와 유사하게 1단계 평가, 2단계 면접을 거쳐 최종합격자를 결정하는 ○○대 치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 그 신입생 모집요강에 이의신청의 대상을 ⁠‘지원자격 적부, 전형 공지에 따른 전형방법 및 선발원칙 불이행 등’으로 이 사건 모집요강과는 달리 규정하고 있다. ○○대 학칙을 적용받는 ○○대 법전원과 치의학전문대학원의 학생선발절차에서 이의신청의 대상을 달리 규정할만한 특별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③ 원고는 2020학년도 ○○대 법전원 입학절차에서 피고에게 면접일정의 조정을 요청하였으나 피고가 이를 거부하여 면접에 응시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그 때문에 원고는 2021학년도 ○○대 법전원 입학원서를 제출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출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심의요청을 거부하면서 원고의 면접일정을 토요일 오전으로 지정하였다. 그 상황에서 원고가 취할 수 있는 공식적인 절차는 이 사건 모집요강에 따른 이의신청 외에는 존재하지 아니한다.
④ 만약 이 사건 이의신청이 1단계 평가 또는 최종 불합격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이었고, 피고가 이를 거부하였다면 그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는 점에 별다른 의문이 없다. 그런데 원고의 입장에서 이 사건 거부행위는 결국 최종 불합격처분의 전 단계에 해당할 뿐이다. 만약 이 사건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본다면, 원고로서는 최종 불합격처분에 대하여 항고소송을 제기하여야 하지만 원고가 면접에 미응시한 사실은 분명하므로 그 항고소송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다고 할 것이다. 결국 이 사건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면 원고로서는 피고에게 한국외대 법전원과 같은 선의를 기대하는 것 외에 자신의 종교적 양심을 지키면서도 면접을 시행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 그러한 대안을 선택하지 아니한 피고의 행위가 적법한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기회조차도 가지지 못하게 된다.
마) 이 사건 거부행위로 인한 원고의 불이익
① 원고의 학사성적 백분율, 공인영어 환산점수, 법학적성시험 성적은 2021학년도 ○○대 법전원 최종 합격자의 정량평가 요소별 성적 현황에 비추어 볼 때 적어도 상위 50% 이상에 해당한다. 2단계 평가에는 논술과 면접이 포함되어 있고 논술의 경우 6.82%, 면접의 경우 5.68%의 실질반영비율을 가지므로 위와 같은 1단계 성적만으로는 원고가 최종 합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원고로서는 면접에 응시할 경우 최종 합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 정도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있고 그러한 기대는 합리적이다.
그런데 피고가 원고의 면접일정을 토요일 오전반으로 지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원고에게 자신의 종교적 양심에 반하는 작위의무를 부과하고 그 불이행에 대하여 최종 불합격이라는 불이익을 부여하게 되었다. 원고로서는 자신의 종교적 양심을 포기하고 면접에 응시하거나 아니면 면접 미응시로 인한 최종 불합격의 불이익을 받는 것을 감수하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실제로 원고는 면접에 응시하지 아니하여 최종 불합격의 불이익을 감수하였다.
② 원고는 1단계 평가 합격을 통하여 ○○대 법전원에 입학할 수 있는 기본적인 수학능력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피고의 이 사건 거부행위로 인하여 원고는 면접에 응시함으로써 ○○대 법전원에 입학할 수 있는 수학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최종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원고로서는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실체상의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 중대한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할 것이다.
③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법학전문대학원의 학생선발절차의 면접은 모두 토요일에 시행되었고, 앞으로도 토요일에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자신의 성적이나 연고지 등을 고려하여 ○○대 법전원에 진학함으로써 변호사의 자격을 취득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는 한, 원고는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자신의 종교적 양심을 포기함으로써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파멸시켜야 할지, 아니면 면접에 응시하지 않음으로써 최종 불합격의 불이익을 감내할지를 선택하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3) 소결
원고는 자신의 종교적 양심을 포기하지 못하여 면접에 응시하지 아니하였고 그 결과 최종 불합격이라는 심대한 불이익을 받았다. 이는 이 사건 거부행위로 인하여 직접 발생한 결과이다.
그럼에도 이 사건 기본계획과 이 사건 모집요강이 정한 이의신청 대상이 ⁠‘입학전형 결과’에 한정되고, 원고의 종교적 양심이 우리 사회 구성원 대다수에 의하여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하여, 그 불이익을 원고의 종교적 양심 때문에 발생한 당연한 결과로 여기며 이 사건 거부행위가 적법한 것인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기회조차 차단하는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반하는 조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자신의 종교적 양심을 실현하기 위하여 면접에 응시하지 아니함으로써 최종 불합격의 불이익을 받은 원고로서는 면접일정의 변경을 요구할 조리상 신청권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의 이 사건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나. 소의 이익이 인정되는지
1) 관련 법리
행정처분의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하는 소에서, 비록 행정처분의 위법을 이유로 무효확인 또는 취소 판결을 받더라도 그 처분으로 발생한 위법상태를 원상으로 회복시킬 수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 다만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더라도 그 무효확인 또는 취소로써 회복할 수 있는 다른 권리나 이익이 남아 있거나, 동일한 소송 당사자 사이에서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또는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는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 확대 등의 측면에서 예외적으로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7. 7. 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6. 6. 10. 선고 2013두1638 판결 등 참조).
2) 판단
앞서 든 증거,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 즉 이 사건 거부행위가 취소될 경우 원고에게 회복할 수 있는 다른 이익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원고와 피고 사이에 동일한 사유로 이 사건 거부행위와 같은 행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고, 이 사건 거부행위가 적법한 것인지가 불분명하여 그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 확대 등의 측면에서 소의 이익을 인정함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본안 전 항변도 이유 없다.
① 우리나라 25개 법학전문대학원의 2021학년도 학생선발절차에서의 면접은 모두 토요일에 시행되었다(한국외대 법전원,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경우 토요일, 일요일 양일간 진행, 요일은 무작위 배정). 법학전문대학원들이 토요일에 면접을 실시하는 이유는 면접실, 면접위원, 면접 관련 보조인력 확보, 지원자의 편의성 확보 등에 유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향후에도 면접일정은 토요일에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즉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동일한 사유로 이 사건 거부행위와 같은 행위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② 우리나라에는 원고와 같이 종교적 양심에 따라 안식일을 엄수하는 사람들이 소수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그들에 대하여 안식일에 업무를 하게 하거나, 시험을 치르게 하는 등의 행위에 대하여, 국가로서는 그들의 양심을 지킬 수 있는 합리적인 수단이 있다면 이를 강구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지, 그러한 행위가 안식일을 엄수하는 사람들에 대한 간접적인 차별에 해당하지는 않는지 등의 문제에 관하여,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거나, 입법이 이루어지거나, 대법원의 판례가 형성되어 있지는 아니하다.
③ 만약 이 사건 거부행위가 위법하여 취소되고 그 판결이 확정된다면, 피고로서는 2022학년도 또는 그 이후 학생선발절차에서 원고를 1단계 평가 합격자로 간주하여 2단계 면접에 응시할 기회를 부여할 수 있고(다만 그 경우에도 원고의 2021학년도 1단계 합격점수 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관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이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6두14360 판결 참조), 그 경우 원고로서는 1단계 평가 합격을 위한 법학적성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등의 사실상 이익이 남아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
다. 제소기간이 도과되었는지
살피건대, 피고가 2020. 4.경 이 사건 기본계획을, 2020. 6.경 이 사건 모집요강을 공고한 사실, 여기에는 1단계 평가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한 면접이 2020. 11. 21.(토) 오전반 9:00부터, 오후반 13:00부터 실시예정인 점이 명시되어 있는 사실, 이 사건 모집요강에 따른 원서접수 마감일이 2020. 10. 8.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원고가 2021. 2. 3.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은 이 법원에 현저하다.
살피건대, 원고로서는 이 사건 기본계획과 이 사건 모집요강을 통하여 면접이 2020. 11. 21.(토) 오전 또는 오후에 실시된다는 사정을 알 수 있었으나, 그 무렵에는 원고가 1단계 평가에 합격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였으므로 원고에 대한 면접일 지정처분이 존재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피고가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드는 헌법재판소 2010. 4. 29. 선고 2009헌마399 결정, 헌법재판소 2010. 11. 25. 선고 2010헌마199 결정 등은 검정고시 또는 교원임용시험(1차)이 일요일에 이루어지는 사안에 관한 것으로 1단계 합격을 전제로 실시되는 면접일정에 관한 이 사건과는 사안이 달라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원고로서는 면접일정이 토요일 오후반 마지막 순번으로 지정된다면 면접에 응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바, 피고가 2020. 11. 6.경 원고에 대하여 1단계 합격을 통보하면서 원고의 면접일정을 2020. 11. 21.(토) 오전반으로 지정함에 따라 비로소 원고가 면접에 응시할 수 없다는 점이 확정된 점, 이 사건 거부행위의 취소를 구하는 소의 제소기간 도과여부는 이 사건 거부행위가 있은 날부터 기산함이 타당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소의 제소기간은 이 사건 거부행위가 있은 때인 2020. 11. 20.부터 기산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원고는 그로부터 90일이 경과하기 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제소기간은 도과되지 아니하였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5. 이 사건 거부행위의 적법 여부
가. 비례의 원칙 위반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대 법전원의 2021학년도 학생선발절차의 면접은 소위 ⁠‘블라인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면접위원들은 면접대상자에 대한 자료 없이 면접과정에서 드러나는 면접대상자의 사고력, 의사소통능력, 인성 및 가치관을 바탕으로 점수를 부여하므로, 면접대상자들은 면접 중 부모, 친인척의 성명이나 직업, 직장 또는 이를 추정할 수 있는 내용과 면접대상자를 특정하는 내용의 발언이 금지된다. 또한 공정성을 기하기 위하여 모든 면접대상자에게 가번호를 부여한 후 무작위로 면접분반과 면접순번을 배정하게 된다. 이러한 면접절차의 특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거부행위는 학생선발절차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그 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이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이 사건에서 원고의 종교적 양심의 자유,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라는 헌법상의 가치와 피고가 가지는 대학의 자율권, 특히 형평성과 공정성이 유지되는 학생선발절차 형성의 재량이라는 헌법상의 가치가 충돌한다. 이러한 경우 원고에게 그 양심을 따를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하는 것이 양심의 자유가 보장하고자하는 대표적인 영역이나, 그렇다고 하여 입학절차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에게 면접일정의 변경을 요구할 조리상 신청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원고의 면접일정을 변경하는 것이 면접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을 해할 가능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급박하게 이루어지는 법학전문대학원 학생선발절차의 특성에 비추어 피고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의 과도한 비용, 시간, 노력을 소요하게 하여서도 아니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보았거나, 갑 제9, 10, 36, 37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거부행위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
① 위와 같이 헌법적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국립대학인 ○○대의 총장인 피고로서는 원고가 그 양심에 따르면서 면접에 응시할 수 있고, 학생선발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방법이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여야 한다. 원고가 토요일 일몰 전에 세속적인 일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자신의 종교적 양심을 실현하고자 하는 자유, 즉 소극적 양심실현의 자유는 내면적 양심의 자유와 밀접하게 관련되므로 그에 대한 제한에는 더욱 세심한 배려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 법전원이 공익·인권법 특성화 법학전문대학원이라는 점을 더하여 보면 더욱 그러하다.
② 원고가 주장하는 격리 후 면접 방식을 채택하더라도 학생선발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 원고가 주장하는 격리 후 면접 방식은 원고의 면접일정을 오후반 마지막 순번으로 지정하고, 원고도 오후반의 다른 지원자들과 마찬가지로 12:30까지 대기실에 입실하여 기도하며 대기하다가, 일몰시각(17:23) 이후 원고에 대한 면접을 실시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격리 후 면접 방식은, 면접대상자들에게 가번호를 부여하여 무작위로 면접분반과 면접순서를 결정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원고를 오후반 마지막 순서로 지정하여야 한다는 점, 일몰 전에 면접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는 경우에도 원고를 위하여 마지막 순번의 면접이 일몰 후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획하여야 한다는 점, 특히 그 과정에서 경우에 따라 원고의 면접위원들이 원고의 종교나 종교적 양심의 내용을 알게 될 우려가 있다는 점 등 외형적으로 면접의 형평성, 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경우에 따라 실질적으로 면접의 형평성,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다. 다만 격리 후 면접을 시행하더라도 원고 또한 다른 오후반 면접대상자들과 마찬가지로 입실시각을 준수하여야 하고 면접을 마칠 때까지 외부와 격리되어야 하므로, 그 실질에 있어서 면접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크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형평성, 공정성의 가치는 실제 그것을 갖추었는지도 중요하지만, 외부적으로 특히 같은 면접대상자들이 느끼는 관점에서 면접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이 유지되는 지도 매우 중요하다.
한편 ○○대 법전원의 2021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 신입생 입학전형 면접 세부시행계획(이하 ⁠‘세부시행계획’이라 한다)에 따르면 2020. 11. 21.에 시행되는 나군의 면접일정은 대략 다음과 같다. ⓐ 오전 면접은 09:00부터 12:00까지, 오후 면접은 13:00부터 17:00까지 실시된다(피고는 당일 오후 면접이 15:40경 종료되었다고 주장하나, 세부시행계획상의 종료시각보다 1시간 이상 일찍 종료되었다는 것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 면접대상자는 총 180명(오전 84명, 오후 96명)이고 오전 면접대상자는 08:30까지 입실하여 면접을 실시한 후 대기하다가 오후 면접대상자가 12:30까지 입실 완료하면 귀가하며, 오후 면접대상자는 면접 후 바로 소지품을 챙겨 귀가하게 된다. ⓒ 면접은 12개 분반으로 나눠서 이루어진다. 오후 면접대상자는 8명씩 12개조로 나뉘고, 각조의 1번 면접대상자들이 면접 실시 전 10분간 면접 문제를 확인하고, 이후 동시에 각 배정된 면접실에서 15분간의 면접을 실시한 뒤 각 분반의 면접이 모두 마무리되면 각조의 2번 면접대상자들이 같은 방식으로 면접을 실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 각 분반의 면접위원은 내부위원 2명, 외부위원 1명 총 3명으로 구성된다.
앞서 본 사항을 바탕으로 이하에서는 격리 후 면접 방식이 면접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핀다.
㉡ 먼저 원고의 면접일정을 오전반에서 오후반 마지막 순번으로 변경하더라도 실질적, 외부적으로 면접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노력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피고가 가번호를 부여하여 무작위로 면접조와 면접순서를 결정한 다음에도 일부 면접대상자에 대한 면접분반이나 면접순서를 조정하는 절차는 필수적이다. 즉 면접대상자를 무작위로 배치한 다음, 각 면접분반에 배치된 면접대상자의 1단계 평가 성적이 각 면접분반별로 유사하도록 조정하는 절차, 각 면접분반에 배치된 면접대상자들의 남녀비율이 유사하도록 조정하는 절차, 특히 특정 면접분반의 면접위원과 그 면접분반에 배치된 면접대상자 사이의 특수관계(친인척 관계, 학부 등에서의 지도 관계, 기타 친분 관계)를 확인하여 조정하는 절차 등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조정절차는 ○○대 법전원 내부의 행정절차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학생선발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이다. 피고가 위와 같은 조정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원고를 오후반 마지막 순번으로 배치하는 것이 실질적, 외부적으로 학생선발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고, 이러한 조정절차가 피고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의 비용, 시간, 노력을 소요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원고의 순번을 오전반에서 오후반으로 변경할 경우 오전반의 면접대상자 수가 1명 줄어들고 오후반의 면접대상자 수가 1명 증가하나, 오전반에서 줄어드는 면접대상자(즉 원고에 대한 기존의 가번호)에 대하여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와 같이 결시로 처리하면 될 것이다].
㉢ 원고가 배치된 마지막 순번의 면접이 일몰시각 후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면접일인 2020. 11. 21.의 일몰시각은 17:23이고 피고의 세부시행계획상 면접 종료 예정시각은 17:00이다. 피고가 예정한 면접일정을 30분 정도만 늦추더라도 마지막 순번의 면접을 일몰시각 이후 실시할 수 있고, 공무원의 일반적인 근무시간인 18:00 무렵 면접절차를 종료할 수 있다(시행세부계획에 의하면, 면접위원과 관리위원에게는 하루, 진행위원에게는 11시간의 인건비를 지급하기로 되어 있다).
세부시행계획에 따르면 오전반의 면접이 12:00에 종료되고 오후반의 면접이 13:00에 시작하도록 되어 있는바, 면접위원, 관리위원, 진행위원들의 점심시간을 1시간에서 1시간 30분으로 30분 연장하여 오후반 면접을 13:30에 시작하도록 변경하거나 적절한 간격으로 휴식시간을 두는 등 별다른 노력이 소요되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전체적인 면접일정을 순연하여 마지막 순번의 면접을 일몰 후에 시행하도록 할 수 있다(이 경우 면접대상자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지기는 하지만, 오후반의 면접대상자들은 자신에 대한 면접이 종료한 후 귀가할 수 있는 점, 면접대상자들에게는 면접순서나 면접시각이 통지되지 아니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를 두고 면접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을 해하는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렵다).
㉣ 위와 같이 원고의 면접일정을 오전반에서 오후반 마지막 순번으로 조정하는 것 자체는 학생선발을 위한 내부의 행정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면접위원으로 위촉된 내·외부위원들은 위와 같은 행정절차에 관여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자신들의 면접분반에 배정된 면접대상자에 대하여 면접을 실시하게 되므로, 마지막 순번에 배치된 원고에 대하여도 다른 면접대상자와 마찬가지로 ⁠‘블라인드’ 방식의 면접이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격리 후 면접 방식을 채택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면접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없다.
다만, 세부시행계획에 따르면 오후반 면접은 12개 분반에 각 8명의 면접대상자가 배치되어 있는데, 원고가 오후반 마지막 순번으로 조정될 경우 1개 분반에는 9명의 면접대상자가 배치되게 된다. 각 면접분반의 8번째 면접대상자의 면접이 종료된 후 원고에 대한 면접이 이루어지게 되므로 다른 면접대상자들이 혼자서 대기 중인 원고를 목격하게 되어 외부적으로 면접의 형평성,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1단계 합격자 및 면접대상자의 수, 면접분반의 수 등에 따라 일부 면접분반에 배치된 면접대상자의 수가 차이날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원고가 혼자 대기 중이라는 이유로 다른 면접대상자들이 면접의 형평성, 공정성에 의문을 품을 것이고, 그로 인하여 외부적으로 면접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이 저해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피고는, 대면으로 진행되고 면접위원과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면접의 특성상 면접순번에 따라 유·불 리가 있을 수 있는 점, 원고로 하여금 일몰 후에 면접을 보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번호를 부여하지 못한 채 면접조를 지정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면접위원을 임의로 지정하는 결과가 되는 점, 5명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입학전형관리위원회의 위원인 동시에 면접위원이므로 원고가 위 교수들이 면접위원인 면접조에 배정되는 경우 원고를 특정할 수 있는 점, 격리 후 면접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면접 당일 일몰시각 및 면접 상황을 고려하여 원고가 다른 마지막 순번 면접대상자들과 함께 면접을 진행할 것인지, 원고만을 별도로 진행할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하는데, 이는 원고에게 지나친 특혜라고 보일 여지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격리 후 면접 방식은 면접의 형평성, 공정성을 저해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면접순서가 면접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다(마지막 순번의 면접대상자에게 ⁠‘좋은’ 점수가 부여된다고 볼 근거는 더더욱 없다). 피고는 원고를 마지막 순번의 면접대상자로 배정하되 면접분반은 무작위로 배치한 후 면접위원들 중 이 사건 이의신청에 대한 입학전형관리위원회 심의에 관여한 교수가 포함된 면접분반은 제외하고 그 다음 분반에 배치하는 방법으로 ⁠‘블라인드’ 방식의 면접을 시행할 수 있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점심시간을 조정하거나 휴식시간을 두는 등의 방법으로 마지막 순번에 대한 면접이 일몰시각 이후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피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우려를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다.
③ 결국 격리 후 면접 방식은 원고가 자신의 종교적 양심을 지키면서 면접에 응시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는 물론 외부적으로도 면접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없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나아가 그 시행에 있어서 과도한 비용, 시간, 노력이 소요된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의 이 사건 이의신청을 거부한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
3) 법익의 균형성
① 이 사건 거부행위는 피고의 자율권, 학생선발절차의 재량 등에 기초한 것으로 ○○대 법전원 학생선발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피고가 이 사건 거부행위를 통하여 추구하고자 하는 위와 같은 공익은, 특히 우리나라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입학 및 졸업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과정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다수의 젊은 학생들이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고자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매우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원고에 대하여 격리 후 면접을 실시하더라도 위와 같은 공익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② 반면 이 사건 거부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감수하여야 하는 불이익은 심대하다.
원고는 1단계 평가에 합격하여 기본적인 수학능력이 있음을 증명하였음에도 2단계 평가인 면접에 응시조차 할 수 없어 최종 불합격이라는 불이익을 감수하여야 한다. 원고로서는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당함과 동시에 변호사시험을 통과하여 변호사로서의 꿈을 펼칠 기회마저도 박탈당하게 된다. 그것이 토요일 일몰 전에 실시된 면접이기 때문에 응시하지 못한 결과로 당연하다고 치부하기에는 그 불이익이 너무나 크다.
원고의 종교적 양심은 사회공동체의 법질서나 ○○대 법전원의 학생선발절차에 대한 적극적인 공격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양심을 지키려는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행위일 뿐이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이의신청이 피고가 유지하고자 하는 학생선발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을 저해할 일말의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로 하여금 면접에 응시할 기회조차 박탈할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는 기본적인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변호사법 제1조 제1항)를 양성하는 법학전문대학원의 대표이다. 양심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우리 헌법질서 아래에서 피고와 같은 지위에 있는 자라면 더욱 적극적으로 원고의 종교적 양심을 존중하면서도 학생선발절차의 형평성,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양심의 자유에서 보호하는 양심은 그 어느 것으로 대체되지 아니하며, 그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자기를 표현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확인하는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강요에 의하여 그러한 신념을 의심하고 그 포기 여부를 선택하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만으로도 개인의 인격에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전인격을 걸고 옳은 것이라고 믿는 신념을 변경하지 않을 경우 1단계 평가에 합격하고서도 최종 불합격이라는 불이익을 입을 것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 처하면, 개인은 선택의 기로에서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에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고, 이는 결국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손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③ 위와 같이 이 사건 거부행위를 통하여 피고가 추구하는 공익이 중요한 것이기는 하나, 원고가 주장하는 격리 후 면접 방식을 취하더라도 위와 같은 공익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반면, 이 사건 거부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감수하여야 하는 불이익은 심대하다는 점에서 이 사건 거부행위는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4)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거부행위는 비례의 원칙에 위배함으로써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다. 덧붙이건대, 다수결을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 의사결정구조에서 다수와 달리 생각하는 이른바 소수자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존재한다. 민주주의 사회는 다수와 다른 신념을 가진 소수자들을 관용하고 포용함으로써 그들 역시 사회구성원으로 함께 공존하는 것을 지향한다. 민주주의가 다수결을 기본으로 한다고 하여 다수가 허용하지 않으면 소수자의 양심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서는 아니 된다. 소수자의 문제는 다수결을 통하여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다수결을 통하여 해결되지 못하고 남은 것이 바로 소수자의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국력과 국제적인 위상, 국민들의 수준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이 사건의 사실관계 아래에서는 소수자인 원고를 포용하고 관용하기에 충분한 여건이 형성되었다.
나.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
1) ⁠‘간접차별’에 대하여
헌법 제11조 제1항은 평등 및 차별금지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여기서의 평등의 원칙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 법의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뜻한다.
종래에는 일정한 속성 또는 표지를 가진 사람에 대하여 그러한 속성 또는 표지를 근거로 하여 어떠한 제한, 배제, 분리, 거부 등 불리한 대우를 하는 것, 즉 직접차별이 주로 논의되었다. 그러나 직접차별이 금지된 이후에도 과거 차별의 영향이 계속 남아 특정한 집단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사회구조적 차별이 발생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소위 ⁠‘간접차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간접차별은 직접차별에 비하여 그 개념이 불분명하지만, 일반적으로 ① 다수의 집단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지만, ② 사회적 고정관념·관행·제도·사실상의 차이 때문에, ③ 결과적으로 불평등한 경우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 한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등의 개별법률에서 일정한 영역에서의 일정한 사유를 기준으로 하는 간접차별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즉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제1호에서는 ⁠‘사업주가 채용조건이나 근로조건은 동일하게 적용하더라도 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남성 또는 여성이 다른 한 성(性)에 비하여 현저히 적고 그에 따라 특정 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며 그 조건이 정당한 것임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를 차별에 포함시키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2호는 ⁠‘장애인에 대하여 형식상으로는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지 아니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금지하는 차별로 규정하고 있다.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2항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는 간접차별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아니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해석을 통하여 간접차별을 위 제2조 제3호가 정하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포함된다고 본다. 한편 위와 같은 개별법률에서의 규율 외에 일반적인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는 않았다.
2) 일반적인 간접차별금지의 인정 여부
헌법 제11조 제1항은 간접차별금지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은 개별법률 외에 일반적인 간접차별금지를 규정한 법률이 제정되지 아니한 상황임에도, 헌법상 평등 및 차별금지원칙으로부터 일반적인 간접차별금지를 도출할 수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차별금지와 간접차별금지가 개념적으로 구분되기는 하지만 차별을 금지한다는 본질은 동일한 점, 근대입헌주의 헌법에서는 평등의 원리를 헌법상 최고의 원리로 선언하고 있고, 현대 사회복지국가 헌법에서는 국민의 실질적 평등을 구현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헌법의 틀 속으로 포섭하여 왔는바, 우리나라 헌법의 역사적 발전과정도 이와 다르지 아니한 점, 사회권(생존권)이 헌법적 가치를 가진 기본권으로 정립된 현재 상황에서 헌법상 보장되는 평등의 내용에 직접차별금지만이 포함되고 간접차별금지는 개별적인 법률이나 일반적인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만 인정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현재의 헌법현실은 과거와 같이 차별적 의도가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경우보다 우회적 차별 내지는 관행이나 사회구조적인 요소로 인한 차별이 더욱 문제되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헌법이 선언한 평등 및 차별금지의 내용에 간접차별금지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헌법의 의의와 기능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 거부행위가 금지되는 간접차별에 해당하는지
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능력 이외의 다른 요소에 의한 차별은 원칙적으로 제한된다는 점, 여기에서의 능력은 수학능력을 의미한다는 점, 종교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는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고도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 헌법이 선언한 평등 및 차별금지의 내용에는 간접차별금지가 포함된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나) 이 사건에서 원고는 1단계 평가에 합격함으로써 ○○대 법전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수학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였으나, 이 사건 거부행위로 인하여 면접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었다. 피고는 ① 모든 면접대상자에 대하여 토요일에 면접을 실시하고 가번호를 부여하여 면접분반과 면접순서를 무작위로 결정하는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였으나, ② 원고는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를 종교적 안식일로 엄수하는 관계로 토요일 일몰 전에 시행되는 면접에 응시할 수 없어, ③ 결과적으로 수학능력과 무관한 종교적 양심으로 인하여 ○○대 법전원에 입학하여 교육을 받기 위한 최종 관문에 들어서 보지도 못하는 불평등이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결국 이 사건 거부행위는 원고에 대한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하는 간접차별로서 헌법에 의하여 금지되는 차별행위에 해당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므로 차별취급의 정당성도 인정하기 어렵다.
4) 소결
이 사건 거부행위는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한 간접차별에 해당하고 그러한 차별취급이 정당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위배함으로써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다.
다. 소결론
이처럼 피고의 이 사건 거부행위는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을 위배함으로써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6. 이 사건 불합격처분의 적법 여부
이 사건 불합격처분은 원고가 면접에 응시하지 아니하였음을 그 처분사유로 한다. 그러나 피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이 사건 이의신청을 거부함으로써 원고에게 면접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것이므로 이 사건 불합격처분의 처분사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불합격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7.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였으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거부행위 및 이 사건 불합격처분을 각 취소한다.
[별지 생략]

판사 김성주(재판장) 박혜선 김영훈

출처 : 광주고등법원 2022. 08. 25. 선고 2021누12649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판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