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상담실에 50대 초반의 남성 한 분이 들어오셨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품에서 접힌 서류 한 장을 꺼내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형에게 아파트를 증여하셨는데, 저는 아무것도 받지 못했습니다. 유류분이라는 게 있다고 들었는데, 대체 얼마를 청구할 수 있는 건가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업이 있습니다. 바로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입니다. 기초재산 규모가 곧 유류분 청구 가능 금액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가상의 사례를 통해, 실무에서 자주 부딪히는 세 가지 핵심 쟁점을 하나하나 풀어보겠습니다.
[사례 개요]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던 A씨(향년 78세)가 2024년 3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상속인은 장남 B씨(54세, 회사원), 차남 C씨(51세, 자영업자), 장녀 D씨(48세, 공무원) 세 사람입니다. 배우자는 A씨보다 먼저 사망하여 배우자 상속 문제는 없습니다.
A씨의 재산 상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사망 당시 소유 부동산: 마포구 아파트 시가 8억 원
- 사망 당시 예금: 2억 원
- 사망 6년 전(2018년) B씨에게 증여한 강남구 오피스텔: 당시 3억 원, 현재 시가 4억 5천만 원
- 사망 2년 전(2022년) 지인 E씨에게 증여한 현금: 1억 원
- A씨의 채무(은행 대출): 1억 원
C씨가 "형만 오피스텔까지 받아 불공평하다"며 유류분반환청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은 민법 제1113조와 제1114조에 근거하여 산출합니다. 공식은 의외로 간결합니다.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 = 상속 개시 시 적극재산 + 증여재산 - 채무
이 공식을 A씨 사례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칩니다.
적극재산 확정
사망 시점에 A씨 명의로 남아 있는 재산을 합산합니다. 마포구 아파트 8억 원 + 예금 2억 원 = 10억 원입니다.
증여재산 가산
상속인에 대한 특별수익(증여)은 기간 제한 없이 전부 포함됩니다. B씨에게 증여한 오피스텔이 이에 해당합니다. 상속인이 아닌 제3자(E씨)에 대한 증여는 상속 개시 전 1년 이내 것만 원칙적으로 산입합니다. E씨 증여는 2년 전이므로, 쌍방이 유류분 침해를 알면서 증여한 경우가 아닌 한 산입되지 않습니다.
채무 공제
A씨의 은행 대출 1억 원을 차감합니다.
따라서 기초재산은 10억 원(적극재산) + 4억 5천만 원(B씨 증여, 상속 개시 시 시가 기준) - 1억 원(채무) = 13억 5천만 원이 됩니다.
여기서 C씨의 유류분 비율을 살펴봅시다. 직계비속의 법정상속분은 각 1/3이고,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1/2입니다(민법 제1112조). 따라서 C씨의 유류분액은 13억 5천만 원 x 1/3 x 1/2 = 2억 2,500만 원입니다.
B씨는 반론을 준비했습니다. "오피스텔을 받을 때 시가가 3억 원이었으니 3억 원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실무에서 가장 빈번하게 다투게 되는 쟁점입니다.
대법원은 증여재산의 가액을 상속 개시 시(사망 시점)의 시가로 평가하도록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습니다. 증여 당시 가격이 아니라, 피상속인이 사망한 날을 기준으로 해당 재산의 현재 가치를 산정합니다.
따라서 2018년 증여 당시 3억 원이었던 오피스텔은 2024년 상속 개시 시점의 시가인 4억 5천만 원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만약 반대로 가치가 하락하여 2억 원이 되었다면, 2억 원으로 계산합니다. 부동산 가격 변동이 심한 한국 시장에서 이 평가 시점 문제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쟁점입니다.
실무적으로 시가 산정에는 감정평가가 활용됩니다. 소송 과정에서 법원이 감정인을 선임하여 상속 개시일 기준 시가를 감정하며, 감정 비용은 통상 부동산 1건당 50만~150만 원 수준입니다. 당사자 간 시가에 합의하면 감정 없이 진행할 수도 있지만, 금액 차이가 클 경우 감정을 거치는 편이 분쟁을 줄입니다.
C씨는 E씨에게 간 1억 원도 기초재산에 포함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자신의 유류분액이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 대한 증여는 원칙적으로 상속 개시 전 1년 이내의 것만 산입합니다(민법 제1114조).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증여 당사자 쌍방(피상속인과 수증자)이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면서 증여한 경우에는 1년 이전의 것도 산입됩니다. 이를 법률 용어로 "해의(害意)"라 합니다.
C씨의 사례에서 E씨 증여가 2년 전에 이루어졌으므로, 1년의 벽을 넘으려면 A씨와 E씨 모두 "이 증여가 상속인의 유류분을 침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C씨 측이 입증해야 합니다.
이 입증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증여 당시 피상속인의 총 재산 규모 대비 증여 비중, 증여 경위, 수증자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해의 여부를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전체 재산의 대부분을 제3자에게 증여했다면 해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A씨처럼 12억 원 상당의 재산 중 1억 원만 증여한 경우라면 해의 인정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사례에서 E씨에 대한 1억 원 증여는 기초재산에 산입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기초재산은 13억 5천만 원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 계산은 단순한 산수가 아닙니다. 어떤 증여를 포함시킬 것인지, 재산을 어느 시점 가격으로 평가할 것인지, 채무는 정확히 얼마인지를 놓고 치열한 법적 다툼이 벌어집니다.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핵심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증여 이력 전수 조사: 피상속인의 부동산 등기이전 내역, 금융거래 내역을 최소 10년치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속인에 대한 증여는 기간 제한이 없으므로 20~30년 전 증여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재산 평가 자료 확보: 부동산은 공시가격이 아니라 실거래가 또는 감정가를 기준으로 합니다. 상속 개시일 전후의 실거래 사례, KB시세, 감정평가서 등을 미리 수집해 두면 유리합니다.
소멸시효 확인: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상속 개시와 반환해야 할 증여 또는 유증(유언에 의한 재산 처분)을 안 때로부터 1년,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10년 내에 행사해야 합니다. 시효를 놓치면 권리 자체가 소멸합니다.
유류분 분쟁은 가족 간 감정이 얽혀 있어 당사자끼리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기초재산 계산 단계에서부터 정확한 법률적 판단이 필요하며, 초기 산정이 잘못되면 이후 청구 금액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