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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형사범죄 성범죄
형사범죄 · 성범죄 2026.04.06 조회 9

친밀한 관계 내 비동의 성관계, 법적 처벌 기준과 실무 쟁점 총정리

송동근 변호사
법무법인 이노센스 · 광주광역시 동구

"연인 사이인데 이것도 성범죄가 되나요?" 상담 현장에서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배우자, 연인, 동거인 등 친밀한 관계 내 비동의 성관계에 대한 법적 인식은 지난 몇 년 사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국형사법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성범죄 신고 건수는 2018년 대비 2023년 약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만큼 "관계가 있으니 괜찮다"는 인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많은 분들이 혼란을 느끼시는 이 주제에 대해, 현행법의 처벌 기준과 실무에서 핵심이 되는 쟁점들을 차분히 살펴보겠습니다.

관계의 친밀함이 동의를 대체할 수 없는 이유

가장 먼저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 형법 제297조(강간)와 제297조의2(유사강간)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를 범죄 성립 요건에서 구분하지 않습니다. 즉, 법률상 배우자라 하더라도 폭행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성관계를 한 경우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부부간 강간"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으나, 대법원은 이미 혼인 관계 내에서도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는 법적으로 어떤 관계에서든 성적 자기결정권은 보호된다는 원칙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상담을 해보면 "전에는 동의했으니 이번에도 괜찮을 줄 알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동의는 매 행위마다 개별적으로 존재해야 합니다. 과거의 동의가 미래의 동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비동의 성관계의 구체적 처벌 기준

친밀한 관계 내 비동의 성관계에 적용될 수 있는 주요 법조항과 처벌 수위를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강간죄 (형법 제297조)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합니다. 관계의 친밀도와 무관하게 동일한 법정형이 적용됩니다.
2
유사강간죄 (형법 제297조의2) 폭행 또는 협박으로 구강, 항문 등 신체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에 손가락 등을 넣는 행위도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해당합니다.
3
강제추행죄 (형법 제298조) 성관계에 이르지 않더라도,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추행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4
준강간죄 (형법 제299조) 상대방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수면, 만취 등)를 이용하여 간음한 경우에도 강간죄에 준하여 처벌됩니다. 연인이나 배우자가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의 성관계도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쟁점 - "동의 여부의 판단"

친밀한 관계 내 성범죄 사건에서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부분은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부분에서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십니다.

실무상 법원이 동의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하는 주요 요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행위 전후 당사자의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표현

- 물리적 저항의 유무와 그 정도

- 행위 당시 피해자의 심리적, 신체적 상태 (음주, 수면, 공포 상태 등)

- 행위 전후의 문자메시지, 통화기록, CCTV 등 객관적 자료

- 관계의 역학 구조 (경제적 종속, 동거 여부, 폭력 이력 등)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법원이 "소극적 저항"이나 "묵시적 거부"도 비동의의 표현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판례가 축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싫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았으니 동의한 것"이라는 항변은 점점 받아들여지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친밀한 관계 특유의 어려움 - 피해자가 직면하는 현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친밀한 관계 내 성범죄 피해자분들은 낯선 사람에 의한 피해와는 다른 차원의 고통을 겪고 계십니다.

첫째, 자신이 피해자라는 인식 자체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귀는 사이인데 이걸 성범죄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때문에 수개월, 심지어 수년이 지나서야 상담을 찾는 분들이 계십니다.

둘째, 증거 확보의 어려움이 큽니다. 일상적으로 함께 생활하거나 만남을 가져온 관계이기 때문에, 특정 시점의 비동의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셋째,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주변의 "연인 사이에 무슨 성범죄냐"는 반응, 가해자의 회유나 협박 등이 신고를 어렵게 만드는 현실적 장벽입니다.

이런 어려움이 있더라도, 법은 분명히 친밀한 관계 내 비동의 성관계를 처벌하고 있으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점차 강화되고 있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경우에도 알아야 할 사항

반대로, 갑작스럽게 성범죄 혐의를 받게 되어 당혹스러운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알아두셔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 합의된 관계였음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문자, 메신저 대화 등)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수사 초기 단계에서의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혼자 판단하여 진술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 무고(형법 제156조)에 해당하는 경우도 실무에서 드물지 않게 존재하며, 이 경우 적극적인 방어가 필요합니다.

법과 사회 인식의 변화,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

현재 국회에서는 이른바 "비동의 간음죄" 도입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행법이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수단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비동의 간음죄는 상대방의 동의가 없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범죄가 성립하는 구조입니다. 스웨덴, 독일, 영국 등 여러 국가에서 이미 시행 중인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친밀한 관계 내 성범죄에 대한 처벌 범위는 더욱 넓어질 전망입니다.

법이 어떻게 바뀌든, 변하지 않는 원칙은 하나입니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어떤 관계에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연인이라서, 부부라서, 오래 사귀었으니까 - 이런 이유로 상대의 의사를 무시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피해를 입으셨거나 혐의를 받게 된 경우 모두, 사건 초기에 정확한 법적 판단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혼자 끌어안고 계시기보다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단계를 가능한 빨리 마련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송동근
송동근 변호사의 코멘트
법무법인 이노센스 · 광주광역시 동구
이 분야를 다루면서 느끼는 점은, 관계가 가까울수록 오히려 피해 인식이 늦어지고 법적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피해자든 혐의자든 수사 초기 진술이 결과를 크게 좌우하므로, 상황이 발생하면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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