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뒤로가기 화살표
  • 로그인
칼럼 가족·이혼·상속 양육권·면접교섭·양육비
가족·이혼·상속 · 양육권·면접교섭·양육비 2026.04.07 조회 2

조부모 면접교섭권, 법원은 어떤 경우에 인정할까

허제량 변호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70대 초반의 한 어르신이 아들의 이혼 뒤 손주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3년이 흘렀다고 했습니다. 아들은 양육권을 갖지 못했고, 전 며느리는 연락을 차단했습니다. 어르신은 "손주가 보고 싶다"는 말을 반복하다 결국 법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계신 조부모가 적지 않습니다. 이혼이나 자녀의 사망으로 손주와 단절되는 사례가 늘면서, 조부모 면접교섭권은 더 이상 드문 법적 쟁점이 아닙니다. 오늘은 최근 가정법원의 판단 흐름을 중심으로, 조부모가 손주를 만날 권리가 어떤 요건 아래 인정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조부모 면접교섭권의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민법 제837조의2는 "자(子)를 직접 양육하지 아니하는 부모의 일방"에게 면접교섭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조문만 보면 면접교섭의 주체는 '부' 또는 '모'입니다. 그렇다면 조부모는 애초에 자격이 없는 것일까요.

2020년 민법 개정(제837조의2 제2항)으로, 자녀의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도 가정법원에 면접교섭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조항이 바로 조부모 면접교섭권의 핵심 근거입니다.

개정 전에는 조부모가 법원에 청구 자체를 할 수 없어, 사실상 양육권자의 선의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했습니다. 법 개정 이후 상담 현장에서 조부모의 문의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습니다.

법원이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요건

법원은 "손주의 복리(아동의 최선의 이익)"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습니다. 조부모의 감정적 필요가 아니라, 아이에게 실질적 이익이 되는지를 봅니다. 실무에서 자주 검토되는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기존 유대관계의 밀도 -- 이혼 또는 사별 전에 조부모와 손주 사이에 실질적인 양육 참여나 정서적 교류가 있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함께 거주했거나 정기적으로 돌봄을 담당한 이력이 있으면 인정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2
아동의 의사와 연령 -- 아이가 만 13세 이상이면 법원은 본인의 의사를 상당 부분 존중합니다. 어린 아이의 경우에도 가사조사관이 면담을 통해 심리 상태를 파악합니다.
3
면접교섭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 -- 양육권자와 조부모 사이에 극심한 갈등이 있어 아이가 충성 갈등(loyalty conflict)에 빠질 우려가 크다면, 법원은 면접교섭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4
부모 일방의 사망 또는 장기 부재 -- 부모 중 한 명이 사망하거나 행방불명인 경우, 사망한 부모 측 조부모에게 면접교섭을 허용함으로써 아이의 정체성 형성과 정서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5
양육 환경에 대한 부정적 개입 가능성 -- 조부모가 양육권자의 교육방침이나 생활방식에 과도하게 간섭할 우려가 있으면, 법원은 면접교섭 범위를 좁히거나 거부할 수 있습니다.

실제 법원은 어떤 방식으로 면접교섭을 허용하는가

법원이 조부모 면접교섭을 인정하더라도, 부모 간 면접교섭과는 빈도와 방식이 다릅니다. 실무에서 보면, 월 1~2회, 회당 2~4시간, 공공장소나 중립적인 장소에서의 만남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숙박을 수반하는 면접은 초기 단계에서 허용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법원이 부가하는 조건 예시

  • 양육권자의 동의 없이 아이를 제3자에게 인도하지 않을 것
  • 면접교섭 중 상대 부모에 대한 비방을 하지 않을 것
  • 면접 장소와 시간을 사전에 양육권자에게 통보할 것
  • 아이의 건강·학업 일정을 우선 고려하여 일정 조율에 협조할 것

특히 갈등 수위가 높은 사건에서는 법원이 가사조사관 입회하에 시범 면접을 먼저 실시한 뒤, 아이의 반응을 관찰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이 과정이 3~6개월 정도 소요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청구 시 유의할 점과 현실적 한계

조부모 면접교섭권이 법적으로 인정된다고 해서, 청구만 하면 무조건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적으로 몇 가지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 소송 전 조정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가사소송법상 면접교섭 관련 사건은 조정전치주의가 적용되므로, 가정법원에 조정을 먼저 신청해야 합니다. 조정 단계에서 합의가 이루어지면 소송까지 가지 않아도 되고,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둘째, 입증 자료를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손주와 함께 찍은 사진, 양육을 도왔던 기록(어린이집 등하원 기록, 병원 동행 기록 등), 정기적인 만남을 증명할 수 있는 메시지 내역 등이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셋째, 현실적으로 조부모 면접교섭 인용률이 부모 간 면접교섭보다 낮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법원은 아동의 안정적 양육 환경을 해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보면 신중하게 접근합니다. 따라서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앞으로의 전망: 조부모 면접교섭권은 확대될 것인가

한국 사회의 이혼율은 2023년 기준 인구 1,000명당 2.1건으로, OECD 평균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편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손주와의 관계를 삶의 중요한 축으로 여기는 조부모 세대가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는 조부모 면접교섭 청구의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프랑스 민법 제371-4조는 "아동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 한" 조부모의 면접교섭을 원칙적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독일도 2004년 법 개정으로 조부모에게 독자적 면접교섭 청구권을 부여했습니다. 한국 역시 2020년 개정으로 입법적 기반을 마련한 만큼, 향후 판례가 축적되면서 인정 범위가 점차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다만, 모든 기준의 출발점은 언제나 아이의 복리입니다. 조부모의 그리움만으로는 법원을 설득하기 어렵고, 손주에게 실질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제도의 문이 열렸으니, 이제는 그 문을 어떻게 통과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준비할 차례입니다.

👤
허제량 변호사의 코멘트
실제로 많은 조부모 분들이 법적 권리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수년간 손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0년 민법 개정 이후 청구가 가능해졌지만, 기존 유대관계를 입증하는 자료 준비가 결과를 좌우하므로 초기 단계부터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이 글의 변호사
#조부모 면접교섭권 #손주 면접교섭 #조부모 면접교섭 요건 #면접교섭권 청구 #이혼 후 조부모 권리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2026 알법(albu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