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출신 형사전문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한 여성이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충격적인 연락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얼굴이 합성된 음란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 SNS에 올린 일상 사진 몇 장을 수집해 인공지능 기술로 정교하게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이었습니다. 피해자는 수면 장애와 극심한 불안에 시달렸고, 결국 직장까지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이 사연은 특정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2024년 한 해 동안 딥페이크 관련 범죄 신고 건수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했으며, 피해자의 상당수가 10대와 20대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일반 시민들이 체감하는 법적 보호의 수준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과연 현행법은 딥페이크 범죄를 어디까지, 어떻게 처벌하고 있을까요.
딥페이크 영상 제작과 유포에 대한 처벌은 주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에 근거합니다. 2020년 이른바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제14조의2가 신설되면서, 사람의 얼굴이나 신체를 대상으로 한 허위 영상물의 제작과 유포가 명시적 처벌 대상이 되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핵심 내용
반포 등을 목적으로 사람의 얼굴, 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촬영물이나 영상물 등을 그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 합성, 가공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반포 등의 목적'이 요건이라는 사실입니다. 즉, 유포하지 않았더라도 유포할 목적으로 제작하기만 하면 처벌 대상이 됩니다. 실무 현장에서 보면,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메신저 대화 기록, 파일 공유 이력, 클라우드 저장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반포 목적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딥페이크 범죄의 처벌 수위는 행위 유형에 따라 단계적으로 달라집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유형별 처벌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특히 2024년 하반기 법 개정 논의 이후, 딥페이크 영상을 단순히 소지하거나 구입, 저장, 시청하는 행위까지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이미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제3항에서 허위 영상물을 소지, 구입, 저장, 시청한 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가장 심각한 유형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입니다. 이 경우 성폭력처벌법 외에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이 함께 적용되어 처벌 수위가 대폭 상승합니다.
아청법상 가중 처벌 기준
아동이나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허위 영상물을 제작한 경우, 아청법 제11조에 따라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죄로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배포, 전시, 상영의 경우에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적용됩니다.
피해 대상이 실존하는 특정 미성년자가 아니라 가상의 인물이라 하더라도, 아동이나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이면 아청법 적용 대상이 됩니다. 실제로 교복을 입은 가상 인물의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한 사건에서 법원이 아청법 위반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딥페이크 사건을 실무적으로 들여다보면, 수사기관과 법원이 특히 주목하는 쟁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피해자 특정 가능성입니다. 합성 영상 속 인물이 특정인으로 인식 가능해야 해당 개인에 대한 범죄가 성립합니다. 다만 법원은 주변인이 알아볼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보고 있어, 완벽한 합성이 아니더라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디지털 증거의 확보입니다. 딥페이크 영상은 삭제와 복제가 쉬워 증거 확보가 관건입니다. 피해 사실을 인지한 즉시 해당 URL, 스크린샷, 게시 일시 등을 확보해 두는 것이 수사에 결정적으로 유리합니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에서는 디지털 포렌식 기술을 활용하여 삭제된 파일의 복원과 유포 경로 추적을 진행합니다.
셋째, 국외 서버 문제입니다. 딥페이크 영상이 해외 서버에 올라가는 경우 삭제 요청과 범인 특정이 어려워집니다. 이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한 접근 차단 요청과 국제 공조 수사가 병행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형사 처벌과 별개로, 피해자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합니다. 딥페이크 영상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으며, 최근 법원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에 대한 위자료 인정 금액을 상향하는 추세입니다. 실무에서는 피해 규모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인정된 사례들이 있습니다.
또한 피해자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방송통신위원회 운영)를 통해 영상 삭제 지원, 법률 상담, 심리 상담 등을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전화번호 02-735-8994로 연락하면 전문 상담원이 삭제 요청부터 수사 의뢰까지 절차를 안내해 줍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딥페이크 영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과 기술적 장벽은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무료 앱 하나로 누구나 정교한 합성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반면 법적 대응 체계는 2020년 법 개정 이후 지속적으로 보완되고 있지만, 기술 발전의 속도를 완전히 따라잡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현행법만으로도 딥페이크 영상의 제작, 유포, 소지 모두 엄격한 형사 처벌 대상이라는 점입니다. 호기심이나 장난이라는 변명은 법정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제작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 전과 기록은 물론,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피해를 입은 분이라면, 증거를 최대한 빨리 확보하고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피해 확산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