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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동산 주택 임대차·전세·월세·보증금(전세사기 포함)
부동산 · 주택 임대차·전세·월세·보증금(전세사기 포함) 2026.04.09 조회 4

전세사기 의심 징후, 계약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핵심 사례 분석

배수진 변호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서울 강서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32세 A씨는 보증금 2억 3,000만 원짜리 빌라 전세 계약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공인중개사가 소개한 매물이었고, 깔끔하게 리모델링된 내부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하지만 계약 당일 몇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고, 결국 해당 매물이 전형적인 전세사기 패턴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같은 시기, 인천 미추홀구에 거주하는 28세 B씨는 보증금 1억 8,000만 원의 오피스텔 전세 계약을 이미 체결한 뒤에야 문제를 인지했습니다. 집주인이 세금 체납으로 해당 부동산이 공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고, B씨는 보증금 전액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두 사례 모두 계약 전에 확인할 수 있었던 징후들이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A씨와 B씨의 사례를 통해 전세사기 의심 징후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실무적으로 어떤 점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쟁점 1: 시세 대비 비정상적으로 낮은 전세가 - 매매가와 전세가의 괴리

A씨가 계약하려던 빌라는 주변 시세 조사 결과 매매가가 약 2억 5,000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전세 보증금은 2억 3,000만 원으로 전세가율이 92%에 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주의가 필요하고, 90% 이상이면 상당히 위험한 수준으로 판단됩니다.

핵심 포인트: 전세가율이 높다는 것은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으로 매매 대금 대부분을 충당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른바 '갭투자'가 극단적인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부동산 가격이 조금만 하락해도 임차인의 보증금을 돌려줄 여력이 사라집니다.

A씨 사례에서 확인된 구체적 징후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조회 결과 해당 빌라의 최근 매매가격이 전세 보증금보다 낮았음
  • 같은 건물 내 다른 호실도 동일하게 높은 전세가율로 임대 중이었음
  • 집주인(임대인)이 최근 6개월 이내에 해당 건물을 매입한 신규 소유자였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기준에 따르면, 전세가율이 일정 비율(수도권 기준 매매가의 90%)을 초과하면 보증 가입 자체가 거절됩니다. A씨의 경우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이 사실 자체가 매우 강력한 위험 신호였습니다.

쟁점 2: 등기부등본상 권리관계의 이상 징후

B씨의 사례는 보다 심각했습니다. 계약 체결 전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긴 했지만, 갑구(소유권 관련)와 을구(저당권 등 제한물권)를 꼼꼼히 살펴보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B씨가 계약 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확인한 결과,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등기부등본에서 발견된 위험 요소

1
근저당권 설정액이 매매가의 70%를 초과하고 있었으며, 여기에 전세 보증금을 합산하면 부동산 가치를 훨씬 초과하는 이른바 '깡통주택' 상태
2
소유권이 최근 1년 사이 3차례나 이전된 이력이 있었고, 직전 매매가격이 시세보다 현저히 높게 기록되어 '허위 매매(바지 매수인)'가 의심되는 상황
3
국세 및 지방세 체납에 따른 압류 예고가 임박한 상태였으나, 등기에는 아직 반영되지 않아 일반인이 발견하기 어려웠음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차인이 대항력(주택 인도 + 전입신고)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더라도, 선순위 근저당권과 세금 체납액이 보증금보다 앞서면 경매나 공매 시 배당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B씨의 경우 선순위 근저당권 설정액만 1억 2,000만 원이었고, 여기에 국세 체납액까지 합산하면 보증금 1억 8,000만 원 전액이 위험한 상태였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 등기부등본은 계약 당일 기준으로 재발급받아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 며칠 전에 발급받은 등기부등본은 그 사이에 근저당 추가 설정이나 가압류가 들어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한 국세 체납은 등기부등본에 나타나지 않으므로, 임대인에게 미납 국세열람동의서를 요청하여 세무서에서 직접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쟁점 3: 임대인의 행태와 계약 과정에서의 이상 신호

A씨와 B씨 두 사례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것이 임대인 측의 비정상적인 계약 행태입니다. 전세사기 피해 사례를 분석해 보면, 계약 과정에서 아래와 같은 패턴이 반복적으로 관찰됩니다.

계약 과정에서의 전세사기 의심 징후

  • 임대인 미출석: 대리인이 계약에 참석하며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만 제시. A씨의 경우 임대인 본인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한 번도 만나지 못했음
  • 계약 독촉: "다른 사람도 보러 왔다", "오늘 안에 계약금을 넣어야 한다"며 충분한 검토 시간을 주지 않음
  • 보증보험 가입 회피: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나 전세금보장신용보험 가입을 임대인이 거부하거나 특약 기재를 꺼림
  • 특약 조건 거부: 잔금 지급 시 등기부등본 재확인, 확정일자 부여 등 기본적인 안전장치에 대해 난색을 표함
  • 중개보수 할인 제안: 공인중개사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중개보수를 제안하며 빠른 계약을 유도. 이는 중개사와 임대인이 결탁한 경우에 나타나는 징후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임대인의 다주택 보유 여부입니다. 전세사기의 전형적 패턴은 한 사람이 수십 채의 주택을 매입한 뒤 높은 전세가율로 임대하는 구조입니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임대인 이름으로 소유 부동산을 검색하거나, 국세청 홈택스의 임대인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하면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합니다.

2023년 시행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에 따라 피해자로 인정되면 경매유예, 긴급 주거지원 등의 구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후 구제는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보증금 전액 회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무적 조언: 전세 계약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

A씨는 계약 직전에 문제를 발견하여 피해를 면했고, B씨는 계약 후 문제를 인지하여 현재 법적 대응을 진행 중입니다. 두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전세가율 확인: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해당 주택의 매매가를 조회하고,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의 70~80%를 넘는지 확인합니다. KB부동산이나 한국부동산원의 시세 정보도 교차 검증해야 합니다.
2
등기부등본 정밀 분석: 계약 당일 기준으로 발급받아 갑구(소유권이전 이력, 가압류, 가처분)와 을구(근저당권, 전세권)를 모두 확인합니다. 근저당 설정액 + 전세 보증금의 합이 매매가의 80%를 넘으면 위험 수준입니다.
3
국세 및 지방세 체납 조회: 임대인에게 미납 국세열람동의서를 요청하여 세무서에서 체납 여부를 확인합니다. 2023년 4월부터 확정일자를 받기 전에도 열람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개선되었습니다.
4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가능 여부: HUG, SGI서울보증, HF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증 가입 가능 여부를 사전에 확인합니다. 보증 가입이 거절된다면 그 자체가 강력한 위험 신호입니다.
5
임대인 본인 확인: 계약 시 반드시 임대인 본인이 참석하는지, 대리인일 경우 위임장의 진위 여부(인감증명서 발급일, 위임 범위)를 꼼꼼히 확인합니다.
6
건축물대장 확인: 위반건축물 여부, 용도(주거용/비주거용), 면적이 실제와 일치하는지 확인합니다. 위반건축물은 보증보험 가입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는 사후 구제보다 사전 예방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계약 전 위의 사항들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전세사기 피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보증금이 수억 원에 달하는 경우, 법률 전문가의 계약서 검토를 받는 것이 비용 대비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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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진 변호사의 코멘트
전세사기 사건을 다루면서 느끼는 점은, 피해자 대부분이 계약 전 등기부등본이나 전세가율 확인만 제대로 했어도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보증보험 가입 거절 여부는 가장 명확한 위험 신호이므로 반드시 사전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의심 징후가 하나라도 보인다면 계약 전에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이 글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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