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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형사범죄 명예훼손·모욕
형사범죄 · 명예훼손·모욕 2026.04.10 조회 2

명예훼손 반론보도 청구, 실제 사례로 알아보는 절차와 요건

김태영 변호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중소 IT기업을 운영하는 47세 A씨는 어느 날 아침, 거래처 대표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어제 나온 인터넷 기사 봤어? 자네 회사 이야기 아닌가?" A씨가 확인해 보니, 한 온라인 매체에 자신의 회사가 마치 투자금을 횡령한 것처럼 보도하는 기사가 실려 있었습니다. 문제는 기사 내용의 상당 부분이 사실과 달랐다는 점입니다. 회사명과 A씨의 실명이 그대로 노출된 상태였고, 기사가 나간 이후 투자 계약이 잇따라 무산되기 시작했습니다.

A씨는 급히 기사를 쓴 B매체에 연락해 정정을 요청했지만, B매체 측은 "취재원이 확실하다"며 수정을 거부했습니다. A씨의 변호사는 명예훼손 반론보도 청구를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반론보도 청구가 실제로 어떤 과정을 거치며, 어떤 법적 요건이 필요한지 살펴보겠습니다.

쟁점 1: 반론보도 청구의 법적 근거와 핵심 요건

반론보도 청구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론중재법) 제16조에 근거합니다. 이 제도는 언론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자가 같은 매체를 통해 자신의 반박 주장을 게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입니다. 핵심은, 반론보도 청구는 보도 내용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따지는 절차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보도된 사실적 주장에 대해 당사자가 반박할 기회를 보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반론보도 청구의 3가지 핵심 요건

1. 사실적 주장에 관한 보도일 것 (단순 의견이나 논평은 제외)

2.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었거나 입을 우려가 있을 것

3. 보도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 보도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청구할 것

A씨의 경우, B매체의 기사는 "A기업이 투자금 5억 원을 횡령했다"는 사실적 주장을 담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칼럼니스트의 의견이 아니라 구체적 금액과 행위를 적시한 보도였기 때문에 첫 번째 요건을 충족했습니다. 기사 이후 실제 거래 계약이 3건이나 무산된 점은 두 번째 요건인 피해 발생을 뒷받침했습니다. 기사를 발견한 시점이 보도 후 2주밖에 되지 않아 세 번째 기간 요건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쟁점 2: 반론보도와 정정보도, 그리고 손해배상의 차이

상담 현장에서 보면, 많은 분들이 반론보도와 정정보도를 혼동하십니다. 두 제도는 겉보기에 비슷해 보이지만 법적 성격이 상당히 다릅니다.

정정보도 청구(언론중재법 제14조)는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즉, 허위 사실의 존재를 증명하는 부담이 청구인에게 있습니다.

반론보도 청구(언론중재법 제16조)는 보도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 당사자가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진실 여부를 다투지 않으므로 입증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A씨의 변호사가 반론보도를 우선 청구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횡령 혐의가 완전히 허위임을 단기간에 입증하기는 쉽지 않지만, 반론보도는 "A씨 측의 해명 입장"을 같은 매체에 게재하도록 요구할 수 있어 훨씬 신속하게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와 별개로 A씨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민법 제750조, 제751조)와 형사상 명예훼손 고소(형법 제307조, 제309조)도 병행하여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실무적으로 보면 반론보도로 급한 불을 끄고,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으로 장기적 구제를 받는 이중 전략이 효과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쟁점 3: 실제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A씨 사건의 구체적 진행 경과를 기준으로, 반론보도 청구의 실제 절차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언론사에 직접 반론보도 요청 언론중재법 제16조 제1항에 따라, 먼저 해당 매체에 서면으로 반론보도문을 첨부하여 게재를 요청합니다. A씨 측은 B매체에 내용증명 형태로 반론보도문을 발송했습니다. 매체는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3일 이내에 수용 여부를 통보해야 합니다.
2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 B매체가 반론보도 게재를 거부하자, A씨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습니다. 조정 신청비는 무료이며, 신청 후 통상 14일 이내에 조정기일이 잡힙니다. 조정 과정에서 중재위원이 양측의 주장을 듣고 합의를 권고합니다. 실무적으로 조정 단계에서 해결되는 비율이 약 60~70%에 이릅니다.
3
법원에 반론보도 청구 소송 제기 조정이 불성립되면, A씨는 법원에 반론보도 게재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언론중재법 제26조에 따라 조정 불성립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소를 제기해야 합니다. 법원은 이를 비교적 신속하게 처리하며, 가처분 신청을 통해 판결 전이라도 반론보도 게재를 명할 수 있습니다.

A씨의 사건에서는 다행히 조정 단계에서 B매체가 반론보도 게재에 합의했습니다. 조정 신청 후 약 3주 만에 A씨의 해명 입장이 동일한 매체에 게재되었고, 이를 근거로 거래처들에 상황을 소명할 수 있었습니다.

실무에서 주의할 점

반론보도문의 분량은 원 보도와 대등한 수준이어야 하며, 단순 감정 표현이나 광고성 내용은 포함할 수 없습니다. 또한 반론보도문의 내용이 위법하거나 제3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는 매체가 게재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됩니다. 반론보도문 작성 시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가지 더 짚어둘 사항이 있습니다. 반론보도가 게재되었다고 해서 원 보도가 삭제되거나 허위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A씨처럼 보도 내용 자체가 사실과 다른 경우에는 정정보도 청구와 손해배상 청구를 별도로 진행해야 비로소 완전한 구제가 이루어집니다. 실제로 A씨는 반론보도 게재 이후, 정정보도 청구와 함께 B매체를 상대로 약 8,0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여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명예훼손 피해를 입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반론보도 청구의 기간 제한(보도를 안 날로부터 3개월, 보도일로부터 6개월)을 넘기면 청구권 자체가 소멸합니다. 피해를 인지한 즉시 관련 보도를 캡처하고 URL을 저장해 두는 것, 그리고 피해 내역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초기 대응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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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변호사의 코멘트
이 분야를 다루면서 느낀 점은, 반론보도 청구는 시간 싸움이라는 것입니다. 기사가 확산되기 전에 빠르게 조정 신청을 넣는 것이 피해 규모를 결정적으로 줄여줍니다. 보도 직후 증거 확보와 반론보도문 초안 작성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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