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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형사범죄 성범죄
형사범죄 · 성범죄 2026.04.10 조회 3

성범죄 피해자 2차 피해, 법은 어떻게 보호하고 있을까

한상균 변호사
법률사무소 위드 · 부산광역시 연제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30대 직장인 A씨(여, 서울 거주)는 회사 상사로부터 수개월간 강제추행 피해를 입고, 오랜 고민 끝에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사건 자체도 고통스러웠지만, A씨를 더 힘들게 한 것은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이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피해 상황을 진술해야 했고, 재판에서는 가해자 측 변호인으로부터 "왜 더 강하게 거부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회사 안에서는 "A씨가 좀 과민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퍼졌고, 결국 A씨는 퇴사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A씨가 겪은 이런 경험을 흔히 '2차 피해'라고 부릅니다. 성범죄 피해자가 범죄 그 자체보다 수사, 재판, 사회적 반응 과정에서 또 다른 정신적 고통을 받는 것입니다.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현행법이 어떤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지 A씨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수사 단계에서의 2차 피해 방지 제도

A씨가 처음 겪은 어려움은 수사 단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경찰서, 검찰, 법원까지 같은 이야기를 여러 차례 반복해야 했고, 그때마다 당시의 기억이 되살아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줄이기 위해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은 여러 보호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 영상물 녹화 제도(제30조) - 피해자 진술을 영상으로 녹화해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피해자가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같은 내용을 반복 진술하는 부담을 크게 줄여줍니다.
  • 진술조력인 제도(제35조~제39조) - 13세 미만 아동이나 장애인 피해자의 경우 전문 진술조력인이 의사소통을 보조합니다. 실무에서는 성인 피해자에게도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수사 과정에 동석하여 부당한 질문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제27조) - 성범죄 피해자는 무료로 국선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습니다. A씨의 경우에도 국선변호사가 배정되어 불필요하게 반복되는 진술 요구에 이의를 제기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대리했습니다.
실무에서 보면,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를 모르고 혼자 수사에 임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경찰 단계에서부터 신청이 가능하고, 비용 부담은 전혀 없으므로 반드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재판 과정에서의 피해자 보호 장치

A씨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법정에서의 경험이었습니다.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 앉아야 했고, 가해자 측 변호인의 질문은 피해 사실 자체보다 A씨의 행동과 태도를 문제 삼는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이에 대해 법은 다음과 같은 보호 조치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 비공개 재판(성폭력처벌법 제31조) - 성범죄 사건의 심리는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의 신청이 있으면 공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무상 대부분의 성범죄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됩니다.
  • 차폐시설 및 비디오 중계(제33조, 제40조) - 피해자가 법정에서 가해자와 직접 대면하지 않도록 칸막이 등 차폐시설을 설치하거나, 별도의 방에서 비디오 링크를 통해 증언할 수 있습니다. A씨도 이 제도를 이용해 별도 공간에서 증언했습니다.
  • 신뢰관계인 동석(제34조) - 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할 때 가족, 상담사 등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동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21년 개정된 성폭력처벌법에서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질문을 제한하는 취지의 규정이 강화되었다는 것입니다. 재판장은 피해자의 사생활에 관한 부당한 질문이나, 피해자의 성적 이력과 관련된 불필요한 신문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A씨의 사례에서도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가해자 측의 부적절한 질문에 이의를 제기하여, 재판장이 해당 질문을 제한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사회적 2차 피해와 법적 구제

A씨를 가장 오래 괴롭힌 것은 사실 회사 안에서 퍼진 소문과 비난이었습니다. "과민 반응" "그 정도로 고소까지" 같은 말들은 칼보다 날카로웠다고 합니다.

현행법은 이러한 사회적 2차 피해에 대해서도 규율하고 있습니다.

  1. 피해자 신원 공개 금지(성폭력처벌법 제24조) - 성범죄 피해자의 인적사항이나 사진 등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거나 타인에게 누설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2. 불이익조치 금지(성폭력방지법 제8조) - 성폭력 피해 신고를 이유로 해고, 전보 등 불이익을 주는 것은 금지됩니다. 직장 내 성범죄의 경우, 사업주가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면 별도의 처벌 대상이 됩니다.
  3. 2차 피해 자체의 금지(성폭력방지법 제18조) - 수사, 재판, 보호, 상담 과정에서 성범죄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야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기관 종사자에 대해서는 징계 등의 조치가 가능합니다.

A씨의 경우, 회사 동료들이 피해 사실을 사내에 유포한 행위는 피해자 신원 공개 금지 규정 위반에 해당할 수 있고, 퇴사 압박을 받은 부분은 불이익조치 금지 위반으로 다퉈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A씨는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일부 인용 판결을 받았습니다.


피해자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지원 체계

제도가 있다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활용하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합니다. A씨 역시 처음에는 어디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몰라 수개월을 혼자 고민했다고 합니다. 성범죄 피해자가 실제로 연결될 수 있는 지원 기관과 절차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해바라기센터(여성가족부 운영) - 전국 39개소에서 24시간 상담, 의료, 수사, 법률 지원을 원스톱으로 제공합니다.
  • 여성긴급전화 1366 - 24시간 운영되며 초기 상담 후 해바라기센터, 경찰 등으로 연계됩니다.
  • 범죄피해자지원센터 - 경제적 지원(치료비, 생활비 등)과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 피해자 국선변호사 -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선임 가능하며 비용은 국가 부담입니다. 경찰이나 검찰에 구두 신청만 해도 됩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선임은 고소장 제출 시 함께 신청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수사 초기 단계부터 변호사가 동석하면 불필요한 반복 진술이나 부적절한 질문으로부터 보호받을 확률이 크게 높아집니다.

A씨의 이야기는 안타깝지만, 결코 드문 사례가 아닙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성범죄 피해자의 약 60% 이상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2차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법이 마련한 보호 장치는 분명 존재하지만, 피해자가 그 장치의 존재를 알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비로소 효과를 발휘합니다. 성범죄 2차 피해 방지 제도는 피해자의 권리입니다. 알아야 쓸 수 있고, 써야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한상균
한상균 변호사의 코멘트
법률사무소 위드 · 부산광역시 연제구
실무에서 성범죄 피해자분들을 만나보면, 범죄 자체보다 이후 과정에서 받는 2차 피해가 더 깊은 상처를 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와 영상녹화 진술 등 법적 보호장치를 수사 초기부터 활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혼자 감당하지 마시고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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