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학 졸업, 경찰 출신 변호사입니다.
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상가 권리금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으면, 수천만 원을 지급하고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실무에서 권리금 분쟁의 대부분은 계약서에 빠진 항목 한두 개에서 시작됩니다.
아래 사례를 통해 어떤 항목이 빠지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그리고 반드시 포함해야 할 필수 항목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사건 개요
서울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A씨(38세, 여성)는 폐업을 결정하고, 신규 임차인 B씨(45세, 남성)에게 권리금 4,200만 원을 받기로 했습니다. 두 사람은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간단한 메모 형식의 계약서를 작성한 뒤, B씨가 계약금 50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터졌습니다. 건물주 C씨가 임대차 계약 갱신을 거절하면서 B씨의 입점 자체가 불투명해졌고, A씨와 B씨 사이에서도 권리금에 포함된 범위(시설·영업·거래처)를 놓고 심각한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계약서에는 '권리금 4,200만 원'이라는 총액만 기재되어 있었고, 세부 항목이 전혀 없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3에서는 권리금을 크게 바닥 권리금, 시설 권리금, 영업 권리금, 거래처 권리금의 네 가지로 구분합니다. 이 구분이 왜 중요한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분쟁 시 반환 범위와 손해배상 산정 기준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A씨와 B씨의 사례에서 계약서에 '4,200만 원'만 적혀 있었기 때문에, B씨는 "시설 가치가 2,000만 원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500만 원 수준의 낡은 장비"라고 주장했고, A씨는 "영업 노하우와 단골 고객 명단까지 포함한 금액"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반드시 기재할 항목
이처럼 각 항목별 금액을 분리 기재하면, 추후 시설 하자가 발견되어도 시설 권리금 부분에 대해서만 감액 청구가 가능해집니다. 총액만 기재하면 전체 계약을 둘러싼 분쟁으로 확대됩니다.
권리금 계약에서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건물주(임대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는 것입니다. A씨 사례에서도 건물주 C씨의 동의 없이 권리금 계약이 먼저 체결되었고, 이후 C씨가 임대차 갱신을 거절하면서 B씨는 가게에 입점조차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에 따르면,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 임차인과의 임대차 계약 체결을 방해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규정이 적용되려면, 기존 임차인의 임대차 기간이 5년(2018년 10월 이후 계약은 10년) 이내여야 합니다.
계약서에 반드시 포함할 임대인 관련 조항
- 임대인의 신규 임대차 계약 체결 동의 여부 및 확인 일자
- 임대인이 동의를 철회하거나 갱신을 거절할 경우, 권리금 계약의 효력(해제 조건, 계약금 반환 방법)
- 기존 임대차 계약의 잔여 기간 및 갱신 가능 여부
실무적으로 가장 안전한 방법은 권리금 계약 체결 전에 임대인으로부터 '신규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서면 확인서를 받아두는 것입니다. 이 확인서가 없으면, 권리금을 지급한 B씨는 임대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A씨에 대한 계약금 반환 청구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입니다.
A씨와 B씨의 계약서에는 '잔금은 입점일에 지급'이라고만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입점일'이 언제인지, 임대차 계약 체결일인지, 실제 영업 개시일인지 정의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런 모호한 조건은 거의 100% 분쟁으로 이어집니다.
지급 조건 관련 필수 기재 항목
특히 주의할 점은, 권리금 계약과 임대차 계약은 별개의 계약이라는 사실입니다. 권리금 계약의 당사자는 기존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이고, 임대차 계약의 당사자는 임대인과 신규 임차인입니다. 두 계약의 효력이 연동되도록 권리금 계약서에 임대차 계약 체결을 정지 조건으로 기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위 사례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상가 권리금 계약서의 핵심은 '구체성'입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권리금 총액을 바닥·시설·영업·거래처로 분리하여 각각 금액을 기재하십시오. 시설 목록은 사진과 함께 별지로 첨부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둘째, 임대인의 동의를 서면으로 확보한 뒤에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십시오. 동의를 구두로만 받으면 나중에 부인할 수 있습니다.
셋째, 잔금 지급 조건을 '임대차 계약 체결 완료 시'로 명확히 하고, 임대차 계약이 불발될 경우 계약금 전액 반환 조항을 넣으십시오.
넷째, 매출 자료(최근 6개월~1년 분의 부가세 신고서, 카드 매출 내역)를 계약서 별지에 첨부하고, 허위인 경우 계약 해제 및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도록 조항을 두십시오.
다섯째, 영업 양도에 따른 경업금지(같은 업종으로 일정 반경 내 재개업 금지) 약정이 필요하다면 기간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십시오. 통상 반경 500m~1km, 기간 1~2년이 실무적으로 적정한 범위로 인정됩니다.
권리금 4,200만 원이라는 금액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하고 있지만, 그 보호를 받으려면 계약서가 법적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계약서 한 장의 차이가 수천만 원의 보호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