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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민사·계약 계약해지·위약금·계약불이행
민사·계약 · 계약해지·위약금·계약불이행 2026.04.11 조회 0

계약 불이행 시 이행 최고 절차, 어떻게 해야 효력이 있을까

허제량 변호사

"계약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곧바로 계약을 해제해도 되나요? 이행 최고는 반드시 해야 하나요?"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인테리어 공사를 맡겼던 A씨는 약정된 공사 완료일로부터 2주가 지나도록 시공업체 B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A씨는 화가 나서 곧바로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문자를 보냈고, 다른 업체에 후속 공사를 맡겼습니다. 그런데 뒤늦게 B업체가 "이행 최고(催告) 없이 해제했으므로 해제는 무효"라며 위약금을 청구해 왔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원칙적으로 계약을 해제하려면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최고한 뒤, 그 기간 내에 이행이 없을 때에야 해제권이 발생합니다. 민법 제544조가 바로 이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행 최고 절차를 빠뜨리면 A씨처럼 해제 자체가 효력을 잃을 위험이 있습니다.

이행 최고란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이행 최고(履行催告)란 계약 상대방에게 "정해진 기한 내에 채무를 이행하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의사표시입니다. 민법 제544조는 "당사자 일방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절차가 필요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계약은 양 당사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므로, 한쪽이 이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마지막으로 이행할 기회를 주는 것이 공정하다고 법이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도 이 절차를 생략한 해제가 무효로 다투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행 최고의 구체적 절차와 방법

이행 최고를 법적으로 유효하게 하려면 다음 요소를 갖추어야 합니다.

1상당한 기간의 설정

"상당한 기간"은 법에 구체적 일수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채무의 성질과 거래 관행을 고려하여 판단하는데, 실무적으로 금전 채무의 경우 7일에서 14일, 공사나 물품 납품의 경우 계약 규모에 따라 2주에서 1개월 정도가 통상적입니다. 지나치게 짧은 기간(예: 1~2일)을 설정하면 "상당한 기간"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이행의 내용을 특정하여 통지

최고서에는 이행을 요구하는 채무의 내용(예: 잔여 공사 완료, 물품 인도, 대금 지급 등)과 이행 기한을 명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막연하게 "빨리 해 달라"는 식의 통지는 이행 최고로서의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3통지 방법 - 내용증명 우편 권장

이행 최고는 구두로도 가능하지만, 분쟁 시 "최고를 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므로 내용증명 우편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내용증명은 우체국에서 발송하며, 발송일, 도달일, 내용을 모두 증명할 수 있습니다. 비용은 통상 3,000원에서 5,000원 수준입니다.

4기간 경과 후 해제 통지

최고한 기간이 지나도 이행이 없으면, 별도로 "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다시 해야 합니다. 이행 최고만으로 자동 해제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 해제 통지 역시 내용증명으로 보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행 최고 없이 바로 해제할 수 있는 예외

모든 경우에 이행 최고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다음의 경우에는 최고 없이 곧바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1이행 불능인 경우 - 채무자의 귀책사유로 이행 자체가 불가능해진 때에는 최고가 무의미하므로 즉시 해제가 가능합니다(민법 제546조).

2정기행위(定期行爲)인 경우 - 특정 날짜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예: 결혼식 당일 웨딩홀 제공)에는 그 시기가 경과하면 바로 해제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545조).

3채무자가 이행을 명확히 거절한 경우 - 상대방이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다면, 판례상 최고 없이도 해제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4약정 해제권이 있는 경우 - 계약서에 "~한 경우 최고 없이 즉시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면 그에 따릅니다.

실무에서 주의할 핵심 포인트

내용증명 작성 시 포함해야 할 5가지 항목

1. 계약 체결일 및 계약의 특정 (계약서 제목, 대상물 등)

2. 상대방이 이행하지 않은 채무의 구체적 내용

3. 이행 요구 기한 ("본 서면 도달일로부터 14일 이내")

4. 기한 내 불이행 시 계약 해제 의사가 있다는 예고

5. 발신인의 성명, 주소, 연락처

실무상 가장 흔한 실수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상당한 기간을 너무 짧게 설정하는 것입니다. 급한 마음에 "3일 이내"로 잡는 경우가 많은데, 이행에 물리적으로 필요한 시간보다 짧으면 최고의 효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둘째, 이행 최고와 해제 통지를 하나의 서면에 동시에 담는 것입니다. "14일 이내에 이행하라, 이행하지 않으면 해제한다"는 조건부 해제 통지가 유효한지에 관해서는 긍정하는 견해가 다수이지만, 분쟁의 소지를 줄이려면 이행 최고서와 해제 통지서를 별도로 발송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행 최고 절차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계약 해제의 유효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건입니다. 절차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해제는 무효로 판단될 수 있고, 오히려 최고 없이 해제한 측이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하는 역전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계약 불이행 상황에서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법적 절차를 하나씩 밟아 나가는 것이 결과적으로 가장 빠르고 확실한 해결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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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제량 변호사의 코멘트
계약 불이행 분쟁에서 이행 최고 절차의 하자 때문에 해제가 무효로 판단되는 사례를 실무에서 적지 않게 접합니다. 내용증명 한 통을 보내는 간단한 절차이지만, 기간 설정과 이행 내용 특정이 부정확하면 오히려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계약 해제를 고려하고 계신다면 통지 발송 전에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길 권합니다.
이 글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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