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런 사연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40대 직장인 A씨는 소개팅 앱을 통해 만난 상대방과 수차례 만남을 이어가며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관계가 끝난 지 약 한 달 뒤, A씨에게 경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가 접수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A씨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로 분명히 합의한 관계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당사자 간 동의가 있었다고 확신했던 관계가 뒤늦게 성범죄 고소로 이어지는 사례는 실무 현장에서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최근 몇 년간 수사기관에 접수되는 성범죄 관련 고소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그중에는 상호 합의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는 사건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합니다.
합의 하에 이루어진 관계라 하더라도,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순간 사건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 대응의 방향과 속도입니다.
성범죄에서 '동의(합의)'의 의미는 일상적 감각과 법적 기준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습니다. 형법상 강간죄(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하여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한 상태에서 간음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준강간죄(형법 제299조)는 상대방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이용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핵심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동의의 존재 여부를 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즉 관계 전후의 분위기, 연락 내역, 만남의 경위뿐만 아니라 행위가 이루어지는 바로 그 시점에 진정한 동의가 있었는지를 살펴봅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쟁점
- 음주 상태에서의 동의가 유효한 동의로 인정되는지
- 관계 전 동의했더라도 중간에 거부 의사를 표시했는지
- 사후에 합의를 철회할 수 있는 것인지(법적 의미의 동의와 감정적 후회의 차이)
특히 음주가 관련된 사안에서는 상대방의 만취 정도가 핵심 변수가 됩니다. 상대방이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면, 설령 외형상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더라도 준강간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어느 정도 음주 상태였으나 의사결정 능력이 유지되고 있었다면 동의의 유효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성범죄 고소를 당한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당황한 나머지 고소인에게 직접 연락하여 해명하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아무런 준비 없이 응하는 것입니다.
합의 하에 관계했다고 주장하는 측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무고죄 역고소'입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무고 성립 요건이 상당히 엄격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무고죄(형법 제156조)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단순히 고소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고소인이 허위임을 인식하면서도 의도적으로 거짓 신고를 했다는 점까지 입증되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패턴은 다음과 같습니다. 관계 이후 원만하게 지내다가 이별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거나, 금전 문제가 얽히면서 뒤늦게 고소가 이루어지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패턴이 확인되면 동의 존재에 대한 입증이 상대적으로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무고 역고소는 시기와 전략이 중요합니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무조건 역고소를 제기하면 오히려 수사기관에 비협조적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본 사건에 대한 혐의를 먼저 다투고, 불기소 처분이나 무죄 판결 이후에 무고 고소를 진행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동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어려운 과제입니다.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의 특성상 직접 증거가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간접 증거의 축적이 핵심이 됩니다.
성범죄 사건은 수사 단계에 따라 대응 방법이 달라져야 합니다. 전체 과정을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피의자 신문조서의 내용이 가장 중요합니다. 경찰 조사에서 한번 기재된 진술은 이후 검찰이나 법원에서 번복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첫 조사에서 핵심 사실관계를 정확히 진술하되, 기억이 불확실한 부분은 단정적으로 답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진술거부권(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검찰 송치 후 단계에서는 수사기록 열람 및 등사를 통해 고소인의 구체적 진술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고소인 진술의 모순점이나 일관성 결여를 파악하고, 이를 반박하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기소 후 재판 단계에서는 고소인에 대한 반대신문이 가능해지므로, 진술의 신빙성을 정면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법원은 고소인 진술의 일관성, 구체성, 합리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통계적으로 성범죄 사건의 기소율은 약 40~50% 수준이며, 기소된 사건 중에서도 무죄율이 다른 범죄 유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이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이라는 형사재판의 원칙이 엄격히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수사 단계에서의 적극적 방어가 불기소 처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입니다.
합의 관계를 주장하는 성범죄 사건은 통상 수사부터 1심 판결까지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됩니다. 이 기간 동안 피의자가 겪는 심리적 압박은 상당합니다. 직장, 가정, 사회적 관계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성급한 합의 시도나 부적절한 대응이 사건을 더 불리하게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 분야를 다루면서 느끼는 점은, 결국 초기에 정확한 법적 판단을 받고 일관된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사건 초기에 사실관계를 정밀하게 정리하고, 증거를 체계적으로 확보하며, 수사기관과의 소통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지 않는 것 - 이 세 가지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법리와 증거에 기반한 대응을 이어가는 것이, 억울한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