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한국인 어머니 C씨(38세)는 미국인 남편과 캘리포니아에서 7년간 결혼생활을 하다가 갈등이 깊어져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마음이 급했던 C씨는 여름방학을 핑계로 8살 아들을 데리고 한국에 들어왔고, 그대로 귀국을 미뤘습니다. 2주 후, 남편 측 변호사로부터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Hague Convention on the Civil Aspects of International Child Abduction)에 따른 반환 청구 통보를 받게 됩니다.
이처럼 한쪽 부모가 자녀를 상거소국(habitual residence, 아이가 일상적으로 거주하는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무단 이동시키거나 유치하는 상황은, 국제이혼 분쟁에서 생각보다 자주 발생합니다. 한국은 2013년 이 협약에 가입했고, 현재 103개국 이상이 체약국입니다.
이 글에서는 협약에 따른 아동 반환 절차를 단계별로 안내합니다. 반환을 요청하는 쪽이든, 반환에 대응해야 하는 쪽이든 전체 흐름을 미리 이해해두면 실무적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
협약의 핵심 원칙은 단순합니다. "아이를 원래 살던 나라로 우선 돌려보내고, 양육권 다툼은 그 나라 법원에서 하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반환 절차는 양육권을 누가 가질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불법으로 이동(탈취) 또는 유치되었는지만을 심리합니다.
주요 용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탈취를 당한 부모(좌측 부모, left-behind parent)는 자신이 거주하는 나라의 중앙당국 또는 아이가 있는 나라의 중앙당국에 반환 신청서를 제출합니다. 한국으로 아이가 데려와진 경우, 한국 법무부 국제법무과가 접수처입니다.
중앙당국은 신청서를 검토한 뒤, 협약의 적용 요건(아이가 16세 미만인지, 양국이 모두 체약국인지, 상거소국이 어디인지 등)을 확인합니다. 요건이 충족되면 상대국 중앙당국으로 사건을 이송하거나, 한국 내 소재 확인 절차에 착수합니다.
법원 절차에 들어가기 전, 중앙당국은 양 부모 간 임의 반환 합의를 유도합니다. 한국 법무부는 필요시 면담, 조정(mediation)을 주선합니다. 이 단계에서 합의가 이루어지면 재판 없이 아이가 상거소국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실무적으로 보면, 조정 단계에서 해결되는 사건은 전체의 약 20~30% 수준입니다. 감정적 대립이 심한 경우 대부분 법원 절차로 넘어갑니다.
임의 반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반환 신청인(또는 중앙당국)이 서울가정법원에 아동반환 청구를 합니다. 국제아동탈취의 민사적 측면에 관한 협약 이행에 관한 법률(이행법)에 따라, 관할은 서울가정법원 전속관할입니다.
법원은 다음 사항을 심리합니다.
협약 제13조는 제한적으로 반환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합니다. 데려온 부모 측에서 이를 입증해야 합니다.
법원이 반환을 거부할 수 있는 대표적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실무에서 "중대한 위험"이 인정되는 경우는 엄격하게 제한됩니다. 단순히 한국에서 아이가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다거나, 양육자로서 자신이 더 적합하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가정폭력 등 구체적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법원이 반환 결정을 내리면, 아이를 상거소국으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불복 시 2주 내 즉시항고가 가능하며, 항고심도 신속히 진행됩니다.
결정이 확정되었는데도 아이를 돌려보내지 않으면, 법원은 간접강제(이행강제금)를 부과합니다. 이행법에 따르면 1회당 최대 1,000만 원까지 부과할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이 상당합니다.
전체 기간은 순조로울 경우 신청부터 반환까지 약 3~5개월 정도이나, 항고나 반환 거부 사유 다툼이 치열하면 6개월 이상 소요되기도 합니다.
첫째, 시간이 핵심 변수입니다. 탈취일로부터 1년이 경과하면 아이가 새 환경에 정착했다는 항변이 가능해지므로, 반환을 요청하는 쪽은 최대한 신속하게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둘째, 상거소의 판단이 전체 결론을 좌우합니다. 아이가 한국에 장기간 체류한 사실이 있거나, 양 부모가 한국 거주에 합의한 정황이 있다면 상거소가 한국이라는 주장이 가능해집니다. 출입국 기록, 학교 등록 현황, 건강보험 가입 이력 등을 꼼꼼히 확보해야 합니다.
셋째, 한국 법원에서 반환 결정이 나더라도 이것이 곧 양육권 상실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상거소국으로 돌아간 뒤 그 나라 법원에서 양육권 재판을 별도로 진행할 수 있고, 한국인 부모가 양육자로 지정될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넷째, 이행법에 따라 반환 청구인에게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법률구조가 제공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경우 변호사 비용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으므로 법무부 중앙당국에 법률구조 지원 여부를 반드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