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런 사연을 접한 적이 있었습니다. 중소 IT기업에서 근무하던 31세 C씨는 상사의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회사에 신고했고, 가해자 측이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불과 4개월 뒤, 같은 상사가 회식 자리에서 신체 접촉을 동반한 언행을 다시 저질렀습니다.
C씨는 막막했습니다. "이미 한번 합의했는데, 다시 문제를 제기해도 되는 걸까." 사실 이런 상황은 상담 현장에서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합의를 했다 하더라도 재발 시에는 전혀 다른 사건으로 새롭게 대응할 수 있으며, 오히려 기존 합의 사실이 가해자에게 불리한 정황 증거가 됩니다.
핵심 결론: 성희롱 합의는 과거 사건에 대한 종결일 뿐, 이후 발생하는 새로운 행위에 대한 면책이 절대 아닙니다. 재발 시에는 새로운 사건으로 신고, 고소, 손해배상 청구 모두 가능합니다.
합의서에 "향후 일체의 민형사상 청구를 포기한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이는 합의 시점 이전의 행위에만 적용됩니다. 합의 이후 새롭게 발생한 성희롱은 별개의 불법행위이므로, 기존 합의서가 새 사건에 대한 청구를 차단하지 못합니다. 다만 합의서 문언이 모호한 경우 분쟁의 소지가 있으므로, 합의서 원본을 확보하여 정확한 문구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재발 성희롱은 가해자가 "장난이었다", "오해다"라고 부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행위 직후 가능한 빨리 다음 증거를 수집해야 합니다.
- 녹음 파일 (대화 당사자 본인이 녹음하는 것은 적법)
- 카카오톡, 사내 메신저 캡처 (발신자 정보, 날짜, 시간 포함)
- 목격자 진술서 (목격자 성명, 연락처, 목격 일시 기재)
- 피해 직후 자신이 작성한 메모 또는 일기 (법원에서 보조 증거로 인정)
남녀고용평등과 일,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에 따라, 사업주는 성희롱 신고를 받으면 지체 없이 조사를 실시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전에 합의한 사실과 무관하게, 새로운 피해가 발생하면 회사에 서면으로 재신고해야 합니다. 구두 신고만으로는 회사가 "몰랐다"고 주장할 여지를 남기므로, 반드시 이메일이나 내부 시스템을 통한 서면 기록을 남기십시오.
사업주가 신고 후에도 조사를 하지 않거나, 적절한 조치(가해자 징계, 부서 전환 등)를 취하지 않는 경우에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남녀고용평등법 제39조). 또한 신고를 이유로 피해자에게 해고, 전보 등 불이익을 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동법 제14조 제6항). 회사의 대응이 미흡하다면, 이 점을 명확히 지적해야 합니다.
회사 내부 절차로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외부 기관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고용평등상담실(전화번호 1350)에 진정을 넣으면 근로감독관이 사업장을 조사합니다. 성희롱 행위가 강제추행(형법 제298조) 수준에 해당한다면 형사고소도 가능합니다. 강제추행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며, 합의 후 재발이라는 사실은 가해자의 상습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정황이 됩니다.
재발 성희롱에 대해서는 가해자 개인과 사업주 모두를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청구 가능한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위자료: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 재발이라는 점이 금액 산정에 유리하게 작용하며, 실무적으로 500만 원에서 3,000만 원 사이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치료비: 심리상담, 정신과 진료비 등 실비
- 일실수입: 피해로 인해 퇴직하거나 휴직한 경우의 소득 손실
특히 사업주에 대해서는 사용자 책임(민법 제756조)을 근거로, 가해자와 연대하여 배상할 의무가 발생합니다. 이전 합의 후에도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소홀히 했다면 사업주의 과실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성희롱 재신고 후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2차 피해입니다. 동료들의 소문, 가해자의 보복, 회사의 암묵적 압력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피해자가 사업주에게 다음과 같은 보호 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보장합니다.
- 근무 장소 변경 또는 유급휴가 부여
- 가해자와의 업무상 접촉 차단
- 비밀 유지 (조사 참여자 전원에게 비밀 유지 의무 부과)
이러한 보호 조치 요청은 서면으로 하는 것이 좋으며, 회사가 거부할 경우 고용노동부에 그 사실도 함께 진정할 수 있습니다.
이전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해자의 후속 대응에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성희롱 합의 후 재발이라는 상황은 피해자 입장에서 심리적으로 더 큰 충격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첫 번째 사건보다 대응 수단이 더 강력해지고, 가해자와 사업주 모두에게 더 무거운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모든 대응의 출발점은 증거 확보와 서면 기록이며, 초기 단계에서의 체계적 준비가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