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사 겸 변호사 서창완입니다.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결혼 12년 차인 40대 부부가 성격 차이를 이유로 이혼을 결심하고, 곧장 가정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바로 재판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먼저 조정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조정 전치주의(調停前置主義)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절차를 처음 접하고 당혹스러워합니다. 이혼을 결심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법원이 "일단 상담과 조정을 먼저 받으라"고 하니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절차를 정확히 이해하고 준비하면, 오히려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가사소송법 제50조에 따르면, 이혼 등 가사 사건은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반드시 가정법원에 조정 신청을 먼저 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조정에 회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재판 전에 반드시 합의를 시도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는 가족 관계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단순한 금전 분쟁과 달리, 이혼 사건에는 자녀 양육권, 재산분할, 위자료 등 당사자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쟁점이 얽혀 있습니다. 법원은 소송으로 가기 전에 당사자 간 원만한 해결 가능성을 먼저 확인하고자 합니다.
당사자가 가정법원에 직접 조정을 신청하거나,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이 직권으로 조정에 회부합니다. 관할법원은 상대방의 주소지 또는 부부 공동 주소지 가정법원입니다. 조정 신청서에는 이혼 사유, 자녀 사항, 재산 현황, 희망하는 조건 등을 기재합니다.
필요서류: 조정신청서, 혼인관계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비용: 인지대 약 5,000원 + 송달료 약 50,000원 내외
법원은 조정 전 또는 조정 과정에서 전문 상담위원을 통한 부부상담을 권고할 수 있습니다. 가정법원에 소속된 상담위원 또는 외부 전문 상담기관이 상담을 진행하며, 관계 회복 가능성과 자녀 복리(자녀의 이익)를 함께 살펴봅니다. 법원 부설 상담은 대부분 무료이며, 외부 기관 연계 시 1회당 약 5만~10만 원 수준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필요서류: 별도 서류 없음 (법원 안내에 따라 출석)
조정위원회(판사 1인 + 조정위원 2인) 앞에서 양측이 이혼 조건에 대해 논의합니다. 위자료, 재산분할 비율, 자녀 양육권 및 양육비, 면접교섭권 등이 핵심 쟁점입니다. 조정위원회는 양측의 의견을 듣고 합리적인 조정안을 제시합니다.
필요서류: 재산 관련 소명자료(부동산등기부등본, 예금잔액증명서, 소득자료 등), 양육 계획서
비용: 추가 비용 없음 (조정 신청 시 납부한 비용에 포함)
양측이 조정안에 합의하면 조정이 성립되며, 이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습니다. 별도의 소송 없이 이혼이 완료됩니다. 반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조정 불성립으로 종결되고, 사건은 자동으로 소송 절차로 이행됩니다. 이때 별도로 소장을 다시 제출할 필요는 없습니다.
첫째, 조정기일에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과태료(최대 100만 원)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조정이 안 될 것"이라고 판단하더라도, 기일에는 반드시 출석해야 합니다.
둘째, 조정 과정에서 한 발언은 이후 소송에서 증거로 사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가사소송법 제53조). 따라서 조정 단계에서는 솔직하게 의견을 밝히되, 서면으로 남기는 부분은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조정이 성립되면 이를 번복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조정 성립 결과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기 때문에, 조정안에 동의하기 전 재산분할 비율과 양육비 산정 기준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넷째, 가정폭력 등 긴급한 상황에서는 조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소송으로 진행되는 예외가 인정됩니다. 법원이 "조정에 회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조정 절차를 생략할 수 있습니다.
법원의 상담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이므로, 법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실무적으로 보면, 상담에 성실히 임한 당사자에 대해 법원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양육권 다툼이 있는 사건에서는 상담 참여 여부가 "자녀의 복리를 우선하는 부모"로서의 태도를 보여주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상담을 거부하거나 조정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 이는 조정 불성립 사유가 되어 소송 이행이 빨라지기도 합니다.
실무에서 보면 조정으로 이혼이 성립되는 비율이 약 30~40%에 달합니다. 조정이 성립되면 소송 대비 비용은 절반 이하로 줄고, 기간도 크게 단축됩니다. 양측의 감정적 소모 역시 소송에 비해 상당히 적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재산을 은닉하고 있거나 양육권 분쟁이 극심한 경우에는 조정에서 불리한 조건을 수용하기보다, 소송 단계에서 사실조회 등 법적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조정 단계에서의 전략적 판단이 이후 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복잡한 사안이라면 조정 단계부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