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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민사·계약 국제거래·국제중재·판결집행
민사·계약 · 국제거래·국제중재·판결집행 2026.04.14 조회 2

인코텀즈 조건 잘못 선택하면 수천만 원 손해, 어떻게 골라야 할까

배대혁 변호사
로펌정주 · 서울특별시 서초구

얼마 전 한 중소 수출기업 대표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동남아시아 바이어에게 기계부품 3억 원어치를 보냈는데, 선적 후 컨테이너가 환적항에서 파손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계약서에는 FOB 부산항이라고만 적혀 있었고, 양측 모두 보험 가입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책임 소재를 두고 6개월 넘게 분쟁이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인코텀즈(Incoterms) 조건 하나가 수천만 원의 손익을 결정짓는 사례는 국제 물품매매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합니다. 오늘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핵심 질문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인코텀즈 조건을 잘못 골라서 손해를 봤는데, 계약을 다시 고칠 수 있을까요?"

핵심 결론: 인코텀즈 조건은 당사자 간 합의로 정하는 계약 조항이므로 양측이 동의하면 변경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미 물품이 선적되어 위험이 이전된 뒤라면, 사후적으로 조건을 바꿔도 이미 발생한 손해의 책임 귀속을 뒤집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인코텀즈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인코텀즈는 국제상업회의소(ICC)가 제정한 국제 무역 거래조건 해석 규칙입니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버전은 Incoterms 2020이며, 총 11가지 조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규칙은 그 자체로 법률은 아니지만, 계약서에 특정 조건을 기재하면 해당 조건이 계약의 일부가 되어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됩니다.

인코텀즈가 결정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 비용 분담 운송비, 보험료, 통관비 등을 누가 부담하는가
  • 위험 이전 물품 파손 또는 멸실의 책임이 어느 시점에 매도인에서 매수인으로 넘어가는가
  • 의무 범위 수출입 통관, 선적 서류 준비 등을 누가 수행하는가

핵심은 비용 부담 시점과 위험 이전 시점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차이를 간과하면 운송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비용은 내가 냈는데 보험 청구 권한은 상대방에게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혼동하는 조건 3가지

FOB (본선인도) 매도인이 지정 선적항에서 물품을 본선에 적재하면 위험이 이전됩니다. 해상운송 전용 조건이므로, 항공운송이나 복합운송 계약에 FOB를 쓰면 위험 이전 시점이 불명확해질 수 있습니다.
CIF (운임보험료포함) 매도인이 운임과 보험료까지 부담하지만, 위험 자체는 FOB와 동일하게 선적항 본선 적재 시 이전됩니다. 보험료를 매도인이 냈으니 도착까지 매도인 책임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DDP (관세지급인도) 매도인이 목적지까지 모든 비용과 위험을 부담합니다. 수입국 관세와 부가세까지 매도인 부담이므로, 수입국 세율이 예상보다 높으면 매도인 손해가 커집니다.

앞서 언급한 수출기업 사례는 FOB 조건이었기 때문에 본선 적재 이후의 환적항 파손은 원칙적으로 매수인 위험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매수인이 적하보험(cargo insurance)을 가입하지 않았고, 매도인도 CIF가 아닌 FOB를 선택했기에 보험 공백이 발생한 것입니다.

유엔물품매매협약(CISG)과의 관계

국제 물품매매에서는 유엔국제물품매매협약(CISG, 일명 비엔나협약)이 자동으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한국은 2005년부터 CISG 체약국이며, 상대국도 체약국이면 당사자가 별도 배제하지 않는 한 CISG가 기본법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CISG 제67조는 위험 이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인코텀즈 조건과 CISG 규정이 충돌할 경우 인코텀즈가 우선 적용됩니다. 인코텀즈 조건이 당사자 간 특약에 해당하고, CISG는 특약이 없을 때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계약서에 인코텀즈 조건을 명확히 기재하는 것이 CISG 규정만 믿는 것보다 훨씬 안전합니다.

인코텀즈 조건 선택 시 반드시 확인할 4가지

  • 운송 방식 해상운송 전용 조건(FOB, CIF, CFR 등)과 모든 운송수단 사용 가능 조건(FCA, CIP, DAP 등)을 구분해야 합니다. 컨테이너 화물은 FCA나 CIP가 더 적합한 경우가 많습니다.
  • 보험 공백 FOB, CFR 등 매도인이 보험을 제공하지 않는 조건을 선택한다면, 매수인이 반드시 적하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CIF나 CIP를 선택하더라도 보험 부보 범위(ICC-A, B, C 등급)를 계약서에 특정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 수입국 규제 DDP 조건을 택할 경우 수입국의 관세율, 부가세, 특별소비세를 사전에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예상치 못한 반덤핑관세가 부과되면 매도인에게 수천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버전 특정 계약서에 "CIF Incoterms 2020"처럼 반드시 버전을 명시해야 합니다. 버전을 적지 않으면 Incoterms 2010과 2020 사이에서 해석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의 대응 방향

인코텀즈 관련 분쟁은 대부분 위험 이전 시점의 해석과 보험 처리를 둘러싸고 발생합니다. 분쟁 해결 절차는 계약서에 중재 조항이 있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중재 조항이 있는 경우: ICC 국제중재, SIAC(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 대한상사중재원(KCAB) 등 합의된 중재기관에 중재를 신청합니다. 중재판정은 뉴욕협약(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에 따라 170개국 이상에서 집행이 가능하므로, 국제거래에서는 소송보다 효율적입니다.

중재 조항이 없는 경우: 상대방 소재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한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있음을 주장해야 합니다. 시간과 비용이 훨씬 많이 소요됩니다.

실무에서 보면 계약서에 인코텀즈 조건은 한 줄로 적어두면서도, 분쟁해결 조항이나 준거법 조항은 아예 빠뜨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인코텀즈 조건 선택만큼이나 중재 합의, 준거법 지정, 보험 조건 특약을 함께 정비하는 것이 국제 물품매매 계약의 기본입니다.

배대혁
배대혁 변호사의 코멘트
로펌정주 · 서울특별시 서초구
국제 물품매매 사건을 다루면서 느낀 점은, 인코텀즈 조건 자체보다 그 조건에 맞는 보험 가입과 분쟁해결 조항 정비가 빠져 있어 문제가 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 운송 방식, 보험 범위, 중재 조항을 함께 점검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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