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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민사·계약 국제거래·국제중재·판결집행
민사·계약 · 국제거래·국제중재·판결집행 2026.04.14 조회 2

국제 계약 불가항력 조항 작성과 적용 절차 완전 정리

이지훈 변호사

많은 분들이 국제 계약의 불가항력(Force Majeure) 조항 작성과 적용 절차를 어려워합니다. 국내 거래와 달리, 국제 계약에서는 준거법이 다르고 당사자 간 문화적 차이도 크기 때문에 불가항력 조항 하나가 수억 원의 손해배상 여부를 좌우하기도 합니다. 실무에서 이 조항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단순히 "천재지변 시 면책"이라는 한 줄로는 부족합니다.

이 글에서는 국제 계약 불가항력 조항의 작성부터 실제 원용(주장) 절차, 그리고 분쟁 발생 시 대응까지 단계별로 정리합니다.

불가항력 조항의 기본 구조와 핵심 요소

불가항력(Force Majeure)이란, 계약 당사자의 합리적 통제 범위를 벗어난 사건으로 인해 계약 이행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해지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국제 계약에서 이 조항은 대부분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해 정의되며, 준거법에 따라 해석 방식이 크게 달라집니다.

불가항력 조항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요소
  • 정의 조항 : 불가항력 사건의 구체적 범위 (전쟁, 전염병, 정부 규제, 자연재해, 공급망 차단 등)
  • 통지 의무 : 사건 발생 후 상대방에게 통지해야 하는 기한과 방법
  • 입증 책임 : 불가항력을 주장하는 측이 증명해야 할 사항
  • 법적 효과 : 이행 면제, 이행 유예, 계약 해지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
  • 기간 제한 : 불가항력 상태가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될 경우의 처리 방안

ICC(국제상업회의소)는 2020년 개정 불가항력 조항 모델을 발표하였으며, 이를 기초로 작성하는 것이 실무상 권장됩니다. 다만 해당 모델을 그대로 사용하기보다는 계약의 성격과 거래 구조에 맞게 수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Step 1. 불가항력 조항 설계 및 협상

계약 체결 전 단계

불가항력 조항은 계약 협상 초기부터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제시하는 표준 약관에 포함된 불가항력 조항을 그대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분쟁 발생 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소요기간 : 계약 협상 기간에 포함 (통상 2~8주) 필요서류 : 계약서 초안, 상대방 표준약관, 관련 산업 리스크 분석서 비용 : 국제 거래 전문 변호사 검토 비용 (건당 200만~800만 원 수준)

이 단계에서 특히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열거 방식 vs. 포괄 방식 : 불가항력 사유를 구체적으로 열거(pandemic, sanction, embargo 등)하되, 포괄 조항(catch-all clause)을 병기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 준거법 확인 :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사유는 불가항력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반면, CISG(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유엔협약) 제79조는 별도의 면책 기준을 규정하고 있어, 준거법과 적용 협약에 따라 조항 설계가 달라져야 합니다.
  • Hardship 조항과의 구분 : 이행이 "불가능"한 경우(Force Majeure)와 "현저히 곤란"한 경우(Hardship)는 법적 효과가 다릅니다. 두 조항을 분리하여 규정하는 것이 분쟁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Step 2. 불가항력 사유 발생 시 통지 및 입증

사건 발생 후 즉시 조치 단계

불가항력 사유가 발생하면 계약서에서 정한 기한 내에 상대방에게 서면 통지를 해야 합니다. 통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불가항력 주장 자체가 기각될 수 있습니다.

소요기간 : 통지 기한 통상 7~14일 이내 (계약서에 따라 상이) 필요서류 : 불가항력 사유 발생 통지서, 증빙자료(정부 고시, 기상 보고서, 공급망 차단 증명서 등) 비용 : 법률 검토 및 통지서 작성 100만~300만 원 수준

통지서에는 다음 사항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 불가항력 사건의 구체적 내용과 발생 일시
  • 해당 사건이 계약 이행에 미치는 영향의 범위
  • 예상되는 이행 지연 기간 또는 이행 불가 사유
  • 피해 경감을 위해 취한 조치(mitigation measures)
실무 포인트 : 많은 국제중재 사례에서 "피해 경감 의무(duty to mitigate)"의 이행 여부가 불가항력 항변의 성패를 가릅니다. 단순히 사건 발생 사실만 통지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대체 이행 방법을 모색한 사실과 그 결과를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Step 3. 상대방 대응 및 협상

통지 후 상호 협의 단계

상대방이 불가항력 주장을 수용하는 경우, 이행 유예 기간 설정, 계약 조건 변경, 또는 합의 해지 등의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됩니다.

소요기간 : 통상 30~90일 (계약서에 협의 기간이 명시된 경우 해당 기간 적용) 필요서류 : 변경 합의서(Amendment), 이행 유예 합의서, 해지 통지서 비용 : 협상 대리 수임료 300만~1,000만 원 수준 (거래 규모에 비례)

상대방이 불가항력 주장을 다투는 경우의 대응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추가 증빙 제출 : 상공회의소 발급 불가항력 확인서(Certificate of Force Majeure), 정부 기관 공문, 제3자 전문가 의견서 등
  • 중재 전 조정(Mediation) 활용 : ICC, SIAC 등 주요 국제중재기관은 중재 전 조정 절차를 제공하며,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습니다.
  • 국제중재 개시 : 협상이 결렬되면 계약서에서 정한 분쟁해결 조항에 따라 중재를 신청합니다.

Step 4. 국제중재 또는 소송을 통한 분쟁 해결

분쟁 해결 단계

국제 계약 분쟁은 대부분 국제중재를 통해 해결됩니다. 중재 판정은 뉴욕협약(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 가입국에서 집행이 가능하므로, 법원 소송보다 실효성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소요기간 : 6개월~2년 (사안의 복잡성에 따라 상이) 필요서류 : 중재 신청서, 계약서 원본, 불가항력 증빙 일체, 손해액 산정 자료 비용 : 중재비용(기관 수수료 + 중재인 보수) + 변호사 비용, 분쟁 금액 대비 통상 3~10%

중재 과정에서 불가항력 항변이 인정되려면 다음 세 가지를 모두 입증해야 합니다.

  • 예견 불가능성 : 계약 체결 시점에 해당 사건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없었을 것
  • 통제 불가능성 : 해당 사건이 당사자의 합리적 통제 범위 밖에 있을 것
  • 인과관계 : 해당 사건으로 인해 계약 이행이 직접적으로 불가능해졌을 것

준거법별 주요 차이점 정리

불가항력의 인정 범위와 효과는 준거법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계약서 작성 시 이를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 민법 : 채무자의 귀책사유가 없음을 입증하면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됩니다(민법 제390조). 불가항력은 귀책사유 판단의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영국법 : 보통법(Common Law)상 frustration 법리가 적용되나, 그 인정 범위가 매우 좁습니다. 따라서 계약서에 불가항력 조항을 상세히 규정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CISG 제79조 : 당사자가 통제할 수 없는 장애(impediment beyond control)로 인한 불이행에 대해 면책을 규정하고 있으나, 계약서상 불가항력 조항이 있으면 이를 우선 적용합니다.

중국 민법전 : 제180조에서 불가항력을 "예견할 수 없고, 피할 수 없으며, 극복할 수 없는 객관적 상황"으로 정의하며, 중국 거래에서는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발급 불가항력 확인서가 실무상 중요한 증빙으로 활용됩니다.

실무에서 자주 발생하는 실수와 대응 방안

상담 현장에서 보면, 불가항력 조항과 관련하여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실수들이 있습니다.

  • 조항을 너무 추상적으로 작성하는 경우 : "천재지변 기타 불가항력 사유 발생 시 면책한다"는 식의 한 줄 조항은 영미법계 법원이나 중재판정부에서 제한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체적 사유를 열거하되 포괄 조항을 덧붙이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 통지 기한을 놓치는 경우 : 불가항력 사유 자체는 인정되더라도, 계약서에서 정한 통지 기한(보통 7~14일)을 도과하면 면책 주장이 기각될 수 있습니다.
  • 피해 경감 노력을 소홀히 하는 경우 : 대체 공급처 확보, 운송 경로 변경 등 합리적인 피해 경감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는 거의 모든 국제중재에서 핵심 쟁점이 됩니다.
  • COVID-19 이후 조항을 갱신하지 않는 경우 : 전염병이 더 이상 "예견 불가능한 사건"으로 인정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기존 계약서의 불가항력 조항을 재검토하고 구체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 계약에서 불가항력 조항은 위기 상황에서의 최후 방어선에 해당합니다. 계약 체결 전 충분한 검토를 통해 조항을 설계하고, 사건 발생 시에는 정해진 절차를 빠짐없이 이행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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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변호사의 코멘트
국제 계약 불가항력 분쟁을 다루면서 느낀 점은, 조항의 정교함보다 사건 발생 직후의 대응 속도가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통지 기한 도과나 피해 경감 노력 부재로 정당한 면책 주장이 무력화되는 사례를 적지 않게 봐왔습니다. 국제 거래 규모가 클수록 초기 단계에서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이 글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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