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IT 솔루션 기업 C사 대표는 대기업 D사와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MOU에는 "상호 교환하는 정보를 비밀로 유지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6개월 뒤, D사가 유사한 솔루션을 자체 개발하여 출시했고, C사가 공유한 핵심 알고리즘 구조가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C사 대표는 즉시 MOU상 비밀유지 조항 위반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의 첫 마디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MOU만으로는 보호 범위가 상당히 제한될 수 있습니다."
핵심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MOU에 포함된 비밀유지 조항은 법적 효력이 인정될 수 있으나, 별도의 NDA(비밀유지계약)에 비해 보호 범위가 좁고 손해배상 청구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MOU의 법적 성격과 조항의 구체성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는 본래 향후 계약을 위한 협의 사항을 정리한 문서로, 원칙적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신사협정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모든 MOU가 동일하게 취급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MOU의 구속력을 판단할 때 다음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유형을 보면, MOU 본문에 "본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명시하면서도, 비밀유지 조항에는 "단, 제O조(비밀유지)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고 분리하여 규정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구조라면 비밀유지 의무에 한해 계약상 청구가 가능할 여지가 큽니다.
반면, "상호 신의성실에 따라 비밀을 유지한다" 정도의 선언적 문구만 있다면, 법원에서 법적 의무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MOU 속 비밀유지 조항과 독립된 NDA(Non-Disclosure Agreement)는 실무상 보호 범위에서 상당한 차이가 발생합니다.
MOU 비밀유지 조항의 일반적 한계
- 비밀정보의 정의와 범위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음
- 비밀유지 기간이 특정되지 않은 경우 해석상 분쟁 발생
- 위반 시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 부재
- 반환.폐기 의무, 잔존 조항 등 세부 규정 미비
NDA가 추가로 보호하는 영역
- 비밀정보를 문서.구두.전자 등 유형별로 구체 정의
- 비밀유지 의무 기간(통상 2~5년) 명시
- 위약벌 또는 손해배상 예정액 설정 (예: 3억 원)
- 비밀정보 사용 목적 제한, 제3자 제공 금지
- 계약 종료 시 정보 반환.폐기 절차
C사 사례로 돌아가면, MOU에 "비밀을 유지한다"는 1개 조항만 존재했을 뿐 비밀정보의 구체적 범위, 위반 시 제재, 의무 기간이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이 경우 민법상 채무불이행(제390조)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더라도, 실제 손해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MOU의 비밀유지 조항이 약하더라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별도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업비밀로 인정받으려면 다음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세 번째 요건인 비밀관리성입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정보를 MOU 체결 상대방에게 제공하면서 "비밀"이라는 표시 없이, 접근 제한도 없이 전달한 경우가 상당합니다. 이렇게 되면 법원에서 비밀관리성을 부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자료에 "대외비", "Confidential" 표시를 했고, 제한된 인원에게만 공유했으며, MOU에 비밀유지 조항까지 있었다면, 이러한 사정이 비밀관리성 인정에 유리한 간접증거가 됩니다.
MOU 체결 시 정보 유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음 사항을 반드시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MOU는 사업 초기 파트너십의 첫 단추이자, 가장 많은 핵심 정보가 오가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MOU의 정보 보호 기능은 구조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으므로, 별도의 NDA를 통해 보호 장치를 마련하거나, MOU 자체의 비밀유지 조항을 면밀하게 설계하는 것이 분쟁 예방의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