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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족·이혼·상속 사실혼·입양·후견
가족·이혼·상속 · 사실혼·입양·후견 2026.03.20 조회 6

독거 어르신 후견인 선임, 가족 없어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김유주 변호사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경기도 외곽의 한 빌라에서 혼자 살던 78세 C 어르신이 경미한 뇌경색을 겪은 뒤, 병원비 결제도 임대차 갱신도 스스로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자녀는 30년 전 연락이 끊겼고, 유일한 가족이라 할 수 있는 먼 조카는 "법적 권한이 없어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결국 동 주민센터 사회복지사의 안내로 성년후견 제도를 알게 되었고, 법원의 심판을 거쳐 전문후견인이 선임된 뒤에야 어르신의 일상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가족이 없거나, 있어도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독거 어르신의 재산 관리와 신상 보호 문제는 이제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실무 현장에서 보면, 후견 제도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분이 여전히 많고, 절차가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적절한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반복됩니다.

독거 고령 인구, 숫자가 말해주는 현실

약 200만 가구 65세 이상 1인 가구 (2023년 통계청)
약 5,800건 2023년 후견 개시 심판 청구
평균 3~6개월 심판 청구~후견인 선임 소요기간

65세 이상 1인 가구는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후견 심판 청구 건수는 이에 비해 현저히 적습니다. 치매 유병률만 놓고 보아도 65세 이상 인구의 약 10%가 해당되는데, 실제 후견 제도를 이용하는 비율은 극히 낮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 사이에서 보이스피싱, 부당 계약, 방치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성년후견 제도의 세 가지 유형과 독거 어르신에 대한 적용

민법 제9조 이하에서 규정하는 성년후견 제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어르신의 의사결정 능력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에 따라 적합한 유형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 구분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입니다.

성년후견
  • 질병, 장애, 노령 등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경우
  • 후견인이 포괄적 대리권 행사
  • 민법 제9조
한정후견
  •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경우
  • 법원이 정한 범위 내에서 동의권, 대리권 부여
  • 민법 제12조
특정후견
  • 일시적 후원 또는 특정 사무에 한해 도움 필요
  • 기간, 범위를 특정하여 후견인 선임
  • 민법 제14조의2

독거 어르신의 경우, 치매가 상당히 진행되었다면 성년후견이, 경증 인지 저하 상태라면 한정후견이나 특정후견이 적합합니다. 실무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감정 결과와 사회조사 보고서를 종합하여 법원이 유형을 결정합니다.

가족이 없는 경우, 누가 청구할 수 있는가

상담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바로 이것입니다. "가족이 없는데 누가 후견을 신청해주나요?"

후견 개시 심판 청구권자 (민법 제9조 제1항, 제12조 제1항, 제14조의2 제1항)

본인, 배우자, 4촌 이내 친족, 미성년후견인, 한정후견인, 특정후견인,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

핵심은 검사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도 청구권이 있다는 점입니다. 2013년 개정 민법 시행 이후, 친족이 없는 어르신을 위해 지자체장이 직권으로 후견 심판을 청구하는 '공공후견'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발달장애인 및 치매 공공후견 지원 사업을 통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심판 청구 비용과 후견인 보수까지 국가가 부담합니다.

실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경로로 절차가 시작됩니다.

  • 1
    지역 치매안심센터 또는 주민센터 상담 어르신의 인지 상태 확인, 공공후견 대상 여부 1차 판단
  • 2
    지자체장 청구 또는 친족(조카 등) 청구 관할 가정법원에 후견 개시 심판 청구서 접수, 인지대 약 5,000원 + 송달료
  • 3
    정신감정 및 사회조사 법원 촉탁에 의한 정신건강의학과 감정 (비용 약 50~80만 원), 가사조사관의 생활환경 조사
  • 4
    심문 기일 및 심판 법원이 본인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고, 후견 유형과 후견인을 결정 (평균 3~6개월)
  • 5
    후견 등기 및 사무 개시 심판 확정 후 후견등기, 후견인이 재산 관리와 신상 보호 업무 시작

후견인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가

후견인이 선임되면 어르신의 예금 인출, 부동산 관리, 의료 동의, 복지 서비스 신청 등 일상적인 사무 처리가 가능해집니다. 그러나 후견인의 권한은 무제한이 아닙니다.

법원 허가가 필요한 행위 (민법 제947조의2 등)

- 부동산 매도, 담보 제공

- 피후견인의 거소(주거) 변경

- 피후견인의 의료 행위에 대한 동의 중 신체를 침해하는 중대한 의료행위

- 상속의 승인, 포기

이러한 '법원 허가 사항'이 있기 때문에 후견인이 재산을 남용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견제할 수 있습니다. 또한 후견감독인이 선임되는 경우도 있어, 후견인의 사무 처리에 대한 정기 보고와 감독이 이루어집니다.

공공후견 vs 사적 후견, 비용과 현실적 차이

독거 어르신 중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차상위 계층인 경우, 공공후견 지원 사업을 통해 심판 청구 비용, 감정 비용, 후견인 월 보수(보통 월 15~20만 원 수준)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어느 정도 재산이 있는 어르신이라면 사적으로 전문직 후견인(변호사, 사회복지사 등)을 선임하게 되며, 후견인 보수는 법원이 피후견인의 재산 규모 등을 감안하여 결정합니다. 통상 월 30~80만 원 수준이나, 사안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문제는, 공공후견 지원 사업의 예산과 인력이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신청 후 후견인 매칭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경우도 있어, 가능한 한 빨리 절차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리" 준비하는 임의후견이라는 선택지

아직 판단 능력이 충분한 상태에서 스스로 미래를 대비할 수도 있습니다. 민법 제959조의14에 따른 임의후견 계약은, 본인이 신뢰하는 사람과 공증인 앞에서 후견 계약을 체결해두고, 훗날 의사능력이 저하되었을 때 법원에 임의후견감독인 선임을 청구하여 효력을 발생시키는 제도입니다.

임의후견 계약의 장점

- 본인이 직접 후견인과 후견 사무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

- 가족이 아닌 신뢰할 수 있는 제3자도 후견인으로 지정 가능

- 법정후견보다 본인의 자기결정권이 최대한 존중된다

- 공증 비용 약 10~15만 원 수준으로 비교적 부담이 적다

건강한 60~70대 분들이 "혹시 모를 미래"를 위해 임의후견 계약을 체결해두는 사례가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특히 자녀가 없거나, 자녀와 관계가 소원한 분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됩니다.

제도의 한계와 앞으로의 전망

성년후견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습니다. 전문후견인 인력의 부족, 공공후견 예산의 한계, 후견인 감독 체계의 실효성 문제 등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습니다. 최근 법무부와 보건복지부가 공공후견 확대 방안을 논의 중이고, "의사결정 지원" 패러다임으로의 전환도 국제적 흐름에 맞추어 검토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도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현재 존재하는 보호 장치를 제때 활용하는 것입니다. C 어르신의 사례처럼, 후견인이 선임된 뒤에야 밀린 병원비가 정리되고, 임대차 계약이 갱신되고, 복지 서비스가 연결되는 경우를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목격합니다. 어르신 본인이든, 주변에서 도움을 드리려는 이웃이나 사회복지사이든, 독거 어르신의 후견인 선임 절차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적절한 보호의 첫걸음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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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주 변호사의 코멘트
제 경험상 독거 어르신의 후견 사건은 시기를 놓칠수록 재산 피해와 건강 악화가 급격히 진행됩니다. 특히 가족이 없는 경우 지자체장 청구(공공후견)라는 제도적 경로가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적합한 후견 유형이 달라지므로,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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