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의 상황을 정확히 읽고, 민·형사 사건을 끝까지 책임지는 변호사입니다.
얼마 전 형사 사건을 수임하면서 의뢰인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변호사님,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면 무죄 받기 쉽다고 하던데, 제 사건에도 신청하는 게 좋을까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국민참여재판 무죄율이 일반 재판보다 높다는 글을 본 것이었습니다. 과연 이 판단이 맞는지,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A씨(42세, 서울 마포구 자영업자) - 야간에 술집 앞에서 시비가 붙어 상대방을 폭행한 혐의(상해죄)로 기소되었습니다. 상대방의 진단서에는 전치 3주 부상이 기재되어 있었으나, A씨는 정당방위를 주장했습니다. CCTV 영상에는 상대방이 먼저 A씨의 멱살을 잡는 장면이 담겨 있었습니다.
B씨(35세, 인천 남동구 회사원) - 직장 동료의 회삿돈 5,200만 원 횡령에 공범으로 가담한 혐의(업무상횡령)로 기소되었습니다. B씨는 자신은 단순히 동료의 계좌이체를 도운 것일 뿐 횡령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검찰 측에는 B씨가 횡령금 일부를 수령한 정황을 보여주는 금융거래 내역이 있었습니다.
A씨의 변호인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B씨의 변호인은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시기에 기소된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전략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일반 시민이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여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모든 형사사건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신청 가능 요건
-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에 해당하거나 합의부(3인 이상 법관) 관할 사건
- 피고인 본인이 직접 신청해야 하며, 제1회 공판기일 전까지 서면으로 신청
- 공범 사건의 경우, 공범 전원의 동의가 필요
다만, 법원은 아래의 경우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배제할 수 있습니다.
A씨의 상해 사건은 합의부 관할이 아니었지만, 상해죄(형법 제257조)로 기소된 사건도 피고인의 신청에 따라 국민참여재판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B씨의 업무상횡령 공범 사건은 공범인 직장 동료가 국민참여재판 참여에 동의하지 않아, 신청 자체가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A씨 변호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선택한 데에는 분명한 전략적 근거가 있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이 유리할 수 있는 유형
- 사실관계에 다툼이 있고, 상식적 판단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경우
- 정당방위, 긴급피난 등 일반인의 공감을 얻기 쉬운 주장이 있는 경우
- CCTV, 목격자 등 시각적 증거가 피고인 측에 유리한 경우
- 법리적 쟁점보다 사실인정이 핵심 쟁점인 경우
A씨의 사건은 전형적으로 배심원의 상식적 판단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CCTV에 상대방의 선제 공격이 담겨 있었고, "내가 먼저 맞았는데 방어한 것"이라는 주장은 직업 법관보다 일반 시민에게 더 공감을 얻기 쉽습니다.
실제로 법원행정처 통계에 따르면, 국민참여재판의 무죄율은 약 10% 안팎으로 일반 형사재판(약 0.1~0.3%)보다 유의미하게 높습니다. 이는 배심원이 합리적 의심이 있으면 무죄로 판단하는 경향이 직업 법관보다 강하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그렇다면 왜 B씨의 변호인은 국민참여재판을 권하지 않았을까요. 공범의 비동의라는 절차적 장애 외에도, 실체적인 전략 판단이 있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이 불리할 수 있는 유형
- 금융거래, 회계 등 전문 지식이 필요한 사건
- 감정적 반감을 살 수 있는 범죄 유형 (금전 횡령, 아동 관련 범죄 등)
- 증거가 검찰에 유리하게 명확히 쌓여 있는 경우
- 법리 해석(고의 여부, 공모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인 경우
B씨의 핵심 방어 논리는 "횡령의 고의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주장은 금융거래 흐름과 업무 구조를 세밀하게 따져야 인정될 수 있는 법리적 쟁점입니다. 일반 배심원에게 5,200만 원이 B씨 계좌로 일부 흘러들어간 정황만 보여주면, "모르고 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더구나 횡령 사건은 일반 시민의 감정적 반감이 큰 범죄 유형입니다. "남의 돈을 빼돌렸다"는 인식이 배심원에게 형성되면, 세밀한 법리 분석 없이 유죄 평결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국민참여재판 신청 여부는 단순히 "무죄율이 높으니까" 하는 막연한 기대로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실무에서 검토해야 할 핵심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A씨의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5인은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CCTV 영상을 본 배심원들이 "상대방이 먼저 공격했고, A씨의 행위는 방어 수준이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B씨는 일반 재판을 통해 횡령 고의의 부존재를 다투었고, 금융거래 내역에 대한 정밀한 감정과 회계 분석을 거쳐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습니다. 만약 이 사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었다면, 배심원들이 복잡한 금융 흐름을 면밀히 검토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중요한 제도이지만, 모든 사건에 유리한 만능열쇠는 아닙니다. 사건의 쟁점이 사실인정인지 법리해석인지, 증거 구조가 배심원의 상식적 판단에 유리한지 불리한지, 범죄 유형이 배심원의 감정적 반응을 어떻게 이끌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후에 신청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올바른 전략입니다.
형사사건에서 재판 형태의 선택은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전략적 결정입니다. 기소 직후, 공판기일이 잡히기 전에 충분한 검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의뢰인의 상황을 정확히 읽고, 민·형사 사건을 끝까지 책임지는 변호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