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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형사범죄 수사·형사재판 절차(고소·수사·구속/보석)
형사범죄 · 수사·형사재판 절차(고소·수사·구속/보석) 2026.03.23 조회 6

형사기록 열람등사 신청, 실제 사례로 보는 핵심 쟁점과 실무 대응법

손명숙 변호사
변호사 손명숙 법률사무소 · 경상남도 창원시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경기도 안산에서 소규모 식당을 운영하는 45세 C씨는 단골 거래처 직원에게 사기를 당했습니다. 약 3,200만 원 상당의 식자재 대금을 선지급했는데, 상대방이 물건도 보내지 않고 잠적해 버린 것입니다. C씨는 곧장 경찰에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고, 수사가 시작된 지 약 4개월 만에 검찰로 송치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검찰에서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했지만, 수사가 정확히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어떤 증거가 확보되었는지 C씨는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변호사를 선임하려 해도 사건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니 상담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C씨에게 필요했던 것이 형사기록 열람 및 등사였습니다.

"내가 고소한 사건인데, 수사기록을 볼 수 없다니 이해가 안 됩니다. 어떻게 해야 기록을 확인할 수 있나요?"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질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고소인이면 당연히 수사기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C씨의 사례를 중심으로 형사기록 열람등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핵심 쟁점들을 짚어보겠습니다.

쟁점 1. 누가, 언제 형사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는가

C씨가 가장 먼저 부딪힌 벽은 "신청 자격"과 "시점"의 문제였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에 따르면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공판 준비를 위해 검사에게 증거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C씨는 고소인, 즉 피해자 입장입니다.

피해자의 형사기록 열람등사는 크게 두 가지 경로로 나뉩니다.

1
수사 단계 (수사 중 ~ 송치 전후) 형사소송법 제266조의11 및 검찰사건사무규칙 제22조에 따라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은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수사 중인 사건은 수사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공판 단계 (기소 이후) 기소가 이루어지면 피해자 역시 소송기록 열람등사 신청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4(피해자 등의 공판기록 열람등사)에 근거하여 법원에 직접 신청할 수 있습니다.

C씨의 사건은 검찰 송치 단계에 있었으므로, 검찰청에 수사기록 열람등사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담당 검사실에 전화하여 열람등사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한 뒤, 서면으로 신청서를 접수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쟁점 2. 열람등사가 거부되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여기서 C씨의 사연이 조금 복잡해집니다. C씨가 검찰에 열람등사를 신청했더니, 약 일주일 후 "수사 진행 중이므로 현 시점에서 열람등사를 허용하기 어렵다"는 회신을 받은 것입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수사기록 열람등사 거부를 통보받고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포기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거부에 대한 불복 절차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르면, 열람등사 신청을 거부당한 사람은 해당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대응 방법이 있습니다.

  • 검찰 내부 이의신청 : 담당 검사의 상급자인 부장검사 또는 차장검사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신청 사유를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수사 종결 후 재신청 :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유로 거부된 경우, 수사 종결(기소 또는 불기소) 이후 다시 신청하면 허용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기소 후 법원에 직접 신청 : 기소가 되면 피해자는 법원에 소송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으며, 법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C씨의 경우, 변호사를 선임한 뒤 열람등사 신청 사유서에 "피의자의 혐의 부인으로 인해 피해자 측 방어권 행사를 위한 기록 확인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상세히 기재하여 재신청했고, 결과적으로 주요 조서와 증거 목록에 대한 부분적 열람이 허용되었습니다.

쟁점 3. 열람등사의 범위와 실무상 주의점

또 하나 C씨가 놓칠 뻔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열람등사가 허용되었다고 해서 모든 기록을 무제한으로 복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기록 열람등사에는 실무적으로 다음과 같은 제한이 적용됩니다.

A
범위 제한 피해자에게 열람등사가 허용되는 범위는 사건 전체 기록이 아닐 수 있습니다. 피의자 또는 제3자의 프라이버시, 수사 기밀 등을 이유로 일부 기록이 제외될 수 있습니다. 특히 피의자신문조서 전문(全文)은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B
목적 외 사용 금지 열람등사로 취득한 기록은 해당 형사사건의 방어권 행사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합니다. 기록을 인터넷에 공개하거나 민사소송에 무단 전용하면 형사소송법 제266조의16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C
등사 비용 등사(복사)를 할 경우 장당 50원 내외의 수수료가 부과됩니다. 기록이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대형 사건의 경우 비용이 수만 원에 이를 수 있으므로, 변호사와 상의하여 핵심 부분을 선별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현명합니다.

C씨는 처음에 사건기록 전부를 복사하겠다고 했지만,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고소인 진술조서, 피의자 진술조서 요지, 금융거래 확인서, 증거 목록 등 핵심 서류 위주로 약 120페이지를 등사했습니다. 비용은 약 6,000원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사건의 전체 흐름과 검찰의 수사 방향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실무에서 꼭 기억해야 할 핵심 정리

C씨의 사례를 통해 정리하면, 형사기록 열람등사는 단순히 "서류를 복사하는 행위"가 아니라, 사건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전략적 행위입니다.

첫째, 열람등사 신청 시점이 중요합니다. 수사 중에는 거부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송치 후 또는 기소 후가 현실적으로 유리합니다.

둘째, 신청서에는 열람등사가 필요한 구체적 사유를 명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사건 내용을 알고 싶다"는 추상적 이유보다, "피의자의 혐의 부인에 대응하기 위해 증거 확인이 필요하다"는 식의 구체적 소명이 허용 가능성을 높입니다.

셋째, 거부 시 포기하지 말고 이의신청 또는 재신청을 적극 활용하되, 이 과정에서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면 훨씬 효과적입니다.

C씨는 결국 열람등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기반으로 검찰에 보충 의견서를 제출했고, 해당 사건은 기소 의견으로 처리되었습니다. 만약 기록 확인 없이 막연히 수사 결과만 기다렸다면,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을 때 뒤늦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습니다.

형사기록 열람등사는 고소인이든 피의자이든,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강력한 수단입니다. 신청 자격, 시점, 범위, 불복 절차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만 사건의 흐름을 주도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손명숙
손명숙 변호사의 코멘트
변호사 손명숙 법률사무소 · 경상남도 창원시
실제로 많은 분들이 형사기록 열람등사 제도 자체를 모르거나, 한 번 거부당하면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신청 시점과 사유 소명 방법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므로,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전략적으로 접근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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