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합의서, 어떤 내용이 꼭 들어가야 나중에 문제가 안 생기나요?"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40대 직장인 C씨는 폭행 사건의 피해자로, 가해자 측에서 합의를 요청해 왔습니다. 합의금 500만 원에 서로 사인을 하고 마무리했다고 생각했는데, 몇 주 뒤 가해자가 "합의서에 처벌불원 의사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며 추가 합의금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반대로 가해자 D씨는 합의금 800만 원을 지급하고 합의서까지 받았지만, 합의서에 구체적인 지급 조건과 이행 시기가 빠져 있어 재판에서 양형 참작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형사합의서는 단순히 "합의했다"는 사실만 적는 문서가 아닙니다. 핵심 조항 하나가 빠지면 피해자도, 가해자도 손해를 보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래 7가지 조항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형사합의서는 법률에 정해진 서식이 따로 없습니다. 당사자 간의 사적 합의 문서이기 때문에, 그 내용과 형식은 자유롭게 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형법 제260조(폭행죄), 제311조(모욕죄) 등 반의사불벌죄에서는 피해자의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 의사표시"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없거나 취소할 수 있으므로(형사소송법 제232조), 합의서에 이 의사가 명확히 드러나야 합니다.
또한 합의서는 형사재판에서 양형 자료로 제출됩니다. 재판부는 합의서의 내용, 합의 경위, 피해 회복 정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데, 내용이 부실하면 양형에 유리하게 반영되기 어렵습니다.
주의할 예외
강간, 강제추행 등 비친고죄로 전환된 성범죄, 특수폭행, 사기 등은 합의를 하더라도 검찰이 기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합의서는 양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므로, 조항을 빠짐없이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무에서 보면, 위 7가지 조항 외에도 몇 가지 디테일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서명과 날인 - 합의서는 반드시 자필 서명 또는 도장 날인이 있어야 합니다. 가능하면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함께 첨부하면 위조 주장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작성 부수 - 최소 3부(피해자, 가해자, 수사기관 또는 법원 제출용)를 작성하되, 각 부수에 동일한 서명이 들어가야 합니다.
합의 시점의 전략 - 수사 단계에서 합의하면 불기소 처분(기소유예)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고, 재판 단계에서는 선고 전까지 제출해야 양형에 반영됩니다. 합의금 협상은 기소 전후로 금액 차이가 상당히 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시점 선택이 중요합니다.
공증의 실익 - 합의서 자체를 공증하면 법적 효력이 강화됩니다. 특히 합의금이 1,000만 원 이상이거나 분할 지급인 경우, 공정증서로 작성하면 불이행 시 별도 소송 없이 바로 강제집행이 가능합니다. 공증 비용은 합의금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5만~20만 원 수준입니다.
앞서 소개한 C씨의 사연으로 돌아가면, 처벌불원 의사와 민사 청구권 포기 범위를 명확히 적어두었더라면 불필요한 추가 분쟁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합의서는 분쟁의 "마침표"가 되어야 하는 문서입니다. 한 줄이 빠졌을 뿐인데 수개월의 다툼이 이어지는 경우를 상담 현장에서 정말 많이 보게 됩니다. 조항 하나하나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본인의 상황에 맞게 빠짐없이 기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보호 장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