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경력 30년 이상
"믿었던 지인에게 속아서 연대보증을 서버렸는데, 이제 수천만 원을 갚으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법적으로 빠져나올 방법이 있을까요?"
이런 상황에 처하신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설마 나한테 피해를 주겠어?' 하는 마음으로 도장을 찍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채권자로부터 연락이 오면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시죠. 걱정되시는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인이 거짓말로 보증을 유도한 정황이 명확하다면 사기죄로 형사고소가 가능하고, 민사적으로도 보증계약 자체를 취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민법 제110조는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인이 사업 상황, 채무 규모, 보증의 위험성 등에 대해 거짓 사실을 말하거나 중요한 사실을 숨기고 보증을 유도했다면, 이는 기망행위(속이는 행위)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 보증인은 보증계약을 취소하고 채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됩니다.
법적 근거 정리
- 민법 제110조 (사기·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
- 형법 제347조 (사기죄 - 10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
-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보증 체결 시 주채무자 정보 고지 의무 등)
상담 현장에서 보면, '속은 것 같은데 이게 법적으로 사기가 맞나요?'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무에서 사기에 의한 연대보증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아래 요건들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안타깝지만 모든 경우에 구제가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어려운 상황들을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취소가 어려운 경우
- 보증의 내용과 위험성을 충분히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서명한 경우
- 지인의 말만 듣고 보증을 섰지만, 지인이 거짓말을 했다는 증거가 전혀 없는 경우
- 사기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보증계약일로부터 10년이 지나 취소권이 소멸한 경우
- 채권자(은행 등 제3자)가 지인의 사기 사실을 알지 못했고 알 수도 없었던 경우 (이 경우 채권자에게 취소를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이 중요합니다. 민법 제110조 제2항에 따라, 제3자(채권자)가 사기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만 그 제3자에게도 취소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채권자가 지인의 기망행위에 관여하거나 이를 알고 있었는지가 실무상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도 확인하세요
2021년 개정된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보증 계약 체결 시 주채무자의 채무 관련 신용정보를 보증인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보증계약의 효력 자체에 다툼의 여지가 생길 수 있습니다. 보증 당시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하셨다면 이 부분도 반드시 점검해보셔야 합니다.
지인을 믿고 도장을 찍은 것이 본인의 잘못처럼 느껴져 자책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속인 사람이 잘못이지, 속은 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법은 이러한 상황에서 보증인을 보호할 수 있는 여러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으니, 포기하지 마시고 하나씩 대응해 나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