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
한국소비자원의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어린이 안전사고 관련 소비자 위해정보 중 완구(장난감) 관련 사고는 연간 1,200건 이상 접수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제품 자체의 설계 결함이나 안전 기준 미달이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실제 법적 배상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소비자가 제조물책임법(이하 PL법)상 청구 요건을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입증의 어려움 앞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장난감 안전 기준 위반과 제조물책임 배상의 법적 구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겠습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어린이용 완구는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에 따라 안전인증, 안전확인, 공급자적합성 확인 등 3단계 안전관리 대상으로 분류됩니다. 특히 만 13세 이하를 대상으로 한 완구는 KC 안전인증(안전인증 대상 어린이제품)을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주요 안전 기준 항목
- 소형 부품 분리 위험(질식 위험): EN 71-1 기준 적용
- 유해화학물질 함유량: 납(Pb) 90mg/kg 이하, 프탈레이트 가소제 0.1% 이하
- 날카로운 모서리 및 뾰족한 부분 금지
- 충전식 완구의 과열 및 폭발 방지 기준
이러한 기준을 위반한 제품이 유통되어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하면, 「제조물책임법」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가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안전 기준 위반 사실 자체가 곧바로 결함(defect)의 존재를 강력히 추정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제조물책임법 제2조는 결함을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장난감 안전사고에서 각 유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PL법 제3조의2에 따르면, 피해자가 해당 제조물의 결함 존재, 손해 발생,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합니다. 다만 2018년 개정으로 도입된 결함 추정 규정(제3조의2)에 의해,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하고 그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 지배 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결함이 추정됩니다.
장난감 안전사고로 인한 배상 청구 시, 배상 범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배상 범위
1. 적극적 손해 : 치료비, 약제비, 통원 교통비, 향후 치료비 등 실제 지출 비용
2. 소극적 손해 : 후유장해로 인한 일실수입(아동의 경우 장래 일실수입 산정 기준 적용)
3. 위자료 : 피해 아동 본인의 정신적 고통 + 부모의 정신적 고통(근친자 위자료)
청구 대상은 제조업자가 원칙입니다. 그러나 PL법 제2조 제3호에 따라, 수입업자 역시 제조업자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합니다. 따라서 해외에서 제조된 장난감이라 하더라도 국내 수입업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해외 직구의 경우, 통관 절차를 대행한 사업자나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는데, 이 부분은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제조물책임 사건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증거 확보입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사고 직후 제품을 폐기하거나 교환해 버려 핵심 증거를 잃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소멸시효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PL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 및 결함을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제조업자가 제품을 공급한 날로부터 10년 내에 행사해야 합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해외 직구 완구 사고에서는 책임 주체 특정이 가장 큰 난제입니다. 해외 제조사를 상대로 국내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과 PL법의 수입업자 책임 규정이 교차 적용됩니다. 통관업무를 대행하며 자기 명의로 수입 신고를 한 사업자는 PL법상 수입업자로 볼 수 있고, 배상 책임의 주체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온라인 플랫폼(마켓플레이스)의 경우, 단순 중개 역할만 수행했다면 직접적인 PL 책임은 지지 않는 것이 현행법의 일반적 해석입니다. 다만 플랫폼이 자체 브랜드로 상품을 판매하거나, 직접 배송(풀필먼트)을 수행한 경우에는 책임이 확대될 여지가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의 제품 안전 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의 일반제품안전규정(GPSR)이 2024년부터 시행되면서,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안전하지 않은 제품의 유통 차단 의무를 부과하는 방향이 국제적 추세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장난감 구매 시 KC 인증 마크 확인을 기본으로 하되, 사고 발생 시 제품 보존과 신속한 증거 확보가 배상 청구의 성패를 가른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특히 영유아용 완구의 경우, 사용 연령 표시와 경고 문구가 제대로 기재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습관이 사전 예방 차원에서 중요합니다.
제조물책임 분쟁은 일반 민사 분쟁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입니다. 안전 기준 위반이 확인되면 결함 추정의 이점을 활용할 수 있으므로, 초기 단계에서 법적 대응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하는 것이 실질적 구제를 받기 위한 핵심입니다.
민사·이혼 분쟁의 전략 설계와 실전 해결을 돕는 소송전략가 김범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