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줄이고 결과로 입증합니다.
얼마 전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10년 넘게 제조업을 운영하던 C대표는 경영난 끝에 회생절차 신청을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신청 직전, 거래처 대금 일부를 먼저 갚고, 가족에게 부동산 한 채를 넘기고, 오래된 채권자에게 담보를 설정해 주었습니다. C대표로서는 '의리'와 '가족 보호'라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만, 회생절차가 개시되자 관리인이 이 거래들을 모두 부인권(否認權) 행사 대상으로 지목했습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 제100조부터 제105조는, 회생절차 개시 전 채무자가 채권자 전체의 이익을 해치는 거래를 한 경우 이를 원상회복시킬 수 있는 부인권 제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회생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이미 실행한 거래 중 부인권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 없는지 반드시 사전에 점검해야 합니다.
회생절차에서 가장 빈번하게 문제되는 유형입니다. 지급정지 또는 회생절차 신청 후, 혹은 그 전 60일 이내에 특정 채권자에게만 기존 채무를 변제했다면 '편파행위'로서 부인 대상이 됩니다(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제1항 제2호). 모든 채권자에게 공평하게 배분되어야 할 재산이 일부에게만 돌아간 셈이기 때문입니다. 거래처와의 관계를 위해 급히 결제한 대금, 특정 금융기관 대출만 우선 상환한 경우 등이 대표적입니다.
부동산, 기계설비, 차량 등 회사 자산을 시가의 70~80% 이하로 매각한 경우, 채권자 전체의 회생재단을 감소시키는 '사해행위(詐害行爲)'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제1항 제1호). 실무에서는 감정평가액 대비 매각가를 기준으로 판단하며, 매각 시점의 시장 상황도 고려됩니다. 급매라 하더라도 정상 거래 범위를 벗어났는지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대표이사의 배우자, 자녀, 친인척, 또는 사실상 지배하는 다른 법인에 대한 재산 이전은 부인권 행사에서 가장 엄격하게 심사됩니다. 채무자회생법 제105조는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 대해 부인 요건을 완화하고 있어, 일반 거래보다 훨씬 넓은 기간(최대 1년 이전까지)의 거래가 부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명의만 이전한 경우는 물론, 실질적으로 무상에 가까운 조건의 거래도 포함됩니다.
이미 존재하던 대여금 채무에 대해 회생 신청 직전에 부동산 근저당권이나 동산 양도담보를 새로 설정해 준 경우, 해당 채권자만 우선변제 지위를 얻게 되어 다른 채권자에게 불이익이 생깁니다. 이는 전형적인 편파행위로서 부인 대상입니다. 담보 설정일이 지급정지일 전 60일 이내인지, 상대방이 채무자의 위기 상황을 알고 있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입니다.
회생절차 신청 전 6개월 이내의 무상행위(증여, 채무면제, 무상 사용 허락 등)는 상대방의 선의 여부와 관계없이 부인 대상이 됩니다(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제1항 제3호). 대가가 전혀 없는 증여뿐 아니라, 형식적으로 매매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실질이 무상이전에 해당하면 같은 취급을 받습니다. 예컨대 시가 5억 원 상당 자산을 1,000만 원에 매각한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경영 위기 상황에서 연 30~50%에 이르는 고금리 차입, 또는 차입금 대비 과도한 담보 제공은 채권자 전체에 대한 사해행위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차입 시점의 시장 금리 대비 현저히 불리한 조건이었는지, 차입금이 실제 영업활동에 사용되었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합니다. 운전자금 명목이었더라도 실제로는 특정 채무 상환에 전용된 경우 부인 위험이 높아집니다.
부인권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시기'입니다. 채무자회생법은 지급정지일, 회생절차 신청일, 위기시기 등을 기준으로 부인 가능 기간을 달리 정하고 있습니다. 지급정지(어음 부도, 거래처 대금 미지급 등)가 발생한 정확한 날짜, 채무초과 상태가 된 시점, 상대방이 채무자의 위기를 인식한 시점 등을 문서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이 시점 정리가 부인권 공방의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인권은 회생절차 개시일로부터 2년, 해당 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 경과하면 행사할 수 없습니다(채무자회생법 제106조). 부인의 효과로 해당 거래는 원상회복되며, 상대방이 수령한 재산은 회생재단에 반환해야 합니다. 반환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 가액을 배상해야 합니다.
C대표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결국 가족에게 이전한 부동산과 거래처에 우선 변제한 대금 모두 부인권 행사를 통해 회생재단으로 환수되었습니다. C대표 입장에서는 선의의 행동이었지만, 법적으로는 다른 채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평가된 것입니다.
회생절차를 고려하고 있다면, 신청 전 최소 6개월에서 1년 사이의 주요 거래 내역을 위 7가지 항목에 비추어 점검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거래 상대방, 거래 조건, 대가의 적정성, 거래 시점을 꼼꼼히 확인하고 관련 증빙을 정리해 두면, 회생절차 진행 과정에서의 부인권 분쟁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