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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기존에 맺어둔 수많은 계약이 걸림돌이 됩니다. 임대차, 공급 계약, 라이선스 등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에 대해 관리인이 해제권(또는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무자측 대표가 상당히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채무자회생법 제119조에 근거한 이 권한은 회생 성공의 핵심 도구입니다. 다만 요건과 절차를 정확히 밟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공익채권(회생채권보다 우선 변제되는 채권)이 발생해 오히려 부담이 커집니다.
이 글에서는 회생절차 중 계약 해제권의 법적 근거, 단계별 절차, 주의해야 할 실무 포인트를 핵심만 정리합니다.
핵심 조문: 채무자회생법 제119조(쌍방 미이행 쌍무계약)
쌍무계약에 대하여 채무자와 상대방이 모두 아직 이행을 완료하지 아니한 경우, 관리인은 계약을 이행하거나 해제(해지)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쌍방 미이행"입니다. 채무자 측도 이행을 마치지 않았고, 상대방 측도 이행을 마치지 않은 상태여야 합니다. 한쪽이 이미 완전히 이행했다면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적용 가능한 대표적 계약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반면, 근로계약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동법 제121조)이 적용되어 해제가 아닌 해고 절차를 따르므로 구별해야 합니다.
관리인(대표이사가 관리인으로 선임된 경우 포함)은 회생절차 개시 이후, 기존 계약 목록을 전수 조사하여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에 해당하는지 판단합니다. 핵심 판단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채무자회생법 제119조 제2항에 따르면, 상대방은 관리인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 여부를 확답할 것을 최고할 수 있습니다. 관리인이 그 기간 내에 확답하지 않으면 해제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실무적으로는 관리인이 먼저 선택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행을 선택하면 그에 따른 채무가 공익채권이 되고, 해제를 선택하면 상대방의 손해배상채권이 회생채권으로 편입됩니다.
관리인이 계약을 해제하면 그 사실을 법원에 보고해야 합니다. 해제로 인해 상대방에게 발생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은 회생채권으로 취급됩니다(제119조 제3항). 즉, 상대방은 회생채권자로서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를 받는 것이지, 별도로 즉시 전액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다만,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한 뒤 발생하는 채무는 공익채권(수시로 변제해야 하는 최우선 채권)이 되므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회생기업의 영업 지속에 필수적인 계약(핵심 원자재 공급계약, 주요 사업장 임대차 등)을 함부로 해제하면 영업 기반 자체가 무너집니다. 관리인은 해제 시 절감되는 비용과 해제 시 상실하는 사업 가치를 반드시 비교 검토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이미 제공한 급부(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원상회복 의무가 발생합니다. 또한 임차인 보호를 위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은 별도의 취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해제 대상 계약의 유형별 법적 효과를 정밀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확답 최고를 보냈을 때 기간 내에 응답하지 않으면 해제로 간주됩니다. 관리인 입장에서 이행을 원했던 계약이 의도치 않게 해제될 수 있으므로, 최고서 수령 즉시 법률 검토에 착수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채무자회생법 제61조에 따르면, 회생절차에서 재산의 처분이나 중요한 행위에는 법원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대규모 계약의 해제가 이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관리인은 법원과 사전 협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실무상 금액 기준 1억 원 이상의 계약은 법원 허가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리하면, 회생절차 중 계약 해제권은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회생 가능성을 높이는 강력한 수단입니다. 그러나 상대방의 손해배상채권 발생, 공익채권 전환 리스크, 사업 지속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으면 오히려 회생계획의 인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계약 해제 여부의 판단은 법률 전문가와 긴밀히 협의하여 진행하는 것이 실무상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